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막장드라마가 있습니다.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를 말 합니다. 막장이라는 말은 탄광에서 사용하는 말입니다. 갈데 까지 가서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을 의미 합니다. 아마 탄광 광부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막장일 것 입니다. 목숨걸고 일하는 터전이 나쁜 의미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막행막식(莫行莫食)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좋은 뜻으로 말하면 걸림없는 무애행일것입니다. 그러나 대게 부정적으로 사용됩니다. 계행을 무시하고 아무렇게나 행동하는 것을 말 합니다. 여기서도 ‘막(莫)’이라는 말이 사용됐습니다. 막자가 사용되면 갈데 까지 가는 것이 연상됩니다. ‘막간다’는 말이 이에 해당됩니다.
요즘 한국불교는 막가는 것 같습니다. 앞뒤를 생각하지 않고 막되게 행동하는 듯합니다. 막가는 인생에 걸림이 없어 보이듯 한국불교에서는 비상식적 일들이 버젓이 일어납니다. 최근 교계뉴스를 보니 어느 재가단체리더이자 불교지식인에 대하여 융단폭격을 퍼붓는 것을 보았습니다. 조계종 종무원들과 신도단체가 총동원되어 어느 교수를 매장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교수가 책을 냈는데 일부 내용을 문제삼고 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한국불교는 변태불교다”(106쪽), “조계종단은 늘 약자의 등에 빨대 꽂고 돈만 보면서 산다.”(202쪽), “한국사회에서 불교가 더는 제 역할을 못하고 단지 일부 승려들의 재산 증식 사업 장소로 전락.”(327쪽), “사찰들 이면을 보면 암흑가 갱단 같다…보스로서 종교 비즈니스의 왕이 총무원장이고, 이면의 몇몇 작은 보스들이 총무원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59~60쪽)” 라 합니다. 내용이 거칠긴 하지만 비교적 한국불교의 현실을 잘 짚어 낸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표현이 기득권프레임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불편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공개참회를 요청하고 불응시 법적대응도 불사하겠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에 대하여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교계신문의 L기자는 특별기고문을 통하서 “한 사람의 지식인을 지나치게 공격해서 매장에 성공했을 때 불교계에 과연 무엇이 돌아올까.”라며 염려 했습니다. 과연 힘없는 재가불교단체의 리더이자 지식인을 생매장하여 성공했을 때 한국불교의 위상이 올라갈까요? 아마 세간의 비난의 집중될 것입니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격이 될 것이고, 빈데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것입니다. 득보다 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마치 ‘종단의 홍위병’처럼 듣도 보도 못한 재가단체들이 총동원 되어 한 사람을 잡기 위하여 혈안이 되어 있는 듯 합니다.
싱식을 어긋나는 조계종지도부의 행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총무원장 직선제와 관련하여 직선제추진의 상징인물과도 같은 허정스님을 총무원장직선특위에서 배제 시켰습니다. 사소한 꼬투리를 문제삼아 내친 것 입니다. 그런데 또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아예 주지직을 박탈해 버렸습니다. 재임시켜 주지 않은 것 입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마 종단에 밉보여서 일 것 입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바른 소리를 했기 때문 입니다. 이에 대하여 허정스님은 천장사카페에서 이렇게 고백 했습니다.
“현재 승가의 구성원들은 불이익을 받을까봐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불가에 들어와서 젊음을 다 바치고도 이렇게 비겁을 강요하는 승가가 왜 우리에게 필요합니까? 제 자신과 저의 도반들과 본사주지스님과 총무원집행부와 승가대중스님들께 진중하게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허정스님, 천장사주지 첫 임기를 마치며, 2016-09-23)
한국불교에서는 침묵이 일상화 되어 있는 듯 합니다. 조직침묵을 말 합니다. 말을 해도 들어주지 않으니 침묵 합니다. 체념적 침묵 입니다. 말을 하면 불이익을 받을까봐 침묵합니다. 방어적 침묵 입니다. 이렇게 모두 입을 닫고 있을 때 잘못된 것을 잘못이라 말하고,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면 불이익 받습니다. 허정스님이 대표적 입니다. 허정스님은 각종기고문을 통해 불합리한 것을 지적하고 합리적 대안을 제시 했지만 돌아온 것은 주지직 연임불가였습니다.
숫따니빠따에 “비난 받아야 할 것을 찬양하고 찬양해야 할 것을 비난하니, 입으로써 불운을 쌓고 그 불운으로 안락을 얻지 못한다.”(stn658) 라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한국불교에 딱 들어맞는 말 같습니다. 한국불교에서는 이상한 풍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도박, 음주, 폭행, 은처 등 각종 범계행위로 비난 받아야 할 사람은 비난 받아 마땅함에도 정반대로 이득과 명예와 칭송을 누리고 있습니다. 반면 종단의 잘못을 지적하고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며 건설적으로 개혁하려는 사람은 칭찬은 커녕 비난과 각종 불이익을 당하고 있습니다.
한국불교에서는 바른 말 하면 불이익 받습니다. 지적하고 비판하면 확실히 불이익을 받습니다. 이번 천장사 주지 연임거부 사건이 이를 증명합니다. 또 한국불교에서는 지식인이 바른 말하면 생매장 시키려 합니다. 더구나 공개참회를 요청하고 법정대응 하려 합니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최근 일련의 사태를 보니 한국불교가 막 가는 듯 합니다.
2016-09-24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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