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자부심 또 한편으로 자괴감
“이거 한번 드셔 보세요” 작은 플라스틱막대기에 액기스를 찍어 준다. 일종의 시식이라 볼 수 있다. 마치 대형마트에 가면 시식코너에서 맛을 보는 것 같다. 그런데 놀랍게도 스님이 권유한 것이다. 부스안에 있는 스님이 지나는 사람에게 시식하기를 권유한 것이다. 바로 옆에는 판매용 액기스가 쌓여 있다.
일요일 불교박람회장에 갔었다. 매년 삼월 이맘때 쯤이면 열리는 불교박람회는 이제 불교인들의 축제가 되었다. 나흘 동안 열리는 박람회장을 보면 불자들과 스님들 천지이어서 이곳만큼은 불교인들의 세상이 된 듯 하다.
매년 불교박람회장을 찾고 있다. 처음 찾은 때가 2007년 이었다.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찾았다. 그리고 사진과 글로서 소감문을 남겼다. 올해도 어김 없이 지하철 3호선 학여울역 바로 위에 위치한 ‘SETEC’ 박람회장을 찾았다.
2016년 서울국제박람회
봄이라 하지만 아직은 쌀쌀한 날씨이다. 그러나 양지바른 곳에는 개나리가 꽃 망을 터뜨리고 있다. 거리의 나뭇가지는 앙상하지만 개나리와 목련이 피면 봄이 왔음을 신고하는 것 같다. 세텍에 도착하니 불교의 봄은 이곳 박람회장에서 시작되는 듯 하다.
박람회 마지막날이서일까 로비에는 사람들로 붐빈다. 예년과 다르게 젊은 사람들이 눈에 많이 뜨인다. 나날이 발전되어 가는 듯한 느낌이다. 처음에는 단지 불교인들의 전시회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진화해 감을 알 수 있다. 이제는 국제박람회로 되었다. 그래서 올해 박람회 명칭은 ‘2016년 서울국제박람회’이다.
로비에서 천장사법우님들을 만났다. 먼 곳에서 주지스님과 함께 온 것이다. 매주 일요일 일요법회가 끝나면 사찰순례 하거나 탐방로 걷기를 하거나 독거노인들 찾아 보기 등을 하는데 이번 일요일은 서울에서 열리는 불교박람회장을 찾은 것이다.
자부심 또 한편으로 자괴감
‘식자우환’이라 했다. 글자를 아는 것이 도리어 근심을 사게 된다는 뜻이다. 매년불교박람회장을 찾으면서 한편으로는 불교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괴감’을 느낄 때가 있다. 그것은 스님이 부스에 앉아 있는 것을 말한다.
불교박람회는 불교인들의 잔치이고 불교인들의 축제이다. 하지만 스님이 부스에 장사하는 것처럼 앉아 있는 것이 몹시 불편해 보일 때가 있다. 더구나 지나가는 사람에게 “이것 한번 맛 보세요”라며 시식을 권유하였을 때 불자로서 자괴감을 느낀다. 스님이 아니라 상인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행위에 의해서 신분이 결정된다고 했다. 이는 태생에 의해서 바라문이 됨을 부정한 것이다. “한번 해병이면 영원한 해병”이라는 말이 있다. 한번 바라문으로 태어났으면 영원한 바라문일까? 이런 의문에 부처님은 “아니다”라 했다. 이는 다음과 같은 게송으로 알 수 있다.
태생에 의해 바라문이나,
태생에 의해 바라문이 아닌 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행위로 인해 바라문인이 되기도 하고,
행위로 인해 바라문이 아닌 자도 되는 것입니다. (stn650)
행위에 의해 농부가 되고,
행위에 의해 기능인이 되며,
행위로 인해 상인이 되고,
또한 행위로 인해 고용인이 됩니다. (stn651)
행위에 의해 도둑이 되고,
행위에 의해 전사가 되며,
행위로 인해 제관이 되고,
또한 행위로 인해 왕이 됩니다. (stn652)
숫따니빠따 바셋타의 경(Sn3.9)에 실려 있는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사성계급의 정점에 있는 바라문은 제관이다. 제사를 주관하는 자를 말한다. 그런데 바라문은 태생적으로 바라문이었다는 것이다. 한번 바라문으로 태어나면 죽을 때 까지 바라문인 것이다. 그러나 부처님은 이를 부정하였다. 그것은 행위(kamma)로 바라문이 된다는 것이다.
제관인 바라문이 장사를 한다면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부처님은 “행위로 인해 상인이 되고”라 하여 장사치와 똑 같은 것으로 보았다. 바라문이 도둑질을 하면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하여 “행위에 의해 도둑이 되고”라 하였다. 도둑질 하였기 때문에 도둑놈으로 본 것이다.
장사하는 사람 도둑놈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장사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 장사치라 하고, 도둑질 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 도둑이 되는 것이다. 스님이 부스에 앉아서 호객행위를 하거나 물건을 판다면 스님이라 할 수 있을까? 겉모습은 스님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보기에는 장사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불교박람회장은
불교박람회장은 크게 세 개의 관으로 나뉜다. 제1관은 ‘마음이 쉬는 공간’이라 하여 151개 부스에서 차나 다기, 생활관련 용품이 주류를 이룬다. 특히 차나 다기를 소개하는 부스에 가면 무료로 차를 마음껏 시음 할 수 있다.
제2관은 ‘예술과 함께 하는 공간’이라 하여 82개 부스에서 불교관련 미술이나 예술작품이 주류를 이룬다. 차분하고 격조 있는 분위기이다.
제3관은 ‘여유를 만드는 공간’이라 하여 141개 부스에서 사찰음식, 불교관련 서적 등이 주류를 이룬다. 또 무대가 설치 되어 있어서 강연과 공연이 열린다.
불교박람회는 이제 국제화 되었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라는 타이틀을 가진지 4년 된 것이다. 그리고 나날이 발전되어가고 있고 진화 되어 가고 있다. 이전과 비교하여 품격도 높아 진 듯 하다.
박람회장이 작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사찰음식관련 부스가 크게 줄어 든 것이다. 이전에는 세 개의 관 중에 하나의 관을 통째로 사찰음식관련 부스로 채웠다. 그런 사찰음식을 보면 “스님들이 이렇게 먹고 살까?”라고 의문이 들 정도이었다. 더구나 수행과 포교가 본분사인 스님들이 사찰음식과 같은 부업에 전념하는 모습도 보기에 좋지 않았다.
인도양의 진주, 인도의 눈물
스님들이 부스에 서 있는 모습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불교를 홍보하기 위해 부스에 있는 것은 문제 되지 않는다. 스리랑카부스가 그것이다.
박람회가 국제전이어서일까 스리랑카, 일본, 대만부스를 볼 수 있다. 특히 스리랑카부스가 눈길을 끈다. 주한스리랑카 대사관에서 운영하는 부스이다. 스리랑카 불교를 소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실론티도 소개하고 있다.
스리랑카부스에는 스리랑카스님도 볼 수 있다. 붉은 색 승복과 노랑색 승복을 입은 스리랑카 스님들이다. 안내 책자를 보았다. 스리랑카를 소개 하는 소책자를 보면 스리랑카에 대하여 ‘진주, 눈물방울, 그리고 망고’라고 소개 되어 있다. 하늘에서 본 스리랑카의 모습이라 한다.
인도양의 진주, 인도의 눈물 등으로 불리우는 스리랑카는 이제 매우 친숙한 나라가 되었다. 한국에서 초기불교와 관련 수행법이 유행함에 따라 테라와다 종주국이자 교학의 나라인 스리랑카에 관심을 갖는 불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다수의 스리랑카 근로자들이 들어와 살고 있다. 이들의 쉼터가 있다. 마하보디사이다. 팜플렛을 보면 ‘조계사부설 이주민쉼터 마하보디사’라 되어 있다.
국제박람회라 하지만
서울국제박람회는 세계화 되었다. 그러나 불교국가의 참가는 매우 저조하다. 일본관이 있기는 하지만 시코쿠 순례를 소개하는 작은 부스 하나가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대만 부스가 있지만 불광산사를 소개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이나 일본 등 동북아시아, 그리고 태국이나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그리고 티벳 등의 불교국가가 있다. 이들 국가들이 모두 참가한다면 세계적인 불교박람회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참가부수를 보면 국제라는 말을 붙여 주기가 민망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혼이 들어간 작품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다 볼 수 없다. 제대로 볼려면 매일 와서 보아야 할 것이다. 그것도 부수에 앉아 있는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 작품을 감상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주마간산 격으로 한번 둘러 보는 것에 그친다.
불교박람회장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차와 차기일까? 아니면 먹거리와 관련된 사찰음식일까? 불교박람회장을 가장 빛내는 것은 예술작품이다. 먹고 마시는 것이 아닌 혼이 들어간 작품을 말한다.
불상은 예경의 대상
어느 불상 앞에 돈이 있다. 전시해 놓은 작품에 천원 짜리 돈이 여러 장 포개 져 있다. 아마 신심있는 불자가 합장을 하며 보시하였을 것이다.
박람회장에 전시 되어 있는 불상은 법당에 있는 불상과 다른 것이다. 아직 점안식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예경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신심 있는 불자들은 합장을 하며 보시한다.
불모(佛母)
불상을 만든 이는 누구일까? 작가를 만나 보았다. 이야기 도중에 실례인줄 알지만 가격에 대하여 물어 보았다. 그러나 말하지 않는다. 다만 목불의 경우 철불이나 토불과 비교하여 배 이상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고 하였다.
불상은 커다란 나무를 통째로 사용한 것이다. 마치 커다란 나무에서 부처님이 출현한 듯 보인다. 이렇게 불상을 만드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을 ‘불모(佛母)’라 한다.
불모라 하면 부처님의 어머니를 떠 올리기 쉽다. 부처님의 어머니 마야부인이다.또 부처님을 키워준 양어머니 ‘마하빠자빠띠 고따미’도 불모라 볼 수 있다. 그런데 불상을 조각하거나 불화를 그리는 사람을 총칭하여 불모라 한다. 이렇게 본다면 부처님의 형상을 그리거나 조성하는 사람은 숭고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 볼 수 있다.
총무원장스님과 함께
짧은 시간 동안 전시회장을 둘러 보았다. 더구나 천장사 스님과 신도들과 함께 하여 여느 때와는 다른 분위기이었다. 먼 곳에서 일부러 시간내서 박람회장을 찾는다는 것은 다른 절에서 보기 힘든 일이라 보여진다.
전시회장을 나올 때 로비에서 총무원장스님 일행을 만났다. 뉴스에 따르면 박람회 개장 할 때 참석한 것으로 알 고 있다. 마지막날에도 관람한 것을 보니 관심이 많은 것 같다.
2016-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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