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성지순례기

신사에서 한글발원문을 보고, 나고야 아츠다(熱田) 신궁에서

담마다사 이병욱 2018. 4. 19. 18:01


신사에서 한글발원문을 보고, 나고야 아츠다(熱田) 신궁에서

  (나가노 금강사순례 6)

 

한국식당을 찾아서 거리를 헤매다녔습니다. 하나 밖에 없는 한국식당에서 된장찌게가 만이천원 했습니다. 그러나 맛은 별로였습니다. 20여년전 199년대 일 때문에 간 스위스에서 일입니다.

 

흔히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라고 합니다. 현지에 가면 현지 생활에 적응해야 함을 말합니다. 외국여행가서 굳이 한국식당을 찾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김치에 밥먹는 것은 일상이지만 외국에서 접하는 현지음식은 그때 아니면 먹어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외국의 문화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나가노금강사 순례팀은 마츠모토성을 관람후에 나고야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나고야 인근 도시에서 일박 하고 다음날 저녁에 귀국해야 합니다. 귀국하는 당일 날 일본신사에 갔습니다.

 

일본에 가면 일본만의 독특한 문화가 있습니다. 신사가 대표적입니다. 일본이 불교인 1억명의 불교국가라 하지만 대부분 일본의 토속신앙이라 볼 수 있는 신도와 겹쳐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불교와 무속이 습합되어 있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가장 일본다운 문화의 산물

 

일본의 중부지방 나고야에 가면 거대한 신사가 있습니다. 이를 신사라 부르지 않고 신궁이라 합니다. 아츠다신궁(熱田神宮)이라 합니다. 일본 3대 신궁 중의 하나라 합니다. 삼대신궁이라 하면 메이신궁, 이세신궁, 우사신궁을 말합니다. 신사보다는 격이 높은 개념입니다. 그런데 나고야 아츠다신궁도 3대 신궁이라 하니 어느 것이 맞는지 모릅니다. 분명한 것은 일본의 천황을 모신 도쿄의 메이신궁과 일본의 시조 아마테라스오오카미 여신을 모신 미에현의 이세신궁, 이 두 곳은 확실이 양대 신궁에 속한다는 사실입니다.

 

아츠다신궁에 대한 자료는 부실합니다. 위키백과에서도 매우 간단히 언급되어 있을 뿐입니다. 블로그에 의지해야 하지만 신뢰성이 떨어집니다. 가이드로부터 직접 설명 들은 바에 따르면 천황과 관련 있는 신궁이라는 사실입니다.

 

아츠다신궁은 매우 규모가 크고 웅장합니다. 신궁전체 면적은 약 20만평에 달한다고 합니다. 하늘 높이 솟아 있는 하늘 천()자 모양의 토리이가 보는 이로 하여금 압도합니다. 신궁 입구 여기저기에 거대한 토리이가 서 있습니다. 토리이를 보면 가장 일본다운 문화의 산물을 보는 것 같습니다.

 





 

아츠다신궁 한켠에 역사를 설명하는 안내판이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문구가 아츠다신궁 1900년의 역사라는 말입니다. 1세기에 세워진 것으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것입니다.


신검(神劍)을 인격화 하여 신으로

 

설명문을 보면 가장 먼저 신검(神劍)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를 쿠사나기노미츠르기라 합니다. 일본황실의 3대 신기중의 하나로서 이곳 아츠다신궁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신궁이 황실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신검과 관련된 이야기는 안내판에 적혀 있습니다.

 

 


 

일본에 가면 친절하게도 한글 안내문을 볼 수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주로 물건을 파는 곳입니다. 그런데 아츠다신궁에서는 전혀 한글 안내문을 볼 수 없습니다. 모두 일본어로 되어 있어서 일본어를 모르면 공원 산책하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이럴 때는 가이드 바로 옆에 붙어서 설명하는 것을 들어야 합니다.

 

 



절에서는 불상을 모십니다. 부처님의 형상을 한 것입니다. 교회에 가면 십자가를 모십니다. 신사에 가면 신을 모실 것입니다. 아츠다신궁에도 신이 있습니다. 일본어로 된 안내판에 따르면 주신은 아츠다오오카미(熱田大神)’라 합니다. 이 신은 다름 아닌 신기인 쿠사나기노미츠르기라는 사실입니다. 칼이 주신인 것입니다. 이 신검을 인격화 해서 아츠다오오카미(熱田大神)라 합니다.

 

토리이(鳥居), 속계와 경내의 경계

 

일본에서 신사는 일본의 신도신앙에 의하여 만들어진 종교시설입니다. 절이나 교회, 모스크 등과 달리 그 지역의 신을 모시는 제사시설입니다. 신사에서 볼 수 있는 하늘 천자 모양의 토리이는 우리나라 사찰의 일주문과 비슷한 것입니다. 일주문이 속과 성의 경계를 나타내듯이, 마찬가지로 토리이도 속계와 경내의 경계를 나타냅니다.

 



 



일본신사를 가면 일본인들의 신심에 경탄하게 됩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매우 경건한 자세를 취합니다. 심지어 오래된 나무도 경배의 대상입니다. 아츠다신궁에서 천년된 녹나무에 예경하는 일본청년을 보았습니다. 이방인의 눈으로 보기에도 지극하고도 간절히 염원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아츠다신사 경내는 일곱 구루의 큰 녹나무가 있습니다. 홍법대사가 손수 심은 것이라 합니다. 홍법대사(774-935)는 헤이안시대의 승려입니다. 일본 진언종의 개산조입니다. 청년에 천년 이상된 녹나무에 예경하는 것은 나무 자체라기 보다 홍법대사에게 예경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천년 이상된 녹나무 옆에는 술통이 있습니다. 아이치현 주조조합에서 신사에 납품할 정종이라 합니다. 제사 지낼 때 일본술이 사용되는 듯합니다. 지역에서 생산 되는 모든 술이 망라 되어 있습니다. 신궁에 사용되어서 좋고 광고효과도 있어서 이중의 효과를 노린 듯 합니다.

 

 



엑스(X) 모양의 찌기

 

아츠다신궁 본전 앞으로 갔습니다. 거대한 신전입니다. 지붕 모양이 독특합니다. 커다란 기둥이 평행으로 열지어 튀어 나와 있고 끝에는 엑스(X)자 모양입니다. 이렇게 한 것은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신사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모양입니다.

 

 



일본신사에서 엑스자 모양의 나무를 찌기(千木)라 합니다. 찌기가 수직으로 절단 되어 있으면 여신을 모시는 곳이고, 찌기가 수평으로 절단 되어 있으면 남신을 모시는 곳이라 합니다. 아츠다신궁은 일본의 창조설화와 관련있는 아마테라스오오카미 여신을 모시고 있으므로 찌기가 수직 절단 되어 있습니다.

 

 



신사에서 한글발원문을 보고

 

불자들은 절에 가면 가장 먼저 대웅전에 참배합니다. 신심있는 불자라면 이 전각, 저 전각 찾아서 참배합니다. 빠지지 않는 곳이 아마 토속신앙과 관련된 산신각이나 칠성각 같은 곳이라 봅니다.

 

불자들은 절에 가면 소원을 빕니다. 대개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 안녕에 대한 것입니다. 건강, 학업, 사업, 치유가 가장 많습니다. 일본 신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원판을 보면 갖가지 발원이 써 있는데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소원판을 보면 때로 파격적인 것도 있습니다.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소원을 보았을 때 매우 신선했습니다. 우리나라 절에서 등을 달 때 세계평화라고 쓰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소원판에서 한글을 발견했습니다. 한글소원판입니다.

 

 



신은 외국인의 소원도 들어줄까?

 

일본 신은 한국어를 알고 있을까? 한국인 소원도 들어줄까?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신도 한국어를 알고 있어서 한국인 소원도 들어 줄 것이라 합니다. 옆에 있던 스님이 한 말입니다.

 

 

중생은 늘 중생의 입장에서

보고 말하고 판단합니다.

중생은 깨달은 자의 세계를 알지 못합니다.

깨달은 자는 일체를 아는 자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소원판이 있습니다.

대개 법당에 연등 다는 것으로

건강, 학업, 사업, 치유 등을 발원합니다.

그럼 발원문에 영어가 있다면?

 

영어 아는 사람이 많습니다.

누구나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습니다.

소원 들어 주는 불보살도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일본어 소원등은?

 

일본어는 내가 모르는 것이지

다른 사람도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일체지자의 깨달은 자에게

언어는 장벽이 되지 않습니다.

 

신궁에서 신에게 한글 소원문

발원해도 소원들어 줍니다.

청정한 마음으로 인하여 이미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2018-04-19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