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中部)지방의 자존심 나고야성과 긴샤치(金鯱)
(나가노 금강사순례 1)
다시 일상으로 돌아 왔습니다. 커피를 내려 마시며 느긋하게 지나간 여정을 떠 올려 봅니다. 늘 그렇듯이 후기(後記)를 남기기 위함입니다. 여행은 떠나기 전의 설레임과 현지에서 즐거움 못지않게 회상하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남겨진 사진 등을 이용하여 후기를 작성하면 여행의 즐거움은 배가 됩니다.
나고야를 향하여
2018년 4월 7일 인천공항 출국게이트에 앉았습니다. 이른 아침 나고야에 가기 위함입니다. 나가노현 금강사에 있는 법현스님 주지취임 진산식에 참석하기 위하여 수 많은 스님들과 재가불자들이 모였습니다.
나고야로 세 팀이 출발했습니다. 한팀은 법현스님의 열린선원과 관련 있는 사람들이고, 또 한팀은 태고종 종단의 스님들과 재가불자들입니다. 나머지 한팀은 법현스님의 동국대 사찰 지도자과정 도반스님들과 신도들입니다. 모두 80명 가량의 스님들과 불자들이 나고야향 비행기를 탔습니다.
이번 나고야 금강사 순례는 주지취임식에 참석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입니다. 동시에 일본 관광도 겸했습니다. 여행사 통해서 가는 패키지 여행이기 때문에 일본 중부지방의 주요 관광지를 관람 하는 일정으로 계획 되었습니다.
난공불락의 나고야성(名古屋城)
나가노 금강사 순례는 3박4일 일정입니다. 4월 7일 첫날 일정은 나고야성(名古屋城) 관람입니다. 일본 3대 고성중의 하나입니다. 규모는 오사카성 못지 않게 크고 웅대합니다. 이중 해자로 구성되어 있고 해자의 폭도 넓어서 난공불락의 성이라 볼 수 있습니다.
나고야성은 1609년 축성되었습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세키가하라 전투 이후 이른바 ‘오사카의 진(大坂の陣)’ 당시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아들 토요토미 히데요리를 압박하기 위하여 쌓은 것입니다.
나고야성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아홉 번째 아들 도쿠가와 요시나오(徳川義直, 1601년 ~ 1650년)로부터 성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천수각 자료실에 있는 현판을 보면 오와리번(尾張藩)의 번주는 메이지유신때까지 17대 259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하나마츠리(花祭り)
일본에서 4월 초파일을 ‘하나마츠리(花祭り)’라 합니다. 벚꽃이 피는 시기에 부처님오신날이 있습니다. 관불회의 또다른 이름이 하나마츠리입니다. 그러나 일본에서 부처님오신날은 우리나라처럼 성대하게 치루지 않습니다. 거리에 연등도 보이지 않아 평범한 날이나 다름 없습니다. 이는 일본이 ‘종파불교’를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각 종파의 개산조의 탄생을 부처님오신날 보다 더 성대하게 치룬다고 합니다.
하나마츠리라는 말은 일본 최대종파인 정토종에서 메이지 시대에 처음 사용했습니다. 양력으로4월 초파일을 전후하여 관서지방에서 벚꽃이 만개 하는데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꽃의 축제라는 뜻에서 하나마츠리라 한 것입니다. 일본에서 꽃이라 하면 대개 벚꽃을 뜻합니다.
수양벚꽃과 겹벚꽃은 절정
나고야성에서는 벚꽃이 이미 진 상태이었습니다. 아마 위도가 낮고 해안가이서 다른 지역 보다 포근해서 일 것입니다. 그 대신 좀처럼 보기 힘든 ‘수양벚꽃’이 만개했습니다. 마치 수양버들처럼 척척 늘어진 가지에 벚꽃이 피었습니다. 또 한가지는 ‘겹벚꽃’입니다. 마치 복사꽃처럼 겹겹이 핀 벚꽃이 나고야성에서는 절정입니다.
종춘천공대 참상(宗春天空隊 參上)
천수각 가는 길에 눈길을 끄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일본 전통복장을 한 사람들입니다. 일본도를 찬 일본 무사의 복장을 한 자도 있습니다. 깃발을 보니 ‘오와리번 칠대번주 덕천종춘’의 ‘종춘천공대 참상(宗春天空隊 參上)’이라 되어 있습니다.
종춘천공대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럴 때는 검색하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포털 검색창에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확인한 결과 “名古屋に日本一の繁栄をもたらした名君”라는 문구를 발견했습니다. 오와리번 7대 번주가 명군이어서 나고야가 크게 번성했던 것 같습니다. 태평성대의 시기를 전통의상으로 보여 주는 퍼포먼스입니다.
사케 시음장
천수각 가는 길에는 천막부스가 양옆으로 길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일본술 ‘사케’ 시음을 권유합니다. 일부는 앉아서 간단한 안주에 대포한잔 하듯이 정종을 마십니다. 지역의 사케 회사들이 모여 모여서 자신들의 상품을 알리는 행사처럼 보입니다.
또 한편에서는 사람들이 운집해서 무언가를 구경하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만병통치약을 파는 약장사처럼 마이크를 들고 사람들을 웃기고 있습니다.
목적지는 천수각(天守閣)
어느 곳에 가든지 목적지는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천수각(天守閣)으로 향합니다. 천수각은 일본 성에서 상징과도 같습니다. 혼마루(本丸) 중앙에 있는데 일종의 망루 같은 것으로 가장 높은 건물입니다.
혼마루는 중핵 구조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곳입니다. 각 마루마다 해자가 있는데 나고야성은 혼마루 해자와 니노마루(二の丸) 해자가 있어서 두 개의 해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혼마루 어전
성의 중심지에 있는 혼마루를 어전이라 합니다. 호화로운 전각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성주가 사는 곳이기도 하고 정무를 보는 곳이기도 합니다. 혼마루를 중심으로 니노마루, 산노마루(三の丸)가 있어서 모든 것이 성을 중심으로 해서 돌아 갑니다.
천수각 전망대에서
니노마루에서 혼마루로 들어가자 천수각이 점점 앞으로 다가옵니다. 천수각은 5층으로 높이가 55미터에 달합니다. 오사카성 못지 않은 위용을 자랑합니다. 그러나 현재 보는 천수각은 옛날 것이 아니라 1950년대에 새로 지은 것입니다. 천수각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폭격으로 불에 타버린 것을 1957부터 2년간 철근콘크리트로 재건한 것입니다.
천수각은 새로 지은 것이어서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꼭대기에는 나고야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습니가다. 각층에는 사료 전시실로 활용되고 있어서 일종의 박물관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천수각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천수각은 성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유사시에는 최고간부의 지휘소로 활용됩니다. 나고야 시내 사방을 볼 수 있어서 이곳이 목적지라 볼 수 있습니다.
투구와 갑옷을 보면
전망대에서부터 아래로 내려가면서 사료 관람이 시작됩니다. 일본 전국시대와 도쿠가와 시대의 갑옷과 조총 등 유물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무사들의 투구와 갑옷을 보면 마치 중세시대의 기사를 보는 것 같습니다.
일본무사의 갑옷은 우리가 생각하는 철이나 가죽으로 된 것이 아닙니다. 설명에 따르면 ‘대나무’로 만든 것이라 합니다. 칼이나 총을 맞아도 방어가 된다고 합니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투구를 화려하게 장식한 것입니다.
투구를 보면 가문을 나타내는 문장이 보입니다. 동물이나 물고기의 형상도 있고 사슴뿔 모양의 투구도 있습니다.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일본 NHK대하드라마 ‘천지인(天地人, 2008년)’을 보면 투구에 ‘애(愛)’자가 있습니다. 드라마의 주인공 나오에 가네츠구는 투구에 한자어로 애(愛)를 달아 놓았습니다. 전국시대 당시 에치고의 우에스기 겐신은 의리를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군기에 의(義)자를 달았는데, 이와 함께 애(愛)자 군기도 사용했습니다.
(NHK 대하드라마 천지인-天地人, 2008년)
나고야의 자부심 전국 3걸
여행을 다닐 때는 가이드 말을 잘 들어야 합니다. 가이드 옆에 바싹 붙어서 말하는 것을 잘 듣는 것이 여행을 잘 하는 것입니다. 현지에 대하여 가이드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말 중에 하나가 나고야 사람들의 자부심에 대한 것입니다.
나고야는 일본 중심부에 있습니다. 도쿄를 중심으로 한 관동과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관서 사이에 끼여 있습니다. 그래서 ‘애매모호하다’라고 합니다. 그러나 중부지방, 특히 나고야의 자부심은 전국시대 3걸이 이곳 중부지방 출신이라는 사실입니다.
전국 3걸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오다 노부나가(職田信長),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를 말합니다. 이 중에서 오다 노부나가가 태어난 곳이 나고야라 합니다. 관동과 관서에 끼여서 특색이 없어 보이지만 영웅들이 태어난 곳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합니다.
미국에 대한 증오와 적개심
나고야 사람들에게 있어서 또 하나의 자부심은 나고야성이라 합니다. 그러나 나고야성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공습으로 불에 타 버렸습니다. 이밖에도 3대 신궁중의 하나라는 아츠다신궁도 불에 탔습니다. 그래서일까 사료실에는 미국을 원망하는 듯한 문구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나고야성에는 천수각과 혼마루어전을 비롯하여 에도시대 건축물이 잘 보전 되어 있어서 24동의 국보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1945년 5월 14일의 공습으로 인하여 모두 잿더미로 변했다는 것입니다.
사료를 읽어 보면 미국에 대한 증오와 적개심이 엿보입니다. 당시의 미군은 시가지를 목표로 소이탄 폭격을 계속 반복했다는 것입니다. 민간인을 대상으로 무차별 폭격했음을 간접적으로 나타낸 말입니다. 더구나 미군 폭격기 B29로 1대당 무려 1344발의 폭탄을 투하했다고 합니다.
총 544대의 B29가 매일 출격하여 수천발의 폭탄을 투하했을 때 나고야 시내는 쑥대밭이 된 것입니다. 이에 수 많은 국보급 문화재가 소실되었는데 이에 대하여 “잊을 수 없는 통한으로 기억되어서 말이 끊어진다”라고 비통해 하고 있습니다.
상상속의 바다동물 긴샤치(金鯱)
전쟁후에 나고야성은 재건됩니다. 나고야시민들이 재건을 위한 모금활동이 벌어져서 1957년에 공사를 시작합니다. 현대식 철근 콘크리트 천수각입니다. 중앙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 되어 있어서 천수각 꼭대기는 전망대로 활용됩니다. 마침내 1959년에 나고야시민의 자존심 천수각이 재건됩니다.
천수각 재건과 함께 긴샤치(金鯱)도 새로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전각에서 볼 수 있는 치미 같은 것입니다. 긴샤치는 상상속의 바다동물입니다. 머리는 호랑이 같고 등에는 가시가 돋힌 물고기가 곤두선 모양입니다.
긴샤치는 아즈치 성을 시작으로 오사카 성이나 에도 성의 천수각에도 설치 되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 소실 되었다고 합니다. 유일하게 나고야성에 남아 있었으나 미군의 폭격으로 모두 소실 되었습니다.
나고야성 재건과 함께 긴샤치도 복원되었습니다. 에도 시대 때 만든 긴샤치는 무게가 320키로에 달하는 황금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긴샤치는 수컷과 암컷이 있는데 암컷은 1873년 만국박람회 때 출품 된 것이라 합니다.
긴샤치는 공습으로 녹아 내려 잔해만 남았습니다. 현재 볼 수 있는 긴샤치는 복원된 것입니다. 그래서일까 나고야인들에게 있어서 긴샤치가 가장 인기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긴샤치에서 기념 사진을 찍습니다. 기념품 가게에서는 금박의 긴샤치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오다 노부나가의 인간오십년(人間五十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나고야는 생소한 곳입니다. 관동의 도쿄나 관서의 오사카와 쿄오토, 그리고 큐슈는 자주 가지만 추부(中部)는 잘 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전세계적으로 국토의 중심부에 수도가 있고 비중이 높지만 일본에서만큼은 애매모호하고 특색이 없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추부지역에서는 전국시대 때 인물이 많이 난 곳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 중에 오다 노부나가가 있습니다. NHK 대하드라마에서 보는 오다 노부나가는 무서운 이미지의 인물입니다. 잘못 건드리면 죽음을 면치 못합니다. 이에 반하여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별명이 ‘사루(猿)’인데 원숭이처럼 우스꽝스럽게 묘사됩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별명이 ‘너구리’인데 처세에 능란한 인물로 표현됩니다.
무시무시한 이미지의 오다 노부나가의 말년은 비참합니다. 평소 안하무인격으로 막 대하던 오다 노부나가는 부하의 배신으로 혼노지에서 불에 타 죽습니다. NHK대하드라마 ‘군사 칸베에(軍師 官兵衛, 2014년)’에서 오다 노부나가가 불에 타 죽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러나 기개가 있습니다. 최후의 순간이 왔음을 직감한 노부나가는 좌선하듯이 다다미에 앉습니다. 앉아서 다음과 같은 시를 읊습니다.
“人間五十年、
下天のうちをくらぶれば
、夢幻の如くなり。
一度生を得て、
滅ぼせぬ者のあるべき.”
“인생오십년,
돌고 도는 인간세상에 비하면
꿈처럼 덧없거늘,
한번 태어나서
죽지 않는 자
어디 있으랴.
사는 것도 죽는 것도 한번뿐,
신명나게 살았구나.”
(드라마 군사 칸베에(軍師 官兵衛, 2014년)에서 오다 노부나가)
이것이 유명한 ‘인간오십년(人間五十年)’이라는 시입니다. 그러나 노부나가가 죽은 나이는 정확하게 49세입니다. 오십이 다 된 나이에 일본천하통일을 거의 눈앞에 두고 어쩔 수 없는 죽음을 맞이한 것입니다.
2018-04-11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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