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사랑보다 자애

담마다사 이병욱 2015. 9. 8. 11:08

 

사랑보다 자애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영향이어서일까 비교급을 써서 말로서 또는 글로 표현 하는 경우가 많다. 흔히 사랑, 사랑 하지만 사랑보다 자애이다.

 

사랑과 자애는 어떻게 다른가? 일반적으로 사랑은 남녀간의 애정이 연상된다. 서로 사랑한다느니 하며 사랑타령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의 사전적 정의는 아끼고 위하여 정성과 힘을 다하는 마음이다. 사전적 의미로만 본다면 사랑이란 매우 고결하고 때로 성스런 것이다. 과연 그럴까?

 

자애란 어떤 말일까? 사랑과 비슷한 말로서 그 말이 그 말 같다. 대체로 사랑보다 덜 쓰이는 말이다. 사전적 정의는 아랫사람에게 베푸는 따사롭고 돈독한 사랑로 되어 있다. 이런 설명은 사전적 설명일 뿐이다. 그렇다면 사랑과 자애는 어떻게 다를까?

 

사랑과 자애는 그 말이 그 말 같지만 용법이 다르다. 수 많은 말이 각기 고유한 뜻이 있듯이 사랑과 자애 역시 차이가 있다. 어떤 차이일까? 한마디로 애정과 집착과 관련이 있다. 애정과 집착이 개입 되어 있으면 사랑이고 개입되어 있지 않으면 자애라 볼 수 있다. 왜 그런가?

 

사랑과 자애는 초기경전에서 뚜렷하게 구분된다. 먼저 사랑에 대한 것을 보면 빠세나디왕과 말리까왕비와의 대화를 들 수 있다. 왕이 말리까여,

그대에게는 그대 자신보다 더 사랑스런 다른 사람이 있소?(S3.8) 라고 묻는다. 이는 무슨 뜻일까? 한마디로 왕인 나를 사랑하느냐는 것이다. 이때 사랑은 남녀간의 사랑으로서 삐야(piya)’라는 말을 사용한다. 남녀간의 집착된 사랑을 뜻한다.

 

왕은 자신을 사랑하느냐는 의미로 넌즈시 물어 본다. 이에 왕비는 의외의 답을 한다. 말리까는 대왕이시여, 나에게는 나 자신보다 더 사랑스러운 다른 사람은 없습니다. 대왕이시여, 그런데 전하께서는 자신보다 더 사랑스러운 다른 사람이 있습니까?(S3.8) 라고 말한다. 왕으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답이다. 현명한 왕비는 왕보다 자기자신이 더 사랑스럽다고 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나 사랑해?” 라고 묻는 장면을 종종 본다. 사랑을 확인 하는 것이다. 이때 상대방은 천편일률적으로 당신만을 사랑해라고 말한다.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그렇게 말할 수 있다. 물론 상대방이 사랑스러워 그렇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남녀간의 사랑은 집착된 사랑이기 쉽다. 얻어내기 위한 사랑도 포함된다. 그러다 보니 입에 발린 소리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말리까왕비는 자신보다 더 사랑스런 것이 없다고 하였다. 이에 왕은 말리까여, 나에게도 나 자신보다 더 사랑스런 다른 사람은 없소.”라고 응대한다. 현명한 왕비의 대답에 역시 현명한 왕이 추인한 것이다. 왜 그들은 현명한가?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알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자신보다 사랑스런 것이 없다. 자신을 사랑하기에 존재 하는 것이다. 자신을 위하여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운동을 하고 향상을 위하여 노력한다.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사는 것이다. 남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이 세상에 가장 사랑스런 사람은 자기자신이다.

 

자기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남도 사랑할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남도 사랑할 수 없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을 친구로 여긴다. 따라서 타인에게도 우호적으로 대한다반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을 적으로 여긴다. 그래서 어떤 악행도 서슴지 않는다.

 

연인이  “나 사랑해?”라고 물었을 때 가장 일반적 대답은 “(당신을)사랑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집착되고 계산되고 이기적인 사랑이다. 입에 발린 소리 일 수도 있다이는 빠알리어로 삐야(piya)’에 해당된다.

 

그러나 현명한 자라면 나 자신 보다 사랑스런 것이 없습니다.”라고 말 할 것이다. 이는 집착되고 계산되고 이기적인 사랑이 아니다. 물론 입에 발린 소리도 아니다. 이런 사랑을 자애라 한다. 빠알리어로 멧따(metta)’라 한다. 우호적 사랑을 말한다. 애정과 집착이 개입되지 않은 사랑이다.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남도 사랑할 수 있다. 자신을 원수로 여기는 자, 자신을 학대하는 자는 결코 남을 사랑할 수 있다. 자신을 괴롭히듯이 남도 괴롭힌다. 그 결과 신체적으로 언어적으로 정신적으로 악하고 불건전한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자신을 사랑하는 자는 남도 사랑한다. 자신이 소중하듯 남도 소중하게 다룰 줄 안다. 그래서 자신을 사랑하듯 남도 사랑한다. 이런 사랑을 자애라 한다. 사랑과 자애는 다른 것이다. 사랑 보다 자애이다.

 

 

201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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