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안식, 담마마마까 수행기 14
2019년 1월 6일 새벽
선원에 와서 처음 맞는 일요일이다. 그러나 선원에서는 일요일이 없다. 평상시와 똑 같은 일정이다.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명상홀로 향한다. 새벽 4시에 시작 되는 좌선을 시작으로 평일과 똑 같은 일정이 시작된다. 그러나 이날 일요일은 달랐다. 선원행사가 줄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새벽 4시 좌선은 30분만에 끝났다. 사리탑에서 점안식이 있기 때문이다. 사리탑 건립 7주년 점안식이다. 사리탑 안에는 불상이 있는데 석굴암을 닮은 형상이다. 미얀마산 옥으로 조성한 것이라 한다. 사리탑과 불상은 7년 전에 완성된 것이다. 그때 당시 미얀마사람들 700명 가량이 참석했고 한국사람도 70명 가량 참석해서 성황을 이루었다고 한다.
사리탑불상 점안식
불상점안식은 매년 하는 것이라 한다. 일년에 한번 불상의 생일을 기념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한번 점안하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년 때가 되면 점안식이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하는 것이다.
점안식은 새벽 4시 30분부토 5시 20분까지 약 50분 가량 진행되었다. 선원에 사는 사부대중 150명 가량이 참석했다. 법회는 여법하게 진행되었다. 담마마마까 교재에 실려 있는 세디의식(탑점안)과 육법공양으로 진행된 것이다.
석굴암 불상은 갖가지 꽃으로 장엄되었다. 공양단 위에는 귤, 사과, 그리고 열대 과일이 놓여 있다. 온통 꽃으로 장엄 되어 있을 뿐 그 밖에 다른 것은 없다. 사부대중은 각자 꽃 한송이를 들었다. 빅쿠들은 불상 바로 옆 한단 높은 곳에서 자리했다. 각자 꽃을 들고 있는데 쭈구리고 있는 형상이 엉거주춤한 모습이다. 재가불자들은 무릎을 꿇고 두손을 합장하고 있다. 합장한 두 손에는 꽃이 들려 있다.
새벽에 보는 점안식 장면은 매우 경건했다. 의식은 미얀마의 세디의식과 한국의 육법공양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담마마마까의 정체성을 보여 주는 것 같다. 담마마마까는 미얀마 사원이기는 하지만 한국인들의 원력으로 건립된 사원이다. 미얀마방식 점안식이라 볼 수 있는 세디의식은 부처님의 오도송, 십이연기, 삼보예찬 순으로 진행되었다.
법구경 오도송
초기경전에는 부처님 오도송이 있다.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것은 법구경에 실려 있는 두 개의 오도송이다. 사실 부처님의 가르침 자체가 모두 오도송이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오도송이라 부르는 것은 부처님이 깨달은 날 읊었기 때문이다. 율장대품에 실려 있는 세 편의 깨달음의 노래도 이에 해당될 것이다.
먼저 법구경 오도송이다. 에인다까 사야도가 미얀마식 빠일리어로 “아네까자띠 삼사랑 삼사웨이땅 아니비땅~”하며 선창하면 대중들은 따라서 후창한다. 그런데 담마마마까 교재에 실려 있는 주석적 번역으로 되어 있어서 원문과는 차이가 많다. 원문에 충실한 한국빠알리성전협회 번역을 보면 다음과 같다.
“나는 집을 짓는 자를 찾으며
그러나 발견하지 못하고
많은 생에의 윤회를 달려왔으니,
거듭 태어남은 고통이다.” (Dhp.153)
“집짓는 자여, 그대는 알려졌다.
그대는 다시는 집을 짓지 못하리.
서까래는 부서졌고 대들보는 꺽였다.
많은 생애의 윤회를 달려 왔으나,
마음은 형성을 여의고
갈애의 부숨을 성취했다.”(Dhp.154)
대중들이 부처님의 오도송을 합송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하여 사야도는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에서 대각을 성취한 기쁨을 생각하며 점안식을 하겠습니다.”라고 말한 것에서 알 수 있다. 미얀마에서 불상을 모시는 이유는 신앙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깨달음의 대상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일까 이어지는 합송은 십이연기에 대한 것이다.
깨달음의 노래
십이연기는 미얀마식 빠알리어 “아웨이사 뺏싸야 띵카라”로 시작 되었다. 우리말로는 “무명을 조건으로 형성이 생겨나고~”식이다. 그런데 십이연기에 대하여 순관뿐만 아니라 역관까지 모두 합송한다는 사실이다.
십이연기에 이어 ‘깨달음의 노래’라 하여 율장대품에 실려 있는 세 개의 게송을 합송했다. 법구경에서 보는 오도송과는 다른 것이다. 니까야에서는 보이지 않고 오로지 율장대품에서만 볼 수 있다. 깨달음의 노래는 부처님이 정각을 이룬 날 초야, 중야, 후야에 읊은 것이다. 담마마마까 교재에 실려 있는 세 개의 깨달음의 노래 역시 주석적 번역으로 되어 있다. 원문에 충실한 한국빠알리성전협회 번역을 보면 다음과 같다.
“참으로 열심히 노력을 기울여
선정을 닦는 님에게 진리가 나타나면,
사실들이 원인을 갖는다는 것을 분명히 알므로
그 거룩한 님에게 모든 의혹은 사라진다.”(초야오도송, Vin.I.2)
“참으로 열심히 노력을 기울여
선정을 닦는 님에게 진리가 나타나면,
조건지어진 것들은 소멸하고야 만다는 사실을 인식함으로
그 거룩한 님에게 모든 의혹은 사라진다.” (중야오도송, Vin.I.2)
“참으로 열심히 노력을 기울여
선정을 닦는 님에게 진리가 나타나면,
태양이 어두운 허공을 비추듯,
그 거룩한 님은 악마의 군대를 부숴버린다.” (후야오도송, Vin.I.2)
세 개의 깨달음의 노래를 보면 공통적으로 “참으로 열심히 노력을 기울여 선정을 닦는 님에게 진리가 나타나면”이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여기서 진리(Dhamma)는 사성제의 진리를 말한다.
게송을 보면 생과 멸에 대한 것이다. 이는 다름 아닌 원인(hetu)과 조건(paccaya)과 결과(phala)로 이루어진 연기법에 대한 것이다. 이와 같은 연기법은 “무엇이든 생겨난 것은 그 모두가 소멸하는 것이다. (yaṃ kiñci samudayadhammaṃ sabbantaṃ nirodhadhammanti”(S56.11)라는 꼰당냐의 법안과도 같은 것이다.
율장대품에 따르면 출가하기 전의 사리뿟따는 앗사지의 경행에 감동받았다. 사리뿟따는 앗사지에게 “존자의 스승은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가르칩니까?”라며 물어 본다. 이에 앗사지는 “벗이여, 나는 출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내기입니다.”라며 겸손하게 말하며 들은 대로 말해 준다. 그것은 “사실들은 원인으로 생겨나며 그 원인을 여래는 설합니다. 그것들이 소멸하는 것 또한 위대한 수행자께서 그대로 설합니다.”(Vin.I.40)라는 내용이다. 사리뿟따는 이 게송을 듣고 “무엇이든 생겨난 것은 그 모두가 소멸하는 것이다.”라고 ‘진리의 눈’(Dhammacakkhu: 法眼)이 생겨났다고 한다. 꼰당냐의 케이스와 같은 것이다.
부처님은 연기법으로 깨달음을 얻었다. 부처님의 제자들 역시 연기법으로 깨달았는데 법안이 생겨난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특히 “조건지어진 것들”이라 했는데 연기법이 조건법임을 말한다. 조건들은 조건지어진 것들이기 때문에 연생(緣生)이다. 이는 십이연기가 조건문으로 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세 번째 깨달음의 노래를 보면 “악마의 군대를 부숴버린다.”라 했다. 여기서 악마(mara)는 하늘아들로서의 악마, 오염으로서의 악마, 존재의 다발로서의 악마, 죽음의 신으로서의 악마, 유위적 형성으로서의 악마가 있다.
부처님이 말한 악마는 자아의식이 개입된 오온으로서의 악마를 말한다. 이는 다름 아닌 유신견을 말한다. 오온에 대하여 나의 것, 내 것, 나의 자아라고 여기는 것이다. 이와 같은 유신견을 가지고 있는 한 선행과 악행을 거듭하여 업을 짓기 때문에 세세생생 윤회하게 된다. 그런데 연기법에 따르면 그 어느 곳에도 나라고 할만한 것이 없다. 그래서 후야의 깨달음의 노래를 보면 ‘태양이 어두운 허공을 비추듯 악마의 군대를 부수어 버렸다’고 했다. 무명이 타파된 것이다.
미얀마식 점안의식은 삼보예찬으로 마무리 되었다. 삼보예찬은 ‘깃발의 경’(S11.3)에 실려 있는 내용 그대로이다. 또 청정도론에서 세 가지 수념, 즉 불수념, 법수념, 승수념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점안의식은 철저하게 삼장에 근거하여 여법하게 치루어졌다. 그리고 모든 모든 공덕을 회향했다. 대중들은 큰 소리로 “알 롱 짜 짜 따미야 으흐미야 으흐미야 으흐미야 유로 무자 바 공로”라며 세 번 합송했다.
“이 소리 듣는 모든 존재들이여!
내가 지은 모든 공덕을 회향합니다.
모두 가져 가십시오.”
한국방식 육법공양의식
미얀마식 점안식에 이어 다음으로는 한국방식 육법공양의식이 있었다. 교재에 있는 육법공양은 기름, 등촉, 천수, 향, 꽃, 마지에 대한 것이라 한다. 한국에서는 향, 등, 꽃, 과일, 차, 쌀을 말한다. 이와 같은 한국방식 육법공양은 석굴암본존불양식의 부처님에게 공양 올리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한국어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불단에는 꽃과 과일만 보였다.
육법공양의식은 한국어로 진행되었다. 충남 청양에서 오신 서융스님이 낭랑한 목소리로 “지심정례공양”하며 게송의 시작을 알리면 이어서 혜송스님이 “상주법계 진언궁중 반야해회~”로 시작되는 긴 길이의 한문식 공양게를 낭송한다. 모두 여섯 가지 종류의 지심정례공양게가 낭송되었다. 미얀마의 하늘 아래에서 청아한 한문게송이 울려 퍼지는 것을 보니 담마마마까가 한국절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것 같았다.
한국관 불상 점안식
사리탑 점안의식은 매년 있는 것이라 한다. 그런데 이날 한번 더 점안식이 있었다. 그것은 한국관에 있는 불상에 대한 점안식이다. 사리탑 점안식은 오전 5시 20분에 모두 끝났다. 대중들은 바로 옆 건물에 있는 한국관으로 이동했다.
현재 한국관은 공사중이다. 마무리 공사가 한창 진행중에 있다. 그러나 1층 법당은 사용할 수 있다. 한국관은 3층으로 되어 있는데 한국인들을 위한 전용공간이다. 매일 오후 2시가 되면 한국인 수행자들이 1층 법당에 모여 혜송스님 법문을 듣거나 녹음파일을 듣는다.
한국관 1층 법당에 대중들이 모였다. 점안 행사는 오전 5시30분부터 6시 까지 30분 가량 열렸다. 사리탑에서와 마찬가지로 빅쿠들은 상석에 자리했는데 엉거주춤한 모양으로 꽃을 들고 쭈그리고 있다. 대중들은 무릎을 꿇고 합장한 자세인데 두 손에 꽃을 들고 있다.
한국관 1층 법당에 모셔진 불상은 전형적인 미얀마식이다. 흰 옥으로 만든 불상이다. 기증자 이름을 보니 ‘이원만성’이라 되어 있다. 불상 아래에는 영어로 기증자 이름이 써 있어서 누구나 알 수 있다.
담마마마까 선원장 에인다까 사야도는 의식에 따라 점안식 행사를 진행했다. 의식이 모두 끝나자 사야도는 대중들에게 ‘모든 장애를 이겨내기를 서원한다’는 말과 함께 도와 과를 성취하기를 바라는 축원을 해 주었다. 대중들은 “이얏새 미앳나네 아롱도 땃뜨와 두위 베이양 낀짜 바세”로 시작되는 자비관을 세 번 합송했다,
“사방에 있는 모든 생명들
위험과 해악으로부터 벗어나기를!
마음의 근심이 사라져서 행복하기를!
몸의 고통이 사라져서 행복하기를!
몸과 마음이 모두 평화롭게
자신의 업을 잘 실어 나를 수 있기를!
기쁩니다. 기쁩니다. 기쁩니다.”
모든 의식이 끝난 후에 한국인 수행자들은 기념촬영을 했다. 에인다까사야도와 혜송스님도 함께 했다. 에인다까 사야도는 한국어를 조금 할 줄 안다. 한국인들끼리 사진을 찍을 때는 사진사가 되었다. 그 때 “여기 보세요. 하나, 둘, 셋”이라고 한국어로 말하기도 했다. 짧은 한국어이지만 한국말을 할 수 있는 것은 한국과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에인다까 사야도는 천안 호두마을이 창립 되었을 때 상주하며 위빠사나 지도를 했다고 한다. 또한 혜송스님과 함께 2000년대 초반에 전국을 돌며 위빠사나 지도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곳곳을 가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라 한다. 이런 인연이 익어서 미얀마 땅에 선원이 건립되었을 것이다. 이런 인연에서일까 한국인 수행자들은 선원에서 9계를 지키며 수행을 하고 미얀마불교를 체험하고 있다.
2019-01-28
담마다사 이병욱
'수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행자의 세 가지 공덕, 담마마마까 수행기16 (0) | 2019.01.30 |
---|---|
수계식, 담마마마까 수행기15 (0) | 2019.01.29 |
혜송스님의 오력법문, 담마마마까 수행기13 (0) | 2019.01.26 |
세 가지 먹는 방식, 담마마마까 수행기12 (0) | 2019.01.25 |
좌선은 강력한 삶의 방식, 담마마마까 수행기11 (0) | 2019.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