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복을 허용하되 악용은 안된다? 천도재를 부정하신 부처님

 

 

기복을 허용하되 악용은 안된다? 천도재를 부정하신 부처님

 

 

 

 

 

 

 

기복, 대체 어디까지 해야 하는 것일까요? 복을 바라며 기도하는 행위를 기복이라 볼 수 있습니다. 절대적이고 초월적인 대상에 대하여 모종의 거래하는 행위라 볼 수 있습니다. 죽은 자를 위하여 천도한다고 했을 때 좋은 곳으로 잘 가게 해달라는 의미에서 천도한다고 어느 스님은 불교TV에서 말하기도 했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염라대왕을 매수하는 것입니다.

 

천도재를 부정하신 부처님

 

만일 신체적으로, 언어적으로, 정신적으로 악업을 많이 지은 자가 천도한다고 하여 천상에 태어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하여 초기경전에서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또 살아 있을 때 신체적으로 언어적으로 정신적으로 선행을 많이 한 자에 대하여 누군가 저주의 기도를 하여 악처에 태어나게 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역시 초기경전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부처님당시 어느 촌장이 부처님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촌장]

“세존이시여, 서쪽지방에 사는 사제들은 물병을 들고 쎄발라 꽃으로 화환을 하고 물에 들어가 목욕재계를 하고 불의 신을 섬기는데, 그들은 이미 죽은 사람을 들어올려 이름을 부르고 하늘나라로 인도합니다. 그런데 세존이시여, 세상의 존귀한 님, 거룩한 님, 올바로 원만히 깨달은 님께서는 모든 세상 사람들이 몸이 파괴되어 죽은 뒤에 좋은 곳, 하늘나라로 태어날 수 있도록 할 수 있습니까?” (S42:6)

 

 

이는 천도에 대한 것입니다. 사제들이 죽은 자를 하늘나라로 인도하는 것을 말합니다. 촌장은 부처님에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묻습니다. 부처님은 어떻게 대답했을까요? 다음과 같이 말씀 했습니다.

 

 

[세존]

 “그렇다면 촌장이여, 거기에 대해 내가 그대에게 질문하겠습니다. 옳다고 생각한다면 대답해 주면 감사하겠습니다. 촌장이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 세상에 어떤 사람이 살아있는 생명을 해치고, 주지 않는 것을 빼앗고, 사랑을 나눔에 잘못을 범하고, 거짓말을 하고, 이간질을 하고, 욕지거리를 하고, 꾸며대는 말을 하고, 탐욕스럽고, 성내는 마음을 가지고,  삿된 견해에 사로잡혔다면,  그에게 많은 사람이 모여와서 ‘몸이 파괴되고 죽은 뒤에 좋은 곳 하늘나라로 태어날지어다’ 라고 기도하고 찬탄하고 합장하고 순례한다면 촌장이여, 그대는 그것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 사람은 많은 사람이 기도하고 찬탄하고 합장하고 순례한 까닭에 몸이 파괴되고 죽은 뒤에 좋은 곳 하늘나라로 태어날 수 있습니까?” (S42:6)

 

 

살아 있을 때 오계를 어기고 십악행을 일삼은 자가 있습니다. 그가 죽었을 때 사제에게 하늘나라에 태어날 수 있게 천도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에 부처님은 “그 사람은 많은 사람이 기도하고 찬탄하고 합장하고 순례한 까닭에 몸이 파괴되고 죽은 뒤에 좋은 곳 하늘나라로 태어날 수 있습니까?”라고 반문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유명한 돌의 비유를 듭니다. 부처님은 “촌장이여,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커다란 큰 돌을 깊은 호수에 던져 넣었다고 합시다. 많은 사람이 모여와서 그것을 두고 ‘커다란 돌이여, 떠올라라. 커다란 돌이여, 떠올라라’ 라고 기도하고 찬탄하고 합장하고 순례한다면 촌장이여, 그대는 그것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 커다란 큰돌이 많은 사람이 기도하고 합장하고 찬탄하고 순례한 까닭에 물 속에서 떠오르거나 땅위로 올라올 것입니까?” (S42:6) 라고 쉬운 예를 들어 설명합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음을 말합니다. 저주의 기도도 마찬가지 입니다. 오계를 지키며 선행을 한 자에게 누군가 저주의 기도를 한다고 해서 악처에 태어날 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기복을 하되 악용은 안된다?

 

기복을 조장하는 기도는 ‘기독교따라하기’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이에 다양한 반응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기복으로 먹고 사는 한국불교에서 기복이 없으면 안된다는 논리도 있습니다. 또 기복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라 하며 기도와 기복이 필요한 자에게는 긍정적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어떤 이는 불교신문 칼럼에서 “기복신앙이 옳은 것이냐 그른 것이냐를 따지기 전에 만약 종교에 기복적 색채가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종교는 철학교육이 되거나 도덕과 윤리교육이 되고 말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복을 빌 일이 없으니 사찰과 교회와 성당은 텅텅 비게 될 것이다.” 라 했습니다. 기복이 사라졌을 때 교회와 성당, 사찰은 텅텅 비게 될 것을 염려 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기복이 문제가 되는 것은 신앙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기 때문이라 합니다. 대체로 기복에 대하여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기도와 기복을 인정하자는 것은 마치 술을 인정하자는 것과 같습니다. 법보신문이 주관하고 있는 ‘불자답게삽시다’ 캠페인을 보면 음주와 관련하여 여섯 번째 항목에 “취하도록 술 마시지 않기(불음주)”가 있습니다. 이는 사실상 술을 허용하는 것과 같습니다. 초기경전에서는 ‘술을 마시지 말라’로 되어 있지 그 어디에도 ‘취하도록 마시지 말라’는 말은 보이지 않습니다. 술을 마시지 말라는 것과 술을 마시긴 마시되 취하지 마시지 말라는 다른 말입니다. 기복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부처님이 돌덩이 비유를 해가면서 까지 하늘나라 천도무용론을 말씀 했지만 한국불교에서는 기복의 불가피성을 얘기 하며 기복을 하긴 하되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해서는 안된다고 말합니다. 술은 마시되 취하도록 마시면 안된다는 말과 하등 다를 바 없는 말입니다.

 

불교와 기독교는 근본에서 같다?

 

기복을 허용한다면 불교와 기독교는 사실상 구별이 없습니다. 어느 법우님은 밴드 댓글에서 “근본적 근원적으로 보면 기독교나 불교가 다르지 않는데 법사님께서는 자꾸 편가르기식의 글을 올립니다.”라고 불만을 토로 했습니다.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는 입장에서 법사라도 불러 달라고 한 바 없음에도 법사라고 부르는 것이 부담스럽습니다. 법우님에 따르면 불교나 기독교나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는 것이라 했습니다. 마치 산은 하나인데 올라가는 길은 여럿 이라는 종교다원주의를 연상케 합니다. 불교와 기독교는 근원에서 하나일까요? 불교와 기독교의 진리는 같은 것일까요?

 

2011년 종교평화선언추진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조계종 화쟁위원회 주관으로 선언을 추진했는데 그때 당시 블로그에 수 십개의 글을 올리며 반대 했습니다. 이유는 불교가 망하는 길로 가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내용이었을까요? 선언문 초안을 보면 놀랍게도 불교와 기독교는 근본에 있어서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소위 아쇼카선언문이라 불리는 종교평화선언 열린진리관을 보면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불교는 ‘나만의 진리’를 고집하지 않으며 불교에만 진리가 있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불교는 이웃종교에도 진리가 있음을 인정합니다. 진리에 대한 표현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열린 진리관은 이웃종교를 대하는 기본 원칙이며 대화와 소통을 위한 출발입니다. 진리란 특정 종교나 믿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진리는 모두에게, 모든 믿음에 다 열려 있습니다. 종교가 다른 것은 서로의 진리가 달라서가 아니라 진리를 표현하는 언어와 문법이 다를 뿐입니다.”

 

(종교평화를 위한 불교인 선언, 21세기 아쇼카선언, 2011년)

 

 

참으로 놀라운 내용입니다. 조계종 도법스님이 주도하는 결사본부 화쟁위에서 초안으로 만든 것을 보면 불교와 기독교의 진리관은 다르지 않음을 말합니다. 마치 산은 하나인데 올라 가는 여럿 있다는 종교다원주의자들의 주장과 똑 같습니다. 더구나 선언문에서 포교에 대한 것을 보면 “전법은 교세의 확장이 아니라 뭇 생명의 평화와 행복을 실현하기 위한 것입니다.”라 하여 사실상 ‘전법포기선언’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만일 2011년 당시 이런 내용의 선언문이 공표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 한국불교는 기독교와 똑 같은 종교임을 전세계에 선포하는 것과 다름 없었을 것입니다. 또 교세확장을 이유로 전법하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에 포교할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늘이 도왔는지 그때 당시 종정스님이었던 ‘법전스님’이 허락을 하지 않아 유보 되었습니다. 그러나 언제 또 다시 기습적으로 공표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종교평화선언, 소위 아쇼카선언이 공표되는 날 한국불교는 끝납니다. 더 이상 불교로서 정체성을 유지하기 힘들 것입니다. 기도와 기복 등으로 이미 기독교화 되어 있는 한국불교에서 “진리가 달라서가 아니라 진리를 표현하는 언어와 문법이 다를 뿐입니다”라 하여 불교와 기독교가 서로 다르지 않음을 선언한다면, 한국불교는 기독교에 흡수 되고 말 것입니다.

 

포교원장 지홍스님은 한국불교가 10년내 소멸할 수 있음을 경고 했습니다. 현재와 같은 기복이 만연한 가운데 기독교따라하기로 일관한다면 불교의 정체성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마치 인도에서 대승불교가 밀교화 됨에 따라 힌두이즘과 차이가 없어 졌을 때 힌두이즘속으로 사라졌듯이, 한국불교과 근본에 있어서 기독교와 차이가 없다면 한국불교 역시 기독교속으로 사라질지 모릅니다.

 

삼보를 피난처로 삼아

 

기도와 기복은 부처님 가르침이 아닙니다. 불자들은 다른 것에 의지 하지 말고 붓다와 담마와 상가에 의지하고 귀의하고 피난처로 삼아야 합니다. 부처님은 두려울 때 붓다와 담마와 상가를 염하라고 했습니다. 세월호사건을 연상케 하는 이야기가 상윳따니까야 ‘참사람과 함께의 경(S1.31)’에 있습니다. 인연담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상인들이 바다를 건너는데, 폭풍우가 몰아쳐서 배가 가라앉게 되었다. 그러자 그들은 각각 자신의 수호신을 외쳐 대며 도움을 청했다. 싸뚤라빠는 ‘백명의 외치는 자’라는 뜻이다. 그런데 오직 한 사람만이 결가부좌한 채 동요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한 동승자가 그에게 태연자약한 이유를 묻자 그는 여행을 떠나기 전 승단에 공양을 드리고 귀의했으므로 어떤 두려움도 없다고 했다. 그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려 달라는 동승자의 부탁을 받고, 그들을 백명씩 일곱 그룹으로 나누어 차례로 부처님의 오계를 가르치고 오계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겨 확실히 귀의하도록 했다. 배는 점점 깊이 가라앉아 모두 죽게 되었고 그들은 서른셋 신들의 하늘나라(도리천)에 태어나 제석천궁에서 살게 되었다.” (Srp.I.54)

 

 

배가 침몰하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동요했습니다. 죽음을 직감한 것입니다. 어떤 이는 자신이 믿는 신의 이름을 부르며 도움을 청했다고 합니다. 기도에 익숙한 자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의지하는 초월적 존재에게 구원을 요청했을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애타게 또는 광적으로 심지어 울부짓으며 신을 찾았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단 한사람만이 조용히 죽음과 직면하며 명상하며 앉아 있었다고 했습니다. 부처님과 가르침과 승가에 귀의한 불자입니다. 그렇다면 불자는 왜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임종을 맞이 했을까요? 그것은 불법승 삼보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불법승 삼보에 의지하고 귀의하고 피난처로 삼았기 때문에 어떤 두려움도 없었던 것입니다.

 

 

“참사람과 함께 지내며

참사람과 함께 사귀어라.

참사람의 참다운 가르침을 알면,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네.”(S1.31)

 

 

2016-08-22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