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헛되지 않은 삶이란

담마다사 이병욱 2016. 8. 6. 09:57

 

헛되지 않은 삶이란

 

 

선풍기 하나로 버티는 열대의 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끈적거리기 까지 하여 샤워를 하지 않으면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습니다. 다행인 것은 모기가 없다는 사실 입니다. 그래서 창을 활짝 열어 놓습니다. 그러나 선풍기도 오래 틀다 보면 뜨거운 바람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차라리 부채가 더 났습니다.

 

강남에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에어컨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뜨거운 열대의 밤을 모두 에어컨에 의지 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잠을 잘 자는 방법으로 자기 두 시간 전에 에어컨을 최대한 빵빵하게 틀어 놓는 것이 요령이라 했습니다. 그러면 찬바람이 벽에 스며 들어서 냉기가 상당시간 유지 된다고 합니다. 일종의 생활의 지혜라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에어컨을 사용할 수 있는 밤은 몇 주 지나지 않습니다. 한달을 넘을 수 없는 열대의 밤을 위하여 집집마다 에어컨 설치하는 것이 낭비라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도시에서는 열섬현상으로 인하여 뜨거운 공기가 빠져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상승된 온도를 견딜 수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집집마다 사무실마다 건물마다 에어컨이 설치 되어 있습니다.

 

에어컨이 설치 되면 시원한 공기로 인하여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밖의 날씨는 찜통이지만 모든 창문을 꽉 닫아 놓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 갈 수 있습니다. 어쩌면 대단히 이기적이라 보여 집니다. 그렇다고 에어컨을 설치하고 사는 사람들을 모두 적으로 보아 시기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듯이 창문을 틀어 잠그고 살 때 반대로 창문 밖에는 더 더워져서 창문열고 사는 사람이 피해 볼 수 있다는 사실 입니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부동산이 화제로 옮겨 갔습니다. 어느 법우님은 가지고 있는 아파트 한 채를 팔았더니 세금으로 수 억 나왔다고 했습니다. 불로소득이니 그 만큼 걷어 간다는 것입니다. 이십여년 전 사 놓은 아파트가 거의 백배 올라 생긴 현상이라 합니다. 살고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이른바 모기지 신청을 했는데 연금보험등 이것저것 합하면 공무원연금자 수준에 달한다고 합니다. 완벽한 노후 대책을 해 놓은 것 입니다.

 

사람들은 이 생에서 천상의 삶을 누리고자 합니다. 각종 편의 시설과 노후대책을 특징으로 하는데 여기에 건강까지 챙기고 마음공부도 열심히 하여 이 생에서 삶의 질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비록 불로소득에 의한 것이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것도 실력이라 볼 수 있습니다.

 

불로소득에 대하여 이전에는 부러움, 시기와 질투가 혼재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동요 되지 않습니다. 불편하더라도 감내 하는 삶을 살아 갑니다. 미래가 불투명하긴 하지만 미리 걱정하는 어리석은 삶을 살지 않습니다. 지금 행복해 보이는 자일지라도 물질적 것들이 다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번듯한 집에 살며 외제 승용차를 몰고 다니며 한껏 멋을 내고 다니는 사람일지라도 한꺼풀만 들어가 보면 말 못할 고민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 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물질적 행복에 부러워한다면 하수 입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생활이 편리와 안락을 가져다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근본적인 고민을 해결해 주지 못합니다. 나이 들면 늙어야 하고, 늙으면 병이 드는 고통은 재벌들도 피해 갈 수 없습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감도 있습니다. 완벽한 노후 대책을 세웠어도 천년만년 보장되지 않습니다. 죽을 때까지 삶을 보장한다고는 하지만 그때 가 봐야 압니다.

 

상황은 자꾸자꾸 변합니다. 지금 이 행복이 영원히 지속 되지 않으리라는 것은 상식에 속합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 생에서 천상의 삶을 누리려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돈을 많아 벌어 노후를 편하게 지낼까 하는 것이 최대의 화두가 된 듯합니다. 그래서 불로소득의 대열에 동참하지 못한 자는 일종의 낙오자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생에서 아무리 천상같은 삶을 살아도 재벌의 그것에 미치지 못합니다. 재벌도 의 삶도 수명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영속할 수 없습니다. 재벌도 옛날 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옛날 왕들은 모든 것을 가진 자들 이었습니다. 한나라의 영토와 백성이 자신의 소유물과 다름 없었습니다. 이 세상에 왕권만한 행복은 없을 것 입니다. 그런데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 했습니다.

 

 

수행승들이여, 세상에 어떤 여자나 남자가 여덞 가지 고리를 갖춘 포살을 준수하고 몸이 파괴되어 죽은 뒤에 네 위대한 왕의 하늘나라 신들 사이에 태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을 인간의 왕권은 천상의 행복에 비해 보잘 것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A8.42)

 

 

 

 

 

 

삼보에 대한 흔들림 없는 믿음을 가지고 계행을 지키는 자는 천상에 태어날 것이라 했습니다. 그런 천상은 왕권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왕권은 천상의 행복에 대하여 십육분의 일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 했습니다.

 

불로소득을 형성하는데 있어서 법을 어겼다면 계행을 어긴 것과 같습니다. 과도한 이익을 취하는 것은 도둑질과 같다고 했습니다. 주지 않는 것을 가져 갔을 때 도둑질이라 합니다. 도둑질은 오계를 어기는 것으로 악처에 태어날 운명적 행위를 하는 것 입니다. 지금 천상과 같은 삶 이후에 악처에 태어난다고 생각하면 죽기가 죽기 보다 싫을 것입니다. 한평생 온갖 것들을 즐기기만 한 사람들이 죽음에 이르러 두려움과 공포에 떠는 것은 자신의 운명을 자신이 잘 알기 때문일 것 입니다.

 

불법과 탈법, 불로소득으로 형성된 재산으로 천상과도 같은 행복을 누리고 있다면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계행을 지켜 떳떳이 사는 사람은 천상이 보장 되어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노후 대책이고 미래에 대한 보험 일 것입니다.

 

 

여래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잘 정립되고

고귀한 님들이 사랑하고 찬탄하는

훌륭한 계행을 잘 지키고,

 

참모임에 청정한 믿음을 지니고

통찰이 올바른 자는

가난하다고 불리지 않으니

그 삶은 헛되지 않네.

 

그러므로 지혜로운 자라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새겨

믿음과 계행과 청정,

그리고 가르침에 대한 통찰에 전념해야 하리. ( S11.14)

 

 

 

2016-08-06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