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고통스런 사람은 인도여행을, 기쁨과 환희로 충만한 성지순례
(인도성지순례 24)
원담스님과 함께 하는 진주선원순례팀은 아제 단 하루 일정만을 남겨 놓고 있었습니다. 2018년 1월 7일 일요일 저녁에 비행기를 타는 것으로 종료됩니다. 1월 6일 오후에 아그라에서 타지마할과 아그라성 관람이 있었습니다. 성지순례는 1월 5일 부로 모두 종료되고 관광과 쇼핑일정만 남은 것입니다.
캐시미어(cashmere) 매장으로
1월 6일 아그라성 관람을 마친 순례팀은 캐시미어(cashmere) 매장으로 향했습니다. 이번 여행일정에 포함된 첫 번째 쇼핑일정입니다. 인도 캐시미어 지방에 사는 양질의 산양 털로 만든 것이라 합니다. 번잡한 아그라 시내 한켠에 있습니다.
해외여행을 하면 쇼핑하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지역의 특산품을 싼 값으로 구입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선물하는 아름다운 마음입니다. 평소 존경하는 사람이나 고마운 사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할 목적으로 구입 했을 때 선업을 지은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소감을 말하는 시간
성지순례 마지막 밤은 아그라 자이피(Jaypee)호텔에서 보냈습니다. 다음날은 델리로 이동하여 귀국하는 일정으로 되어 있습니다. 8박 9일의 일정에서 하루 밤은 비행기에서 보내기 때문에 호텔에서 자는 것은 일곱 번째입니다.
호텔에서 저녁에 모임을 가졌습니다. 그렇다고 회식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까지 순례하면서 단 한번도 술을 입에 대지 않았습니다. 아예 술이라 것이 순례팀에는 없습니다. 오계로 금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아무도 술을 찾지 않았습니다.
호텔에서 일곱 번 째인 마지막 밤에 모였습니다. 그 동안 성지순례 다니느라 저녁에 한번도 함께 모이지 못했는데 마지막 밤이라 하여 대화의 시간을 갖기로 한 것입니다. 장소는 원담스님이 사용하는 룸입니다. 저녁식사가 끝난 후 모두 원담스님 방으로 모였습니다.
인도성지순례 8박 9일은 매우 타이트하고 빡빡한 일정입니다. 이곳 저곳 성지를 다니다 보면 차로 이동하는 시간이 대부분입니다. 호텔에 들어가면 씻고 자기 바쁩니다. 인도에서 마지막 밤을 맞이 하여 성지에서 보고 듣고 느꼈던 소감을 말하는 시간을 갖게 된 것입니다.
여법한 순례를 위하여
원담스님을 포함하여 21명의 성지순례팀이 원담스님 방에 모였습니다. 부산 보배여행사 사장도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모두 22명이 모였는데 방이 넓직해서인지 그다지 비좁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바닥에 앉기도 하고 침대에 걸터 앉는 등 각자 자리를 잡았습니다.
원담스님에 따르면 인도는 이번으로 세 번째라 합니다. 이전에 인도에 왔을 때는 도반스님과 같이 왔는데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성지에서 객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고 합니다. 성지에서 가사를 착용해야 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을 때 그렇다는 것입니다. 개별적으로 다니다 보면 마치 관광객처럼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합니다. 마치 아무 소속이 없는 떠돌이 같다는 생각이라 합니다. 그런데 스리랑카나 미얀마 등 테라와다불교 국가의 스님들 불자들은 대개 단체로 순례하는데 복장이나 예불 등 모든 면에서 여법하게 보였다고 합니다.
이번 진주선원 순례팀에서는 흰색가운을 준비했습니다. 흰색가사라고도 볼 수 있는데 가사라는 말은 승가에서 사용하는 말이기 때문에 가운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합할 듯합니다. 흰색 가운을 입는 것은 성지에서 예절이기 때문입니다. 성소에 들어가면 신발을 벗듯이, 불교성지에 가면 흰색 옷을 입는 것은 불자된 도리입니다.
재가불자가 흰 옷을 입는 것은 초기경전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맛지마니까야 ‘밧차곳따의 경’을 보면 “밧차여, 나의 제자로서 흰 옷을 입고, 청정한 삶을 살며..”(M73)라 표현 되어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선원에서는 흰색 가운을 준비 했습니다. 성지에 갈 때 마다 모두 흰 가운을 입고 입장하여 빠알리 예불을 올리고 현지에 맞는 경을 독송하는 등 시종 여법하게 진행했습니다.
“힘들고 고통스런 사람은 인도여행 한번 해 보십시오”
차례로 돌아 가면서 소감을 이야기 했습니다. A법우님은 처음 와 본 순례에 매우 감동받았다고 하며 죽기 전에 다시 한번 와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다시 오게 되면 8대성지를 차근차근 시간을 갖고 돌아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B법우님은 열반지와 기원정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헸습니다. 성지를 돌아 다닐 때마다 부처님을 친견하는 것 같아서 “오기를 참 잘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C법우님은 출발하기 전에 감기에 걸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성지를 돌아 다니는 과정에서 깨끗이 씻은 듯이 나았다고 합니다. D법우님은 인도성지를 오래 전부터 꿈꾸어 왔지만 이제까지 아껴 두고 있었다고 합니다. 좀 더 나이 든 다음에 가 보기로 했기 때문이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돌아 다녀 보니 “좀 더 일찍 올걸”하며 후회가 들었다고 합니다. 성지를 갈 때 마다 기쁨과 환희가 일어나 감동이었다고 합니다.
E법우님은 성지를 돌아 다니면서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보내야 할 지에 대하여 확실히 방향을 잡았다고 합니다. F법우님은 여행 떠나기 전에 심한 감기몸살로 주사를 맞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여행 하면서 한번도 약을 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가는 곳 마다 편안하고 횐희로워서 눈물이 나왔다고 합니다.
G법우님은 성지를 갈 때 마다 부처님을 직접 뵙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가는 곳 마다 기쁨과 환희의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H법우님은 열심히 정진하는 법우님들을 보고서 자신의 신행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번 순례가 일생의 길잡이가 될 것이라 했습니다.
I법우님은 오랫동안 꿈꾸어왔던 순례라 했습니다.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 2500년 전의 보리수를 보았을 때 부처님을 뵙는 것 같았다고 했습니다. 신선했고 경이로웠고 환희로웠고 설레이어서 “힘들고 고통스런 사람은 인도여행 한번 해 보십시오.”라고 권유 드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J법우님은 출발하기 전에 목이 안좋아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신도회 회장님이 “부처님께 가는 것이라 문제 없을 겁니다.”라는 격려로 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몸 컨디션이 최고라 했습니다. K법우님은 경전속에서 보았던 곳곳을 찾았을 때 눈물이 났다고 했습니다. 법우님들이 열심히 정진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돌아 가면 일상이 완전히 바뀌어질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깃자꾸따(영축산)에서 ‘영축산결의’를 했다고 합니다. 법우님 세 명이서 결의를 했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인지 몹시 궁금합니다.
M법우님은 이번이 인도성지순례 두 번째라 했습니다. 처음 왔을 때는 성지의 환경이 열악해서 놀랐다고 했습니다. 부처님의 성지이기 때문에 크고 거대할 줄 알았는데 주변 환경이라든가 성지의 환경이 너무 척박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위대한 부처님의 성지가 부흥해야 하는데’라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합니다. 이번 두 번째 순례에서는 차에서 너무 오래 보낸 것이 아쉬웠다고 합니다. 짧은 일정으로 넓은 인도대륙을 이동하다 보니 성지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짧았던 것입니다. 다음에 온다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인도 구석구석을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N법우님은 처음 녹야원에 갔을 때 상상 했던 것 보다 크고 넓었다고 합니다. ‘이런 장면을 다른 도반들도 함께 봐야 하는데’라는 마음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O법우님은 열반당에서 왠지 눈물이 나서 참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진주선원이 잘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보배여행사 사장님의 말이 있었습니다. 여행사 사장님은 여러 법우님들의 말을 듣고 “진주선원이 잘 될 것 같습니다.”라는 말을 여러 번 했습니다. 그렇게 말한 것은 교육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스님이 교육을 잘 하였구나”라 했습니다. 여행사 사장님에 따르면 어른 스님 등 수 많은 순례팀과 함께 했다고 합니다. 이번 진주선원 순례팀을 보고서 교육이 잘 된 것 같다고 여러 번 말했습니다.
보배여행사 사장에 따르면 이번 8박9일 일정은 짧은 것으로 매우 빡빡한 일정이었다고 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안전이라 합니다. 여행 중에 배탈이 난다거나 몸이 아픈 사람이 생겼을 때 전체에 영향 준다고 합니다. 또 여행 중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합니다. 한사람도 아픈 사람이 없었고 사고도 없었고 또 운전기사가 운행을 잘 해 주어서 무탈하게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보배사여행사 사장은 진주선원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기도할 때 모두 열심히 잘 하는데 그 중에 한분에 대하여 ‘기도를 너무 열심히 잘 하는 것 같습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런 모습에 대하여 스님이 이끌어 주는 원력이 작용한 것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진주선원은 발전할 것이라 합니다.
모두 돌아가며 소감을 말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원담스님은 총평을 했습니다. 순례를 하는 목적은 우리가 목표로 가기 위한 영적순례 과정 중의 하나라 말하고 이러한 느낌이나 감동을 가슴 깊이 간직하여 일상생활에서도 수행이 계속되기를 바란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기쁨과 환희로 충만한 성지순례
성지에 가면 불자라면 누구나 감동하게 되어 있습니다. 열반당에 누워 있는 열반상 부처님을 부면 숙연해지는가 하면 눈물이 글썽이게끔 되어 있습니다. 어느 곳 하나 부처님의 자취와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세월이 흘러 먼 동방에서 순례자들이 왔지만 장소는 그대로 입니다. 비록 붉은 벽돌로 된 폐허만 남은 유적이지만 분명히 이천오백년전 부처님이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불자들은 늘 경전 속에서 부처님을 접합니다. 경전을 열어 보면 “한때 세존께서는 싸밧티 시에 계셨다.”로 시작 되며 이어서 “수행승들이여”라며 설법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불자들은 이렇게 경전속에서 부처님을 늘 만나 뵙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지에 가면 부처님은 더욱 더 가까이 있는 듯 느껴집니다. 그래서 이구동성으로 기쁨과 환희로 충만했다고 합니다.
청정도론에 따르면 40가지 사마타 명상주제 중에 불수념(佛隨念)이 있습니다. 이를 ‘부처님에 대한 새김’ 또는 ‘부처님을 계속해서 생각함’이라 합니다. 빠알리어로는 붓다누사띠(buddhānussati)라 합니다. 불수념은 어떻게 하는가? 부처님의 열 가지 공덕을 새기는 것입니다. 붓다반나에 있는 것처럼 “이와 같이 그분 세존께서는 거룩한 님, 올바로 원만히 깨달은 님, 명지와 덕행을 갖춘 님, 올바른 길로 잘 가신 님, 세상을 아는 님, 위없이 높은 님, 사람을 잘 길들이는 님, 신들과 인간의 스승이신 님, 깨달은 님, 세상에 존귀한 님이다.”라고 부처님의 덕성을 늘 새기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덕성을 늘 새겼을 때 기쁨과 환희로 충만할 것입니다. 비록 말을 알아 듣지 못하는 축생일지라도 부처님의 목소리를 들으면 충만합니다. 청정도론에 실려 있는 개구리 만두까(maṇḍūka)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부처님이 짬빠에 사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각가라 연못 근처에서 법문했습니다. 그때 한 개구리가 부처님의 목소리에 표상을 취했습니다. 말을 못알아 듣는 축생이라도 부처님의 목소리가 아름다웠던 것입니다. 목소리를 표상으로 충만해 있을 때 한목동의 지팡이가 짓눌렀습니다. 개구리는 죽어서 천상의 삼십삼천에 태어났습니다.
법구경 주석서에 맛타꾼달리(Maṭṭhakuṇḍali) 이야기가 있습니다. 마하시사야도의 십이연기 법문집에도 실려 있습니다. 법문집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습니다.
“맛타꾼달리는 결코 보시하지 않는 바라문의 아들이었습니다. 맛타꾼달리가 중병에 걸리자 아버지는 그 치료를 위해 돈을 쓰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그냥 운에 맡겨버렸습니다. 그리고 문병 오는 사람들이 자기 재산을 보지 못하도록 죽어가는 아들을 집 밖으로 내다 놓았습니다. 바로 그날 부처님께서는 하늘 눈[天眼]으로 죽어가는 소년을 보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소년이 죽기 전에 여래를 보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하리라는 것을 아셨습니다. 그래서 다른 비구들과 탁발을 다니다가 그 바라문의 집을 지나셨습니다. 소년은 세존을 뵙자 깊은 믿음으로 충만하였고, 세존께서 떠나시자 곧 죽어서는 삼십삼천에 태어났습니다.”(마하시사야도 십이연기법문집)
결코 보시한 적이 없는 인색한 자는 아들이 죽어 가는데 돈이 아까워 치료 하지않았습니다. 이런 사실을 천안으로 아신 부처님은 죽어 가는 아들 앞에 나타났습니다. 아들은 부처님을 보자 기쁨과 환희가 일어났습니다. 부처님을 생각하는 충만한 마음으로 죽자 곧바로 삼십삼천에 태어났습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
불자들은 성지에 가면 예경을 합니다. 대승불자라면 석가모니정근을 하고 반야심경, 천수경, 금강경을 독송합니다. 그러나 요즘은 초기경전이 많이 보급 된 관계로 부처님이 부처님 당시에 쓰였던 언어인 ‘빠알리어’로 예경합니다. 가장 먼저 “나모 땃싸 바가와또”로 시작 되는 예경문이고, 그 다음은 “붓당싸라낭갓차미”로 시작 되는 삼귀의, 그리고 “빠나띠빠따 베라마니”로 시작되는 오계입니다. 다음으로 삼보예찬인데 “이띠삐소 바가와 아라항 삼마 삼붓도”로 시작됩니다.
성지에서 가는 곳 마다 예경을 하는 이유는 부처님 그분을 늘 생각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가르침에 대하여 승가에 대하여 늘 생각하기 위해서입니다. 늘 부처님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가득하다면 일상은 기쁨과 환희로 충만할 것입니다.
인도성지에 가면 누구나 충만합니다. 마치 말귀는 못알아 듣지만 개구리 만두까가 부처님 목소리에 표상을 취한 것처럼, 인색한 자의 아들이 죽어 갈 때 부처님을 뵙는 것처럼 성지에 가면 기쁨과 환희로 충만합니다. 누구나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됩니다. 성지에서의 소감을 말하는 법우님들에게서 그런 모습을 보았습니다.
2018-02-21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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