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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원음향기 가득한 서고(書庫)의 저녁(2017-2018)

담마다사 이병욱 2018. 12. 20. 09:59

 

 

 

1권 원음향기 가득한 서고(書庫)의 저녁(2017-2018)

 

 

 

 

 

이른 아침 조용히 여백을 대하고 있습니다. 늘 그렇듯이 아침 일찍 일터로 향합니다.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글쓰기입니다. 모니터의 여백을 바라보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어떻게 글을 시작할까 긴장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면 몰입되어서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이번 글은 책의 서문에 대한 것입니다. 니까야강독모임 후기를 모아 놓은 책 서문입니다.

 

 

 

매달 두 차례 전재성박사 삼송테크노밸리 서고에서 니까야강독모임이 열립니다. 2017 2월이래 2018 12월 현재까지 거의 2년 되었습니다. 2년 동안의 모임에서 개근 했습니다. 여러 가지 사건이 있었지만 용케 한번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지난 2년 동안 강독모임은 총 38차례 열렸습니다. 그런데 이전에도 모임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2016 8월부터 2017 1월까지 한달에 한번 강독모임이 있었습니다. 전재성박사 홍제동 아파트의 거실에서 열렸습니다. 그때도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습니다.

 

 

 

2017 2월 모임부터 전재성박사의 삼송테크노밸리 서고에서 매달 두 차례 열리고 있습니다. 서고모임이 시작된 동기는 도현스님이 합류하고 나서부터입니다. 도현스님은 남양주 정혜사 주지스님으로 전재성박사의 후원자입니다. 도현스님이 신도들과 함께 하여 블로그지인들과 함께 금요모임이 시작 되었습니다.

 

 

 

니까야강독모임의 교재는 생활속의 명상수행입니다. 앙굿따라니까야를 한권으로 선별하여 엮은 엔솔로지입니다. 모두 11권에 달하는 방대한 앙굿따라니까야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경을 법수별로 모아 놓은 것입니다. 2018 12월 현재 셋 모아 엮음을 진행하고 있는데 전체 책분량에서 사분의 일에 못 미치고 있습니다.

 

 

 

매번 새로운 주제로 강독모임을 갖습니다. 새로운 주제의 경을 접할 때 마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됩니다. 법수가 세 개인 경우는 세 가지 경우의 수에 대한 것인데 이와 같은 주제는 앙굿따라니까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니까야(經藏)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오부 니까야 도처에서 같은 주제를 가진 경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같은 주제라도 어떤 니까야에서는 간략하게 설해져 있지만 또 어떤 니까야에서는 상세하게 설해져 있습니다. 니까야 뿐만 아니라 위나야(律藏)나 아비담마(論藏)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주요한 주제가 율장, 경장, 논장 삼장에 걸쳐서 실려 있기 때문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체계적이고 분석적이라 합니다.

 

 

 

전재성박사는 사부니까야을 완역했고 법구경, 숫따니빠따 등 쿳다까니까야의 여섯 개 경전을 번역했습니다. 또한 율장대품, 소품 등 네 권의 빠알리율장을 번역했습니다. 최근에는 논장의 범주에 들어 갈 수 있는 청정도론을 완역했습니다. 그래서일까 니까야강독모임에서 한 주제에 대한 설명은 빠알리삼장 전체가 대상이 됩니다.

 

 

 

독송모임에서는 해당 경의 설명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다른 니까야에서 인용된 문구를 소개하는 형식입니다. 예를 들어 자비에 대한 경을 독송했을 때 소라고동소리처럼 자비의 마음을 내야 합니다.”라고 말합니다. 자비와 소라고동소리를  연결하여 말한 것입니다. 이럴 때 소라고동을 키워드로 검색합니다.

 

 

 

자비와 소라고동소리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찾아 보면 상윳따니까야 소라고동 소리의 경(Sakhadhamasutta’(S42.8)에서 “촌장이여, 예를 들어 강력한 소라고동이 적은 노력으로도 사방으로 들리는 것처럼, 촌장이여, 자애의 마음의 의한 해탈이 이와 같이 성장되면, 유한한 업의 세계는 거기에 남아있지 않고 거기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S42.8)라는 구절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이처럼 한 주제가 다른 니까야에도 있음을 알게 됩니다. 전재성박사가 자비와 소라고동소리를 연계하여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빠알리 삼장을 꿰뚫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 봅니다.

 

 

 

강독모임은 삼송테크노밸리 서고에서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진행됩니다. 2층 높이 구조의 서고에는 각종 책들로 가득합니다. 팔레트 위에 가득 쌓여 있는 책은 시중에서 판매될 책입니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에서 출간된 모든 책이 망라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서고 한켠에는 전재성박사의 책상이 있는 작은 공간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번역이 이루어집니다. 서고 중앙에는 너른 공간이 있는데 책상과 걸상이 있어서 강독모임이 이루어지는 장소입니다.

 

 

 

금요일 저녁이 되면 한사람 두사람 모입니다. 다 모이면 열명 안팍입니다. 삼귀의 오계를 빠알리어로 독송한 다음 약 10분간 입정합니다. 입정을 길게 하는 이유는 맑은 정신상태를 만들기 위함입니다. 입정이 끝나면 먼저 해당 경을 함께 독송합니다. 독송이 끝나면 전재성박사의 경에 대한 설명이 시작됩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조용히 경청합니다. 질문은 가급적 짧게 합니다. 한마디라도 더 듣는 것이 이익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전재성박사가 말한 것을 부지런히 받아 적습니다. 처음에는 녹음을 할까도 생각했으나 받아 적는 것이 효율적임을 알았습니다. 매우 빠른 속도로 자신만이 알 수 있는 필체로 쓰다 보면 열 페이지 가량 됩니다. 이렇게 기록하는 것은 후기를 쓰기 위해서입니다.

 

 

 

어디를 가든지 후기를 작성합니다. 지난 2006년 이래 매일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써 왔습니다. 요즘은 인터넷 시대이기 때문에 써 놓은 것을 블로그에 올려 놓습니다. 12년 동안 매일 쓰다 보니 4천개가 넘는 글이 인터넷의 바다에서 공유되고 있습니다. 니까야강독모임의 후기도 그 중의 일부입니다.

 

 

 

강독모임 후기는 가장 정신이 맑을 때인 오전에 작성합니다. 가장 먼저 기록해 놓은 노트를 리뷰합니다. 중요도에 따라 빨간줄이나 노랑형광메모리칠을 합니다. 그 다음 단계는 글 품기 단계입니다. 강독모임에서 이야기와 기록해 놓은 것을 머리 속에 떠올리며 글의 구조를 생각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관련된 경전 문구를 삽입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경전문구를 인용하면 글이 풍요로워 질뿐만 아니라 글 쓰는데 탄력 받습니다. 이렇게 후기를 쓰다 보면 오전이 훌쩍 지나가 버립니다. 하루 일과 중의 반은 글쓰기로 보냅니다.

 

 

 

2018년을 마무리 하는 시점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동안 작성된 강독모임 글을 모아서 책으로 엮어 보자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출판을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문방구에 십여권 인쇄와 제본 의뢰하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같은 강독 멤버인 도현스님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1권 원음향기 가득한 서고의 저녁_200121c.pdf
4.99MB

 

도현스님은 강독모임 후기 글에 대하여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본다고 하는데 글씨가 작아서 보기가 불편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작성된 글을 프린트 해 주면 어떻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이런 제안을 받고 지난 2년 동안의 글 38개를 하나의 파일로 만들었습니다.

 

아직까지 책이라는 것을 내 본적이 없습니다. 2006년 이전에는 글 이라는 것을 써 본적이 없었습니다. 시절 인연이 되었는지 보통불자도 인터넷 블로그에 글을 쓸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쓸 때 이득과 명예와 칭송을 바라고 쓴 것은 아닙니다. 마치 일기 쓰듯이 누가 보거나 말거나 매일 쓴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모든 정보가 오픈되고 공유되는 인터넷 시대에 널리 퍼진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글을 쓸 때는 아는 만큼 능력껏 썼습니다. 또한 의미와 형식을 갖춘 글을 쓰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하루 일과의 반을 글쓰기로 보내게 되었는데 특히 니까야강독모임 관련 글은 시간이 더 많이 걸렸습니다.

 

 

 

글을 쓸 때 처음부터 책을 낼 것을 목표로 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이 바로 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전자책입니다. 검색창에 키워드만 입력하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이 시대의 책입니다. 그럼에도 단행본을 생각한 것은 요청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책의 제목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런 저런 제목을 생각해 보다가 마침내 좋은 이름이 떠 올랐습니다. 그것은 원음향기 가득한 서고의 저녁입니다. 고요한 저녁 서고에서 울려 퍼지는 이야기가 부처님 가르침에 대한 향기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보통불자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책으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바쁜 와중에서도 매번 빠짐 없이 모임을 이끌어 주신 전재성박사님의 자비의 마음에 감사드립니다. 또한 이 책이 나오게 된 계기가 된 도현스님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지난 2년 동안 니까야강독모임에 함께 한 법우님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2018 12 20

 

담마다사(진흙속의연꽃)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