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집도 절도 없이, 천막 베낭의 대자유인

담마다사 이병욱 2016. 7. 17. 20:23

 

 

집도 절도 없이, 천막 베낭의 대자유인

 

 

 

 

 

종종 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을 본 지 수 년 되었습니다. 길거리에서 도로에서 공원에서 보았습니다. 여러번 보다 보니 이제 익숙합니다. 행색은 몹시 남루 합니다. 그렇다고 걸인 같지는 않습니다. 등에는 천막 말은 것을 메고 있습니다. 노끈으로 묶었는데 멜 빵까지 만들었습니다. 흔한 것이 등산용 베낭인데 천막메낭을 매고 다니는 것은 무슨 이유 일까요? 생각 나는 것이 노숙 입니다. 아무 곳이나 잠을 잘 때 필요한 것이라 봅니다.

 

그 사람은 걸인처럼 보이지만 걸인처럼 보이지 않고 노숙인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노숙인 같지도 않습니다. 천막베낭을 메고 돌아 다니기 때문 입니다. 나이는 육십 정도 되 보이는데 집도 절도 없는 듯 합니다. 머리는 함지박만하게 장발입니다. 깡마른 체구로서 이전 보다 더 말라 보입니다. 그가 나타날 때 호기심으로 유심히 쳐다 봅니다. 한번도 말을 걸지 않았지만 왠지 무언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를 종종 보다 보니 그에 대하여 궁금 해집니다. 왜 그런 모습으로 돌아 다니는지,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 흥미를 유발합니다. 추운 겨울날 그를 보았을 때도 여전히 천막베낭을 메고 있었습니다. 늘 입고 다니는 얇은 검은 옷과 거의 맨발이 몹시 추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공원에서 축구하는 사림들이 안되 보였는지 컵라면을 사주자 맛 있게 먹는 것도 보았습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합니다.

 

어제 그 사람을 또 보았습니다. 추운 겨울날 보았던 행색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사시사철 도시 이곳 저곳에서 종종 보는데 그 때마다 생각드는 것이 살아 있다는 것 입니다. 추운 겨울날 그를 보았을 때 틀림 없이 오래 못살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런데 따뜻한 봄날 천막베낭에 검은 옷에 함지박 머리의 그를 보았을 때 살아 있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쩐지 반가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늘 혼자 다닙니다. 집도 절도 가족도 친구도 없는 듯 합니다. 추운 겨울에도 죽지 않았고 늘 그 모습으로 다닙니다. 무표정한 얼굴 입니다. 눈빛은 형형 합니다. 몹시 궁금합니다. 그러나 한번도 가까이 한적도 말을 걸어 본 적도 없습니다. 이익 되는 것이 없을 것으로 보기 때문 입니다. 생각 같아서는 붙잡고 얘기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따뜻한 국밥이라도 사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럴만한 용기가 아직 없습니다. 그럼에도 언젠가 그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슬슬 듭니다.

 

오늘 새벽 문득 그 사람이 생각 났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자유인 같았습니다. 집도 절도 가족도 친구도 없어 보이지만 천막베낭 메고 아무 곳이나 다니는 자유인처럼 보였습니다. 그렇다고 요즘 티브이에서 보는 산속의 자연인은 아닙니다. 늘 도시의 들개처럼 도시 이곳 저곳을 배회하는 자유인의 모습입니다.

 

처음 그를 보았을 때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생각이 180도 바뀌었습니다. 어쩌면 가장 행복한 사람일지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겉모습은 초라해 보여도 정신적으로는 풍요로워 보였기 때문 입니다.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들개처럼 이곳저곳 다니는 삶이 숫따니빠따에서 보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구절이 생각 났습니다.

 

사람들은 집에서 살며 미래를 걱정하고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은 가족과 늘 갈등하며 살아 갑니다. 또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 노후에 대한 걱정으로 살아 갑니다. 그러나 홀로 살 때, 유행하는 삶을 살 때 삶의 족쇄에서 해방 됩니다.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 갈 때 자유인이라 볼 수 있습니다. 자유롭게 사는 그를 보자 그가 불현듯 대자유인처럼 보였습니다.

 

 

탐욕 없이, 속임 없이, 갈망 없이, 위선 없이,

혼탁과 미혹을 태워버리고,

세상의 온갖 바램에서 벗어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stn56)

 

 

2016-07-16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