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 버렸던 푸들을 찾았다고, 견격(犬格)이 존중되는 사회
학의천을 지나 일터로 향하는 길에 어느 아가씨를 보았다. 고등학생으로 보이기도 하고 다 큰 처녀로 보이기도 한다. 이십세 전후로 보이는 아가씨는 개 두 마를 안고 앞서 가고 있었다. 어쩐지 말을 시켜 보고 싶었다. 몇 주전에도 보았다. 역시 개 두 마리를 안고 가고 있었다.
지나치면서 아가씨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지난 번 잃어 버렸던 푸들아닌가요?”라고 물어 보았다. 지난 10월 전단지에서 보았던 푸들과 비슷하였기 때문이다. 색깔과 생긴 모양 등이 본 것과 똑 같았다. 그래서 느낌이 와서 확신을 가지고 물어 본 것이다. 이렇게 물어 보게 된 동기는 지난 10월 ‘격(格)이 존중되어야(2015-10-16)’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바 있기 때문이다.
올린 글에서 강아지를 애타게 찾는 사연을 올렸다. 학의천 이곳 저곳에 전단지가 붙어 있었는데 “강아지를 찾습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개에 대한 특징이 적혀 있었다. 이름은 ‘미뇽’이고 나이는 ‘6살’, 성별은 ‘암컷’, 견종은 ‘푸들’이라 하였다. 아파트 현관문을 열어 놓았는데 그 사이에 빠져 나간 것으로 추정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연락처가 적혀 있고 연락주면 후사하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동생 같은 아이 입니다.”라고 하였다. 강아지를 마치 가족처럼 여기는 것이다.
애절하게 강아지를 찾는 심정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글을 올린 것이다. 그런데 앞서 가는 아가씨의 두 팔에 두 마리의 강아지 중에 잃어 버렸던 것 푸들과 똑 같은 개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혹시 잃어 버렸던 그 푸들이 아니냐고 물어 본 것이다. 그랬더니 아가씨는 놀랍게도 그 전단지를 붙였던 아가씨이었다. 느낌이 적중한 것이다.
아가씨 말에 따르면 잃어 버린 푸들을 찾았다고 하였다. 그런데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친구가 잠시 맡겨 놓고 간 것인데 봐 주다가 잃어 버렸다고 한다. 아마 개가 아파트에 적응하지 않아서 일 것이다. 그래서 전단지에다 “아파트 현관문을 열어 놓았는데 그 사이에 빠져 나간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하였을 것이다.
아가씨는 푸들을 6일만에 찾았다고 하였다. 어떻게 찾았느냐고 물어 보자 ‘유기견센터’에서 찾았다고 하였다. 누군가 돌아 다니는 개를 유기견 센터에 맡겨 놓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발견된 장소가 ‘백운호수’ 가까운 곳이라 하였다. 백운호수라면 잃어 버린 장소에서 한참 떨어진 곳이다. 검색해 보니 쌍개울에서 백운호수까지 7.44Km이다. 개가 학의천을 따라 7키로를 간 것이다.
잃어 버렸던 푸들을 찾았다 하니 다행이다. 용기를 내서 물어 보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개의 인격, 즉 견격(犬格)도 존중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개가 하찮은 존재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식용의 대상이 될지 모르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개를 하나의 인격체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가족처럼 돌보아 주고 잃어 버렸을 때는 가족을 찾는 것처럼 애타는 찾고 있는 것이다. 견격이 존중되는 사회이다.
2015-12-18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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