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까야번역비교

인내보다 나은 것이 없다

담마다사 이병욱 2016. 6. 1. 12:54

 

 

인내보다 나은 것이 없다

 

 

하늘사람을 만날 때

 

상윳따니까야에 베로짜나라는 말이 나온다. 아수라제왕의 이름이다. 제석천의 모음에서 아수라의 제왕 베로짜나의 경(S11.8)’을 보면 다른 경들과 달리 그 때 세존께서는 한낮을 보내기 위해 홀로 고요히 명상에 드셨다.”(전재성님역) 라고 되어 있다.

 

한낮에 부처님 계신 곳에 제석천과 베로짜나가 찾아 왔다. 이에 대하여 초불연 번역을 보면 그 무렵 세존께서는 낮 동안의 머묾에 들어가서 홀로 앉아 계셨다.”(각묵스님) 라 되어 있다. ‘낮 동안의 머묾이라는 말이 생소하다. 또한 홀로 앉아 계셨다.’라는 말도 어색하다. 부처님이 한낮을 쉬고 있는데 하늘나라의 제석천과 아수라제왕이 찾아 온 모양새이다.

 

상윳따니까야 첫 번째와 두 번째 모음은 하늘사람과 하늘아들에 대한 이야기로 되어 있다. 하늘사람이 부처님 계신 곳으로 올 때 정형구가 있다. 그것은 하늘사람들이 깊은 밤중에 아름다운 빛으로 제따 숲을 두루 밝히며 세존께 계신 곳으로 찾아 왔다.”(전재성님역) 이라는 문구이다. 하늘사람이 방문할 때는 깊은 밤, 심야임을 알 수 있다. 이는 부처님의 하루일과가 잘 설명해 준다. 부처님 하루일과를 보면 한밤중인 밤 10시에서 새벽 2시까지는 하늘사람이나 악마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을 제도했다.”라 되어 있다.

 

대낮에 하늘사람이 부처님 처소에 방문하는 것은 부처님의 하루일과에 맞지 않다. 그래서일까 전재성님은 한낮을 보내기 위해 홀로 고요히 명상에 드셨다.”라 했다. 명상속에서 하늘사람을 본 것으로 되어 있다. 반면 각묵스님은 낮 동안의 머묾에 들어가서 홀로 앉아 계셨다.”라 했다. 낮에 한가하게 앉아 있는데 하늘사람이 방문한 것으로 되어 있다. 원문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빠알리 원문에는 “Tena kho pana samayena bhagavā divāvihāragato hoti paisallīno.”라 되어 있다. 여기서 divāvihāragato‘diva+vihāra+gato’형태이다. Diva‘By day(낮에)’의 뜻이고, vihāra‘spending one’s time’의 뜻이고, gato‘Gone to, reached’의 뜻이다.

 

빅쿠보디는 the Blessed one had gone for his day's abiding and was in seclusion.”라 했다. 번역하면 축복받은 자는 그의 낮의 머묾을 위해 은둔해 있었다.”가 된다. 명상이라는 말이 없다. 그런데 빠알리어 paisallīno’‘Secluded, retired, abstracted, plunged in meditation의 뜻으로, ‘은둔하다는 뜻도 있지만 명상에 들다는 뜻도 있다. 이렇게 본다면 부처님이 탁발을 마치고 한적한 숲에서 단지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명상에 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인내보다 나은 것이 없다

 

명상속의 부처님은 제석천과 아수라제왕 베로짜나를 보았다. 제석천과 베로짜나는 문기둥에 서서 서로 자신의 견해를 게송으로 밝혔다. 먼저 베로짜나가 말했다.

 

 

Vāyametheva puriso

yāva atthassa nipphadā,
Nipphannasobhino atth
ā

 verocanavaco idanti.

 

[베로짜나]

목표를 성취할 때까지

사람들은 노력해야 하리.

목표는 완성을 통해 빛나니

이것이야말로 베로짜나의 말이네.”

 

 

Vāyametheva puriso

yāva atthassa nipphadā,
Nipphannasobhino atth
ā

khantyā bhiyyo na vijjatīti.

 

[제석천]

목표를 성취할 때까지

사람들은 노력해야 하리.

목표는 완성을 통해 빛나니

인내보다 나은 것은 없다네.”

 

(아수라의 제왕 베로짜나의 경, 상윳따니까야 S11.8, 전재성님역)

 

 

 

 

Calm

 

 

아수라제왕 베로짜나와 신들의 제왕 제석천은 노력에 대하여 강조하고 있다. 목표는 노력으로 성취됨을 말한다. 그런데 제석천은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인내(khanta)’이다.

 

제석천은 인내를 최상의 목적이라 했다. 제석천은 왜 인내라 했을까? 이는 이전경의 게송에서 제석천은 참으로 힘 있는 사람이 있다면 힘없는 자에게 인내하네.”(S11.5) 라 했고, 분노하는 자에게 분노하지 않는 것이 이기기 어려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네.” (S11.5) 라 했다.

 

 

결합에 대하여

 

아수라의 제왕 베로짜나와 신들의 제왕 제석천과의 게송은 계속 된다. 이번에는 결합에 대한 것이다.

 

 

Sabbe sattā atthajātā

tattha tattha yathāraha,
Sa
yogaparamātveva

sambhogā sabbapāina,
Nipphannasobhino atth
ā

verocanavaco idanti.

 

[베로짜나]

모든 존재는 가치에 따라

여기저기에 자신의 목표로 향하니

모든 살아 있는 존재 가운데

결합이야말로 최상의 향락이라

목표는 완성을 통해 빛나니

이것이야말로 베로짜나의 말이네.”

 

 

Sabbe sattā atthajātā

tattha tattha yathāraha,
Sa
yogaparamātveva

sambhogā sabbapāina,
Nipphannasobhino atth
ā

khantyā bhiyo na vijjatīti,

 

[제석천]

모든 존재는 가치에 따라

여기저기에 자신의 목표로 향하니

모든 살아 있는 존재 가운데

결합이야말로 최상의 향락이라

목표는 완성을 통해 빛나니

인내보다 나은 것은 없다네.”

 

(아수라의 제왕 베로짜나의 경, 상윳따니까야 S11.8, 전재성님역)

 

 

아수라의 제왕 베로짜나는 결합이 최상의 향락이라 했다. 여기서 결합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결합을 뜻하는 빠알리어 Sayoga‘bond; union; association’의 뜻이다. 각주에 따르면 세속적인 쾌락과의 접촉을 뜻한다고 했다.

 

세속적 존재는 욕망의 향수를 추구한다. 이에 대한 단어가 ‘sambhogā이다. 영어로 ‘eating or living together with’라는 뜻이다. 함께 먹고 사는 것을 말한다. 세속적인 쾌락의 접촉 또는 목표와의 결합을 말한다. 그런데 결합을 뜻하는 Sayoga는 남녀의 성적인 접촉의 의미도 있다. 앙굿따라니까야 결박과 결박의 여읨에 대한 법문의 경(A7.51)’에 따르면 여성성에 탐닉하는 뭇삶은 남자에게 결박된다.”라 하여 결박이 여인과 접촉하고 교제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강자의 인내

 

여러 가지 조미료들이 잘 결합되었을 때 음식의 맛이 난다. 향락의 대상은 접촉 또는 결합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 향락의 대상이 성적접촉일 수도 있고 세속에서 추구하는 목표일 수도 있다. 그런데 아수라의 제왕 베로짜나는 오로지 목적 달성만을 말한다. 그러나 신들의 제왕 제석천은 목적달성 보다 인내를 말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만 달성해야 한다고 보는 것은 아수라의 관점이다. 과정이야 어찌 되었던 목적만 달성만 하면 되는 것이다. 강력한 처벌로 다스라는 힘의 논리, 힘이 정의이다.’가 바로 아수라제왕의 통치이념이다. 반면 제석천은 사띠하고 고요히 함으로 다스린다고 했다. 힘으로 짓누르는 것이 아니라 인내하는 것이다.

 

베로짜나와 비로자나(毘盧遮那)

 

아수라의 제왕 베로짜나와 관련하여 대승불교 바이로차나와의 관계에 대한 각주를 보았다. 초불연 각주를 보면 이렇게 설명되어 있다.

 

 

그리고 웨로짜(veroca) 혹은 웨로짜나의 산스끄리뜨는 와이로짜나(vairocana)인데 우리에게 비로자나(毘盧遮那)로 음역되어 익숙한 단어이다. 이것은 vi+ruc(to shine) 에서 파생된 것으로 비로자나를 대일(大日)이라 번역하듯이 태양과 관련이 있는 단어이다. 이렇게 본다면 아수라 왕 웨로짜나는 아수라 왕 라후와 관계가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초불연 상윳따1 948번 각주, 각묵스님)

 

 

초불연 각주를 보면 대승불교의 대일여래 비로자나가 아수라의 제왕 베로짜나와 어원이 같다고 했다. 베로짜나는 라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동일인 일 것이라 했다. 라후(rāhu)는 일식과 관련된 아수라이다. 이는 수리야의 경에서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빛을 발하는 저 태양/ 강렬한 불꽃을 내는 원반모양을 하고 있네. /라후여, 허공을 다니면서 그를 삼키지 말라. /라후여, 나의 아들 수리야를 풀어 주어라”(S2.10) 고 한 것에서 알 수 있다.

 

 

 

2016-06-01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