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촬영장소 스와호(諏訪湖)
(나가노 금강사순례 2)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유행가 가사의 일부입니다. 인간을 나그네로 보고 인생을 나그네길로 보는 것입니다. 여행을 하면 절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오래 전부터 꿈 꾼 해외성지순례
오늘날 여행은 편안하고 안락하기 그지없습니다. 사성급호텔에서 잠을 자고 최고급 호텔식을 하며 눈으로는 늘 좋은 것만 보고 귀로는 듣기 좋은 소리를 듣는 패키지 여행은 천상락(天上樂)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러나 그 옛날 나그네는 외롭고 힘들고 더구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여행이었을 것입니다.
오래 전부터 해외성지순례를 꿈꾸어 왔습니다. 매년 한차례는 밖에 나갔다 오기로 발원한 것입니다. 즐기는 여행이 아니라 일종의 ‘구도(求道)여행’을 꿈 꾼 것입니다. 그렇다고 젊은 사람들이나 용기 있는 사람들이 감행하는 배낭여행은 아닙니다. 팀을 이루어 스님을 모시고 성지를 순례하는 구도여행 또는 구법여행을 말합니다.
성지순례 명목으로 중국과 일본을 다녀왔습니다. 올해 1월 초에는 인도에 다녀왔습니다. 다시 3개월만에 일본에 가게 되었습니다. 법현스님 주지취임에 참석하기 위해서 입니다. 재일교포들이 원력으로 세운 나가노 금강사입니다.
순례에 갈 형편이 못되었는데
사실 이번 순례에 갈 형편이 못되었습니다. 여행이라는 것은 시간과 돈이 있어야 하는데 둘 모두 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인사업자이기 때문에 시간은 얼마든지 낼 수 있지만 비용은 여의치 않았습니다. 신청을 해 놓고 입금 마감일을 넘기고 말았습니다. 여행사에서 전화가 오고 법현스님에게도 전화가 왔습니다.
법현스님 전화를 받고 여행을 결심했습니다. 돈이라는 것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은 한번 지나가면 다시는 오지 않습니다. 더구나 일본불교는 어떤 것인지 또 일본에서 부처님오신날 행사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사람 일은 알 수 없습니다. 법현스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당일 날 오후 일감이 하나 떨어졌습니다. 종종 일감을 주는 고객이고 무엇보다 결재가 확실한 거래처입니다. 수주 받은 금액은 여행경비의 3분의 2에 달했습니다. 불과 며칠 만에 일을 끝내자 바로 통장에 입금되었습니다. 이런 일에 대하여 우연의 일치라 볼 수도 있고 가피라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일본 여행은 세 번째
일본은 이미 두 차례 다녀 온 바 있습니다. 한번은 1990년 사원시절 업무차 방일한 것입니다. 개발한 제품을 생산할 장비검수 명목이었습니다. 도쿄와 요코하마 사이에 있는 도시의 공장을 방문했습니다. 장비검수는 형식적인 것입니다. 일본회사 중역이 관광을 시켜 주어서 후지산 등을 보았습니다.
두 번째로 일본에 간 것은 2012년입니다. 불자들끼리 팀을 짜서 스님 한 분 모시고 관서지방과 북큐슈 지방을 여행했습니다. 빡빡한 일정에 동대사, 청수사 등 주로 사찰순례를 했습니다. 도중에 세토나이카이를 밤에 배로 이동했습니다. 큐슈의 아소산과 유후인 등을 보고 온천욕도 즐겼습니다.
이번 나가노 금강사 순례로 일본은 세 번째입니다. 더구나 한국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일본 중부지방입니다. 그래서일까 여행지에서 한국사람들 보기 힘들었습니다.
첫날 나고야 공항에 내려 나고야성을 관람했습니다. 곧바로 목적지 나가노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300키로 미터 이상 되는 장거리입니다. 도중에 일박을 해야 합니다. 숙소는 스와호 바로 옆에 있는 라코 하나노이 온천호텔입니다. 약 180여 키로미터의 거리로 3시간 가량 걸립니다.
여행은 후기작성으로 완성된다
버스로 이동 중에 가이드가 여행지에 대하여 설명합니다. 지역의 역사, 문화, 특산품 등 온갖 이야기를 다 해줍니다. 그러나 상당수 사람들은 잠을 잡니다. 가이드는 열심히 떠들고 한편에서 잠을 자는 현상은 늘 있는 것입니다. 잠 자는 사람들이 더 많으면 가이드도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합니다.
이동 중에 바깥 풍광을 구경하고 가이드 말을 열심히 귀담아 듣습니다. 또 한편으로 작은 노트에 가이드가 말한 것을 열심히 받아 적습니다. 여행을 다니면 무엇이든지 열심히 합니다. 열심히 사진을 찍고 유심히 관찰합니다. 나중에 후기를 작성할 때 참고하기 위함입니다.
어렵게 이루어진 여행입니다. 그것도 자비(自費)부담 여행입니다. 단 한순간도 헛되이 보낼 순 없습니다. 하나라도 더 많이 보아야 하고 하나라도 더 많이 들어야 합니다. 좋은 장면을 포착하면 반드시 사진으로 남겨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후기를 남기는 것입니다.
여행은 현지에서 보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다녀 오고 난 다음이 더 중요합니다. 현지에서 놓쳤던 것이나 몰랐던 것을 후기 작성하면서 더 선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후기를 작성함으로써 다시 한번 더 여행하는 것 같습니다. 여행은 후기작성으로 완성됩니다.
일본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보니
차창으로 풍광을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공항에 내려서부터 나고야 시내에 들어 올 때까지, 그리고 나고야에서 호텔로 이동 중에 일본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비록 겉모습에 불과한 것이지만 우리와는 확실히 차이가 있었습니다.
일본의 풍광은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산세도 비슷하고 생긴 모습도 비슷하고 사는 모습도 비슷합니다. 외국에 왔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유사한 것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주택을 보면 우리와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어디를 가나 아파트단지가 있습니다. 백색의 아파트 단지가 시골에서도 볼 수 있는데 주변 풍광과 맞지 않아 부조화입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어디를 가나 2층짜리 지붕이 있는 주택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일까 주변 풍광과 조화를 이루고 매우 평화롭게 보입니다.
도로를 주행하는 차를 유심히 보았습니다. 소형차가 많습니다. 일본에서 소형차 기준은 650cc 이하 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경우 1000cc 이하 입니다. 마치 장난감처럼 생긴 작고 귀여운 소형차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집집마다 차가 있습니다. 그런데 차를 소유하려면 반드시 주차공간을 확보 해야 한다고 합니다. 어디를 가나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차로 이동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파트가 대부분이라 지하에 주차공간이 확보 되어 있지만 일본의 경우 대부분 주택이기 때문에 주차공간이 없으면 차를 사기 힘들다고 합니다.
차창 밖으로 또 하나 유심히 본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교회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눈에 밟히는 것이 교회입니다. 사방을 둘러 보면 온통 교회 십자가 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교회천지입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십자가 보기가 힘듭니다. 가끔 가다 성당이 보이기도 합니다.
일본에서 절도 보기 힘듭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보입니다. 지붕이 크고 넓직하면 절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일본에서는 절에서 주로 장례를 치룬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 지나다 보면 납골묘원이 보이는데 그곳이 절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해질 무렵 온천호텔에
도중에 휴게소에 들렀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이지만 우리나라처럼 크지 않습니다. 산중에 있는 코마가타케 휴게소입니다. 일본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패밀리마트가 있습니다. 깊은 산중에 들어서서일까 주변 해발 3천미터 급 산정에는 눈이 쌓여 있습니다. 지대가 높아서인지 벚꽃이 한창입니다.
해질 무렵 온천호텔에 도착했습니다. 숙소는 ‘라코 하나노이 온천호텔(Rako華乃井ホテル)’입니다. 스와호 바로 옆에 있어서 풍광이 매우 좋습니다. 나고야에서는 벚꽃이 이미 져 버린 상태이지만 이곳은 지대가 높아서인지 이제 벚꽃이 절정입니다.
만화영화 ‘너의 이름은(君の名は)’의 촬영장소 스와호(諏訪湖)
스와호(諏訪湖)는 매우 넓습니다. 그리고 주변의 풍광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호수 주변에 여러 도시가 형성되어 있는데 큰 빌딩이 없어서 주변 풍광과 잘 조화를 이룹니다. 면적이 14.5평방미터에 달해서 호수를 한바퀴 돌려면 자동차로 30-40분 걸린다고 합니다. 여름에는 매년 8월 한달간 매일 불꽃축제가 열린다고 합니다.
스와호는 만화영화 ‘너의 이름은(君の名は)’의 촬영장소로 유명합니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만화영화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인데, 이에 못지 않게 인기 있는 것이 ‘너의 이름은’이라 합니다. 그러나 생소합니다.
만화영화 ‘너의 이름은’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2016년 작품으로 드라마, 로맨스, 멜로 애니메이션입니다. 도쿄에 사는 소년 ‘타키’와 시골에 사는 소녀 ‘미츠하’는 서로의 몸이 뒤바뀌는 신기한 꿈을 꾸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만화영화 포스터 사진을 보면 동그랗게 스와호가 배경으로 보입니다. 이런 영화를 보고 대만 사람들의 방문이 잦아졌다고 합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반드시 둘러 보는 성지와 같은 곳이 스와호라 합니다.
다케다 신겐이 수장된 곳
스와호는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카게무샤(影武者, 1980년)’의 무대이기도 합니다. 영화에서는 전국시대 무장 다케다 신겐이 수장된 곳으로 나옵니다. 다케다 신겐이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전투 중에 저격수의 총에 맞아 중상을 입자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자를 그림자로 세우는 것으로부터 영화는 시작됩니다.
나가노를 근거지로 할거한 다케다 신겐은 자신의 죽음을 3년간 비밀에 붙이라고 유언합니다. 이에 중신들은 카게무샤, 즉 그림자 무사를 세워 적군과 아군을 감쪽같이 속입니다. 그림자와 관련한 드라마나 영화는 일본에서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가 대표적입니다.
예술작품을 먹는 듯
온천호텔에서 여장을 풀었습니다. 저녁 식사는 순 일본식으로 했습니다. 여러 가지 음식이 조금씩 먹을 만큼만 개별적으로 나옵니다. 음식을 접하니 마치 예술작품을 먹는 듯합니다.
오늘날 패키지 여행은 호사스런 것입니다. 고급호텔에서 최상의 식사를 하는 것 만으로도 대우 받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 여유 있는 사람들이 철마다 해외여행 하는지 모릅니다.
성지순례는 구도(求道)여행
여행은 문자 그대로 이동이 대부분입니다. 머무는 기간은 매우 짧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먼 거리를 날아 가서 또 다시 여러 가지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이동합니다. 잠시 머무는 와중에 보는 즐거움과 먹는 즐거움을 맛봅니다.
연애는 짧고 삶은 길다는 말이 있습니다. 순간적은 쾌락을 위해서 사람들은 목숨을 걸듯이 매달립니다. 법구경에서 “두려워하는 남자가 겁에 질린 여자에게 얻는 쾌락은 적다.”(Dhp.310)라 했습니다. 쾌락 뒤에는 반드시 고통이 따릅니다. 특히 나이 든 자나 수행자가 쾌락을 추구 했을 때 그 후유증은 오래 갑니다. 짧은 행복 긴 고통입니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 합니다. 오늘날 패키지 여행은 최대한 안락을 보장하지만 영원하지 않습니다. 때 되면 또 이동해야 합니다. 목적지까지 무사하게 도착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도중에 먹기도 하고 잠도 잡니다. 그럼에도 단지 먹는 재미로 잠자는 재미로 여행한다면 본말이 전도된 것입니다. 성지순례는 기본적으로 구도여행이고 구법여행입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멀리 날아왔습니다. 일본 내륙 깊숙한 곳에 여장을 풀고 온천물에 몸을 담갔습니다. 피로가 한꺼번에 풀리는 것 같습니다. 내일의 여정을 위하여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2018-04-12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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