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오고 가는 것의
길을 그대는 알지도 못하니,
그 뭇삶이 어디서 왔는지,
그대는 ‘나의 아들’이라고 울부짖는다.”(Thig.127)
“오고 가는 것의
길을 그대가 알더라도,
그것을 슬퍼하지 말라.
뭇삶의 운명이 그러할 뿐이다.” (Thig.128)
“청하지도 않았는데 이곳에 와서
허락하지도 않았는데 이곳에서 떠났다.
도대체 어디에서 와서
며칠 동안 지내다가
여기서 다른 곳으로 가고
그곳에서 또 다른 곳으로 간다.” (Thig.129)
“죽어서 인간의 모습으로
그는 윤회하며 갈 것이리라.
오는 것처럼 갔으니,
거기에 어떠한 슬픔이 있겠는가?” (Thig.130)
수행녀 ‘빠따짜라’ 비구니가 읊은 게송입니다. 아들을 낳은지 몇 일만에 죽은 것에 대한 시입니다. 대부분 여인이 그렇듯이 부모가 보내서 시집을 가서 여기 저기 아들을 낳고 가정에서 생활하면서 유사한 행위를 하고 유사한 삶을 살아 갑니다. 그 중에는 아들이 태어난지 몇 일 만에 죽은 케이스가 있을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게송에서는 “청하지도 않았는데 이곳에 와서 허락하지도 않았는데 이곳에서 떠났다.” (Thig.129) 라 했습니다. 주석에 따르면 “저 세상에서 아무도 청하지 않았는데, 이 세상으로 왔고, 이 세상에서 아무도 허락하지 않았는데, 저 세상으로 갔다.”라 합니다. 지옥 등에서 몇 일 동안 이 세상에 살다가 다른 존재로 결생하여 간다는 뜻입니다.
사람들은 우리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나의 아들’이라고 울부짖는다” (Thig.127) 라 했습니다. 주석에 따르면 “알지 못하고 가고 오는 길을 어떤 존재의 길을 따라 온 것인지 알지 못하고, 오는 자에게도 가는 자에게도 모두가 모두를 낯설게 만나는 사람과 같은 뭇삶을 오직 ‘나의 것’이라는 생각을 일으켜 ‘나의 아들’이라고 왜 우는가? 치유될 수 없기 때문에 나의 아들이라고 하지 말아야 할 뿐, 여기서 울 이유가 없는 것이다.”라 합니다.
2017-01-07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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