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관우가 될 수 있다면

담마다사 이병욱 2015. 10. 4. 08:43

 

관우가 될 수 있다면

 

 

 

 

 

 

사촌형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였다. 딸만 둘 있는 형은 결혼식장에서 의미 있는 말을 하였다. 주례없는 결혼식에서 양가 부모의 한마디 말씀을 듣게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형은 딸을 시집보내서 서운한 것이 아니라 새로 아들이 생겨서 든든하다는 취지로 말을 하였다.

 

딸의 결혼식을 치룬 형은 고모의 아들이다. 고종사촌이다. 아버지의 형제(백부, 숙부)의 자녀에 대해서는 친사촌이라 한다. 어머니의 형제(외삼촌)의 자녀에 대해서는 외종사촌’, 어머니의 자매(이모)의 자녀에 대해서는 이종사촌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사촌이라 하면 아버지나 어머니의 형제자매의 자녀를 말한다. 친조부모나 외조부모로 갈라져 나온 혈족으로서 사촌인 방계혈족을 말한다.

 

사촌은 얼마나 가까운 사이일까? 무촌이라면 자기자신을 말한다. 또는 배우자에 대하여 무촌이라 한다. 이촌은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이다. 또 이촌은 형제지간이다. 형제의 경우 단순계산상으로 본다면 유전자의 50%를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나와 삼촌의 관계는 어떠할까? 단순계산상으로 50% 50%라 본다면 25%으로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사촌과의 유전자 공유는 얼마나 될까? 25%의 절반에 해당되는 12.5%에 해당되지 않을까? 과학적 근거를 갖지 않는 개인적 견해이다.

 

사촌간의 관계는 매우 친밀하다. 그것은 조상을 공통으로 가졌다는 동질감에서 올 것이다. 조부모를 뿌리로 하여 세 번째 세대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사촌들은 가까울 수밖에 없다. 비록 생긴모습은 다르지만 그 피속에는 공유하는 유전인자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생긴모습이 다르다고 하여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니다. 자세히 뜯어 보면 할아버지의 얼굴, 할머니의 얼굴을 약간이나마 발견할 수 있다.

 

결혼식이 끝나고 피로연 자리에서 사촌들과 함께 하였다. 조부모가 오형제를 두었으니 사촌들이 많은 편이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사촌도 있지만 베이비붐세대가 가장 많다. 특히 같은 또래끼리 그룹지어진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같은 해 태어난 사촌들은 더욱더 반갑다.

 

고종사촌의 경우 만나기가 쉽지 않다. 옛날 농경사회와 달리 전국에 걸쳐 이곳저곳에 살기 때문에 경조사때가 아니면 뭉치기 힘들다. 그럼에도 경조사에서 오랜 만에 심지어 십수년만에 보는 사촌들의 얼굴은 변함이 없다. 나이가 들어 늙어 가는 듯 보이지만 자세히 뜯어 보면 그 눈매 그 대로이다. 그래서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 본다.

 

사촌과 관련하여 위키피디아를 보니 재미있는 내용이 있다. 그것은 사촌간의 결혼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사촌간의 결혼을 금하고 있다. 결혼을 해도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사촌간의 결혼을 금하는 나라는 한국을 비롯하여, 북한, 중국, 필릴핀 등이다. 인도에서는 사촌간의 결혼을 힌두교 문화에 따라 엄격히 금지하는데 이슬람교도인 경우만 허용된다고 한다. 반면, 일본이나 중동(이슬람권)과 다수의 유럽 및 아메리카 국가들에서는 사촌간의 결혼을 허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본다면 동아시아 국가에서 사촌간의 결혼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일본의 경우 사촌간의 결혼을 금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 숫자는 1.6%로서 그다지 많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이슬람권에서 사촌간의 결혼이 많을까? 백과사전에 따르면 이슬람권에서의 사촌혼은 대부분이 부계(父系)인 친사촌 간의 혼인이다. 이슬람권에서도 율법적으로 3촌 이내의 혈족과의 혼인은 철저히 금지된다. 그러나, 사촌 간의 혼인은 금지하지 않는다. 이슬람교 율법에서는 딸에게도 아들의 2분의 1만큼 상속권을 인정했는데, 부계 중심의 아랍 사회에서는 족외혼으로 다른 부족의 사위를 맞아들일 경우 재산의 일부(딸이 상속할 재산)를 잃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부계 가족의 재산을 지킬 의도로 이슬람교가 출현한 7세기 이후 사촌혼이 급증했다.”(위키피디아, )라고 설명되어 있다. 이슬람권에서 사촌간의 결혼이 많은 것은 놀랍게도 재산을 지켜 내기 위한 것이라 한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다. 가까운 이웃이 사촌이라는 말이다. 이런 말이 나오게 된 배경으로 친사촌이나 고종사촌 등 방계혈족의 사촌을 자주 만나지 못함을 빗대어 나온 것이라 보여진다. 비록 남남끼리라도 서로 이웃하여 다정하게 지내면 사촌과 같이 가깝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이런 면으로 본다면 자주 보는 사람들이 사촌들이다.

 

이웃사촌이라 하지만 떠나면 그만이다. 가까이 살고 있지만 이사가면 더 이상 이웃사촌의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늘 함께 하는 사이라면 친족 이상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이웃사촌에 대하여 영어로 ‘a good neighbor’ 라 한다. 좋은 이웃이라는 뜻이다.

 

이웃은 오래 하기 힘들다. 이런저런 이유로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웃사촌 보다 더 가까운 사이는 어떤 것일까? 아마 종교로 맺어진 사이일 것이다. 이를 불교에서는 법우(法友)라 한다. 부처님 가르침을 인연으로 맺어진 법우는 이웃사촌 이상이다. 특히 타종교에서는 신우라 하여 형제자매로 부름에 따라 형제지간으로 간주한다.

 

불교에서 법우는 사실상 형제나 자매와 같다. 형제자매라는 말이 의미 하듯이 친사촌이나 이웃사촌 이상이다. 한번 인연을 맺어 놓으면 이웃사촌 처럼 멀리 떠나가는 경우도 없다. 아마 죽을 때까지 함께 할 것이다. 이쯤 되면 친형제자매 보다 더 가깝다.

 

부모와 자식을 제외 하고 가장 가까운 사이는 형제자매이다. 어느 정도로 가까운 것일까? 매번 만나서 가깝다. 그리고 관을 함께 맬 수 있는 사이이다. 이렇게 본다면 형제자매는 관우라 볼 수 있다. 그런데 또 다른 형제자매가 있을 수 있다. 그것은 법우이다. 가르침으로 맺어진 사이라면 때에 따라 형제자매이상이다. 더구나 관을 함께 맬 수 있을 정도로라면 관우가 될 수 있다. 과연 살아 가면서 관을 서로 매줄 수 사이는 몇 명이나 될까?

 

 

2015-10-04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