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성지순례기

절에 오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천장사에서 차(茶)를 나누며

담마다사 이병욱 2015. 9. 23. 10:12

 

 

절에 오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천장사에서 차()를 나누며

 

 

 

일요법회가 끝나고 공양간으로 이동하였다. 천장사 인법당과 공양식당이 있는 건물은 꽤 떨어져 있다. 축대 아래 별도의 건물로서 성우당이다. 상층에는 머물 수 있는 방들이 있고 하층에는 공양식당겸 다실이 있다. 건물 옆에는 넓직한 주차장도 있다. 이쯤 되면 신도들을 위한 충분한 공간이 된다. 사실 신도들을 위한 건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절에서 먹는 밥

 

일층 공양식당은 꽤 넓직하다. 그렇다고 탁자와 의자로 구성되어 있는 식당이 아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마치 집에서 밥 먹는 것 같은 분위기이다. 거의 사오십명 식사할 수 있는 넓직한 공간이다.

 

절에 가면 절밥을 먹는다. 대게 비빔밥이다. 사월초파일 부처님오신날 절에 가면 수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때 먹을 수 있는 것이 비빔밥이다. 그래서 절에 가면 비빔밥이 연상된다.

 

동그란 식판에 밥과 국과 나물 등 여러 가지를 가져갈 만큼 가져 가서 먹는다. 그렇다고 잘 나오는 것도 아니다. 도시에서 매일 볼 수 있는 짜고 맵고 강렬한 음식이 아니다. 그리고 육류나 생선이 있는 것도 아니다. 주로 채식위주로서 소박한 것이다. 그럼에도 맛이 있다. 왜 맛이 있을까? 절에 오르기 위해 체력소모 탓도 있을지 모르지만 서로 담소 하며 먹기 때문일 것이다.

 

산에 다니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다고 하였다. 마찬가지로 절에 다니는 사람치고 악한 사람 없다. 아마 모든 종교인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것은 종교의 가르침 때문이라 본다. 어느 종교에서도 강조하는 것은 오계이다. 불자들은 기본적으로 오계를 준수한다. 그러다 보니 착하고 건전하게 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절에 오는 사람들은 맑고 순수한 사람들이다.

 

전용 다실(茶室)이 있는데

 

점심공양이 끝나고 다회가 있었다. 다른 절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것이다. 다른 절에서는 공양과 함께 일어서는 것이 보통이다.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마신다든가 하며 밖에서 머무는 것이다. 그런데 천장사의 경우 공양방 바로 옆에 넓직한 다실이 있다. 아마 천장사의 최대 장점이라 본다.

 

천장사 주지 허정스님은 차를 매우 좋아 한다. 주지직을 맡기 이전에는 인터넷 카페 차맛 어때의 지기를 했을 정도라 한다. 또 손님이 찾아 오면 가장 먼저 대접하는 것이 차이다. 이런 차사랑은 인도유학시절에서도 있었다. 2008년 당시 노무현대통령이 서거 하였을 때 방에 영정을 모셔놓고 차를 한잔 올리는 사진을 보았다. 이처럼 차를 극진히 사랑하는 주지스님의 원력이어서일까 새로 지은 성우당 건물 1층에는 전용다실이 있다.

 

식사를 마친 법우님들이 다실에 모두 모였다. 다실은 20여명이 들어 갈 수 있을 정도로 넓직하다. 한켠에는 차도구가 마련 되어 있고 장에는 각종 차가 구비 되어 있다.

 

한 법우님이 팽주 역할을 하였다. 팽주석에 앉아 능숙한 솜씨로 차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차를 나눈다. 차를 나눌 때는 전용 도구를 사용한다. 바퀴가 달린 운반기구이다. 이런 기구는 처음 본다. 아마 다실이 넓기 때문일 것이다.

 

차를 마시면 분위기가 부드러워진다. 왜 그럴까? 나누기 때문이다. 차를 나눈다는 것은 배려와 소통을 위한 것이다. 주는 사람은 대접을 하는 것이고 받는 사람은 감사의 마음이 들기 때문에 차로 인하여 소통하는 것이다. 그래서 분위기가 부드럽고 원활해져셔 삼십분 이야기할 것이 두 세시간 가는 것이 보통이다. 더구나 차를 마시면 마실수록 정신이 맑아 진다. 이는 몸이 정화 됨으로 인하여 마음까지 정화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부처님도 장려한 담마토크(法談)

 

차를 마시면서 나누는 이야기에 대하여 차담이라 한다. 차담을 하면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세상돌아 가는 이야기일까?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우들끼리 차담이라면 가르침에 대한 이야기가 좋다. 이는 부처님도 장려한 사항이다.

 

숫따니빠따 망갈라경에 따르면 “수행자를 만나서 가르침을 논의한다.(Kālena dhammasākacchā, stn266)”라 하였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부처님이 말씀 하신 가르침에 대하여 토론하는 것은 부처님도 장려하신 사항임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율장대품에 따르면 그리고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닷새마다 밤을 새며 법담을 나눕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저희들은 방일하지 않고, 열심히 정진하고 있습니다. (율장대품, 10장 꼬삼비다발) 라 하였다. 부처님당시에도 부처님이 말씀 하신 가르침에 대하여 밤새도록 논의하고 토론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잡담은 하지 않았다.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잡담하지 말라고 하였다. 이는 팔정도에서 정어로 나타난다. 정어에서 꾸며대는 말(samphappalāpā)’을 하지 않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꾸며대는 말을 한자어로 기어라 한다. 영어식으로 말하면 가십이고 또 다른 말로 ‘talking nonsense’ 이다. 그래서 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면 침묵하라고 하였다.

 

침묵하라고 하여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명상주제를 정하여 명상하라는 말이다. 이를 고귀한 침묵이라 한다. 그러나 가르침에 대하여 배우고 논의하고 토론하는 것에 대해서는 장려 하였다. 그래서 차담은 담마토크, 즉 법담과 동격으로 본다.

 

차를 나눈다는 것은

 

차를 나누는 행위는 여러 모로 장점이 있다. 인터넷상으로 알고 지내는 건축사 무설자님에 따르면 차가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약리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차를 마셔서 얻을 수 있는 일상의 여유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이 ‘일 없는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나에게는 무료함이란 없다.”라 하였다. 차에 대하여 일가견이 있어서 다회모임을 주관하고 있는 무설자님의 글이다.

 

또 무설자님은 차의 장점에 대하여 누구와 함께라도 차 한잔을 나누면 세상의 이야기나 자신의 이야기가 풀어져 나오면서 시간은 그 속도를 잃고 만다.”라 하였다. 차를 마주하고 이야기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것이다. 차를 함께 한다는 것은 나누고 배려하고 소통하기 때문일 것이다.

 

불가에서는 차를 나누는 행위는 큰 의미가 있다. 그것은 차담을 통하여 소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는 것으로 보기 떄문이다. 선가에서 차나 한잔 하시게라는 말에는 이미 법에 대하여 논의하자는 말이 담겨 있고 그것은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나 다름 없다.

 

신도들을 위한 공간이 없다

 

대부분 사찰에서는 신도들을 위한 다실과 같은 공간이 거의 없다. 서울 강남에 있는 대형포교당의 경우에도 신도들을 위한 공간은 전무하다 시피 하다. 차한잔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것이다. 기껏 의자가 있는 공양식당 한켠에서 자판기 커피 뽑아 마시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일까?

 

일반적으로 사찰은 스님들의 공간이다. 스님들이 머무는 공간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스님 위주로 되어 있다. 스님들이 절에서 수행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절에서 살기도 하기 때문에 절의 주인은 스님이나 다름 없다.

 

절에 가면 신도들은 객이나 다름 없다. 절에 가도 마땅히 머물 수 있는 장소가 없다. 이 법당 저 법당 쭈뼛거리며 삼배하고 불전함에 돈을 넣는 것이 고작이다. 마땅히 쉴 곳도 없고 마땅히 머물만한 공간도 없는 것이 한국불교의 현실이다.

 

신도들이 절에 가도 환영해 주는 사람도 없고 더구나 스님들 뵙기는 하늘의 별따는 것 보다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불자들은 조용히 왔다가 조용히 내려 가는 것이다. 우리나라 절 대부분이 이렇다.

 

천장사에만 있는 것

 

천장사에서는 다른 절에서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신도들을 위한 공간이다. 새로 지은 성우당은 오로지 신도들을 위한 공간으로 보인다. 신도들이 절에 하루 밤 머물다 갈 수 있도록 숙박시설이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다실까지 마련 되어 있다.

 

누구나 천장사에 오면 다실로 향하나 보다. 누구나 팽주가 되어 차를 나누고 소통한다. 더구나 차를 차담을 좋아 하는 주지스님이 신도들과 차담을 통하여 소통한다. 이런 예는 많다. 어느 법우님은 처음으로 천장사에 왔었을 때 주지스님으로 부터 차담 제의를 받았다고 한다. 이런 인연으로 천장사에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다른 절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대부분 사찰의 경우 신도들을 위한 공간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스님들의 수행처이자 주거공간인 절에서 신도들은 그저 지나가는 객이나 다름 없고 뜨내기나 다름 없다. 절에 가도 스님들을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마땅이 머물곳도 없고 주차장 시설이 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스님들만의 공간인 절에서 신도들은 설 자리가 없다. 도시에서의 사찰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현상에 대하여 사찰건축을 전문으로 하는 건축사 무설자님은 안타까워 한다.

 

건축사 무설자님에 따르면

 

인터넷으로 알게 된 건축사 무설자님에 따르면 자신의 블로그에서 신도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 배우고 익히는 공간, 세상과 나누는 공간이 절에 있어야 합니다.”라 하였다. 그러면서 대웅전은 엄청 화려하게 장엄을 해 놓지만 여름이면 덥고 겨울이면 추우며 절하고 기도하는 데만 맞게 되어 있습니다.”라 하였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절이 스님들만을 위한 공간으로 되어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교회는 다르다는 것이다. 어떻게 다른가? 그들은 모든 것을 신도 위주로 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개신교의 경우 아무리 작은 교회일지라도 교육하는 공간을 꼭 만듭니다.”라 하였다.

 

절에서 교육관을 보기 힘들다. 교육을 시킬만한 신도들이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개신교의 경우 신자들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간도 마련해 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하여 건축사 무설자님은 이제는 중규모 이상의 교회를 신축할 때는 신자는 물론이고 마을의 시람들까지 이용할 수 있는 탁아시설, 공부방, PC방 등의 편의시설을 제공하여 교회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올 수 있도록 합니다.”라 하였다. 한국불교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에 무설자님은 작심한 듯 이렇게 글을 써 놓았다.

 

 

평상시에는 몇 사람이 참석하는 사십구재나 천도재 정도만 해결하고 초파일이나 큰 법회는 마당에서 신도를 수용하는 그런 사찰의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교회나 성당처럼 법회에 참석하는 모든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집회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여름에는 비와 더위, 겨울에는 추위에도 항상 신도들을 좋은 환경에서 신행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처님 앞이니까 더위와 추위도 이겨내야 한다고 강요하는 구태를 버려야 합니다. 이제는 집집마다, 차마다, 직장마다 에어컨이 있는 환경에 익숙해져 있는 현대인에게 지금의 사찰환경은 너무 가혹한 것입니다. 그래야 매주 법회가 열릴 수 있습니다.

 

신도들만을 위환 환경이 많이 필요합니다. 지금 사찰에 신도들을 위한 공간이 있기는 합니다. 대웅전에서 삼배 올리고 공양간에서 밥 한 그릇 먹을 수 있는 대중방 이외에 어떤 공간이 있습니까? 다른 종교에는 크고 작은 교육실에 신도회를 위한 사무 공간, 탁아실, 성가연습실, 독서실 등등 신도들이 교회에서 살다시피 할 수 있는 각종 공간에 편의시설까지 풀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도 사찰에는 그 어떤 서비스도 제공되고 있지 못합니다.

 

(무설자님, 절을 바꾸어야 불교가 산다. 무설지실 2005-11-15)

 

 

건축사 무설자님에 따르면 한국의 사찰구조는 스님위주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스님위주의 사찰이다 보니 신도들이 발 붙일 수 있는 곳이 없는 것이다. 마음 먹고 시간 내서 먼 길 산사를 찾아 가 보지만 차 한잔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없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래서 사찰을 지을 때는 반드시 주차공간을 확보 하고 마음껏 쉬었다 갈 수 있도록 다실 정도는 마련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절에 오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천장사에는 다실이 있다. 다실이 있다는 것이 천장사의 최대 장점이라 본다. 이는 신도들의 공간이다. 누구나 다실을 활용할 수 있고 누구나 팽주가 되어 차를 나눌 수 있다. 더구나 절에 하루밤 머물다 갈 수도 있다. 이런 절을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들다. 그래서일까 천장사 신도들은 매우 행복해 하는 것 같다. 아마 주지스님의 신도들에 대한 배려가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 보여진다.

 

천장사 신도들은 매주 일요일 일요법회를 하고 점심공양후 차를 마신후 또 다른 순례지를 향해 떠난다. 내포지역에 산재 해 있는 사찰과 문화재를 찾는 성지순례를 말한다. 각자 타고 온 승용차에 동승하여 주지스님과 함꼐 떠나는 성지순례가 벌써 일년째라 한다. 매주 떠나는 순례에 오십군데가 넘는다고 하였다.

 

 

 

 

 

주지스님과 신도들이 한마음이 되어 살아가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한국불교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현상이다. 그래서일까 어느 법우님은 절에 나오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하였다.

 

 

2015-09-23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