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성지순례기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절대비불(絶對秘佛)을, 나가노 젠코지(善光寺) 순례

담마다사 이병욱 2018. 4. 16. 00:15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절대비불(絶對秘佛), 나가노 젠코지(善光寺) 순례

(나가노 금강사순례 4)




절대비불(絶對秘佛)

 

절대비불(絶對秘佛)이 있다고 합니다. 2018 4 9일 나가노 젠코지(善光寺) 순례에서 들은 말입니다. 아직까지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불상을 말합니다. 다만 지금으로부터 800여년 전 가마쿠라시대 때 모조품(前立本尊)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모조품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300년전의 일입니다. 그것도 7년에 마다 공개합니다.

 

선광사 주지 후쿠시마스님에 따르면 4년전, 2014년 공개 되었을 때 두달 사이에 600만명의 참배객이 몰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모조품 자체가 일본의 주요문화재라는 사실입니다. 과연 비불은 있기나 한 것일까?

 

후쿠시마 스님

 

나가노에 금강사가 있습니다. 재일교포들이 원력으로 세운 한국사찰입니다. 열린선원장 법현스님이 이번에 주지로 취임했습니다. 이를 축하 하기 위하여 한국에서 세 팀 약 80여명의 사부대중이 4 8일 주지 취임 진산식에 참석했습니다.

 

순례팀은 금강사에서 일박 템플스테이 한 후에 4 9일 젠코지를 참배했습니다. 금강사 주치 취임식에 참석한 바 있는 젠코지 주지 후쿠시마 스님이 순례팀을 영접하여 가이드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일본 3대 사찰 중의 하나라는 젠코지는 주지가 40여명 되는데 그 중에 한분이 후쿠시마 스님입니다.

 



 

후쿠시마 스님은 나이가 70세 가량으로 공학박사 출신입니다. 나이에 비하여 매우 건강하고 청정하게 보입니다. 특별히 주지스님이 가이드가 되어 이곳 저곳을 안내 했고 젠코지의 역사와 문화재에 대하여 매우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무엇 보다 관심 있게 들은 것은 비불에 대한 것입니다.

 

평생에 한번은 젠코지(善光寺)

 

비불과 관련하여 주지인 후쿠시마 스님도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다만 800년 전 만들어진 모조품만 보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세간에서는 비불이 정말 있는 것인지 의문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라 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400년 전인 7세기에 젠코지가 창립 되었을 때 딱 한번만 공개 되었을 뿐 비불을 본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모조품은 그 자체로 일본의 문화재입니다. 7년 마다 공개하는 모조품을 보기 위해서 일본 전역에서 구름같이 사람들이 몰려 오는데 옛날부터 평생에 한번은 젠코지(善光寺) 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비불은 백제에서 왔다는 사실입니다. 백제 성왕이 552년에 일본 긴메이천황(欽明天皇)에게 선물로 아미타여래삼존불을 보낸 것이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백제와 일본은 같은 나라

 

6세기 당시 일본 지배층은 백제인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기존 토착세력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던 같습니다. 젠코지의 비불이 수난 당했기 때문입니다. 비불을 부탁받은 소가(蘇我)씨가 가람을 만들어 불상을 안치 했는데 그때 역병이 유행하지 토착세력으로부터 숭불때문이라고 비난 받은 것입니다.

 

백제세력과 토착세력의 갈등으로 인하여 비불은 수난을 당하게 됩니다. 토착세력이 폐불을 주장하며 절을 태워버리고 불상을 버려 버린 것입니다. 젠코지 비불도 이와 같이 수난당했습니다.

 

비불이 일본으로 건너온지 100년 가량 되었을 때 642년 젠코지가 건립되었습니다. 이때부터 비불로 정해졌는데 불상 스스로의 의지에 의하여 비불(秘佛)로 되었다 한다.”라고 합니다.

 

일본 고대사를 보면 놀라운 사실로 가득합니다. 비불을 전해 준 백제성왕은 긴메이천황의 친형이라는 사실입니다. 형의 나라에서 동생의 나라에 불상을 전해 준 것입니다. 이는 무엇을 말할까? 백제와 일본은 사실상 같은 나라였다는 사실입니다.

 

본당 앞에 커다란 향로

 

비불은 7세기 이후 1400년 동안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다만 젠코지 본당 지하에 있을 것이라 합니다. 순례팀은 후쿠시마 스님의 안내로 본당에 들어갔습니다. 본당에 들어 가기 전에 먼저 향내를 맡았습니다. 본당 앞에 커다란 향로가 있는데 향을 맡으면 몸과 마음이 청정해진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없지만 일본과 중국에서 볼 수 있습니다.

 

 



나가노 동계올림픽 타종

 

본당에 들어 가기 전에 좌측에 커다란 범종이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0년전인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당시 이곳 젠코지에서 타종을 시작으로 올림픽이 시작 되었다고 합니다.

 




거대한 본당

 

젠코지 본당은 거대합니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거대한 법당 보기 힘듭니다. 그런데 일본의 전통사찰을 보면 그 크기가 엄청나게 커서 보는 이를 압도하게 만든다는 사실입니다. 마치 유럽에 가면 거대한 성당이 보는 사람을 압도 하듯이, 일본 절에 가면 본당의 건물의 위용에 놀라게 됩니다.

 






눈과 코가 뭉개져서

 

본당 안으로 들어 가니 마치 작은 학교 운동장 처럼 넓습니다. 들어 가자 마자 눈길을 끈 것은 안면이 문드러진 목상이 있습니다. 빈즈루존자상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나반존자라 합니다. 설명문에 따르면 부처님의 제자 중의 하나로 병을 끌어 받아 준다라는 신앙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이 한번씩 만져 봅니다. 얼굴을 너무 만져서인지 눈과 코가 뭉개져서 얼굴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본당 안에서 예불

 

순례팀은 후쿠시마 스님의 배려로 특별하게 본당 안에서 예불 올릴 수 있었습니다. 다다미로 된 본당 중앙에 앉아 반야심경 등을 독송하며 간단하게 예불올렸습니다. 그리고 후쿠시마 스님으로부터 비불과 관련된 이야기를 계속 들었습니다.

 

 



본당지하로 내려갔더니

 

젠코지 본당에는 불상이 없습니다. 비불은 본당 지하 어딘 가에 있기 때문입니다. 불상 없는 본당에서 그 어딘가에 있을 비불을 대상으로 예불 올리는 것입니다. 일본인들에게 신앙의 대상이 되고 있는 비불을 보기 위하여 본당 지하로 내려 갔습니다. 안내문을 보니 이를 계단순회(戒壇巡)라 합니다.

 



 

일곱계단을 내려 가면 그야말로 칠흑 같은 어둠입니다. 본당 지하를 벽에 의지하여 한바퀴 도는 것입니다. 밤하늘은 달빛도 보이고, 달이 없으면 별빛도 보이지만 본당 지하에는 눈을 뜨나 눈을 감으나 칠흑 같은 광막한 어둠이 있을 뿐입니다. 어둠 속에서 돌다보면 본존 바로 밑에 걸려있는 극락의 열쇠를 만질 수 있다고 하는데 이를 극락에 갈 수 있는 열쇠라고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젠코지 순례의 하이라이트는 본당 지하를 한바퀴 도는 것입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비불의 흔적을 찾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불은 1400년 동안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다만 지하 어둠속에서 느껴 볼 뿐입니다. 바로 이런 점이 더욱 신비화 된 것 같습니다.

 

여래의 힘으로 죽었던 아내가

 

천년 전부터 일본 각지에서 순례객들이 끊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는 예로 부터그림으로도 남겨져 있습니다. 일종의 젠코지 박물관이라 볼 수 있는 충령전에서 볼 수 있습니다.

 



 

충령전은 일종의 일본신사와 같습니다. 그러나 젠코지 1400년 역사의 사료 전시장이라 볼 수 있습니다. 후쿠시마 스님은 이것 저것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는데 그중에 인상에 남은 것은 젠코지 순례하는 부부에 대한 그림입니다.

 

 







먼 옛날 일본 서쪽 끝 나가사키에서 젠코지를 순례하기 위해 떠난 부부가 있었습니다. 더구나 아이까지 함께 셋이서 천리길 순례를 떠났습니다. 그런데 도중에 아내가 역병에 걸려 죽었습니다. 남편은 아이와 함께 천신만고 끝에 젠코지에 도착했는데 놀랍게도 죽은 아내가 영접나왔다는 놀라운 이야기가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를 설명문에서는 여래의 힘으로 죽었던 아내가 모습을 나타내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순례자들은 그림을 한번씩 만졌다고 합니다. 그림을 너무 많이 만져서 닳아 없어졌다고 합니다. 전시한 것은 두 번째 그린 것이라 합니다. 두 번째 것도 한쪽이 닳아서 잘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순례도 역시 신앙의 대상이 됨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인으로 자긍심을

 

일본인들에게 있어서 나가노 젠코지는 신앙의 대상입니다. 마치 무슬림들이 일생에 한번은 메카를 순례해야 하듯이, 옛날부터 일본사람들은 평생에 한번은 젠코지에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불자이건 아니건 연간 700만명이 다녀 간다고 하는데 주로 무병장수를 빈다고 합니다.

 

젠코지의 본존불은 6세기에 백제에서 건너간 백제불입니다. 이런 사실은 일본인들도 알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스님도 백제에서 건너 간 것이라고 여러 번 말합니다. 한국인으로 자긍심을 느낍니다.

 

어느 나라에서든지 시대를 불문하고 불상은 신앙의 대상입니다. 일본인들의 신앙의 대상이 되고 있는 비불이 백제에서 건너 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국적은 따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비불 그 자체를 신앙의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아마도 한번도 공개된 바 없는 것도 이유일 것입니다.

 

사이지옥(lokantarikā)

 

백제에서 건너간 아미타삼존불은 비불로서 정말 없는 건 아닌지 모를 일입니다. 그런 궁금증을 풀어 주기 위해서 본당 지하 투어를 하는 모양입니다. 정말 비불은 있기나 한 것일까? 없으면서도 있는 것처럼 믿는 것은 아닐까? 그것도 천년 이상 지속되었습니다.

 

설령 비불이 없어도 있는 것이나 다름 없을 것입니다. 지하투어 하다 밖으로 나왔을 때 빛을 보아 사물을 인식했을 때 아미타여래삼존불을 본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입니다. 마치 초기경전에 이런 장면을 떠 오르게 합니다.

 

 

“수행승들이여, 덮개도 없고 바닥도 없는 캄캄한 칠흑 같은 암흑에 둘러싸여 이와 같은 광대한 초월적 힘과 이와 같은 광대한 초월적 능력이 있는 해와 달이 비추지 못하는 지옥이 있다.(S56.46)

 

 

부모를 살해 하는 등 오역죄를 저지른 자는 일겁동안 무간지옥에 떨어집니다. 그곳은 해와 달도 비추지 않아 완벽하게 어두운 곳입니다. 우주와 우주의 틈새 또는 사이에 있기 때문에 사이지옥(lokantarikā)’이라고도 합니다. 일종의 사각지대라 볼 수 있습니다.

 

부처가 출현할 때

 

극악무도한 자들이 간다는 무간지옥에는 빛이 없습니다. 빛이 없어서 안식이 생겨나지 않습니다. 그곳에 떨어진 자들은 캄캄해서 누가 누군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빛이 비출 때가 있습니다. 보살이 입태할 때와 보살이 탄생할 때입니다.

 

세상에 부처가 출현할 때 광대한 빛이 온 우주에 비추는데 아직까지 한번도 비춘 적이 없는 사각지대에도 빛이 들어갑니다. 그제서야 지옥중생들은 안식이 생겨나서 서로가 서로를 알아 봅니다. 이에 대하여 경에서는 이렇게 표현 되어 있습니다.

 

 

“덮개도 없고 바닥도 없는 캄캄한 칠흑 같은 암흑에 둘러싸여 그와 같은 광대한 초월적 힘과 이와 같은 광대한 초월적 능력이 있어도 빛을 비추지 못하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도 측량할 수 없는 광대한 빛이 신들의 위력을 압도하며 나타난다. 그곳에 태어난 뭇삶들이 있는데, 그들도 그 빛으로 ‘벗이여, 참으로 다른 뭇삶들도 여기에 태어났구나.’라고 서로를 알아 본다.(D14)

 

 

오역죄를 지어 한량 없는 세월동안 어둠에서 살아 가던 무간지옥 중생들은 그제서야 서로 알아 봅니다. 이 세상에 부처가 출현하여 빛이라고는 한번도 비춘 적이 없는 사이지옥에 빛이 들어간 것입니다. 부처가 출현했으니 구원의 가능성이 생겨난 것입니다.

 

비불(秘佛)은 있다

 

젠코지 본당 지하는 사이지옥처럼 캄캄합니다. 눈을 감으나 눈을 뜨나 앞이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다 밖에 나왔을 때 비로서 사물을 분간합니다. 광명을 찾은 것입니다.

 

백제에서 건너간 비불은 바로 빛입니다. 빛으로 이루어진 아미타여래입니다. 1400년 동안 사람들은 한번도 본 적이 없다고 하지만 지하투어를 하고 나오면 비불을 본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빛이 바로 비불인 것입니다. 젠코지에 비불은 있습니다.

 

 




























2018-04-15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