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백년대계

절은 사방승가 것임에도, 60년만의 데자뷰

담마다사 이병욱 2017. 1. 4. 12:03

 

절은 사방승가 것임에도, 60년만의 데자뷰

 

 

유튜브로 종종 법문을 듣습니다. 한국테라와다  아짠 빤냐와로(진용) 삼장법사의 법문을 즐겨 듣습니다. 삼장법사는 최근 법문(20161124목요탁발법회 완짜까담마)에서 스님, 조계종 절 많은데 그 중에 가장 허름한 것 우리 테라와다를 위해 하나만 떼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원학스님이 조계종 총무부장할 때 말한 것이라 합니다.

 

이제 갓 출범한 한국테라와다 불교에서 수행할 절이 필요 했을 것입니다. 수 많은 절 중에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작은 절 하나를 달라고 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원학스님에 따르면 한마디로 안된다였다고 합니다. 하나 떼 주면 테라와다 입장에서는 매우 유용하게 쓸 수 있음에도 단칼에 거절한 것입니다.

 

원학스님이 거절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한마디로 조계종 것이니까 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내 것이라면 하나 떼어 줄 수도 있지만 조계종에 속해 있는 절을 타종단에 함부로 줄 수 없음을 말합니다. 원학스님의 말은 맞습니다. 내것이 아니라 종단 재산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또한편으로 생각하면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절이 비록 조계종 소속이라 하더라도 넓게 보면 사방승가의 것입니다. 사방승가는 “시간적으로 삼세에 걸쳐 확대되고 공간적으로는 우주적으로 확대되는 우주승가를 말한다.”라고 정의 되어 있습니다. 사방승가는 지역승가개념인 현전승가가 확장된 것입니다. 따라서 절은 특정 종단의 소유물이 될 수 없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에게는 모두 개방되어야 하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의 스님들과 불자들 수천명이 미얀마로 수행하러 떠납니다. 놀랍게도 미얀마 수행처는 모두 공짜라 합니다. 잠자는 것, 입는 것, 먹는 것이 모두 무료라 합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 합니다. 한국절에서는 객실을 모두 없애 버렸다고 합니다. 가장 큰 이유가 객승이 돈을 요구하기 때문이라 합니다.

 

한국에서는 스님들이 절이 있어도 절에 함부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관이나 모텔, 찜질방에서 잠을 잔다고 합니다. 이런 현실에 대하여 미얀마에서 수행하고 있는 허정스님은 다음과 같이 전합니다.

 

 

사방승가의 정신에 따라 부처님의 제자들은 어느나라 사람이건 사찰에 머물 수 있어야 하고 잠자리와 먹을 것을 제공받아야 합니다. 이곳 미얀마에서 저와 다른 외국인스님들이 아무런 댓가 없이 머물며 수행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런 승가의 성격 때문입니다. 그런데 조계종은 외국인 스님들을 따듯하게 맞이하는 시스템을 갖추기는 커녕 우리나라스님들 조차 문전박대하고 있습니다. 객비를 얻으러 다니는 전문적인 객승들 때문에 객실을 없애버린 탓입니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안 담그겠다는 말처럼 우리가 객실을 없앤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었습니다.” (허정스님)

 

 

한국테라와다불교

 

 

삼장법사의 이야기를 들으니 정화당시의 상황이 떠 올랐습니다. 해방 후에 일본불교를 청산하기 위해 독신비구스님들이 결사 했습니다. 그러나 수행공간이 부족했습니다. 그때 당시 대처승이 불교를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독신비구승들은 대처종단에게 비구승들이 수행할 절 몇 개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보기 좋게 거절 당했습니다. 이것이 하나의 정화 운동의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조계종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종단이 되었습니다. 수행할 공간이 없어서 수행처를 구걸할 정도로 세가 작았지만, 독신비구승 종단의 건립의 명분으로 정화운동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말이 정화이지 사실상 절뺏기나 다름 없었습니다. 정화하러 간다는 말은 절 뺏으로 간다는 말과 동의어라 합니다.

 

독신비구승들은 대처승들이 장악하고 있는 절 대부분을 정화라는 명목으로 차지 했습니다. 그리고 6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부처님 근본가르침을 따르려고 노력하는 테라와다 불교가 한국에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한국테라와다불교는 수행공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허름한 절이라도 하나 떼어 달라고 요청했지만 단칼에 거절 당했습니다. 조계종 것이라 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마치 60년 전 정화운동 당시 데자뷰를 보는 것 같습니다.

 

 

2017-01-04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