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회

불교는 우파니샤드철학 영향 받았나? 조준호선생의 ‘욕망을 넘어 행복으로’ 4강

담마다사 이병욱 2018. 10. 6. 13:32

 

불교는 우파니샤드철학 영향 받았나? 조준호선생의 욕망을 넘어 행복으로’ 4

 

 

종교와 철학이라는 말

 

종교와 철학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런 말을 우리들은 당연한 듯 자연스럽게 쓰고 있습니다. 마치 오래 전에 옛날부터 사용되어 오던 용어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불과 120여년 가량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일본이 근대화 되면서 일본인들이 서영의 용어를 번역하면서부터 시작 되었습니다.

 

조준호 선생의 인도이야기 네 번째 강좌가 문화살롱 기룬에서 열렸습니다. 3강에서 다루지 못한 종교관련 용어이야기와 4강의 유일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번 강좌에서는 지난 번과 달리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습니다. 아카데미 이사장이 독려한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조준호 선생에 따르면 종교라는 용어는 본래 불교에서 사용되던 말이라 합니다. 근거로서 능가경을 들고 있습니다. 능가경은 산스크리트어로 랑카바타라 수트라(Lankavatara sutra)’라 하는데, 경에서 사용된 ‘Siddhanta desana’라는 말이 종교를 뜻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Siddhanta’라는 말은 Siddha anta의 복합어입니다.  ‘siddha’완성을 뜻하고, ‘anta’을 뜻하기 때문에 궁극적 진리라는 뜻이 됩니다. 이와 같은 말을 중국에서 종교(宗敎)라 했는데 북송시대 영명영수 선사가 종경록에서 사용한 것을 처음으로 봅니다.

 

종교라는 말이 일반화 된 것은 일본에서 메이지 유신이 일어나고 나서부터입니다. 재결합을 뜻하는 영어 ‘religion’종교(宗敎)’라고 번역한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철학이라는 말은 일본 근대화 시기에 만들어낸 말입니다. 일본 니시아마가 1874년에 ‘philosophy’철학이라고 번역하여 사용한 것이 최초라 합니다.

 

종교와 철학이라는 용어가 사용된지는 불과 120여년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사람들은 이 용어가 수천년 전부터 사용되어 왔던 용어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불교는 철학입니까 종교입니까?”

 

무교(巫敎)가 있습니다. 이를 무속교라고도 합니다. 조준호 선생은 무교는 종교입니까 아닙니까?”라며 묻습니다. 또 유교는 철학입니까 종교입니까?”라며 묻습니다. 이런 질문은 불교는 철학입니까 종교입니까?”라고 묻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조준호 선생에 따르면 종교와 철학을 구분 짓는 것은 서양의 방식이라 합니다. 서양에서는 종교와 철학이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음을 말합니다. 이는 신과의 재결합을 뜻하는 religion과 지혜를 뜻하는 philosophy가 엄격하게 다름을 뜻합니다. 신의 계시에 따른 가르침과 이성적 사유에 따른 학문을 엄격하게 구분 지은 것입니다. 이와 같은 구분에 따라 신학이 상위개념이 되고 철학은 하위개념이 되어 철학은 신학의 시녀이다.”라는 말이 생겨 나게 되었습니다.

 

동양에서는 종교와 철학이 구분되지 않았습니다. 종교가 곧 철학이고, 철학이 곧 종교라는 것입니다. 인도에서는 궁극적 진리(Siddhanta desana)’를 추구하는 것을 종교로 봅니다. 즉 깨달음을 뜻하는 ()’과 그 깨달음을 언어체계로 설명한 ()’로 본 것입니다.

 

불교는 종교입니다. 불교에 대하여 종교인지 철학인지 묻는다면 이는 서양의 종교관에 따른 이분법적 방식에 따른 것입니다. 불교는 철학을 포괄하는 으뜸 되는 가르침, 종교(宗敎)’일뿐입니다.

 

바라문교와 힌두교는 어떻게 다를까?

 

으뜸 가는 가르침으로서 불교는 기원전 6세기에 성립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오늘날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유일신교와 같은 교리가 세상을 지배했습니다. 그런데 불교가 성립한 것은 고대인도에서의 바라문 사상을 이해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불교는 부처님 당시 지배종교이자 지배사상이었던 바라문교를 비판하고 성립되었음을 말합니다.

 

바라문교와 힌두교는 어떻게 다를까? 어떤 이들은 부처님이 힌두교의 영향을 받아 윤회를 받아 들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부처님 당시에 힌두교는 없었습니다. 있었다면 바라문교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힌두교는 언제 성립되었을까? 조준호 선생에 따르면 대승불교 흥기시점이라 합니다.

 

대승불교는 기원 전후로 해서 새롭게 생겨난 불교운동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힌두교와 대승불교는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을까? 일본 불교학자가 쓴 인도불교사(경서원)’에 따르면 힌두이즘 형성에 대응하여, 혹은 자극을 받아 불교 내에서도  B.C 2세기 무렵부터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라고 적어 놓았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힌두교는 기원적 2세기 무렵 성립되었음을 말합니다.

 

부처님 당시에는 힌두교라는 말이 없었습니다. 힌두교라는 말은 오늘날 힌두이즘(Hinduism)’이라는 말로 사용됩니다. 힌두이즘은 한마디로 부처님 당시 바라문교가 환골탈태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불교의 교세에 밀려 위축된 바라문교가 위기감을 느껴 지방의 토속신앙과 결합하여 생겨난 혼합종교의 성격이라 볼 수 있습니다.

 

불교는 우파니샤드철학 영향 받았나?

 

힌두교 사상으로 우파니샤드가 있습니다. 힌두교의 전신이 브라만교이기 때문에 사상적 흐름은 베다-브라흐마나-아란냐카-우파니샤드 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조준호 선생에 따르면 우파니샤드철학이 과연 불교에 영향을 주었느냐는 것입니다.

 

조준호 선생에 따르면 부처님 당시에 우파니샤드 철학의 직접적 영향이 없었다고 합니다. 불교가 우파니샤드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일본불교학자들의 이야기를 비판없이 받아 들인 것이라 합니다. 이에 대하여 불교신문 2002 2 15일자에 따르면 이런 기사가 보입니다.

 

 

그런데 최근 한 소장학자가불교의 우파니샤드 아류설(이하 아류설)’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23일 보조사상연구원 월례발표회에서불교의 기원 - 불교는 우파니샤드 철학의 아류에 지나지 않는가?’를 발표할 조준호씨(사진)가 바로 그다.‘우파니샤드 철학 성립을 불교 흥기 이전으로 잡을 수 있는가등을 분석한 이 논문에 따르면 우파니샤드 철학이 초기불교 보다 먼저 성립된 것이 아니다. 최고로 오래된 우파니샤드라 하더라도, 거기에 등장하는 국명이나 인물(아자타사투)들은 불교가 흥기한 시대와 일치하거나 그 이후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고고학적으로 봐도 우파니샤드는 불교 이전에 발생하지 않았다.”(불교는 우파니샤드 아류 아니다. 조준호씨 기존학설 비판, 불교신문, 2002-02-15)

 

 

조준호 선생에 따르면 불교는 우파니샤드철학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만일 영향받았다면 초기불교 문헌에서 우파니샤드 흔적을 찾을 수 있어야 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학문의 뿌리가 없어서

 

우파니샤드철학은 상고(B.C. 800-500C), 중고(B.C. 500-200C), 중세(B.C. 200C)로 구분됩니다. 이후의 것은 신우파니샤드(B.C. 2세기-A.D. 16세기)라 합니다. 장구한 세월에 걸쳐 완성된 철학임을 알 수 있습니다. 불교에 영향을 주었다면 상고시대일 것입니다.

 

일본에서 출판된 인도불교사에 따르면 상고 우파니샤드철학은 고대 베다문화의 정점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이를 범아일여사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사상은 윤회전생 개념과 윤회로부터 해탈도 설하고 있는데 이런 사상이 후세 인도사상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조준호 선생에 따르면 우파니샤드 중심개념인 브라만은 나타나지 않으며 부처님 개인사를 봐도 우파니샤드 철학과의 접촉은 없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조준호 선생은 불교와 우파니샤드 철학과의 무관성에 대하여 강연이나 기고문 등으로 수없이 주장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일본학자들의 영향하에 있는 한국불교 학계에서 잘 받아 들여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불교학계에서는 불교가 우파니샤드 철학 영향을 당연히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사실은 학문의 뿌리가 없기 때문이라 합니다. 그래서 일본이나 유럽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을 무비판적으로 당연하게 수용하는 것으로 봅니다.

 

우파니샤드철학으로 명색(名色)을 해석했을 때

 

오늘날 우파니샤드철학으로 부처님 가르침을 해석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특히 명색(nama-rupa)에 대하여 정신-물질로 해석하지 않고 이름-형태로 해석합니다. 이런 해석방법에 대하여 L교수는 중론 강좌에서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아비달마 불교에서는 명인 정신이고 색은 물질이다 이런 식으로 이해 해 버려요. 그런데 우파니샤드에 명색 개념이 어떻게 나오냐 하면, 우파니샤드 철학에 따르면 우주는 본래 하나에요. 하나의 브라만이죠. 그 브라만이 다양한 형태로 모습을 변화시켜 가지고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되요. 나무,풀 등 형태가 달라지면서 이름이 붙었어요. 그러니까 이름과 형태로 구분이 되어야죠. 하나의 브라만을 형태와 이름으로 구분하니까 각각 다른 것처럼 보여요. 이렇게 다른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아뜨만이에요. 그러나 본래는 이름과 형태를 떠나서 본래 있는 것이 브라만이에요. 이게 범아일여 사상이에요.

 (L교수, 중론1 39:13)

 

 

L교수에 따르면 우파니샤드의 브라만교의 범아일여 사상을 인용하여 명색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초기경전에서 명색이 분명히 정신-물질이고 정의해 놓고 있음에도, 이를 전면 부정하여 우파니샤드철학으로 해석하여 이름-형태라 한 것입니다. 이렇게 우파니샤드철학적으로 해석해야 자신의 이론을 전개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와 같은 L교수의 주장대로라면 부처님은 우파니샤드 철학의 영향을 받았음에 틀림 없습니다.

 

불교는 으뜸 가는 가르침(宗敎)

 

불교는 브라만교를 비판하고 성립되었습니다. 오늘날 한국에서 보는 유일신교와 매우 흡사합니다. 이에 대하여 조준호 교수는 쁘라자빠띠, 따드 에깜, 뿌루샤, 브라흐만, 잇사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설명을 들어 보면 마치 아버지 하나님이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초기경전에서 나는 하느님, 위대한 하느님, 정복자, 정복되지 않는 자, 모든 것을 보는 자, 지배자, 주재자, 작자, 창조주, 최상자, 조물주, 전능자, 존재하는 것과 존재할 것의 아버지이다. 이 뭇삶들은 나에 의해서 창조되었다.”(D1)라고 묘사된 것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부처님 당시에는 창조주가 인간의 길흉화복에 개입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기도를 하고 공물을 바치는 제사를 지냈습니다. 이런 현상은 오늘날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유일신교에서 보는 기도와 미사가 바로 그것입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제사를 지낼 때는 수많은 동물을 잡아 죽였고 사람을 제물로 바치기도 했습니다. 부처님은 이런 기도와 제사를 부정했습니다. 이런 면으로 본다면 부처님의 출현은 혁명적이었습니다.

 

누구든지 부처님 가르침에 근거하여 이야기하면 정견이 되고 가르침 아닌 것을 이야기하면 사견이 됩니다. 그렇다고 바라문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것만이 진리이고 다른 것은 거짓이다.”라 하지 않습니다. ‘와서 보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 즉시 확인 할 수 있는 가르침입니다. 불교는 철학도이기도 하고 과학이기도 하지만 한마디로 으뜸 가는 가르침, 즉 불교는 종교입니다.

 

 

2018-10-06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