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보다 실이 많은 가까운 사이 거래
지나가는 길이라고
오랜만에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근처 지나가는 길인데 들러도 좋냐는 카톡이 왔다. 흔쾌히 수락하며 환영한다고 하였다. 연락을 받은지 이십여분만에 친구는 아내와 함께 도착하였다. 친구 C는 늘 아내와 함께 다닌다. 동창들 모임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함께 일하는 파트너와 다름 없다. 그래서 거의 매달 해외에 나가다 시피 하는 비즈니스출장에서도 늘 함께 한다. 그런 아내는 돈관리를 도맡아서 한다고 하였다.
성공한 CEO로서 친구 C는 세금을 많이 낸다고 하였다. 세금을 많이 낸다는 것은 매출과 이익이 많다는 의미이다. 여러 명의 직원을 갖고 있기도 하는 C는 이십여년을 고생하였다. 아주 어려울 때는 생활자금이 없어서 주변 친구들이 도와 줄 정도이었다. 학교다닐 때는 공사장에 나가 등짐을 지고 학비를 벌며 어렵게 공부하였다. 그런 헝그리정신이 있어서일까 지금은 세금도 많이 내고 수 많은 부동산을 가지고 있어서 친구들 중에 가장 잘 나가는 한 사람이 되었다.
내키지 않았지만
친구는 아내와 함께 사무실에 도착하였다. 지나는 길에 들렀다고 하니 부담없이 이야기를 나누겠거니 하였다. 그래서 준비된 차를 끊이고 ‘차담’을 가졌다. 그러나 차담은 오래 가지 않았다. 늘 바쁘게 살아가는 친구는 본론을 말하였다. 외국 바이어를 만나야 하는데 설계도면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타회사에 만든 생산용 파일을 건네 주면서 똑같이 만들어 달라고 하였다.
친구의 요청에 난감 하였다. 이미 연말송년회에서 거절한 바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 친척이나 친구 등 가까운 사이와는 거래 하지 않는 다는 원칙을 말하였다. 그럼에도 지나가다 들르는 식으로 와서 요청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해 주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해야 할 일을 꽤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내키지 않았지만 일부로 찾아와 주었고 또한 급한 일처럼 보여서 해 주기로 하였다.
가까운 사이와는 거래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입장에서 친구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런데 친구는 사무실을 떠나면서 오만원짜리 두 장을 던져듯이 놓고 가는 것이었다. 차를 마셨으니 ‘차값’이나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설계가 완료 되면 시간을 계산하여 충분히 보상해 주겠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잘 부탁한다고 말하면서 나갔다.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거래
친구나 법우 등 가까운 사이에는 거래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것은 득보다 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그런 일을 많이 보아 왔다.
K법우님은 법우님들을 상대로 돈벌이하려 하였다. 마치 염주굴리듯이 돌릴 수 있는 금반지와 은반지를 수 백개 만들어 판매 한 것이다. 그런데 재력있는 법우님에게 돈을 빌어서 사업아닌 사업을 하였다. 그것도 법우님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결말이 좋지 않았다. 돈관계가 얽힌 것이다. 결국 K법우님은 빌린 돈을 다 갚지 못하였다. 그리고 반지를 만들어 이익을 취했다는 뒷소리를 들어야 했다.
부동산업을 하는 J법우님이 있었다. 여성법우님으로서 자칭 ‘대보살’이라 하였다. 법우모임 초창기 때 볼 수 없었으나 몇 년 후에 합류하였다. 그런데 J법우님은 돈이 있어 보이는 법우님들에게 접근하여 투자를 유도하였다. 그리고 투자를 하기 위한 돈을 빌려 달라고 하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법우님들에게 많은 피해를 끼쳤다. 재력있는 어느 법우님은 1억을 빌려 주었다. 어렵게 일부를 돌려 받았지만 4천만은 되돌려 받지 못하였다. 또 어떤 법우님은 백만원을 빌려 주고 받지 못하였다. 이렇게 돈이 좀 있어 보이고 만만한 상대를 대상으로 하여 투자를 유도하고 돈을 빌리는 일을 한 것이다. 그러나 모든 돈관계가 그렇듯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결국 J법우님은 모임을 떠났다. 아니 모임을 나올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대보살이 아니라 ‘대사기꾼’이 되어 버린 것이다.
택배로 돈을 되돌려 주고
아는 사람, 가까운 사람, 친구, 법우, 친척과 돈거래를 하면 득보다 실이 많다고 한다. 잘 되면 다행이지만 잘못되면 의가 상하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 하지 않는니만 못하다. 이런 사실을 잘 알기에 친구 C가 일을 주려 하였을 때 거절 하였다. 그럼에도 지나가는 길에 들르는 형식으로 와서 일거리를 놓고 갔을 때 대략난감하였다. 더구나 오만원짜리 지폐 두 장을 테이블에 놓고 갔을 때 더욱 난감하였다.
어쨌든 일을 해주긴 해 주어야 했다. 몇 일에 걸쳐서 대략 일을 마무리 하였다. 메일로 자료를 발송해 주고 동시에 택배를 발송하였다. 택배상자 안에 탁자에 놓고 간 오만원짜리 두 장을 넣었다. 그리고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하여 편지형식으로 다음과 같이 글을 작성하였다.
이렇게 돈을 되돌려 주게 되어서 미안하다.
원래 알고 지내는 사이에는 거래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것은 득보다 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잘되면 다행이지만 잘안되면 모든 것이 끝나 버리는데 이유가 있다. 그래서 친척이나 친구 등과 거래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번 일의 경우 어쩔 수 없이 맡게 되었지만 도와 주는 차원으로 생각하려 한다. 단지 보여 주기 위한 것이라면 더욱 더 거래를 해서는 안되리라 본다.
너도 알다시피 나는 글쓰는 사람이다. 돈을 벌기 보다 돈도 안되는 글쓰기에 올인하고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서는 글쓰기가 가장 가치가 있고 글쓰기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단지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일을 맡기고 그에 대한 대가로서 돈을 준 것에 대해서는 고맙게 생각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그래서 돌려 주려 한다. 이 일로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하는 것이 서로가 득이 될 듯 하기 때문이다.
작업한 것은 3일에 걸쳐서 조금씩 하였다. 크게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다. 보통 하는 일이다. 이번 일은 내가 도와 주는 차원에서 하려 한다. 정 보상하고 싶거든 혹시 집에서 보관하고 있는 차(茶)가 있다면 선물하기 바란다.
하는 일 잘 되기 바라며.
2015-12-14
OOO
이렇게 편지를 쓴 목적은 돈으로 무엇이든지 해결하려는 방법에 대하여 알려 주기 위함이다. 물론 친구가 도와 주려는 순수한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받아 들이는 입장에서 돈으로 해결하려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면 역효과인 것이다. 그래서 더욱 더 가까운 사이에서는 거래해서는 안된다.
2015-12-19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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