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의 거울

행복한 수행공동체

담마다사 이병욱 2015. 10. 10. 19:31

 

행복한 수행공동체

 

최상의 모임(aggavatī parisā)

 

수행은 혼자 하는 것 보다 여럿이서 함께 하는 것이 더 낫다. 왜 그럴까? 앙굿따라니까야에 모임의 경이 있다. 경에 따르면 세 가지 모임을 설명하고 있다. ‘최상의 모임불화합의 모임화합의 모임이다. 먼저 최상의 모임을 보면 다음과 같다.

 

 

Katamā ca bhikkhave aggavatī parisā: Idha bhikkhave yassa parisāya therā bhikkhū na bāhulikā honti. Na sāthalikā, okkamane nikkhittadhurā paviveke pubbagamā viriya ārabhanti appattassa pattiyā anadhigatassa adhigamāya asacchikatassa sacchikiriyāya. Tesa pacchimā janatā diṭṭhānugati āpajjati. Sā'pi hoti na bāhulikā na sāthalikā okkamane nikkhittadhurā paviveke pubbagamā viriya ārabhati appattassa pattiyā anadhigatassa adhigamāya asacchikatassa sacchakiriyāya. Aya vuccati bhikkhave aggavatī parisā.

 

[세존]

 수행승들이여, 최상의 모임이란 무엇인가? 그 모임 가운데 장로수행승이 사치하지 않고, 태만하지 않고 탈선을 멍에로 꺼리고 멀리 여읨을 선호하고 도달하지 못한 것에 도달하고, 성취하지 못한 것을 성취하고, 실현하지 못한 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열심히 정진한다.

 

그의 후계자도 자각적으로 본 것을 따라 한다. 그들도 사치하지 않고 태만하지 않고 탈선을 멍에로 꺼리고 멀리 여읨을 선호하고 도달하지 못한 것에 도달하고, 성취하지 못한 것을 성취하고, 실현하지 못한 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열심히 정진한다. 수행승들이여, 이것을 최상의 모임이 한다.”

 

(parisāsutta- 모임의 경, 앙굿따라니까야 A3.93, 전재성님역)

 

 

부처님은 최상의 모임(aggavatī parisā)’ 에 대하여 스승이 솔선수범하는 모임이라 하였다. 모임을 이끄는 장로수행승(therā bhikkhū)이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였을 때 대중들도 따라 간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의 후계자도 자각적으로 본 것을 따라 한다라고 하였다. 뛰어난 사람을 따랐을 때 모두를 향상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장로수행승의 역할 중에 또 하나가 있다. 그것은 칭찬하기이다. 앙굿따라니까야 빵다까의 경(A3.90)’에 따르면 배움을 열망하는 수행승에 대한 칭찬을 진실하게 때맞춰 한다.” (A3.90)고 하였다. 그런 장로를 부처님은 칭찬한다고 하였다. 코끼리도 칭찬하면 춤춘다고 하는데 칭찬에 인색하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최악의 모임

 

최악의 모임이 있다. 그것은 서로 다투는 모임이다. 이를 불화합의 모임(vaggā parisā)’이라 하였다. 어떻게 다투는가? 경에 따르면 논쟁을 일삼고 서로 입에 칼을 물고 찌른다.”고 하였다. 입에 도끼를 물고 논쟁 하는 것이다. 이런 모임에 향상이 있을 수 없다. 하나 둘 떨어져 나가고 말 것이다.

 

화합의 모임(samaggā parisā)

 

불화합의 모임이 있다면 화합의 모임이 있을 것이다. 최상의 모임 보다는 못하지만 어떻게 화합할까?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Katamā ca bhikkhave samaggā parisā: Idha bhikkhave yassa parisāya bhikkhū samaggā sammodamānā avivadamānā khīrodakībhūtā aññamañña piyacakkhūhi sampassantā viharanti. Aya vuccati bhikkhave samaggā parisā.

 

[세존]

수행승들이여, 화합의 모임이란 무엇인가? 그 모임 가운데 수행승들이 화합하고 친절하고 다투지 않고 우유와 물처럼 융화하며 서로 사랑스런 눈빛으로 지낸다. 수행승들이여, 이것을 화합의 모임이라 부른다.”

 

(parisāsutta- 모임의 경, 앙굿따라니까야 A3.93, 전재성님역)

 

 

화합의 모임(samaggā parisā)’ 에서 스승의 이야기는 없다. 스승의 역할이 없다고 하더라도 도반들끼리 화합하며 지내는 모습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우유와 물처럼 융화하며(khīrodakībhūtā)”라는 말과 서로 사랑스런 눈빛으로 (aññamañña piyacakkhūhi)”라는 말로 설명될 수 있다.

 

어떻게 화합할 것인가?

 

우유(khīra)와 물(daka) 은 섞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유와 물이 되라(bhūta)’고하였다. 그래서  우유와 물처럼 융화하며(khīrodakībhūtā)”가 되는 것이다. 비록 섞이지는 않지만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함께 하는가? 서로 사랑스런 눈빛이라 하였다.

 

눈빛이 사랑스러우면 서로 존중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일까? 율장대품에 따르면 “아눗룻다와 수행승들이여, 그대들은 서로 화합하고 서로 감사하고 다투지 않고 우유와 물처럼 조화롭게 서로 사랑스런 눈빛으로 대하며 지내기를 바란다. (율장대품, 10장 꼬삼비다발, Pālileyyakagamanakathā, Vin.I.351)라는 구절이 있다.

 

우유와 물은 섞이지 않는다. 섞이지 않는 것은 각자 ‘고유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성향은 다양하다. 이 세상에 똑 같은 얼굴이 없듯이 각자 고유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부처님 제자들의 모임인 상가에서는 출신별로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마치 우유와 물이 함께 있는 것과 같았다. 이렇게 다양한 출신과 다양한 성향으로 구성된 상가에서 필요한 덕목은  ‘조화’이다. 이와 관련된 말이 ‘화합(samagga)’과 ‘서로 감사하는 것(sammodamānā)’와 ‘다투지 않음(avivadamānā)’이다.

 

부처님은 마치 연인이 눈을 마주 치는 것처럼 살라고 하였다. 그래서 아누룻다는 ‘내가 이와 같이 청정한 벗들과 함께 사는 것은 참으로 나에게 이로우며 참으로 나에게 아주 유익한 일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여기 존자들을 향해 여럿이 있을 때나 홀로 있을 때나 자애로운 신체적 행위를 일으키며, 여럿이 있을 때나 홀로 있을 때나 자애로운 언어적 행위를 일으키며, 여럿이 있을 때나 홀로 있을 때나 자애로운 정신적 행위를 일으킵니다.” (Vin.I.351) 라 하였다. 그리고 ‘나는 자신의 마음을 버리고 이 존자들의 마음에 따라 살면 어떨까?’ 세존이시여, 그래서 저는 자신의 마음을 버리고 이 존자들의 마음에 따라 살고 싶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의 몸은 여럿이지만 마음은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Vin.I.351) 라 하였다. 몸은 하나이지만 마음만은 하나라는 것은 일심동체임을 말한다.

 

일심동체가 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율장대품에 따르면 먼저 마을에서 탁발하여 돌아오는 자가 자리를 마련하고, 음료수와 세정수를 마련하고 남은 음식을 넣을 통을 마련합니다.” (Vin.I.351) 라 하였다. 먼저 보는 사람이 일을 처리하는 것이다. 쓰레기가 있다면 먼저 보는 사람이 줍는 식을 말한다. 그래서 그는 자리를 치우고 음료수 단지나 세정수 단지나 배설물통이 텅 빈 것을 보는 자는 그것을 깨끗이 씻어내고 치웁니다. 만약 그것이 너무 무거우면, 손짓으로 두 번 불러 손을 맞잡고 치웁니다. 그러나 세존이시여, 그것 때문에 말을 하지 않습니다.” (Vin.I.351) 라 하였다. 먼저 보는 사람이 먼저 치우는 것이다. 이것이 일심동체의 삶이다. 우유와 물이 섞이지 않지만 조화롭게 사는 모임이다.

 

모두를 향상으로 이끄는 칭찬하기

 

가장 이상적인 모임은 최상의 스승이 있는 모임이다.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는 스승이 있다면 제자들은 모두 스승을 따라 하려 할 것이다. 따라 하려 하는 제자 중에서도 뛰어난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스승은 칭찬해 주어야 한다. 이렇게 칭찬해 주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앙굿따라니까야 빵다까의 경(A3.90)’에서는 이렇게설명되어 있다.

 

 

스승이 그를 칭찬하면 다른 사람들은 그와 사귀려 들 것이다. 그를 사귀면 그를 모방할 것이다. 그를 모방하면, 그들에게 오랜 세월 유익과 행복이 초래될 것이다.” (A3.90)

 

 

배움의 열망으로 가득찬 제자를 칭찬하였을 때 제자는 더욱 더 분발할 것이다. 모임에서 뛰어난 제자가 출현하면 도반들은 그를 본받으려 할 것이다. 그가 커다란 성취를 이루면 따라 이루려 할 것이다. 이렇게 뛰어난 제자가 나오면 모두를 향상으로 이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그와 사귀려 들 것이다. 그를 사귀면 그를 모방할 것이다. 그를 모방하면, 그들에게 오랜 세월 유익과 행복이 초래될 것이다.”라 한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씻겨 준다

 

수행은 대중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향상이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숭산스님은 바구니속의 감자를 예로 들었다. 수 많은 감자가 있을 때 감자를 씻을 때 개별적으로 씻으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한바구니에 넣고 씻으면 금방 씻겨진다는 말이다. 서로가 서로를 씻겨 주기 때문이다.

 

스승이 제자 한 사람만 맨투맨식으로 지도하는 것 보다 여러 명을 한꺼번에 모아 놓고 지도하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잘 하는 제자를 칭찬하면 다른 사람에게도 분발요인이 된다. 잘하는 사람과 되고 싶어 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바구니속의 감자들이 서로가 서로를 씻겨 주듯이 수승한 사람처럼 되고자 열망하기 때문에 모두를 향상으로 이끈다.

 

숭산스님은 미국에서 포교할 때 아이비리그의 대학생들을 모아 놓고 공동체생활을 하게 하였다고 한다. 집을 하나 구해서 함께 생활하는 것이다. 학교 가는 것 빼고는 함께 식사하고 함께 수행하는 것이다. 이런 수행공동체로 인하여 수 많은 우수한 제자를 길러 내었다.

 

오늘날 숭산스님은 떠났지만 제자들은 숭산스쿨이라는 수행공동체를 만들어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전세계적으로 수행공동체가 자발적으로 계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하였다. 그 수는 계속 늘어나서 수 백 군데에 이른다고 한다. 그래서 수행공체의 사람들이 안거철이 되면 숭산스쿨의 메카나 다름 없는 무상사에서 안거를 보낸다고 하는데 20개국에 수 백 명이라 한다.

 

억수로억수같이

 

수행하려면 대중생활을 해야 한다. 그러나 스승이 훌륭해야 한다. 또 하나는 서로 화합해야 한다. 이렇게 대중생활을 하면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기 때문에 향상으로 이끈다. 이에 대하여 경에서는 빗물의 예를 들었다.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수행승들이여, 예를 들어, 비가 굵은 알갱이가 되어 떨어질 때, 산 꼭대기에서 밑으로 흘러내리면서 산의 협곡과 계곡과 지류를 이루듯이, 산의 협곡과 지류를 이루고 다시 작은 못을 이루듯이, 작은 못을 이루고 다시 큰 못을 이루듯이, 큰 못을 이루고 다시 작은 강을 이루듯이, 작은 강을 이루고 다시 큰 강을 이루듯이, 큰 강을 이루고 다시 큰 바다와 대양을 이루는 것과 같다.”

 

(parisāsutta- 모임의 경, 앙굿따라니까야 A3.93, 전재성님역)

 

 

 

 

 

경에서 비가 굵은 알갱이가 되어 떨어질 때라 하였다. 초불연에서는 억수같이 비가 내리면이라고 번역하였다. 비가 많이 오는 상태를 말한다. 여기서 억수같이는 말과 굵은 알갱이가 되어라는 차이가 있다. 이와 관련된 빠알리어가 thullaphusitaka이다. 설명에 따르면 ‘that which has big drops’라 되어 있다. 큰 비를 말한다. 몬순기에 일시적으로 내리는 큰 비가 이에 해당될 것이다.

 

지방어 중에 억수로라는 말이 있다. 이에 대하여 사전에 따르면 억수로는 굉장히라는 말의 방언이라 하였다. 마치 또 하나의 지방어인 겁나게와 똑 같은 개념이다.

 

억수에 대하여 인터넷사전에 따르면 어떤 것을 많다고 표현할 때 쓰는 수식어라 하였다. 또 억수로를 대신할만한 표준어로는 정말로”, “진짜로가 있다고 하였다. 또 한편으로 억수로는 부산 및 경상도 지방의 방언이라 하였다. 그럼에도 억수로는 방언이지만, ‘억수같이는 방언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함께 모여 살았을 때 향상이

 

큰비가 내리면 도랑이 넘쳐나고 이어 큰 물줄기를 형성할 것이다. 이내 작은 강에서 큰 강으로 합류하여 마침내 대양에 이를 것이다. 마찬가지로 서로 화합하는 모임에서 대중생활을 하면 서로가 서로를 향상으로 이끌 것이기 때문에 궁극적인 목적지에 이를 것이다. 이에 대하여 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수행승들이여, 수행승들이 화합하고 친절하고 다투지 않고 우유와 물처럼 융화하며 서로 사랑스런 눈빛으로 지낼 때, 수행승들은 이러한 때에 많은 공덕을 낳고, 이러한 때에 청정한 삶, 즉 기쁨의 마음에 의한 해탈로 희열이 생겨나고, 정신적으로 희열이 생겨나면 몸이 안정되고, 몸이 안정되면 행복을 경험하고, 행복한 자의 마음은 한곳으로 모인다.” (A3.93)

 

 

대중생활의 장점을 말하고 있다. 함께 모여 수행공동체를 이루었을 때, 그것도 화합공동체일 때 모두를 행복으로 이끌 것이라 하였다. 세차게 내리는 비가 바다로 흘러 가듯 청정한 삶으로 이끌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 삶 자체가 행복이라 하였다. 행복한 수행공동체를 말한다. 함께 모여 살았을 때 향상이 이루어지는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2015-10-10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