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회의원스님과 차담 했는데
기득권층에서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입니다.”라고 말하는 것 입니다. 제도개혁 보다 의식개혁이라 합니다. 한편으로 동의하지만 또 한편으로 동의할 수 없습니다. 현재의 체제를 유지코자 하는 말로도 들리기 때문입니다. 체제를 유지코져 한다면 기득권입니다. 기득권은 늘 지금 이대로가 좋은 것입니다. 종회의원스님 역시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현행선거제도가 좋음을 말합니다.
교계 신문에 기고한 종회의원스님의 글을 보고 반론글을 썼습니다. 그러나 OO신문에서는 실어 주지 않았습니다. 자체적으로 회의한 결과 부적절한 용어와 표현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권승’이라는 말입니다. 종회의원스님은 권승이라는 말은 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로 기고 했습니다. 이에 여러 가지 근거를 들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스님들에 대하여 권승임에 틀림 없다는 식으로 글을 썼습니다.
종회의원스님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OO신문에서 실어 주지 않아 개인메일을 보내게 되었음을 설명하고 ‘차담’을 요청했습니다. 스님은 흔쾌히 차담을 수락했습니다. 마침내 차담일정이 잡혀서 조계사로 향했습니다.
종회의원스님과 차담 했는데
6월 30일 조계사는 연꽃으로 가득했습니다. 경내를 연꽃으로 장식한 것입니다. 큰 다라에 연꽃이 자라고 있습니다. 연꽃을 테마로 하여 7월 축제를 하려나 봅니다. 핀 연꽃도 있지만 아직 피지 않은 연꽃이 더 많습니다. 스님과 차담은 템플스테이빌딩에서 했습니다. 문화사업단이 있는 곳입니다.
만남은 처음부터 어색했습니다. 마치 따지려는 듯이 찾아 갔기 때문입니다. 직선제모임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고자 했습니다. 또 직선제의 장점과 염화미소법의 모순에 대해 말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듯 해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주로 경청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듯 했습니다.
종회의원스님들은 자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선출된 자로서 자부심과 입법권을 가진 자로서의 자부심일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종단정치의 중심에 서 있다는 ‘프라이드’일 것 입니다. 모든 종단의 현안에 대하여 토론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
스님은 직선제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염화미소법을 좋아 하는 것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현행 총무원장선출제도가 바람직하다고 했습니다. 스님은 직선제를 반대하는 이유로서 직선제를 하면 폐단이 있다고 했습니다.
첫째, 돈이 많이 든다는 것입니다. 이를 후보자의 금품수수 등 불법선거로 설명합니다. 오천명이든 만명이든 투표권이 부여 되었을 때 후보자가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돈이 필요할 것이라 합니다. 고작 삼백여명의 선거인단을 갖는 기존 제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 합니다. 교구본사에서 투표권은 사실상 주지스님이나 몇 명의 어른 스님들에 의해 좌우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큰 스님들을 대상으로 하여 불법선거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투표권이 많으면 금액도 커질 것이라 합니다. 이런 현상이 전 교구에서 벌어질 때 막대한 돈이 들어 갈 것이라 합니다.
둘째, 스님들이 정치승화 된다는 것 입니다. 직선제를 하면 전스님들을 사실상 정치의 장으로 끌어 들이는 꼴이 되고 말 것이라 합니다. 세속의 일과는 무관하게 살고 있는 스님들을 대상으로 하여 선거하도록 하였을 때 투표하는 것 자체를 정치적 행위로 보는 것 입니다. 대부분 스님들은 종단정치에 대하여 관심이 없다고 합니다. 세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관심 없듯이, 종단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역시 관심 없는 스님들이 대다수라 합니다. 그럼에도 직접선거라는 명목으로 전 스님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였을 때 쓸데 없는 시비에 휘말리게 할 수 있는 염려가 있다는 것 입니다.
셋째, 종단에 큰 혼란이 올 것이라 합니다. 직선제를 하면 내편 또는 네편으로 갈라지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분열될 수 없음을 말합니다. 이런 지적은 100인 대중공사에서 직선제를 반대하는 분들이 누차 강조했던 사항입니다. 지난 94년과 98년 당시 종권다툼을 회상하면서 간선제에서도 분열했는데, 직선제를 하면 그 보다 더 큰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 합니다.
종회의원스님의 직선제 반대 이야기는 100인 대중공사에서 직선제반대의견을 제시한 분들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직선제를 하면 종단이 분열되고 종단이 망할 것처럼 얘기 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또 참종권 문제와 관련하여 비구니스님들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에 대하여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 했습니다. 대체로 종회의원이나 종무기관의 교역자 등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스님들이 보는 관점은 동일 했습니다.
“그 동안 우리들이 너무 무관심했습니다”
대부분 스님들은 종단에서 하는 일을 잘 모른다고 합니다. 세상을 등지고 출가한 스님들이 복잡한 일에 신경쓰고 싶지 않은 심리일지도 모릅니다. 모두 무관심으로 일관했을 때 세상을 뒤흔들만한 엄청난 사건들이 터졌습니다. 그것도 잊을 만 하면 발생되어서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가슴 조이며 사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사람의 문제도 있지만 제도에도 문제가 있어서 발생된 것이라 봅니다.
누군가는 제도보다 사람이 문제라 합니다. 그래서 의식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말은 쉽습니다. 그러나 제도개혁과 함께 의식개혁 하면 더욱 더 좋을 것 입니다. 어떻게 보면 의식개혁 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제도개혁입니다. 간선으로 대통령을 뽑던 시절 국민교육헌장으로 의식개혁을 외쳤습니다. 그러나 구호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정치뿐만 아니라 사회전분야에서 민주화가 되었을 때, 제도개혁이 이루어졌을 때 자연스럽게 의식개혁도 이루어졌습니다. 이전에는 담배를 피우면 해롭다고 의식개혁을 외쳤습니다. 그러나 공공장소에서, 심지어 모든 건물에서 담배 피우면 벌금에 처한다는 제도가 만들어짐에 따라 흡연자는 드라마틱하게 줄었습니다. 의식개혁 보다 제도개혁이 우선인 이유에 해당될 것입니다.
재가불자로서 총무원장직선제추진모임에 참여 하고 있습니다. 재가자에게 참종권을 주는 것도 아니지만 참여하고 있는 것은 한국불교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입니다. 모두가 무관심하게 되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리라는 것은 뻔한 일입니다. 모임에 참여한 스님에 따르면 “그 동안 우리들이 너무 무관심했습니다. 오늘날 한국불교가 이 지경 된 것은 우리 스님들 책임입니다.”라 했습니다.
단점보다 장점이 많은 직선제
기득권을 가진 자들은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금 이대로 영원히 계속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변화를 두려워합니다. 변화를 요구하는 세력을 불온시 합니다. 심지어 탄압하고 말살하려 합니다. 한번 가진 기득권을 내려 놓기 싫은 것 입니다. 종교도 마찬가지 인 것 같습니다.
종단정치의 중심에 있는 종회가 키를 쥐고 있습니다. 종회를 통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심지어 총무원장스님이 요청해도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 합니다. ‘종회권력’을 실감하는 대목입니다.
직선제의 여러 가지 문제점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본다면 장점이 훨씬 더 많은 제도입니다. 단 한번의 선거로 인하여 대표자를 결정하기 때문에 금품살포나 매관매직 등 부정이 개입될 요인이 적습니다. 현행선거법이나 염화미소법, 그리고 쇄신안은 두 번 투표를 하기 때문에 부정이 개입될 요소가 농후 합니다.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하여 불법선거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단 한번의 선거로 끝나는 직선제는 부정이 작동할 틈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불자들은 스님들을 믿고 존경하고 따릅니다. 청정하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겁니다. 비록 구족계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지라도, 심지어 사미승일지라도 불자들에게는 존경의 대상이 됩니다. 불자들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것을 포기한 사람들로 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모든 스님들에게 투표권이 부여 되어야 할 것이라 봅니다.
비구니스님이라 하여 투표권을 주지 않는다면 비구스님과 비구니스님은 계급이 다른 것일까요? 부처님 가르침에 차별이 없다고 했습니다. 소똥이든 전단향이든 모든 재료에 붙은 불은 화염이나 광채나 광명에 있어서 동일 합니다. 출가자나 재가자나 가르침을 실천하면 누구나 깨달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물며 승단의 투표에서 비구니스님들을 배제한다면 비구니스님을 스님으로 인정하지 않는 꼴이 될 것입니다.
스님들이 투표한다고 하여 혼란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해제날 교구본사에서 한날에 일제히 투표하면 됩니다. 정부에서 공인한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면 됩니다. 선거법을 어기면 엄격하게 처벌할 수 있습니다. 부정이 발 붙일 틈을 주지 않는 것입니다. 스님들의 투표행위는 정치행위가 될 수 없습니다. 국민투표 하듯이 정당하게 한표를 행사하는 것입니다. 투표한다고 하여 혼란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국회의원선거나 대통령선거후에 소요사태가 일어났다는 말을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종회의원스님과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바쁘신데도 시간을 내 주신 스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당돌하게 찾아가서 어색한 만남을 자연스럽게 풀어 주시고 경청해 주신 넓은 아량에 감사 드립니다.
한국불교가 잘 되기를 바라는 재가불자로서 어떤 제도가 되었건 훌륭한 스님들이 이끌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청정하고 행정능력을 겸비하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총무원장선거는 직선제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94년 종단개혁당시부터 염원이었고, 최근에는 100인 대중공사에서 압도적 다수로 선호된 바 있습니다. 더구나 바로 이전 34대 총무원장선거 당시 공약사항이기도 했습니다.
사회에서는 신용을 중요시하게 여깁니다. 거래관계에서 신용은 자금결재로 나타납니다. 결재가 늦어지거나 아예 결재를 하지 않으면 ‘사기꾼’소리 듣습니다. 사기꾼이 되고 싶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사기꾼이 됩니다. 한국불교에서도 약속을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34대 총무원장선거 당시 공약이 이행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16-07-01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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