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한통의 메일을 받고

담마다사 이병욱 2015. 10. 8. 15:16

 

 

한통의 메일을 받고

 

 

한통의 메일을 받았다. 잘못을 지적한 글이다. 왜 하라는 대로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고객에게 할말이 없게 되었다고 하였다. 일을 하면서 종종 있는 일이다.

 

메일에서 잘못을 지적하였을 때 기분이 좋지 않다. 그날 온종일 그 메일로 인하여 기분이 좌우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후회이다. 또 부끄럽고 창피한 것이다. 왜 그런 실수가 발생하였을까?  좀 더 주의 깊게 살펴 보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그러나 더 생각해 보니 글쓰기에도 원인이 있었다.

 

한참 글쓰기를 하는 와중에 전화를 받으면 일시적으로 중단해야 한다. 언제 어느때 올지 모르는 것이 고객의 전화이다. 특히 잘못된 것과 관련하여 전화 할 경우 그 자리에서 바로 잡아 주어야 한다. 그러기를 세 차례 반복하였다. 그럼에도 마무리가 되지 않고 또 다시 불평이 들어 온 것이다. 글쓰기 하는 와중에 처리 하였기 때문에 깊게 살펴 보지 못한 것이다.

 

글쓰기로 인하여 자기만족하며 살고 있다. 때로 글쓰기로 인하여 손해 보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일과 관련되어서 있다. 깊게 살펴 보지 못하고 놓쳤을 때 그대로 손실로 이어진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 주었을 때 금전적 손실을 입게 된다. 무엇보다 아까운 것은 고객이 떠난다는 사실이다. 실수를 반복하는 곳에 더 이상 맡기지 않기 때문이다.

 

일과 글쓰기, 이 두 가지는 일상이다. 일이 우선이지만 최근에는 글쓰기가 우선이 되었다. 마치 본업과 부업이 바뀐 듯한 양상이다. 그것은 일 보다 글쓰기가 더 좋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스스로 좋아서 쓰는 것이고 일은 고객이 맡겨서 하는 것이다. 고객이 맡긴 일은 돈을 받는다. 그러나 글쓰기는 돈이 되지 않는다. 돈을 받고 하는 일은 오로지 그 고객에게만 해당된다. 다른 사람들과 공유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돈이 되지 않는 일은 모든 사람들에게 공유된다.

 

일을 하면서 수 많은 작품을 남겼다. 일 하는 것에 대하여 아트워크라 하여 작품이라 부른다. 이는 오래 전부터 업계에서 그렇게 불러 왔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수 천, 수 만번 클릭 해야 한다. 마치 밭 매듯이 손을 사용하는 것이다. 누가 도와 주는 것도 아니고 지시해서 이루어지는 일도 아니다. 오로지 자신의 팔의 힘과 이마의 땀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완성된 작품은 수 백 개에 이른다. 관련된 업체도 지난 십 년 동안 수 백 곳에 이른다.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접촉한 사람들도 수 백 명에 달한다. 그렇게 일하여 작품이 완성되면 계산서를 발행 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그러나 진짜 마무리는 결재가 되어야 한다. 통장에 입금이 되어야 완료 되는 것이다. 만약 입금이 되지 않은 채로 두 달, 세 달, 여섯 달이 지나면 미결 상태이다. 일년이 지나면 깨끗이 포기한다. 

 

여러 가지 사유로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떼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억에는 남아 있다. 결재가 완료 되어야 깨끗이 잊어 버리지만 결재가 안된 상태로 남아 있다면 미결상태이다. 마치 돈을 빌려 준 자가 빌려 준 돈을 끝까지 기억하는 것과 같다.

 

인생에서도 미결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명쾌하게 마무리가 되지 않았을 때이다. 마음의 찌꺼기가 남아 있을 때 마치 못 받은 돈을 생각하는 것과 같다. 돈을 갚지 못한 자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마음 한구석에는 빚진 상태의 마음이 남아 이기 때문에 찜찜할 것이다. 그래서 한이 있으면 좋지 않다.

 

우리민요에 한 많은 이세상 야속한 님아~”라는 가사가 있다. 한이 많다는 것은 마음에 앙금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한이 화가 되고, 화는 화병이 된다. 화병이 도지면 죽음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한이 없는 경우도 있다. 누군가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다라고 하였을 때 잘 산 것이라 볼 수 있다. 마음의 찌꺼기가 없을 때 남아 한이 있을 수 없다.

 

아침에 메일을 받고 온 종일 무력하였다. 메일로 잘못을 인정하고 더 살피겠다는 글을 발송하였으나 마음 한켠에서는 또 떨어져 나가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마치 월급쟁이가 잘못을 저질러 해고 당하면 어쩌지?”라는 막연한 근심 같은 것이다. 이럴 때 글을 쓰는 것이 최고이다. 다른 것에 의지 하는 것 보다 글을 씀으로 인하여 승화 하는 것이다. 글은 쓰면 남는다. 작품도 남긴 하지만 공유할 수 없다. 그러나 돈도 안 되는 글이지만 공유된다. 글에 전념하는 것도 좋지만 여한이 없게 하기 위하여 살피고 또 살펴야 할 것이다.

 

 

 

2015-10-08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