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식사, 담마마마까 수행기5
2019년 1월 2일 아침공양
담마마마까에서 하루가 지나갔다. 하루 일과를 보내고 나니 선원생활이 매우 단순함을 알았다. 시간표 대로 보내는 것이다. 시간표를 보면 주말도 없고 명절도 없다. 매일 매일 똑 같은 날이다. 매일 매일 그날이 그날이다. 때 되면 밥 먹고 때 되면 좌선이나 행선하는 것이다.
무엇이든지 처음 경험한 것은 강렬하다.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처음 접했을 때의 일에 대한 것이다. 중학교 배정을 받아 처음 학교로 찾아 간 날에 대한 기억은 매우 선명하다. 입영 했을 때 첫 날도 그렇고, 입사 했을 때 첫 출근도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 담마마마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것 중의 하나가 아침식사이다.
선원에서는 하루 두 끼만 먹는다. 아침과 점심식사를 말한다. 저녁식사는 하지 않는다. 이는 선원규칙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9계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8계라 하여 포살계로 알려져 있는 여섯 번째 계목을 보면 “정오 이후(익일 새벽 5시까지)에 음식 먹지 않는 행을 지키겠습니다.”라 되어 있다.
선원에서는 매일 먹고 자기 때문에 8계를 지켜야 한다. 그런데 8계 중에 가장 지키기 어려운 계가 아마 여섯 번째 계목인 ‘오후불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재가자에게 있어서는 8계에 대하여 하루낮하루밤계라 한다. 생업에 종사하는 재가자가 포살일 하루만큼은 출가자와 똑같이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원에서는 매일매일 8계를 받아 지니며 살고 있기 때문에 매일매일 8계를 지켜야 한다. 그것도 담마마마까에서는 9계를 지켜야 한다. 8계에다 “모든 생명들에게 자비심으로 대하겠습니다.”라는 별도의 ‘자비계’가 추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새벽예불이 끝나면 곧바로 아침식사시간이다. 식당은 대법당에서 약 삼사십미터 떨어진 거리에 있다. 비를 맞지 앉도록 천정이 죽 이어져 있다. 아침식사는 6시 전후이다. 그런데 식사전에 긴 공양의식이 있다는 사실이다. 거의 10분 가량 되는 공양게송을 말한다. 공양게송은 미얀마어로 진행된다. 담마마마까법요집에 우리말 해석이 실려 있다. 그래서 밥먹으로 갈 때에는 반드시 법요집을 지참한다. 미얀마어로 따라 하기 위해서이다.
커다란 홀에는 띨라신들을 비롯하여 요기(수행자)들로 가득하다. 한국의 스님들도 들어와 있다. 그러나 공양의식을 할 때에 빅쿠들은 입장하지 않는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 사야도를 비롯하여 빅쿠들이 입장하면 상석에 앉는다. 빅쿠석 아래에 한국의 스님들과 한국의 남자요기들이 자리한다. 다음으로 미얀마 남자요기가 자리하고 그 다음으로 띨라신과 미얀마 여자요기와 한국의 여자요기가 자리한다. 선원에서는 자리에 따라 빅쿠와 요기가 구분되고, 또한 남자와 여자가 구분된다.
아침 공양게송은 5시 45분 경에 시작된다. 먼저 띨라신 한명이 미얀마어로 “담마마마까 미 따냐 흐만수아 쀼게띠(이 선원의 이름은 담마 마마까입니다)”로 시작하는 공양게를 읊는다. 홀로 독송하는 게송의 핵심내용은 “수행하는 이들의 번뇌(탐-진-치)가 모두 소멸하기를..” 등의 여섯 구절로 되어 있다.
담마마마까 12일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게송이 있다. 그것은 ‘자비관게송’이다. 이 게송은 각종 법회에서 뿐만 아니라 공양의식에도 빠지지 않는다. 이를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베이양 낀짜 바세
쎄이 싱예 낀짜 바세
꼬 싱예 낀짜 바세
꼬 쎄이 닛피아 찬 다 스와핀
미미도 칸다윙고 유에사웅 나인짜 바세”
이 게송은 법회할 때에는 앞에 한줄이 더 추가된다. 그것은 “아얏새 미엣나네 아롱도 땃뜨와 두위”라는 구절이다. 위 게송에 대한 해석을 보면 “시방에 있는 모든 생명들 위험과 해악으로부터 벗어나기를! 마음의 근심이 사라져 행복하기를! 몸의 고통이 사라져서 건강하기를! 몸과 마음이 모두 평화롭게 자신의 업을 잘 실어 나를 수 있기를!”라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자비관게송은 초기경전에서 볼 수 있는 자애에 대한 가르침으로 되어 있다. 특히 숫따니빠따에 실려 있는 ‘자애경’(Sn.1.8)을 근간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얀마불교에서 자애명상이 얼마나 강조되고 있는지에 대한 단적인 예가 될 것이다.
자비관 게송은 노래형식으로 되어 있다. 운율에 맞추어 모두 네 번 합송한다. 가장 먼저 이 공양을 있게 한 담마마마까 원장스님과 상가스님들께 자비의 마음을 낸다. 두번째로는 싸띠빠타나 위빠사나 수행을 하고 있는 비구, 비구니, 띨라신, 남성수행자, 여성수행자들에게 자비의 마음을 낸다. 세번째로는 오늘 한끼 공양을 올린 공양제자들에게 자비의 마음을 낸다. 마지막으로는 이 공양을 준비한 선원봉사자들에게 자비의 마음을 내는 것으로 네 번 합송한다.
네 번에 걸친 자비관 게송이 끝나면 대중들은 “이디 씨부에~”로 시작되는 긴 미얀마어 게송을 합송한다. 이는 ‘음식을 즐기는 것으로 먹지 않겠다’는 등 초기경전에 실려 있는 게송을 근거로 한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선창하는 자가 “도와 과 열반을 원해서 보시한 공양 제자들을 격려하고 찬탄하면서 싸띠와 함께 충분히 드십시오.”라는 게송으로 마무리한다.
공양의식을 보면서 ‘밥 한끼 먹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것인가’라 생각해본다. 이제까지 아무생각 없이 먹었는데 밥상을 앞에 두고 이렇게 십분가량 의식을 치루었을 때 보통 밥이 아님을 알았다. 이 공양이 있기 까지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자비게송으로 대신 하는 것이다. 더구나 음식을 먹을 때는 ‘사띠’하며 먹으라고 했다. 음식먹는 것도 일종의 수행임을 말한다.
공양의식이 끝나면 사야도를 비롯하여 빅쿠들이 입장한다. 가장 상석에 자리잡는다. 사야도 밥상에 있는 곳에서는 한끼 공양자들이 와서 공양의식을 치룬다. 공양제공자들이 상을 들어 바치는 의식을 말한다.
빅쿠들은 걸식이나 청식에 의존하기 때문에 주기 전에는 밥을 먹을 수 없다. 그래서일까 어느 빅쿠는 먹고 싶은 과일이 있을 때 나무를 쳐다 볼 뿐 따 먹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아는 재가가자 과일을 따서 공양하면 그때 과일을 먹는 것이다. 선원에서 식사도 마찬가지이다.
빅쿠들은 공양제공자가 밥상을 들어서 내리는 행위를 해야 밥을 먹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상공양이 끝나면 사야도는 “아나따 데바 닙바나싸 삣세요 호뚜”라며 빠알리어로 축원해준다. 이 말은 ‘이 공양으로 닙바나에 이르기를!’라는 의미이다. 이 짤막한 게송에 대하여 사야도가 선창하면 공양제공자들은 후창한다. 이와 같은 상공양은 혜송스님에게도 똑같이 해 준다. 그러나 혜송스님의 자리는 빅쿠들의 자리가 아니라 아래 자리이다. 한국의 비구니 스님들과 함께 식사한다.
선원에서 아침식사의 주요 메뉴는 쌀죽이다. 여기에 국수와 반숙된 계란을 곁들인다. 바나나나 귤과 같은 과일이 제공되기도 한다. 반드시 빠지지 않는 것은 뜨거운 차이다. 공양을 마친 다음에 뜨끈한 차를 마시면 개운하다.
공양할 때는 소리를 내지 말아야 한다. 말도 하지 말아야 하고 그릇을 달그락 거리는 소리를 내서도 안된다. 천천히 알아차림을 유지하면서 먹어야 한다. 이는 공양게송에서 “싸띠와 함께 충분히 드십시오.”라는 말로 알 수 있다. 그런데 네 시간 후인 11시에 점심공양이 또 있기 때문에 아침공양은 가볍게 때우는 것으로 그친다.
밥을 먹을 때 욕심으로 먹으면 표가 난다. 아무 생각없이 젓가락질이나 숫가락질 할 수 없다. 사기그릇에 부딪치는 소리가 고요한 홀에서 천동소리보다 더 크게 들리기 때문이다. 가급적 천천히 소리안나게 먹어야 한다. 공양하는 것도 수행이라 하는데 담마마마까 교재를 보면 이를 ‘일상사띠’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다.
밥 먹는 것도 수행이라 한다. 이에 대하여 오리엔테이션에서는 교재를 근거로 하여 위빠사나로 먹음, 사마타로 먹음, 지계로 먹음이라 하여 세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한마디로 ‘공양할 때에는 완벽하게 사띠해야’ 함을 말한다.
2019-01-20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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