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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아 있는 한 화내지 않으리라

담마다사 이병욱 2016. 6. 7. 20:57

 

 

나는 살아 있는 한 화내지 않으리라

 

 

 

화내지 않고 살 수 있을까? 화가 날 때 화를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마치 맞을 짓을 했으니 맞는 것이 당연하다는 조폭논리와 같다. 부처님은 어떤 경우에라도 화를 내지 말 것을 말씀 하셨다.

 

상윳따니까야 제석천의 모음(S11)’에서 제석천도 화를 내지 않는다. 신들의 제왕으로서 막강한 권한을 가졌지만 인내했다. 아수라와 전쟁을 하여 포로로 잡은 아수라제왕이 험한 말로 도발하여도 부드러움과 고요함으로 인내하였다.

 

일곱 가지 서원

 

제석천은 어떻게 하여 신들의 제왕이 되었을까? 이에 대하여 부처님은 제석천의 전생에 대하여 수행승들에게 들려 주었다. 제석천이 예전에 사람이었을 때, 수행자로서 마가바라고 일컬어지는 바라문 학생이었을 때 일곱 가지 서원을 세웠기 때문에 신들의 제왕이 되었다고 했다. 일곱 가지 서원이란 무엇일까?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Yāvajīva mātāpettibharo assa. Yāvajīva kulejeṭṭhāpacāyī assa. Yāvajīva sahavāco assa, yāvajīva apisuavāco assa. Yāvajīva vigatamalamaccherena cetasā agāra ajjhāvaseyya, muttacāgo payatapāi vossaggarato yācayogo dānasavibhāgarato. Yāvajīva saccavāco assa. Yāvajīva akkodhano assa. Sacepi me kodho uppajjeyya khippameva na paivineyyanti.

 

나는 살아 있는 한 아버지와 어머니를 부양하리라.

나는 살아 있는 한 가문의 연장자를 공경하리라.

나는 살아 있는 한 온화하게 말하리라.

나는 살아 있는 한 모함하지 않으리라.

나는 살아 있는 한 번뇌와 인색함에서 벗어난 마음과 관대하고 청정한 손으로 주는 것을 좋아하고 탁발하는 자가 접근하기 쉽게 보시하는 것을 즐거워하며 집에서 살리라.

나는 살아 있는 한 진실을 말하리라.

나는 살아 있는 한 화내지 않으며 만약 나에게 화가 나면 곧바로 그것을 제거하리라.

 

(vatapadasutta-서원의 경, 상윳따니까야 S11.11, 전재성님역)

 

 

 

 

 

일곱 가지 서원을 보면 유교의 삼강오륜이 떠 오른다. 첫 번째 항목은 부자유친과 유사하고, 두 번째 항목은 장유유서와 비슷하다. 그러나 현세적 삶에 바탕을 둔 유교적 윤리관과 내세를 인정하는 불교적 세계관은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왜 아버지와 어머니를 부양해야 된다고 하였을까? 이는 마눗사(Manussa), 즉 인간의 특질과도 관계가 있다.

 

주석에 따르면 인간은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하였다. 최악의 경우가 자신의 부모를 죽이는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를 죽이거나 어머니를 죽이는 것에 대하여 오역죄라 하여 아비지옥에 떨어질 것이라 했다. 인간은 극과 극의 존재이다. 가장 낮은 아비지옥에서 부터 성자의 경지까지 매우 다양하다. 일곱가지 서원에서 부모를 공양하라고 한 것은 인간의 도리를 먼저 하라는 것과 같다.

 

바른 언어 사용에 대한 것도 보인다. 팔정도에서 정어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이간질을 하지 않고, 욕지거리를 하지 않고, 꾸며대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온화하게 말하는 것은 욕지거리 하지 않는 것에 해당되고, 모함하지 않는 것은 이간질 하지 않는 것에 해당되고, 진실을 말하는 것은 거짓말 하지 않는 것에 해당된다.

 

천상에 태어나려면 보시와 지계 해야 한다. 바라문 학생 바가바 역시 보시와 지계의 삶을 살았다. 나누고 베풀고 봉사하는 삶을 말한다. 일곱 가지 서원 중에 보시와 관련하여 길게 설명되어 있는데 특히 탁발 자에 대하여 보시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일곱 가지 서원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이 있다. 마지막에 언급되어 있는 성냄에 대한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화를 내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나는 살아 있는 한 화내지 않겠다.(Yāvajīva akkodhano assa)라 했다. 설령 화를 냈다고 할지라도 그 즉시 알아 차려 성냄의 뿌리를 뽑겠다는 것이다.

 

우두머리가 되는 조건

 

천상에 태어나는 조건이 보시와 지계라 했다. 누구든지 베풀고 도덕적인 삶을 살면 천상에 태어날 수 있다. 불교신자가 아닌 타종교인도 천상에 태어날 수 있다. 종교를 가지지 않은 자도 나누고 베풀고 착하고 건전하게 살면 하늘나라에 태어날 수 있다.

 

제석천이 되는데 조건이 결정적 조건이 있다. 그것은 화를 내지 않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서라도 화를 내지 않는 것이다. 같은 천신이라도 화를 잘 내는 아수라와 다르다. 보시하고 지계하는 삶을 살아 천상에 태어났다고 해도 화를 다스리지 못하였다면 낮은 지위의 천상에 태어날 것이다.

 

제석천은 어떠한 경우에도 화를 내지 않는다. 이는 나는 살아 있는 한 화내지 않는다.”라고 서원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신들의 제왕으로 태어났다. 이에 대한 주석의 설명을 보면 다음과 같다.

 

 

주석서에 의하면, 사까는 옛날에 마가라는 바라문학도였다. 그는 33명의 친구들의 우두머리였는데 함께 공덕행을 지었다고 한다. 그는 앞의 서계의 조건의 경을 실천하여 죽은 뒤 33명의 친구들과 함께 삼십삼천에 태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삼십삼천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SA.i.348)

 

(초불연 상윳따1 963번 각주, 각묵스님)

 

 

제석천은 인간으로 있을 때도 우두머리였다. 우두머리 조건으로 일곱 가지 서원을 실천했다. 특히 일곱 번째 살아 있는 한 화내지 않음을 실천했다. 탐, 진, 치 삼독중에 성냄 하나 만큼은 소멸한 것이다. 그 공덕으로 신들의 제왕으로 태어났다.

 

조폭의 경우 두목이 분노함으로써 권위를 확보한다. 아수라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훌륭한 리더십은 부드러움과 온화함이다. 어떤 경우에서라도 화내지 않고 자비의 마음을 내는 것이다. 자비야 말로 가장 강력한 힘이다. 제석천의 경우 인간으로 있을 때 나는 살아 있는 한 화내지 않는다.”라고 서원함으로써 인간으로 있을 때 리더이었고, 천상에서는 신들의 제왕이 되었다.

 

법구경에서

 

제석천과 관련하여 법구경에 인연담이 있다. 인연담을 보면 상윳따니까야 제석천에 대한 이름의 경(S11.12)’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다. 법구경 방일하지 않음의 품에 실려 있는 제석천 관련 게송은 제석천은 방일하지 않아서 신들의 제왕 되었네. 방일하지 않음은 찬양받고 방일한 것은 언제나 비난 받는다.”(Dhp30) 라 되어 있다.

 

화내는 자는 천한 사람

 

제석천의 일곱 가지 서원 중에서 하이라이트는 나는 살아 있는 한 화내지 않겠다.(Yāvajīva akkodhano assa)라는 구절이다. 초불연에서는 살아 있는 한 나는 분노하지 않을 것이며라 했다. 화나 분노나 성냄이나 같은 말이다. 그런데 성냄과 관련된 빠알리어는 많다. 서원의 경에서 사용된 말은 ‘kodhana’이다. 영어로 ‘peevish; uncontrolled (of mind)’라 되어 있다. 꾀 까다롭고, 떼를 쓰고, 불평하며 마음이 통제되지 않음을 말한다.

 

빠알리어 kodhana가 사용된 구절이 있다. 숫따니빠따 천한 사람의 경에서 화를 내고 원한을 품으며, 악독하고, 시기심이 많고, 소견이 그릇되어 속이기를 잘한다면,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십시오.”(stn116) 라는 구절이다. 여기서 화를 낸다는 말이 kodhano 이다. 이로 알 수 있는 것은 화를 잘 내는 자는 천한 자이다.

 

천한 자일수록 화를 잘 낸다. 반대로 고귀한 사람일수록 화를 내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서라도 부드러움과 고요함으로 인내한다. 화를 내지 않고 자비로서 대한다면 리더가 될 수 있다 

 

2016-06-07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