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나무새가 날 때까지, 글그림 작가 거람 김반석의 그림세계

담마다사 이병욱 2015. 10. 8. 20:02

 

나무새가 날 때까지, 글그림 작가 거람 김반석의 그림세계

 

 

막 퍼주는 사람

 

막 퍼주는 사람이 있다. 가지고 있는 것을 내 주는 사람을 말한다. 그런 사람 중의 하나가 거람 김반석님이다. 글그림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김반석님으로부터 편지를 한통 받았다. 서울 인사동에서 전시회를 한다고 했다. 이렇게 편지를 받게 된 것은 지난 2012년 울산에 있는 김반석의 갤러리를 방문하였기 때문이다. 그때 당시 경주로 12일 단체로 순례법회 갔었는데 밤에 방문하였다. 그래서 기록으로 남겼다. ‘나이브 아트작가 김반석의 ‘글그림’ 눈코입귀(2012-06-22)’라는 제목의 글이다.

 

현무도를 보고

 

인사동으로 향하였다. 평일임에도 일부로 찾아 간 것이다. 전시회 개막은 오후 5시로 되어 있었다. 법우님들과 인사동길 북쪽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모두 네 명이다.

 

인사동에서 한법우님을 기다리며 길거리 공연을 보았다. 늘 관광객으로 붐비는 인사동길에서 거리공연은 늘 있는 것이다. 이날 본 것은 현무도이다. 몸동작을 보니 태극권과 유사하다. 부드럽게 몸을 움직이지만 두 명의 여성출연자의 얼굴에는 땀이 가득하다.

 

 

 

 

 

 

현무도란 무엇일까? 팜플렛을 보니 한국의 전통무예라 한다. 현무라는 말이 의미 하듯이 고구려 벽화에 있는 현무도를 연상케 한다. 실제로 현무도는 북쪽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예로부터 북쪽은 무를 상징한다고 하였다. 이는 초기경전에서도 알 수 있다. 사대왕천에서 북쪽을 관장하는 신을 다문천왕이라 한다. 특히 일본에서는 비사문천이라 하여 전쟁의 신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경전에서는 북방을 지키는 신에 대하여 ‘웻사와나(vessavaa)’라 하여 불법을 수호하는 신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웻사와나는 세존이시여, 이것이 수행승들과 수행녀들과 재가 남자신도들과 재가의 여자신도들이 수호되고 보호되고 해코지 당하지 않게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 수호주 아따나띠야입니다.” (D32) 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현무도는 매우 부드럽다. 이에 대하여 외공과 내공으로 설명한다. 외공은 힘을 쓰고 나면 없어져 버리고 말지만 내공은 지속적이라 하였다. 이에 대하여 내공은 단순한 기감과 일시적 내지는 의식적 기운의 명현 반응에 의하여 드러나는 자발공적 차원을 넘어, 호흡의 들어오고 나감에 상관없이 힘을 끊이지 않고 연결하여 쓸 수 있으며, 몸에 힘이 계속 흐르는 상태가 유지되고, 손과 발이 무의식 가운데 정확하게 나오게 됨으로 일반적 개념을 뛰어 넘는 힘을 쓸 수 있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내공을 강조하는 현무도에 대하여 무술이라기 보다 하나의 수행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순수한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기 위한 수행무예이다.”라고 하였다.

 

요가의 완성

 

기다리던 법우님이 도착하였다. 네 명이서 갤러리로 향하였다. 가는 도중에 외국인들이 책을 나누어 주는 것을 보았다. 평일이어서 그렇게 북적거리지 않지만 그래도 세계적 명소이기 때문에 외국인이 많다. 이럴 경우 물반외국인반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머리를 삭발한 듯이 보이는 외국인들의 복장은 특이 했다. 수행자 같기도 했다. 두 명이서 길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책자를 나누어 준다. 주길래 하나를 받았다. 받아 보니 예수형상의 얼굴이 보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기독교 외국인 전도사들인 줄 알았다. 자세히 보니 힌두교에 대한 것이다. 소책자에는 요가의 완성라 되어 있다.

 

 

 

 

 

책자를 나누어 준 외국인수행자는 어눌한 한국말로 보시하세요라고 말한다. 책을 공짜로 준 것이 아니다. 책을 받았으니 돈을 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우리들은 스님입니다라 하였다. 전혀 스님 같지 보이지 않는데 스님이라 한 것이다.

 

 

 

 

 

 

이런 책자를 받았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아마 대부분 되돌려 줄 것이다. 스님이라 하며 보시를 요구하는 사람을 뿌리치기 위해서는 받았던 것을 되돌려 주고 자리를 뜨는 것이 보통이다. 책자를 받고 나서 고민하였다. 보시를 요구하고 스님이라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힌두교책자이다. 잠시 고민하다가 시퍼런 것 한 장을 주었다.

 

한장을 주고 나니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마치 털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것도 반강요에 의하여 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치 사무실을 돌아 다니며 떡이나 양말을 팔면서 도와 달라고 말하는 나이 든 노인을 대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러나 깨끗이 잊어 버렸다. 책자를 구입한 대가를 지불했다는 생각과 함께 그들의 말대로 스님에게 보시했다는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초기경전에 이런 구절이 있다.

 

 

“자꾸만 거지는 빌어먹고

자꾸만 시주들은 보시한다.

자꾸만 시주들이 보시하면

자꾸만 그들은 하늘나라로 가네. (S7.12)

 

 

거지에게 보시해도 공덕이 쌓이는 것이다. 하물며 수행자에게 보시 한다는 것은 더 큰 공덕이 쌓이는 것이다. 그러나 거지들은 수행자가 되지 못한다. 거지와 수행자의 차이는 계행에서 차이가 난다.

 

거지는 아무 집이나 들어 가서 ‘한 주먹만 주십시오. 한 홉만 주십시오. 한 잔만 주십시오.’라고 구걸하지만 부처님의 제자가 탁발할 때는 조용히 자선을 바라며 문 바깥에 서 있는 것이다. 그리고 걸식하는 것이 생계를 위한 것이 아니다. 자신이 준수하는 계율안에서 살아가고 자발적 빈곤과 금욕적 생활을 하는 것이다. 만일 그가 성스런 삶을 살 자신이 없다면, 그는 언제든지 가사를 버릴 수 있다. 이런 점이 구걸자와 다른 것이다.

 

갤러리에 도착해서

 

갤러리에 도착하였다. 전시장은 미술세계갤러리 5층에 있다. 도착하니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그렇다고 크고 화려한 것이 아니다. 초청받은 사람 위주로 과거 인연이 있었던 사람들이 모인 것 같다.

 

 

 

 

 

도착하여 김반석님에게 봉투를 전달하였다. 빈손으로 갈 수 없어서 어떤 것을 준비할까 고민하였는데 가장 무난한 봉투로 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네 명이서 돈을 걷어 한봉투에 넣어 전달하였다.

 

거람 김반석의 그림세계

 

거람 김반석님의 그림세계는 독특하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글그림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글을 이용한 그림그리기이다. 마침 한글날을 맞이하여 전시회를 열었다.

 

 

 

 

순수

 

 

 

 

 

봉사

 

 

 

 

 

아리랑

 

 

 

 

 

 

황소

 

 

김반석님의 그림을 보면 한글과 매칭이 된다. 그림의 제목이 황소라면 황소이미지에서 글을 찾아 낼 수 있다. 김반석님의 대표작 중의 하나가 눈코입귀이다. 미륵반가사유상을 연상케 하는데 자세히 보면 글씨와 모양이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눈코입귀

 

 

화가인가 가수인가

 

김반석님은 다재다능하다. 이날 개막식에서 노래도 불렀다. 지난 2012년 울산김반석님의 갤러리에서도 노래를 불렀다. 그림이면 그림, 노래면 노래 못하는 것이 없는 것 같다. 더구나 도자기도 한다 하니 팔방미인이라 볼 수 있다.

 

 

 

 

 

 

김반석님은 퍼 주는 사람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다 주는 스타일이다. 이날 개막식에서도 사람들한테 이것저것 챙겨준다. 그 중에 하나가 씨디(CD)’이다. 자신이 만들었다는 음악씨디라 한다. 들어 보면 좋을 것이라 한다. 이럴 때 흔히 하는 말이 들어 보면 알아요라는 말이다.

 

 

 

 

씨디제목을 보니 선가귀감이다. 그러고 보니 김반석님은 불교와 매우 관련이 있다. 자신이 그린 글그림 가운데 대표작품을 불교역사문화박물관에 기증했다고도 한다.

 

음악씨디를 들어 보았다. 선가귀감을 우리말로 번역하여 곡을 붙인 것이다. 기타반주로 부른 노래를 들어 보니 차분하고 평화롭다. 가수라 해도 손색이 없다.

 

아파트 한 채 가격?

 

무엇이든지 퍼주는 작가는 이날도 퍼 주었다. 가장 받고 싶었던 것이 있다. 그것은 친필사인과 도장이 들어간 그림이다. 즉석에서 글그림을 그려 원하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누어 주는 것이다.

 

 

 

 

 

 

기다렸다가 그림을 하나 받았다. 꿈을 주제로 한 것이다. 이런 그림을 잘 보관하면 나중에 값어치 나갈 것이다. 우스개 소리로 나중에 아파트 한채 가격이 될 것이라 한다.

 

 

 

 

 

나무새가 날 때까지

 

꿈은 이날 전시회 메인 작품이라 볼 수 있다. 꿈이라는 글자를 이용하여 꿈을 형상화 한 것이다. 그림에 쓰여 있는 글을 보니 나무새가 날 때 까지라고 되어 있다.

 

 

 

 

 

나무새는 옛날 시골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서낭당이나 고목 등 신령이 깃든 곳에 기러기형상의 두 마리 새를 말한다. 마치 잃었던 꿈을 일깨워 주기 위한 것처럼 보인다. 꿈이 사라진 현대인들을 위하여 나무새로 형상화된 꿈을 알려 주기 위한 것처럼 보인다.

 

작가가 꿈꾸었던 것은 무엇일까? 깊은 대화를 하지 않아서 알 수 없다. 그러나 작가는 나무새가 나는 꿈을 꾸었을 것이다. 나무새가 날지는 못하지만 자유를 추구하는 자라면 누구나 날 수 있을 것이다.

 

날지도 못하는 새가 있는데

 

날지도 못하는 새가 있다. 오세아니아 지역의 고립된 섬에 많다고 한다. 왜 날지 못하게 되었을까? 자연다큐프로에 따르면 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라 한다.

 

오랫동안 외부세계와 격리된 새는 천적이 없었다. 그래서 땅에서만 먹이를 찾았다. 그 결과 몸집은 커지고 날개는 퇴화 되었다. 그런데 대항해 시대 이후 외부에서 고양이 등 동물이 들어 왔다. 그 결과 날지도 못하는 새는 그들의 먹잇감이 되었다.

 

여기 날지도 못하는 새가 있다. 날개가 있으나 날지 않으니 나는 방법을 잊어 버린 것이다. 여기 울지도 못하는 새가 있다. 목소리가 있으나 울지 않으니 우는 방법을 잊어 버린 것이다. 여기 어리석은 자가 있다. 저 마음 깊숙한 곳에 지혜의 종자가 있으나 계발하지 않으니 지혜의 눈이 생겨 나지 않은 것이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도를 이루어 열매를 맺어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 없이 바쳤을 때

 

막 퍼주는 사람, 거람 김반석님의 전시회에서 얻은 것이 많았다. 이렇게 본다면 주고받는 것은 좋은 것이다. 주는 사람은 주어서 좋고 받는 사람은 받아서 좋다. 그런데 다 주는 사람이 있다. 아낌 없이 주는 것이다. 찔끔찔끔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주는 것을 말한다. 그런 것 중의 하나가 티벳사람들의 절하는 방식이다.

 

티벳의 오체투지는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한국에서 오체투지는 사뿐사뿐 하지만 티벳에서 오체투지는 그야말로 온몸을 던지다시피 한다. 티벳식 절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우선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린다. 두 손바닥은 붙이지 않는다. 엄지를 구부리고 공간을 만들어 연꽃 모양을 한다. 두 손바닥을 치켜 든 상태에서 정수리, , 가슴 순으로 삼단 터치를 한다. 그리고 나서 마치 나무토막이 쓰러지듯이 땅바닥에 몸을 던진다. 이때 입은 옷이나 자신의 몸을 생각하지 않는다. 이렇게 땅에 온몸을 던져서 절하는 방식을 전체투지라 한다.

 

양무제는 큰 공을 세웠다. 달마대사에게 자신은 절을 많이 지어서 큰 공덕을 지었다고 하였다. 그러자 달마대사는 아무런 공덕이 없다고 하였다. 이런 대답에 대하여 여러가지 설명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이는 이렇게 해석한다. 양무제는 왕으로서 당연히 해야 일을 했을 뿐이기 때문에 큰 공덕이 없다고 하였다. 왕의 권한이라면 절을 짓는 등 큰 불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빈자일등이라는 말이 있다. 가난한 여인이 자신이 먹어야 할 쌀을 사지 않고 등을 공양하였을 때 이는 공덕이 있는 것이라 하였다. 이는 무엇을 말할까? 자신의 모든 것을 내 던졌을 때 진정한 공덕을 쌓는 것이라 하였다.

 

 

전체투지는 자신의 옷이나 몸을 생각하지 않고 온몸을 던지는 것이다. 가난한 여인이 등을 하나 달았다는 것은 전부를 바친 것이라 볼 수 있다. 과연 누가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질 수 있을까? 아끼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바쳤을 때 날 수 있지 않을까?

 

 

2015-10-08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