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늙은 좀비’ 소리 듣지 않으려면

담마다사 이병욱 2016. 11. 3. 09:36

 

늙은 좀비소리 듣지 않으려면

 

 

인터넷게시판에서 충격적인 말을 접했습니다. 그것은 늙은 좀비라는 말입니다. 거친 글로 가득한 인터넷게시판에서 늙은 좀비는 할 일 없는 노인을 일컫는 말입니다. 좀비(zombie)라는 말은 외래어로서 서인도 제도 아이티 섬의 부두교 의식에서 유래 된 것으로, 살아 있는 시체를 일컫는 말입니다. 늙은 노인에 대하여 살아 있는 시체와 같다고 하여 늙은 좀비라 하는 것입니다.

 

 

zombie

 

 

종로3가에 가면 노인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잔뜩 나이 든 노인이 무표정한 얼굴로 비틀거리며 걷습니다. 한 두 명이 아닙니다. 생명이라든가 희망이라는 말이 떠 올려지지 않습니다. 그저 안쓰러울 뿐입니다. 나도 언젠가 저런 대열에 합류할 것임을 생각할 때 두려움이 앞섭니다.

 

늙음은 괴로움

 

수 백 명이 식사하는 카페테리아에 가면 노인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요즘은 이곳 저곳에 요양병원이 많이 생겨 났습니다. 인근 요양병원에서 단체로 식사하는 것입니다.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이 식판에 밥과 반찬을 잔뜩 올려 놓습니다. 먹어야 삽니다. 먹지 못하면 죽음이 멀지 않았다고 보면 틀림 없습니다. 그래서 밥숫갈 놓는다라는 말은 죽음과 동의어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노인들을 피합니다. 식탁에 노인이 앉아 있으면 다른 식탁으로 가는 것이 보통입니다. 아마 냄새가 큰 원인일지 모릅니다.

 

늙으면 추해집니다. 사람들이 모두 피해갑니다. 늙으면 사지가 무력해지고, 감각기능이 쇠퇴해지고, 기억력과 이해력이 희미해지고, 타인으로부터 경멸을 받는 등 여러가지 조건으로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괴로움이 일어난다.”(Vism.16.45) 라고 했습니다. 늙는 것도 서러운데 늙었다고 경멸까지 받는다면 더욱더 서러울 것입니다. 더구나 노인에 대하여 늙은 좀비라 하여 폄하한다면 늙은 것 자체가 괴로움입니다. 그래서 늙음은 괴로움이다.’라 했을 것입니다.

 

 

사지가 무력함으로

감각기능이 쇠함으로

젊음이 사라짐으로

기력이 쇠퇴함으로

기억력등이 희미해짐으로

 

자기의 가족들조차도

하찮게 여김으로

더군다나 망령이

드는 것으로

 

인간은 정신적이고

육체적인 괴로움을 겪나니

이 모든 괴로움은

늙음이 가져 온 것

그래서 늙음을 괴로움이라 한다.”

(Vism.16.45)

 

 

내가 십년만 젊다면

 

한 해, 두 해 나이를 먹어 갑니다. 이럴 때 생각나는 말이 내가 십년만 더 젊었으면하는 말입니다. 지금 보다 십년 더 젊다면 무엇이든지 할 듯합니다. 그러나 이 말은 상대적입니다. 지금 오십대가 사십대를 바라보며 십년만 더 젊었으면이라고 말한다면, 지금 육십대는 내 나이가 되봐! 네 나이만 되면 뭐든지 다하지!’라고 말 할 것입니다.

 

지금 사십대는 삼십대를 부러워 하고, 지금 삼십대는 이십대를 부러워 합니다. 물론 지금 칠십대는 육십대를 부러워 하고, 지금 팔십대는 칠십대를 부러워 합니다. ‘십년만 더 젊었으면이라는 말은 세대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십년만 더 젊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상대적입니다. 세대에 따라 똑 같은 말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여기에서 하는 것입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 가장 빠른 것이다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제가 헛 산 것 같아요

 

거래처의 사장이 한숨을 푹 쉬며 제가 헛 산 것 같아요라 말했습니다. 육십이 다 된 사장은 지난 날을 되돌아 보니 그 동안 잘못 산 것 같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타인을 가슴 아프게 한 것이 걸린다고 했습니다. 한창 일할 나이인 젊은 시절 돈 벌려는 욕심에 저지른 행위가 마음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그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 왔음에도 지나간 삶을 통째로 부정하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요?

 

지난날을 되돌아 봅니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 살아 온 나날입니다. 그저 세상의 흐름대로 살아 온 것입니다. 남들이 그렇게 하니까, 다들 그 길로 가니까 나도 그렇게 한 것입니다. 거대한 흐름에 휩쓸려 간 것입니다. 가다 보니 여기 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한번쯤 되돌아 보게 됩니다.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 가는 사람도 옆도 보고 되돌아 볼 기회기 있습니다. 내 뜻대로 안되었을 때 입니다. 해고 됐다든가, 파산했다든가, 건강을 잃었을 때 되돌아 보게 됩니다. 그런데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나간 길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본 다는 것은 새로운 길을 떠 날 수 있는 발판이 되기 때문입니다.

 

해고당했는데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해고당했습니다. 여러 회사를 전전하면서 20년 동안 직장생활에 종지부를 찍은 것입니다. 더 이상 취업이 되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일을 해야 했습니다. 모든 것을 새로 시작 했습니다. 그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은 철철 남고 할 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2의 인생이 시작 된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잘 된 일이었다고 봅니다.

 

일인사업자로서 삶은 매력적입니다.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글쓰기 입니다. 일이 있으면 일을 하고 일이 없으면 노는 입에 염불한다는 말이 있듯이 글을 썼습니다. 그런 세월이 십년 되었습니다.

 

십년 동안 많은 일을 했습니다. 그러나 거래처만을 위한 것입니다. 수 많은 파일을 만들었지만 오로지 그 고객 한 곳만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공유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글은 모든 사람과 공유할 수 있습니다.

 

십 수년 전 일하지 않는 즐거움이라는 책을 접했습니다. 북미에서 베스트셀러로 올라 간 책입니다. 해고당한 자가 쓴 책으로 하루에 반만 일하자는 것입니다. 나머지 시간은 취미생활이나 봉사 등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했습니다. 그 중에 가장 인상적인 단어가 글쓰기였습니다. 그 책을 보고서 그 때 당시 나도 글을 쓸 수 있을까?’라며 의문했습니다. 또 한 편으로 글쓰기하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에 글쓰기 한지 십년 되었습니다. 이제 생활화가 되어 틈만 나면 글을 씁니다. 더구나 요즘은 SNS시대라서 실시간 소통되는 카톡이나 밴드에도 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글쓰기를 취미로 가지다 보니 만나는 사람들에게 글쓰기를 권유합니다. 11년전 해고당한 것이 전화위복이 됐습니다.

 

오늘은 무엇을 쓸까나?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 온 사람들이 한 번쯤 뒤돌아 볼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때가 기회입니다. 세상의 흐름을 거부해야 합니다. 세상사람들의 흐름과 반대로 살아 가야 합니다. 오로지 돈벌기 위해 올인 하는 삶을 되돌아 보아야 합니다. 돈을 많이 벌어도 내 것이 아닙니다. 결국 다 빼앗기게 되어 있습니다. 오적이라 하여 , 도적, , 홍수, 상속자를 말합니다. 이런 사실을 안다면 일생동안 돈벌이에 올인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행위입니다.

 

늙으면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습니다. 일생동안 모은 재산도 오적이 다 가져 가 버립니다. 남는 것은 추한 몸뿐입니다. 사람들은 냄새난다고 경멸합니다. 요즘에는 늙은 좀비라고 경멸합니다. 더구나 망령들면 가족들도 하찮게 여긴다고 했습니다. 아무 하는 일 없이 비틀 거리며 걷는 노인들을 보면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지금 무언가 해야 합니다. 돈벌기에만 올인 할 것이 아니라, 돈버는 것은 하루 일과 중에 반만 하고, 나머지 반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입니다. 취미생활도 좋고 봉사도 좋습니다. 그러나 가장 좋은 것은 글쓰기 같습니다. 돈도 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도 좋고 남을 위해서도 좋습니다. 글쓰기를 하면 폭넓은 지식과 지혜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억력 향상에도 도움이 됩니다.

 

글쓰기를 하면 하루가 기대됩니다. ‘오늘은 무엇을 쓸까나?’라며 늘 글쓰기 소재를 찾습니다. 소재가 발굴되면 사유합니다. 사유한 것을 실천에 옮겼을 때 하나의 작품이 탄생됩니다. 글쓰기를 하면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하루를 헛되이 보낼 수 없습니다. 늙어서도 할 수 있는 것이 글쓰기입니다. ‘늙은 좀비소리 듣지 않으려면 무언가 해야 합니다. 글쓰기만한 것이 없다고 봅니다.

 

 

2016-11-03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