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까야번역비교

앙굿따라니까야 최초번역과 관련하여

담마다사 이병욱 2016. 9. 7. 12:58

 

 

앙굿따라니까야 최초번역과 관련하여

 

 

공돈이 생겼을 때

 

공돈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써 버린다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먹는 것이나 마시는 것에 썼을 때 대변과 소변으로 나오는 것 밖에 없다. 무언가 의미 있게 사용하려면 달아나지 않는 것을 사 놓아야 한다. 낡아서 닳아 빠져 사라지지 않는 한 끝까지 함께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을 하다 보면 실수할 때가 있다. 대게 부주의한 것이다. 난이도가 높은 것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기 때문에 실수가 적지만 쉬운 것에서 오히려 실수가 자주 발생한다. 몇 주 전 고객의 일이 그랬다. 일을 맡긴 고객은 불량고객이다. 결재를 제 때에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폭탄투하하듯이 수 많은 메일을 한꺼번에 보내 왔을 때 난감하다. 엔지니어출신으로서 자신이 해 놓은 일에 무한 책임을 지는 입장에서 해 주지 않을 수도 없다. 결재도 잘 되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이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해 주었다. 그러나 성의가 부족했던지 결국 실수를 하고 말았다.

 

고객에게 실수를 인정했다. 미결건에 대하여 손실된 것만큼 제하고 결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런데 고객은 제하지 않고 모두 결재 해 주었다. 아마 감사의 표시같다. 결국 공돈이 생긴 것이나 다름 없다. 그 돈으로 책을 구입했다.

 

공돈이 생겼을 때 대체로 책을 산다. 그것도 한 두 권이 아니라 전집으로 된 경전을 구매한다. 오래 전부터 사고 싶은 책이 있었다. 그것은 초기불전연구원에서 출간된 앙굿따라니까야 전 6권이다.

 

 

 

 

 

 

 

 

모든 번역서를 갖추고

 

초기불전연구원에서 발간된 경전은 모두 다 갖추어져 있다. 현재 상윳따니까야 6, 맛지마니까야 4, 디가니까야 3, 그리고 이번에 구입한 앙굿따라니까야 6권이다. 이로써 초기불전연구원에서 출간된 사부니까야를 모두 갖추게 됐다.

 

 

 

 

 

 

현재 책장에는 한국빠알리성전협회에서 출간된 번역서 역시 모두 갖추어져 있다. 사부니까야 뿐만 아니라 법구경, 숫따니빠다, 이띠붓따까, 우다나 등 쿳다까니까야의 일부 경전도 있다. 이렇게 시중에 판매되는 니까야를 모두 구매하게 된 것은 번역비교를 할 때 참고 하기 위해서이다.

 

 

 

 

 

 

앙굿따라니까야는 동시번역

 

한국에서는 두 종류의 니까야 번역서가 있다. 상윳따니까야와 맛지마니까야의 경우 한국빠알리성전협회에서 최초로 번역했다. 디가니까야와 앙굿따라니까야의 경우 초기불전연구원이 최초로 번역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앙굿따라니까야의 경우 사실상 거의 동시번역이라 볼 수 있다.

 

대림스님이 번역한 앙굿따라니까야 마지막 권이라 볼 수 있는 6권 해제글을 보며보면 이번에 초기불전연구원에서 전6권으로 앙굿따라니까야를 한국최초로 한글완역 해 낸 것은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아주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된다.”라 했다. 한국최초번역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렇게 말한 시점은 2007년 말경이다. 6권 초판 인쇄날자를 보니 2007 11 5일이다.

 

대림스님의 해제글 대로라면 초기불전연구원에서 한국최초로 앙굿따라니까야를 완역했다. 그런데 한국빠알리성전협회의 번역서도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는 사실이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 11권 초판본은 2008 1 8일로 되어 있다. 불과 두 달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거의 동시 번역이라 볼 수 있다.

 

번역레이스를 하는 듯

 

초기불전연구원에서는 왜 앙굿따라니까야를 번역하게 되었을까? 각묵스님이 완역한 디가니까야는 2006 1 5일 초판본 인쇄로 되어 있다. 한국최초로 디가니까야를 완역한 것이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 전재성박사의 디가니까야 완역에 대한 초판본 날자는 2011 4 15일로 되어 있다. 디가니까야에 관한한 누가 보아도 각묵스님이 최초로 완역한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초기불전연구원에서는 왜 앙굿따라니까야부터 번역했을까?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추론할 수 있다. 경이 송출될 때 디가니까야가 가장 빠르기 때문에 디가니까야부터 번역할 수 있다. 그런 순서라면 이어지는 번역은 맛지마니까야, 상윳따니까야 앙굿따라니까야 순서로 번역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초기불전연구원에서는 디가니까야를 번역한 다음에 앙굿따라니까야 번역작업에 들어갔다. 이에 대하여 대림스님은 해제에서 순서상 디가니까야 다음에는 맛지마니까야가 출간되어야 하겠으나 여러 관심 있는 분들의 부탁과 조언을 바탕으로 앙굿따라니까야 부터 진행하게 되었으며..”라고 써 놓았다. 부탁과 조언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추론할 수 있다. 맛지마니까야의 경우 이미 전재성박사가 번역해 놓았기 때문에 아직 번역되지 않은 앙굿따라니까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대림스님의 앙굿따라니까야가 번역되고 있을 때 전재성박사도 거의 동시에 번역작업에 들어 갔다는 사실이다. 초기불전연구원 앙굿따라니까야 1권 초판본이 나온 날자가 2006 8 10일로 되어 있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의 1권의 초판본은 2007 1 7일로 되어 있다. 불과 4개월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앙굿따라니까야출간을 놓고 마치 레이스가 펼 쳐진 듯 하다.

 

오역을 예측?

 

대림스님의 해제글에 따르면 초기불전연구원은 2002 10월에 개원했다고 한다. 전재성박사의 상윳따니까야와 맛지마니까야가 출간되고 나서의 일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곧바로 니까야 번역을 하지 않고 논서를 번역했다. 그래서 2004년에 청정도론을 내 놓았다.

 

초불연에서 디가니까야 완역 초판본은 2006 1 5일이다. 이어서 앙굿따라니까야를 내 놓았는데 모두 각묵스님과 대림스님 모두 처음 번역한 것들이다. 그래서일까 대림스님은 해제글에서 이상하거나 애매한 부분을 발견하신 독자들께서는 언제든지 연락주시어 다음 번 출간에서 바로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의 말을 하고 있다. 이런 당부의 말은 각묵스님의 디가니까야에서도 볼 수 있다.

 

각묵스님은 디가니까야 해제글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 했지만 역자가 오역을 하고 탈역을 한 부분과 오자와 탈자가 계속 나타날 것이다.”라 단정하고 읽는 도중에 잘못된 부분을 발견한 독자제위께서는 반드시 이것을 지적해주시어 다른 니까야의 출간에는 모두 반영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바란다.”라고 써 놓았다. 이렇게 본다면 번역비교를 하여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 그다지 문제 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잘못을 알려 준 것에 대하여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것이다.

 

번역비교를 해 보면 무수하게 잘못이 발견된다. 오역, 탈역, 오자, 탈자 등 무수하게 나타난다. 특히 심각한 것은 오역이다. 원문과 정반대의 번역을 했을 때 가르침을 왜곡하는 것이 된다. 번역비교를 하면서 이런 점을 많이 지적했다. 그런데 초기불전연구원 해제글을 보면 이런 현상을 예감해서인지 오역을 하고 탈역을 한 부분과 오자와 탈자가 계속 나타날 것이다.”라고 예측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림스님이 앙굿따라니까야 번역과 관련하여 매우 조심스런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전재성박사는 매우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재성박사는 앙굿따라니까야 1권 해제글에서 앙굿따라니까야에 대한 번역은 올 초에 시작했으나 쌍윳따니까야의 개정판 출간을 위해 정밀한 교정작업을 병행하면서 탄생된 것이라 비교적 완성도가 높다.”라고 했다. 이는 앙굿따라니까야가 나중에 출간되었기 때문이다. 먼저 출간된 상윳따니까야와 맛지마니까야에 대한 대대적인 교정작업 끝에 탄생되었기 때문에 완성도가 높은 것이라 자신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차이 나는가?

 

두 종류의 니까야번역서는 서로 어떻게 다른 것일까? 외형적으로 보았을 때 한국빠알리성전협회 번역서가 모두 10권으로 초기불전연구원의 6권 보다 4권이 더 많다. 왜 이렇게 권수도 많고 부피도 큰 것일까? 이에 대하여 전재성박사는 해제글에서 이렇게 써 놓았다.

 

 

앙굿따라니까야나 쌍윳따니까야의 경우에는 워낙 짧은 경들이 많고 경 구분 체계도 각 나라 판본이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수 많은 결집이나 번역을 통해 완성되어 가는 판본이다. 원래 빠알리성전협회본과 미얀마 육차결집본의 경구분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역자는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선에서 생략된 판본을 복원하고 경의 숫자를 새롭게 확정지어야만 했다. 특히 이번에 소개되는 제1권과 제2권의 경우에는 모든 판본이나 역문에서 경제목이 누락되어 있는데, 역자는 다른 경제목 부착되어 있는 3권 이하 권본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1500개나 되는 경명을 일일이 부여하고 생략된 반복경구를 복원하였다.”

 

(전재성박사, 한국빠알리성전협회 앙굿따라니까야 해제)

 

 

전재성박사에 따르면 생략된 판본을 복원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반복문구를 모두 복원하여 실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모두 빠짐 없이 싣다 보니 10권에 이르는 방대한 번역서를 보게 되었다.

 

대림스님이 번역한 초기불전연구원의 앙굿따라니까야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가장 큰 특징은 판본의 생략이다. 그리고 반복문구를 생략했다. 이렇게 반복문구를 생략하는 것에 대하여 빠알리어로 뻬이얄라(peyyāla)’라 한다.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하여 대림스님은 해제글에서 이렇게 소개했다.

 

 

육차결집본은 1957년에 미얀마 양곤에서 마무리된 6차 결집에서 공식으로 승인된 것이기 때문에 승가의 전통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초기불전연구원은 세계학계에서 기본 판본으로 자리매김한 PTS본을 저본으로 할 수밖에 없었으며 두 판본의 편집 차이는 가급적 모두 주해에서 밝히려 하고 있다.”

 

(대림스님, 초기불전연구원 앙굿따라니까야 해제)

 

 

대림스님에 따르면 PTS본을 저본으로 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미얀마결집본이 공인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PTS본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하여 유럽에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이는 해제글에서 그러나 이러한 전통에 별 관심이 없는 서양학자들은 그들 기준으로 경을 편집했다.”라고 언급한 것에서 알 수 있다. 미얀마육차결집본이 공식적으로 공인된 텍스트임에도 불구하고 서양학자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 서양학자들의 견해를 따를 수밖에 없는 고충을 말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반복문구는 모두 생략되었다. 이에 대하여 설명으로 넷의 모음 28장을 들고 있다.

 

서양학자들이 만든 PTS본에 따르면 28장의 경우 탐욕의 반복 품이라 하여 하나의 경으로 취급했다. 그러나 확장해 놓으면 넷의 모음은 배가 된다. 초기불전연구원에서는 PTS본을 따라 하나의 경으로 취급해 놓았다. 그래서 28장 탐욕의 반복품을 보면 마음챙김의 확립 등 경(A4.271)’라 하여 대표경을 하나 내 세우고 난 다음 모두 반복문구를 생략했다. 그 결과 경을 보면 성냄을어리석음을…”등으로 점 세 개로 표현했다. 반면 전재성박사는 이를 모두 복원하였다. 그 결과 28장 확장의 품을 보면 17 51개 경이 복원되어서 모두 34페이지에 이른다. 이는 단 3페이지로 뻬이얄라처리한 초기불전연구원 번역서와 비교된다.

 

잘못을 지적하는 것

 

초기불전연구원의 앙굿따라니까야를 구입함으로써 현재 두 종류의 사부니까야를 모두 갖추었다. 거의 동시에 번역된 앙굿따라니까야는 한국의 불자들에게 등불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나 부처님의 원음을 누가 정확하게 전달하였는지는 읽어 보아야 알 수 있다. 그것도 빠알리원문과 읽어 보아야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그러나 두 번역서만 읽어 보아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번역에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부분이라든가 정반대의 번역을 발견했을 때 원문과 영역을 찾아 보면 금방 드러난다.

 

어느 번역이든지 완벽한 번역은 없다. 번역자의 역량에 따라 차이가 나고, 번역자의 인문학적 소양과 언어학적 소양에 따라 차이가 난다. 그리고 번역자의 개성에 따라 문체도 달라지고 사용언어도 달라진다. 두 번역서를 잘 비교하여 어느 것이 잘못되었는지 알려 주는 것도 한국불교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 본다.

 

 

2016-09-07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