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장의 가르침

경율론이 아니라 율경론, 교계가 지속되는 이유

담마다사 이병욱 2017. 7. 24. 16:59

 

경율론이 아니라 율경론, 교계가 지속되는 이유

 

 

가르침에 목말라 하는 현대인들입니다. 법을 찾아 이곳 저곳 기울여 보지만 잘 못 들어가면 지뢰를 밟는 것과 같습니다. 불교라는 이름으로 가르침을 말하지만 잘 보지 않으면 사도(邪道)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판단 기준은 늘 법()과 율()에 따라야 합니다.

 

경장인가 율장인가?

 

부처님의 법을 담마(Dhamma)라 하고, 부처님의 율을 비나야(Vinaya)라 합니다. 담마와 비나야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요? 부처님은 자귀의법귀의를 말씀하시면서 가르침(Dhamma)의 중요성을 이야기 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가르침은 경장을 말할 수 있지만 율장을 포함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율장의 성립과정을 기술해 놓은 디가니까야 주석서가 있습니다.  쑤망갈라빌라씨니라 합니다. 주석서에 따르면 수행승들이 “존자 마하깟싸빠여, 계율은 부처님의 가르침의 생명입니다. 계율이 확립되어야만 가르침이 확립됩니다. 그러므로 먼저 계율을 결집합시다. (Smv.11) 라 했습니다. 마하 깟싸빠존자에 의해 1차 결집이 이루어졌을 때 경장보다도 율장을 먼저 합송했습니다. 그것은 계율이 부처님 가르침의 생명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율장이 먼저 임을 알 수 있습니다.

 

율장대품 후렴시를 보면

 

율장대품을 보면 율장의 중요성이 강조 되어 있습니다. 특히 경장과 비교하여 다음과 같은 게송이 제1장 크나큰 다발 후렴시에 있습니다.

 

 

1.

계율의 위대한 의취는

품행이 방정한 자들에게 행복을 가져오니

악한 욕망을 지난 자를 제어하고

부끄러움을 아는 자를 섭수한다.

 

2.

교계를 포함하는

일체지의 승리자의 활동경계로

다른 것이 없는 결계,

안온하여, 잘 시설된 것으로 의혹을 떨쳤으니.

 

3.

율장 안의 다발과

부수와 논모 가운데

의취에 따라 행하는

착하고 건전한 님은 이치에 맞게 실천합니다.

 

4.

소를 알아보지 못하는 자가

소떼를 보호하지 못하듯,

계행을 알지 못하면서,

어떻게 그가 제어를 수호할 것입니까?

 

5.

만약에 경전과 논서를

잃어버리더라도

계율을 망가뜨리지 않으면,

교계는 언제나 지속합니다.

 

6.

그러므로 총섭을 위하여

앎에 따라서

차례로 후렴시를 읊의니,

내가 말하는 것을 들의십시오.

 

7.

이야기와 인연과 잘못과

논리에 생략이 있으니

그 생략이 어려우니,

논리를 통해 알아야 할 것입니다.

 

(율장대품, 1장 크나큰 다발, 후렴시, 전재성님역)

 

 

 

 

 

율장이 경장보다 더 중요한 이유

 

율장대품 후렴시에 따르면 율장의 중요성이 강조 되어 있습니다. 이는 5번 게송에서경전과 논서를 잃어버리더라도(Pamuṭṭhamhi ca suttante Abhidhamme)라는 말로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빠알리어 Pamuṭṭhamhi‘Pamuṭṭha + amhi’입니다. 빠알리어 Pamuṭṭhapamussati의 과거분사형으로 ‘forgotten’의 뜻입니다. 잊혀짐을 말합니다. 경장과 논장이 시대가 흘러 변질 되거나 망실 되었을 때 율장정신대로 계율을 지키는 자들이 살아 있다면 교계는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 있음을 말합니다.

 

빠알리율장은 경장 못지 않게 방대합니다. 그런데 율장에는 계율에 대한 것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율장대품을 보면 상가가 성립된 과정이 설명되어 있습니다. 부처님이 처음 정각을 이룬 날이 시작입니다. 이후 오비구를 만나 승가가 형성되고 야사와 야사의 부모, 그리고 야사의 친구들의 이야기 등이 실려 있는데 모두 승가가 성립되고 있는 과정을 설명한 것입니다.

 

그런데 율장에는 경장에 실려 있는 가르침도 그대로 실려 있다는 사실입니다. 부처님의 핵심 가르침인 사성제, 팔정도, 십이연기 등 근본가르침이 모두 실려 있습니다. 이런 이유에서일까 경장과 논장이 잊혀지더라도 율장이 파괴되지 않는 한 불교는 다시 존속하게 된다.(vinaye avinaṭṭhamhi punatiṭṭhati sāsana)라 한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율장에 따라 계행을 지키는 자가 있으면 교계가 계속 되리라 본 것입니다.

 

경율론이 아니라 율경론

 

동아시아 불교에서는 대장경이 있습니다. 대장경을 지칭할 때 경, , 론이라 합니다. 경장을 먼저 언급하고 그 다음에 율장, 그 다음에 논장 순입니다. 그러나 빠알리삼장을 보면 율장이 가장 먼저 언급됩니다. 그래서 빠알리 삼장의 순서는 항상 율장, 경장, 논장입니다. 이는 경장 보다도 율장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차 결집이 이루어졌을 때 율장을 먼저 합송한 것도 율장을 우선 순위에 둔 이유라 보여집니다. 이렇게 본다면 경장보다 율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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