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나무, 인도의 국민나무 벵갈고무나무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아흔아홉칸을 가진 자는 백칸을 채우고자 합니다. 식물에 대한 욕심도 마찬가지 입니다. 지나가다 유심히 보는 곳이 있습니다. 화원입니다. 화원에서 진귀한 식물을 보면 사고 싶어집니다. 사무실에 충분히 많이 있음에도 새로운 식물을 보면 눈길이 자주 가는 것은 식물에 대한 욕심이 있어서일 것입니다.
식물을 고를 때
오래 전부터 사고 싶은 식물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벵갈고무나무입니다. 고무나무가 있지만 또 다른 종의 고무나무를 사고자 한 것은 생명력 있는 잎사귀가 좋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화원에서 늘 멈칫 했습니다. 생각보다 가격이 비쌌기 때문입니다. 특히 목대가 두꺼운 것은 생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식물을 고를 때 요령이 있습니다. 그것은 목대가 두꺼운 것을 고르는 것입니다. 목대가 두꺼우면 오래 가고 성장속도도 빠릅니다. 10년전 구입한 행운목이 좋은 케이스입니다. 행운목은 목대의 두께가 직경 20센티미터에 달합습니다. 물만 주어도 잘 자라서 이제는 천정에 닿았습니다. 그리고 매년 행운목꽃을 피워 냅니다. 목대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목대가 큰 것으로 고르고자 합니다. 그러나 목대가 두꺼운 것만큼 가격은 올라 갑니다.
벵갈고무나무를 구입하고
이번에 벵갈고무나무를 구입했습니다. 사는 곳 근교 화원에서 구입한 것입니다. 목대가 두꺼운 것은 역시 가격이 많이 나갔습니다.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절한 목대를 골랐습니다. 직경이 4센티미터 가량 됩니다. 가격은 4만원입니다. 미리 준비한 도자기화분에 담아 달라고 했습니다. 화원에서 작게 보이던 것이 사무실로 옮겨 놓으니 커 보입니다.
별나게 생긴 교목이라고
벵갈고무나무에 대하여 검색해 보았습니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원산지는 인도로서 반얀(Banyan)나무라 합니다. 열대지역에 서식하며 다 자라면 크기가 약 30미터 된다고 합니다. 학명은 ‘피커스벵갈렌시스(Ficus benghalensis)’ 입니다. 뽕나무과 무화과나무속에 속하는 별나게 생긴 교목이라고 소개 되어 있습니다.
벵갈고무나무에 대하여 ‘별나게 생긴 교목’이라 했습니다. 이는 “가지에서 나온 공기뿌리가 아래로 늘어지다가 땅에 닿아 뿌리를 박게 되면 새로운 줄기가 된다.”라는 설명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뿌리와 줄기가 엉키기 때문에 한그루의 나무가 매우 빽빽한 숲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율장대품에서
벵갈고무나무를 반얀트리(Banyan Tree)라고 합니다. 반얀은 초기경전에도 등장합니다. 율장대품에 따르면 부처님은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율장대품에 실려 있는 ‘보리수나무이야기(bodhikatha)’에 실려 있습니다. 부처님의 두 번째 깨달음 관련 이야기가 ‘아자빨라니그로다이야기(ajapālakatha)’입니다. 경에 따르면 이렇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Atha kho bhagavā santāhassa accayena tamhā samādhimhā vuṭṭhahitvā bodhirukkhamūlā yena ajapālanigrodho, tenupasaṅakami upasaṅkamitvā ajapālanigrodhamūle sattāhaṃ ekapallaṅkena nisīdi vimuttisukhapaṭisaṃvedī.
“그리고 세존께서는 칠일이 경과한 뒤에 그 삼매에서 일어나 보리수 아래에서 나와 아자빨라니그로다 나무 아래로 갔다. 가까이 다가가서 아자빨라니그로다 나무아래에서 홀로 가부좌를 하고 칠일 동안 해탈의 지복을 누리며 앉아 있었다.”(Vin.I.2, 전재성님역)
부처님은 깨닫고 나서 2주 째 되었을 때 보리수에서 아자빨라니그로다나무로 자리를 옮겨 갑니다. 여기서 ‘아자빨라니그로다(ajapālanigrodha)’에 대하여 주석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Ajapālanigrodha: SN.I.103에 따르면, 보리수 옆에 있던 아자빨라니그로다나무는 또 다른 벵갈보리수의 이름이다. 부처님이 최상의 올바르고 원만한 깨달음을 얻은 장소로, 아자빨라는 염소치기 또는 송출하지 못함을 뜻하는데, 이 나무 밑은 염소치기들이 쉬곤 했기 때문에, 나이든 바라문이 베다를 송출하지 못하게 되자(ajapā) 이 나무밑에서 거처를 마련하고 살았기 때문에 붙여진 나무라는 전설이 있다. 니그로다(nigrodha)는 뱅골보리수로 한역에서는 용수(龍樹) 또는 니구율(尼拘律)이라 한다.”(율장대품 19번 각주, 전재성님)
아자빨라니그로다는 염소치기라는 뜻의 아자빨라와 나무이름 니그로다의 복합어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니그로다에 대하여 뱅골보리수라 합니다. 니그로다에 대하여 빠알리사전을 찾아 보니 ‘반얀트리(the banyan tree)’라 되어 있습니다. 니그로다나무는 경전에서 한번 더 등장합니다. 그것은 사함빠띠가 청원할 때 입니다.
율장대품에 따르면 부처님이 다섯 번째 칠일을 맞이 할 때 아자빨라니그로다나무로 다시 와 앉습니다. 이때 대범천 사함빠띠가 나타나 법을 설해주기를 간청합니다. 이 장면은 상윳따니까야 ‘브라흐마상윳따(S6)’에서 ‘하느님의 청원에 대한 경(S6.1)’과 병행합니다.
인도의 국민나무
벵갈고무나무는 초기경전에서 아자빨라니그로다나무로 알려져 있습니다. 니그로다를 반얀트리라 합니다. 반얀트리는 부처님이 정각을 이룬 후에 두 번째로 앉아 있었던 나무입니다. 또한 사함빠띠가 청원할 때 있었던 바로 그 나무입니다.
벵갈고무나무는 학명은 ‘피커스벵갈렌시스(Ficus benghalensis)’입니다. 영문판 위키백과에 따르면 Ficus benghalensis는 인도에서 매우 신성시하는 인도의 ‘국민나무’라 합니다.
벵갈고무나무는 종종 사원에서 볼 수 있는데 나무의 상층부가 면적이 넓어서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역할도 합니다. 테라와다불교에서는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나무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벵갈고무나무는 여러 모로 부처님과 불교와 인연이 매우 깊은 나무입니다.
반려동물보다 식물을
화원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이 개나 고양이등 반려동물을 좋아하지만 더 좋은 취미는 식물기르기라 합니다. 반려동물은 새끼일 때는 귀엽습니다. 그러나 커 갈수록 괴물이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내다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에 반하여 식물은 커 갈수록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뽑냅니다. 마치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인을 보는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염원하던 벵갈나무를 구입했습니다. 이전에 사 놓은 멋진 도자기 화분에 담았습니다. 목대도 굵어서 물만 주어도 잘 자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부처님의 나무입니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아자빨라니그로다나무가 바로 벵갈보리수입니다.
2017-02-05
진흙속의연꽃
'반려식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식물은 무엇으로 자라는가? 장수매와 찔래꽃 분재 (0) | 2017.04.09 |
---|---|
보드가야 보리수를 선물받고 (0) | 2017.03.02 |
삶이 침체 되었을 때 재래시장으로 (0) | 2015.11.10 |
사무실을 녹색으로 꾸미고 (0) | 2015.10.10 |
기쁜 마음으로 주기, 기쁜 마음으로 받기 (0) | 2015.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