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의 거울

약난생약태생약습생약화생(若卵生若胎生若濕生若化生)에 대하여

담마다사 이병욱 2015. 11. 11. 18:48


 

약난생약태생약습생약화생(若卵生若胎生若濕生若化生)에 대하여

 

 

 

부처님에 대하여 사생자부라 한다. 이는 예불문에 나오는 말이다. 예불문에서 삼계도사 사생자부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애욕과 집착을 끊지 못한 중생들이 사는 욕계를 비롯한 삼계의 큰 스승이며, 모든 생명을 가진 것의 어버이인 부처님을 일컫는 말이다. 여기서 사생이라 하였을 때 금강경 대승정종분에 표현 되어 있는 ---를 떠 올리게 한다.

 

태생, 난생, 습생, 화생

 

한국불교에서 불교인들의 교과서나 다름 없는 경이 금강경이다. 한자로 5,249자에 지나지 않는 얄팍한 경이지만 대승불교의 핵심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금강경을 보면 대부분 초기경전을 근거로 한 구절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대승정종분에 실려 있는 사생, 즉 태생, 난생, 습생, 화생에 대한 문구 역시 초기경전에 근거한다. 이를 비교해 보았다.

 

 

1.

금강경

 

所有一切 衆生之類 若卵生 若胎生 若濕生 若化生

있는바 일체 중생의 종류인 난생, 태생, 습생, 화생

(금강경 대승정종분)

 

 

2.

맛지마니까야

 

Catasso kho imā sāriputta yoniyo. Katamā catasso? Aṇḍajā yoni, jalābujā yoni, sasedajā yoni, opapātikā yoni,

 

katamā ca sāriputta aṇḍajā yoni? Ye kho te sāriputta sattā aṇḍakosa abhinibbhijja jāyanti, aya vuccati sāriputta aṇḍajā yoni.

 

Katamā ca sāriputta jalābujā yoni? Ye kho te sāriputta sattā vatthikosa abhinibbhijja jāyanti, aya vuccati sāriputta jalābujā yoni.

 

Katamā ca sāriputta sasedajā yoni? Ye kho te sāriputta sattā pūtimacche vā jāyanti pūtikuape vā pūtikummāse vā candanikāya vā oigalle vā jāyanti, aya vuccati sāriputta sasedajā yoni.

 

Katamā ca sāriputta opapātikā yoni? Devā nerayikā ekacce ca manussā ekacce ca vinipātikā. Ayavuccati sāriputta opapātikā yoni.

 

Imā kho sāriputta catasso yoniyo.

 

사리뿟따여, 이러한 네 갈래 태어남이 있다. 네 갈래란 어떠한 것인가? 난생, 태생, 습생, 화생이다.

 

사리뿟따여, 난생이란 어떠한 것인가? 사리뿟따여, 생명체가 그 껍질을 깨고 태어나면, 사리뿟따여, 이것을 난생이라고 한다.

 

사리뿟따여, 태생이란 어떠한 것인가? 사리뿟따여, 생명체가 태의 막을 까고 태어나면, 사리뿟따여, 이것을 태생이라고 한다.

 

사리뿟따여, 습생이란 어떠한 것인가? 사리뿟따여, 생명체가 썩은 물고기, 부패한 시체, 부패한 굳은 우유에서나 물웅덩이나 연못에서 태어나면, 사리뿟따여, 이것을 습생이라고 한다.

 

사리뿟따여, 화생이란 어떠한 것인가? 사리뿟따여, 신들이나 지옥의 뭇 삶들이나 특수한 인간이나 특수한 타락한 영혼들이 생겨나는데, 사리뿟따여, 이것을 마음에서 홀연히 생겨나는 화생이라고 한다.

 

사리뿟따여, 이와 같은 네 갈래 태어남이 있다.

 

(M12, 전재성님역)

 

 

금강경에서 태란습화 사생을 언급한 것은 삼계를 비롯하여 모든 중생에 대한 제도를 말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한 사람도 남김 없이 제도 하였더라도 제도 하였다는 생각이 남아 있다면 단 한사람도 제도하지 못함과 같다고 하였다.

 

맛지마니까야에서도 태란습화가 나온다. 이는 사자후에 대한 큰 경(M12)’에서 부처님이 사리뿟따존자에게 한 말이다. 여기서 네 갈래의 태어남(Catasso kho imā  yoniyo)”란 사생을 말한다. 난생(aṇḍajā yoni), 태생(jalābujā yoni), 습생 (sasedajā yoni), 화생(opapātikā yoni) 에 대하여 설명되어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화생(opapātikā)

 

태란습화 사생중에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화생이다. 화생에 대하여 부처님은 마음에서 홀연히 생겨나는 것(Ayavuccati opapātikā yoni)”이라 하였다. Ayavuccati opapātikā yoni에 대하여 초불연에서는 단지 화생이라 하였다. MDB에서는 ‘spontaneous generation’라 하였다. 화생을 뜻하는 opapātikā에 대하여 빠알리 사전을 보면 다음과 같이 설명 되어 있다.

 

 

opapātika

: lit. 'accidental' (from upapāta, accident; not from upapatti, as PTS Dict. has); 'spontaneously born', i.e. born without the instrumentality of parents. This applies to all heavenly and infernal beings. "After the disappearing of the 5 lower fetters (sayojana, q.v.), he (the Anāgāmi) appears in a spiritual world (opapātika) ...."

 

(Buddhist Dictionary, PCED194)

 

 

불교사전에 따르면 ‘우연히(accidental) 생겨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이는 upapāta라는 말이 ‘우연’을 뜻하기 때문이다. PTS사전에서는 ‘자발적 태어남(spontaneously born)’이라 하였다그것도 부모 없이 곧바로 태어남을 말한다이런 태어남은 천상이나 지옥과 같은 악처에 적용된다고 한다.

 

화생을 뜻하는 opapātika라는 말은 ‘눈에 보이는 원인 없이 일어나는(arisen without visible cause)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이는 무엇을 말할까부모를 갖지 않는 자발적 태어남이다악행을 저지른 자가 악처에 태어날 때 부모 없이 곧바로 악처에 화생하는 것이다또 공덕을 지은 자는 천상에 태어날 때 역시 부모없이 자발적으로 화생한다그래서 유령 같은허깨비 같은 태어남 (apparitional rebirth)이라 볼 수 있다.

 

초기경에서 화생에 대한 문구는 수 없이 등장한다이에 대하여 PCED194에 따르면 D.I,27, 55, 156; III,132, 230 (°yoni), 265; M.I,34, 73, 287, 401 sq., 436 sq, 465 sq.; II,52; III,22, 80, 247; S.III,206, 240 sq., 246 sq.; IV,348; V,346, 357 sq., 406; A.I,232, 245, 269; II,5, 89, 186; IV,12, 226, 399, 423 sq.; V, 265 sq., 286 sq., 343 sq.; Pug.16, 62, 63; Vbh.412 sq.; Miln.267; Vism.552 sq., 559; DA.I,165, 313.’라는 경전적 근거를 들고 있다.

 

전재성님은 각주에서 화생에 대하여 “마음에서 순간적으로 화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이렇게 본다면 초기경전에서 화생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 많다. 사함빠띠가 부처님 앞에 나타났을 때 경에서는 “마치 힘센 사람이 굽혀진 팔을 펴고 펴진 팔을 굽히는 듯한 그 사이에 , 하느님의 세계에서 모습을 감추고 세존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 (S6:1)”라고 표현 되어 있다. 이것도 화생일 것이다.

 

특수한 인간 (manussā ekacce)과 특수한 타락한 영혼들(vinipātikā)

 

사생중에서 가장 이해 하기 힘든 것이 화생이다. 그런데 특수한 인간 (manussā ekacce)’특수한 타락한 영혼들(vinipātikā)’이 있다.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주석은 보이지 않는다고 하였다. 전재성님은 역자의 생각으로는 특수한 인간은 아마도 중음신을 의미하고 특수한 타락한 영혼은 아귀나 아수라를 뜻하는 것이겠지만, 불분명하다.”(282번 각주) 라 하였다.

 

초불연 대림스님은 “manussā ekacce ca vinipātikā에 대하여 몇몇 인간들, 몇몇 악처에 태어난 자들이라 번역하였다. 별도의 설명은 없다. MDB에서는 “certain human beings and some beings in the lower worlds”라 하였다. Ekacca‘some; certain; a few’의 뜻이다. 그래서 ‘manussā ekacce’에 대하여 특수한 인간’ ‘몇몇 인간’ ‘certain human beings’라 번역한 것이다. 이것이 죽음 이후 일정기간 머무는 중음신인지 알 수 없다.

 

Vinipātikā‘destined to suffer in purgatory, liable to punishment after death’라 설명되어 있다. 이는 연옥에서 고통을 겪기로 운명지어진 것 또는 죽음이후에 벌받기로 되어 있는 것이라는 뜻이다. 이에 대하여 특수한 타락한 영혼들’ ‘몇몇 악처에 태어난 자들’ ‘some beings in the lower worlds’라 하였다. 이는 지옥이나 신들을 제외한 존재들이다. 아귀나 아수라를 뜻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purgatory

 

 


Vinipātikā에 대하여 빠알리사전 PCED194를 보면 ‘D.II,69; III,253; M.I,73, 390; A.I,123; II,232 sq.; IV,39, 401; J.V,117, 119. (Page 624)’라고 적용사례가 설명되어 있다. 디가니까야 인연의 큰 경(D15)’에 따르면 아난다여, 신체의 다양성과 지각의 다양성을 지난 뭇삶들이 있다. 예를 들어 인간들과 어떤 신들과 어떤 나쁜 곳에 떨어진 존재들이다.”라 하였다. 이는 일곱 가지 주처에 대한 설명에서 첫 번째로 언급된 것이다

 

오리지널 버전은 빠알리니까야에

 

금강경 대승정종분에 태생, 난생, 습생, 화생이 언급되어 있다. 이는 맛지마니까야 사자후에 대한 큰 경(M12)’에서도 볼 수 있다. 부처님이 네 갈래의 태어남(Catasso kho imā  yoniyo)”을 설명할 때 난생(aṇḍajā yoni), 태생(jalābujā yoni), 습생 (sasedajā yoni), 화생(opapātikā yoni)이 있다고 하였다. 이렇게 본다면 태란습화 이야기의 오리지널 버전은 빠알리니까야에 있다고 볼 수 있다.

 

 

2015-11-11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