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인식의 지평을 넓히려면

담마다사 이병욱 2016. 6. 14. 20:39

 

인식의 지평을 넓히려면

 

 

 

 

내눈으로 본 것 외에는 믿지 않습니다.” 대단히 경솔한 말이다.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한 것에는 믿지 않는다는 말이다. 자신이 경험하고 사유하고 추론한 것은 진리이고 나머지는 거짓이라는 매우 오만한 태도를 말한다.

 

죽으면 끝이야! 천당이 어딧고 지옥이 어딧어?” 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이와같은 단멸론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의외로 많이 보게 된다. 주로 유물론자들에게서 볼 수 있다. 죽는 것에 대하여 돌아 간다라 하는데 역시 유물론적 견해이다. 사대가 모였다 흩어지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사람들은 갖가지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이를 사견이라 한다. 개인적 견해를 말한다. 사견이 체계화 되면 육사외도처럼 된다. 부처님가르침 입장에서 본다면 모두 빗나간 견해이다. 과녁을 벗어난 화살과 같은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감각적 인지와 과학적 검증에 크게 의존한다. 특히 과학을 맹신하다시피 한다. 그런 과학은 유물론이라 볼 수 있다. 왜 그런가? 과학은 물질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과학을 유물론의 범주에 넣고 있다.

 

사람들은 내눈으로 보지 않으면 믿지 않는다.’라 말한다. 이는 자신의 경험, 사유, 추론 또는 전승된 가르침에 꽉 갇혀 있는 꼴이 된다. 과거에 그랬고 미래도 그럴 것이다. 더구나 이것만이 진리이고 다른 것은 거짓이다.’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면 사견에 빠진 것이다.

 

초기경전을 접하기 전에는 과학주의자였다. 요즘 유행하는 무신론 같은 것이다. 죽음 이후에 대하여 생각해 본적이 없다. 또한 돌아간다하는데 그곳이 어디인지 모르지만 믿었다. 전승된 가르침에 의존한 것이다. 그런 가르침은 진리일까?

 

삶의 과정에서 고통을 겪는다. 잘 차려 입은 사람이 늘 입가에 행복한 미소를 띄고 있지만 조금만 들어가면 괴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 부처님이 이것이 괴로움이다.’ 라 하여 생노병사 등 팔고를 설했다. 이런 가르침에 대하여 누군가 그것은 진리가 아닙니다.” 라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을까? 아무리 뜯어 봐도 받아 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괴로움의 거룩한 진리, 고성제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괴로움의 원인이다.’라 하여 갈애를 원인으로 지목했을 때 부정할 자는 없다. ‘이것이 괴로움의 소멸이다.’라 하여 해탈과 열반을 설했을 때 역시 부정할 자가 없다. ‘이것이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이다.’라 하여 팔정도를 설했을 때 온전히 받아들이게 된다.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이 팔고에 해당되는 것을 알았을 때, 더구나 갈애가 원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비로소 진리로서 받아들이게 된다. 이해를 바탕으로한 확고한 믿음(saddha)’이 생겨나는 것이다.

 

삶은 괴로움의 연속이다. 이 괴로움이 대체 어디서 시작 되었는지 알지 못 한다. 그러다 사성제를 접하게 되었을 때 이것이 괴로움이다.’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의 경함과 사유와 추론이 가르침과 맞아 떨어졌을 때 비로서 진리로 받아들이게 된다.

 

사성제를 진리로 받아 들이면 초기경전에서 보는 초월적 존재나 신비한 이야기는 문제 되지 않는다. 내눈으로 보지 않았다 하여 믿지 않는 경솔한 행위를 하지 않는다. 다만 그러려니하며 판단을 유보할 뿐이다.

 

초기경전을 열어보면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것, 이제까지 사유하지 못한 것, 이제까지 추론하지 못한 것으로 가득하다. ‘내눈으로 보기 전에는 믿지 않는다.’라는 말이 얼마나 경솔한지 알게 된다. 그런 것 중에 하나가 고통의 원인에 대한 것이다.

 

누군가 고통이 내탓이라거나 또는 네탓이라 한다. 대부분 추론이나 전승된 가르침에 따른다.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은 내탓도 아니고 네탓도 아니다. 괴로움이 일어날 만 해서 생겨난 것이다. 오로지 원인과 조건과 결과에 따른 것이다. 부처님은 연기법으로 고통을 설명한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았을 때 정견으로 받아 들이게 된다. 나머지는 빗나간 견해이다.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것, 사유하지 못했던 것, 추론하지 못했던 것이 초기경전에 다 들어 있다. 초기경전을 접하면 인식의 지평을 넓혀 준다.

 

 

2016-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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