담마의 거울

모든 곳에 비를 내리는 자

담마다사 이병욱 2015. 8. 15. 09:42

 

모든 곳에 비를 내리는 자

 

 

 

 

 

여름철에 종종 소나기를 만난다. 이럴 때 소나기는 피해 가야 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멎어져 그치기 때문에 굳이 다 맞고 갈 필요가 없다. 소나기는 특정 지역에 집중으로 비가 내리는 특징이 있다. 비구름이 형성되어 비가 내릴 조건이 형성 되었을 때 때로 번개와 천둥을 동반하여 세차게 내린다.

 

같은 지역이라도 모두 다 비가 내리지는 않는다. 저 산 너머에는 검은 비구름과 함께 세찬 소나기가 내리지만 또 다른 지역에서는 구름만 형성되어 있을 뿐 비가 한방울도 내리지 않는다. 비가 내린다고 하여 모든 지역을 골고루 적시지 않는다. 구름이 형성된다고 하여 반드시 비가 내린다는 법은 없다.

 

비와 관련관 가르침

 

비와 관련된 가르침이 있다. 이띠붓다까(여시어경)에 실려 있는 비의 경(vuṭṭhisutta)’이다. 경은 이렇게 시작 된다.

 

 

“Tayome, bhikkhave, puggalā santo savijjamānā lokasmi. Katame tayo? Avuṭṭhikasamo, padesavassī, sabbatthābhivassī.”

 

[세존]

수행승들이여, 세계에 이러한 세 종류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세 종류란 무엇인가? 비를 내리지 않는 자, 한 곳에만 비를 내리는 자, 모든 곳에 비를 내리는 자이다.”

(vuṭṭhisutta- 비의 경, 이띠붓다까 It64, 전재성님역)

 

 

부처님은 세 종류의 사람에 대하여 비의 비유를 하였다. 비를 내리지 않는 자, 한 곳에만 비를 내리는 자, 모든 곳에 비를 내리는 자는 무슨 뜻일까? 주석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 비를 내리지 않는 자(Avuṭṭhikasamo)

 

ItA.II.58에 따르면, 비를 내리지 않는 구름과 같은 자를 말한다. 어떤 구름은 백 겹, 천 겹으로 일어나 소리내며 굉음을 울리고 번개를 쳐대도 한 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듯이, 이와 같이 어떤 사람은 비를 내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1015번 각주)

 

2) 한 곳에만 비를 내리는 자(padesavassī)

 

ItA.II.58에 따르면, 한 지방에 비를 내리는 자를 말한다. 어떤 한 지방에 비를 내리는 구름과 같은 자를 말한다. 어떤 비는 한 지방에서, 사람이 한 장소에 머물면, 어떤 자는 적시고 어떤 자는 적시지 않듯이, 이와 같이 어떤 사람은 한 지방에 비를 내리는 자라는 뜻이다.

(1016번 각주)

 

3) 모든 곳에 비를 내리는 자(sabbatthābhivassī)

 

ItA.II.58에 따르면, 일체의 대지와 산과 바다의 세계의 모든 지방에 비를 내리는 구름과 같은 자를 말한다. 어떤 비는 일체의 철위산 동굴에 퍼져나가 모든 장소에 내리듯, 그 사방의 큰 구름을 한 사람에 비유하자면 모든 곳에 비를 내리는 자라는 뜻이다.

(1017번 각주)

 

 

주석을 보면 구름과 비와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비가 오려면 기본적으로 구름이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하늘에 구름이 가득 하여도, 그것도 몇 겹으로 쌓여 있어도 비가 내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더구나 번개가 일고 천둥이 쳐도 비는 내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마른번개 친다라고 한다.

 

끝내 내리지 않는 비

 

비가 올듯올듯 하지만 끝내 내리지 않는 구름이 있다. 이에 대하여 경에서는 대단히 인색한 자라 하였다.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음에도 남에게 주는 것에 대하여 자신의 살점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아깝게 여기는 자를 말한다. 어떤 사람을 말하는가? 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Kathañca, bhikkhave, puggalo avuṭṭhikasamo hoti? Idha, bhikkhave, ekacco puggalo sabbesaññeva na dātā hoti, samaabrāhmaakapaaddhikavanibbakayācakāna [… vaibbakayācakāna (sī.)] anna pāna vattha yāna mālāgandhavilepana seyyāvasathapadīpeyya. Eva kho, bhikkhave, puggalo avuṭṭhikasamo hoti.”

 

[세존]

수행승들이여, 사람이 어떻게 비를 내리지 않는 자가 되는가? 수행승들이여, 세계에 어떤 사람은 수행자, 성직자, 극빈자, 노숙자, 아첨구걸자, 구걸자와 관련하고, 먹을 것, 마실 것, 의복, 탈 것, 화환, 향료, 크림, 침대, 주거, 등불과 관련해서, 일체의 사람들에게 보시하지 않는다. 수행승들이여, 사람이 이렇게 비를 내리지 않는 자가 된다.”

(vuṭṭhisutta- 비의 경, 이띠붓다까 It64, 전재성님역)

 

 

비구름이 잔뜩 끼였어도 비가 내리지 않으면 농민들은 애가 탈 것이다. 더구나 번개와 천둥까지 치며 내릴 듯 하지만 결국 내리지 않으면 허탈해 할 것이다. 많이 가진자가 인색한 경우도 이에 해당된다. 그래서 수행자 등에 일체 보시를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런 자에 대하여 비를 내리지 않는 자라 하였다.

 

걸사와 걸인은 어떻게 구별될까?

 

경에 따르면 보시의 대상자가 나열 되어 있다. 가장 먼저 수행자부터 시작 하여 성직자, 극빈자, 노숙자, 아첨구걸자, 구걸자 순으로 되어 있다. 수행자는 일을 하지 않으므로 탁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얻어 먹는 다는 의미에서 본다면 구걸자와 크게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걸사와 걸인은 어떻게 구별될까?

 

걸인은 아무 집이나 골라서 들어가서 빌어 먹는 사람을 말한다. 잘 사는 집, 부유해 보이는 집, 인심 좋아 보이는 집을 골라서 빌어 먹는 것이다. 그러나 빅쿠를 뜻하는 걸사는 다르다. 부자집이든 가난한 집이든 차례로 탁발한다. 이런 걸사에 대하여 빠알리 사전에서는 “그들은 조용히 자선을 바라며 문 바깥에 서 있다. 그들은 보시자가 자발적으로 주는 것에 의지하여 살아 간다. 그는 신과 인간 사이에 중재자도 아니고 성직자도 아니다. 그는 생계를 위한 어떤 것도 하지 않겠다고 천명한다. 다만 자신이 준수하는 계율안에서 살아간다. 그는 자발적 빈곤과 금욕적 생활을 한다. 만일 그가 성스런 삶을 살 자신이 없다면, 그는 언제든지 가사를 버릴 수 있다.”라고 설명 되어 있다.

 

수행자와 성직자의 차이는?

 

걸사와 걸인은 다른 것이다. 그럼에도 얻어 먹는 것에 있어서 공통적이다. 이런범주에 수행자, 성직자, 극빈자, 노숙자, 아첨구걸자, 구걸자가 명기 되어 있다. 각각 어떻게 다른 것일까? 주석을 보면 다음과 같다.

 

 

samaabrāhmaakapaaddhikavanibbakayācakāna: ItA.II.58에 따르면, 수행자는 악을 그만 둔 수행자뿐만 아니라 단지 출가한 수행자를 의미하고, 성직자는 단지 악을 짓지 않는 성직자뿐만 아니라 출생에 의한 성직자를 의미하고, 극빈자는 헐벗은 가난한 자를 말하고, 노숙자는 길거리에서 지내며 벌이를 하지 않는 자를 말하고, 아첨자는 바람직하고 원하는 것이고 마음에 드는 것을 제 때에 비난 없이 믿음의 마음으로 주면, 천상의 하느님세계에 간다.’라는 방식으로 보시를 유도하고 보시를 찬탄하며 돌아다니는 자이다. 구걸자는 오로지 한 주먹만 주십시오. 한 홉만 주십시오. 한 잔만 주십시오.’라고 조금만 구걸하며 돌아다니는 자이다.

(1018번 각주)

 

 

얻어 먹는 자도 유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수행자(samaa)는 부처님 제자와 같은 걸식수행자, 즉 빅쿠를 말한다. 악을 그만 둔 수행자뿐만 아니라 단지 출가한 수행자를 의미한다고 하였다.

 

성직자라 번역한 것은 ‘brāhmaa’를 말한다. 바라문교 성직자의 의미이다. 주석에서는 단지 악을 짓지 않는 성직자뿐만 아니라 출생에 의한 성직자를 의미라 하였다. 걸식에 의존한다고 하였을 때 바라문 인생4주기에서 유행기에 해당될 것이다.

 

당당한 걸인, 아첨구걸자(vanibbaka)

 

얻어 먹는 자 중에 아첨구걸자(vanibbaka)가 있다. 이런 유형의 구걸자는 독특하다. 구걸하긴 구걸하되 당당하게 구걸하는 것이다. 그래서 주석에서는 바람직하고 원하는 것이고 마음에 드는 것을 제 때에 비난 없이 믿음의 마음으로 주면, 천상의 하느님세계에 간다.”라고 말하며 복을 지을 것을 요청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시를 유도하고 보시를 찬탄하며 돌아다니는 자라 하였다.

 

차별하여 보시 하는 자

 

비구름이 끼여도 비가 내리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비가 내리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차별적으로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같은 지역이라도 저 산 너머에 내릴 수 있지만 이쪽에는 내리지 않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사람에 대하여 한곳에만 비를 내리는 자와 같다고 하였다. 먹을 것등을 일부 사람들에게만 보시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보시 하지 않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유행기의 바라문 성직자에게만 보시하고 수행자나 걸인에게는 보시 하지 않는 것과 같다.

 

차별 없이 보시 하는 자

 

비구름이 끼면 전체 지역을 골고루 적시는 비가 내리기도 한다. 차별 없이 보시 하는 자와 같다. 이에 대하여 모든 곳에 비를 내리는 자라 하였다. 어느 정도일까? 수행자를 포함하여 성직자, 극빈자, 노숙자, 아첨구걸자, 구걸자에게 보시는 것에 대하여 차별하지 않는다. 이에 대하여 게송에서는 다음과 같은 게송으로 표현 되어 있다.

 

 

Yathāpi megho thanayitvā,

gajjayitvā pavassati;

Thala ninnañca pūreti,

abhisandantova vārinā.

 

구름이 천둥을 치고

우르릉거리며 비를 내려,

높고 낮은 곳을 채우고

물이 넘쳐흐르는 것과 같다.” (It.64)

 

 

2015-08-15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