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수계식, 담마마마까 수행기15

담마다사 이병욱 2019. 1. 29. 13:50

 

수계식, 담마마마까 수행기15

 

 

2019 1 6일 오전

 

담마마마까에서 처음 맞는 일요일은 숨가쁘게 돌아 갔다. 오전에는 행사로 다 보낸 것이다. 새벽 점안식 행사에 이어 오전 820에는 수계식 행사가 있었다. 이어서 920부터는 대법당에서 법문이 있었다. 여기서 수계식은 빅쿠수계식을 말한다.

 

수계식과 관련하여 혜송스님은 올리고 싶은 것을 공양하라고 했다. 미얀마 돈으로 4만짯 준비 했다. 우리나라 돈으로 2 6천원에 해당된다. 많다면 많은 돈이고 적다면 적은 돈이다. 한국의 불자들이 삼사순례 갈 때 참가비가 3만원 가량 들어간다. 또 법당에 참배할 때 마다 돈이 들어 간다. 이것저것 합하면 최소한 5만원은 가져가야 한다. 이에 비하면 4만짯에 해당되는 2 6천원은 그리 많은 것이 아니다.

 

빅쿠는 빅쿠가 될 때 구족계라 하여 227가지에 해당되는 빅쿠계를 받는다. 그럼에도 또 다시 수계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하여 후원자를 받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했다. 재가불자에게 공덕 지을 기회를 제공하는 것과도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요에 따라 수계식 행사를 자주 한다고 한다.

 

빅쿠들 수계식 행사는 오전 8 20분부터 9 20분까지 한시간 동안 수계관에서 진행되었다. 수계관은 사야도관 바로 옆에 있다. 선원 주작대로라 볼 수 있는 대법당로 끝 부분에 위치하고 있다. 이와 같은 수계관은 어느 선원에나 필수적으로 있는 것이라 한다. 미얀마의 어느 국제선원이든지 사무국, 보건소, 도서관, 식당홀, 명상홀, 사야도관, 수계관은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다.

 

재가불자들은 수계관으로 들어 갈 수 없다. 오로지 빅쿠들만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특별하게 두 사람에게만은 사진 찍는 것이 허락되었다. 그래서 전에 불교언론 대표를 지낸 바 있는 이학종 선생과 함께 수계관에 들어 갔다. 수계식이 다 끝났기 때문에 개방한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수계하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웅크리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새벽 점안식 할 때 빅쿠들이 쭈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웅크리고 앉아있는 모습. 빅쿠들은 왜 점안식할 때도 수계식 할 때도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것일까? 언제부터 이런 제도가 생겨난 것일까? 율장대품에 자자의 다발이 있다. 거기에 자자할 때 웅크리고 앉기가 있는데 왜 웅크리며 앉아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설명 되어 있다.

 

부처님 당시에 여섯 무리의 수행승이 있었다. 여섯 무리의 수행승에 대하여 한역으로는 육군비구(六群比丘)’라 한다. 계율을 어기며 못된 짓은 다 하는 비구를 지칭할 때 육군비구라 한다. 장로수행승들이 웅크리고 앉아 자자를 하고 있을 때 육군비구들은 태연히 편안한 자세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에 장로수행승들이 혐책하고 분개하며 이런 사실을 부처님에게 알렸다.

 

부처님은 장로수행승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부처님은 수행승들이여, 장로수행승들이 웅크리고 앉아서 자자를 할 때에 자리에 앉아서는 안된다. 앉는다면 악작죄가 된다. 수행승들이여, 모두가 웅크리고 앉아서 자자를 행하는 것을 허용한다.”(Vin.I.160)라 했다. 웅크리고 앉는 자세는 부처님 당시부터 있었던 것이다.

 

마치 쪼그려 앉듯 웅크리고 앉아 있는 자세는 무척 힘들어 보인다. 더구나 여러 시간 그런 자세로 앉아 있는다면 여간 고역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한 장로가 연로하여 힘이 모자라 자자를 행하는 도중에 쓰러졌다. 이에 부처님은 수행승들이여, 자자를 행하는 동안만 웅크리고 앉고, 자자가 끝나면, 자리에 앉는 것을 허용한다.” (Vin.I.160)라 했다. 자자하는 동안만 웅크려 앉고 자자가 끝나면 편한 자세임을 알 수 있다.

 

대중들은 수계관 행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대법당로에 긴 줄이 형성되었다. 가장 앞에 한국의 비구니스님들이 섰다. 그 다음으로 띨라신들, 한국의 수행자들, 그 다음으로 미얀마 수행자들과 재가불자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수계를 마치고 나온 빅쿠들에게 공양하기 위해서이다.

 

 



마침내 수계식을 마친 빅쿠들이 나왔다. 빅쿠들은 발우를 들고 있었다. 일종의 탁발행렬과 같은 것이다. 에인다까 사야도가 가장 앞장 섰다. 그런데 사야도 앞에는 두 명의 정인이 앞에 있다. 정인이 대신 공양물을 받은 것이다.

 



 

공양물은 다양하다. 돈도 있고 과자 같은 먹을 것도 있다. 한국수행자들은 돈으로 준비했다. 미얀마돈으로 4만짯 또는 5만짯 준비한 것이다. 500짯으로 80장 또는 100장이다. 이로 알 수 있는 것은 공양대상이 80명에서 100명 가량된다. 그런데 빅쿠들 행렬이 끝나자 한국스님과 띨라신들의 행렬이 시작되었다. 출가자는 모두 공양의 대상이 된 것이다. 띨라신들은 빅쿠에게 공양도 하고 재가자들에게 공양받는 대상도 됨을 알았다.

 

공양받는 자들은 커다란 비닐 주머니를 가지고 있었다. 장로빅쿠를 제외한 출가자들은 정인이 없이 비닐주머니를 들고 있었다. 거기에는 돈을 비롯한 과자 등 갖가지 물품이 담겼다. 한국수행자들은 돈으로 보시했다. 미얀마 사람들은 돈으로도 보시하지만 과자나 생필품도 보시하고 있음을 알았다.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해 보았다. 수계를 마친 빅쿠들이 돈을 받아서 되냐는 것이다. 정인을 대동하는 경우는 문제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빅쿠들이 모두 정인을 대동할 수는 없다. 그래서 커다란 비닐주머니를 직접 들었는데 거기에는 분명히 돈이 들어 있었다. 이렇게도 생각해 보았다. 빅쿠들이 돈을 손으로 직접 받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비닐 주머니만 들고 다녔을 뿐이다. 어쨋거나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돈 없이 살 수 있는 곳이 선원이다. 빅쿠들이 원에 살면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탁발하여 먹을 것을 조달하면 된다. 그러나 빅쿠들도 돈이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다. 여행을 떠난다든가 탈것을 타야 될 때일 것이다. 이 밖에도 돈 들어갈 일이 있을 것이다. 부처님 당시와 사정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돈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부처님은 금과 은을 받으면 받지 말라고 했다. 금과 은을 받으면 소유하는 것이 되어서 청정한 삶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무소유와 청정한 삶을 살려면 탁발에 의존해야 한다. 현재 선원에 사는 빅쿠들은 매일 아침 8시가 되면 탁발 나간다. 부처님 가르침대로 사는 것이다. 그런데 수계행사에서 한국불자들은 돈을 주었다.

 

미얀마 돈 500짯이면 우리나라 돈으로 300원 가량 된다. 과자 몇 개 값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이는 부처님은 금과 은을 받지 말라고 했지 돈을 받지 말라고 하지 않았다.”라고 말할지 모른다. 또 어떤 이는 두 손으로 받지 않고 비닐봉지에 넣어진 것이다.”라고 말할지 모른다. 어느 경우에서든지 돈이 건너간 것은 사실이다.

 

현재를 살아 가는 불자들이 돈으로 보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율장에는 금과 은을 받지 말라고 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부처님이 열반에 드실 때 하신 말씀으로 알 수 있다. “아난다여, 내가 간 뒤에 승단은 원한다면 사소한 학습계율은 폐기해도 좋다.”(D16.123)라 하셨기 때문이다.

 

이날 수계행사에서 큰 돈을 보시한 것은 아니다. 과자 값 정도이다. 만일 과자가 있었다면 과자로 보시했을 것이다. 그러나 큰 돈은 승가에 보시해야 한다. 재가불자는 보시할 때 빅쿠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승가공동체에 보시해야 한다. 이는 부처님도 강조한 사항이다.

 

부처님의 양어머니의 이름은 고따미이다. 나중에 출가하여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수행녀 고따미가 부처님에게 가사를 손수 지어서 보시하려 했다. 그러자 부처님은 고따미여, 승단에 이것을 보시하십시오. 그대가 승단에 보시할 때에 곧 나와 승단을 공양하는 것이 됩니다.(M142)라고 말씀 했다.


탁발음식과 같은 사대필수품은 빅쿠 개인에게 보시의 대상이 된다. 특히 포살일이나 수계식 때 빅쿠들에게 보시하는 것은 큰 공덕이 된다고 한다. 이런 전통은 부처님 당시부터 내려온 것이다.

 

율장대품에 포살의 다발이 있다. 부처님은 수행승들이여, 보름 기간 중에 제14, 15일 그리고 제8일에 함께 모이는 것을 허용한다.”(Vin.I.102)라 했다. 포살일날 빅쿠들과 신도들은 무엇을 할까? 보름날과 신월의 포살일에는 수행승들은 의무계율(戒本)을 외우고, 일반신도들은 설법을 듣거나 수행을 하기 위해 승원을 방문한다고 한다. 이와 같은 아름다운 전통에 대하여 불교평론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보았다 

 

 

그래서 미얀마의 재가자들은 우뽀사타(포살)나 수계식을 하는 날에는, 사방에서 자신의 보시 공덕의 더 큰 이익을 얻고자 다른 때 보다 더욱 청정해진 비구들에게 올릴 공양 보시물을 정성스럽게 준비하여 사찰을 찾는다. 그리고 깜마와짜(갈마)를 시행하고 있는 시마 법당 주변이나 안에 들어와 한쪽 구석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가, 의식이 모두 끝나고 법랍 순으로 나오는 비구들에게 보시물을 하나하나 공양 올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한국과 테라와다불교의 계율 해석, 깜맛사까)

 

 




이 글은 한국인 테라와다빅쿠 깜맛싸까 스님이 쓴 글이다. 글의 제목은 한국과 테라와다불교의 계율 해석으로 2013년 불교평론에 발표된 글이다. 글쓴이는 주로 미얀마 파옥수행센터에서 경험한 것을 써 놓았다. 내용을 보니 담마마마까에서 행하고 있는 수계식과 똑 같은 것이다. 포살일이나 수계식날에는 빅쿠들이 보다 청정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이런 빅쿠들에게 보시하면 커다란 공덕이 될 것이라 한다.

 

요즘 현대를 사는 사람은 돈으로 보시한다. 큰 돈이 아니라 어느 정도 금액은 개인적 보시의 대상이 될 것이다. 수계식에서 작은 돈도 이에 해당될 것이다. 돈이 문제가 된다고 하여 보시를 하지 않는다면 보시공덕의 기회는 사라질 것이다. 돈으로 보시하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불자들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다. 이럴 때 부처님은 무어라고 말할까? 부처님의 마지막 말씀처럼 승단의 판단에 맡겨야 할 것이다.

 

큰돈은 승가에 보시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출가자에게는 먹을 것, 입을 것 등 사대필수품을 보시하되 현대를 살아 가기 때문에 먹을 것을 사먹을 수 있는 정도, 그리고 탈 것을 탈 수 있는 정도로 최소의 금액은 가능할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출가자들이나 재가자들이 율장정신을 잊어 버리지 않는 것이다. 율장정신을 망각하며 사는 것과 율장정신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테리가타에서 로히니장로니가 소녀시절이었을 때 빅쿠를 보고 이렇게 아버지에게 말했다

 

 

“일하기 좋아하며 게으르지 않고

최상의 일을 행하는 자로서

그들은 탐욕과 성냄을 버립니다.

그 때문에 저는 그들이 사랑스럽습니다.(Thig.274)

 

세 가지 악의 뿌리를 제거하고

청정한 행위를 하고

그들은 일체의 악을 여읩니다.

그 때문에 저는 그들이 사랑스럽습니다.(Thig.275)


그들은 신체적 행위가 청정하고

그들은 언어적 행위가 청정하고

그들은 정신적 행위가 청정하고

그 때문에 저는 그들이 사랑스럽습니다.(Thig.276)

 

티끌을 여의고 진주모같아

안팍으로 청정하고

밝은 덕성으로 충만해 있습니다.

그 때문에 저는 그들이 사랑스럽습니다.(Thig.277)

 

많이 배우고 원리를 새기고

고귀하고 가르침에 따라 살고

의취와 진리를 가르칩니다.

그 때문에 저는 그들이 사랑스럽습니다.(Thig.278)

 

많이 배우고 원리를 새기고

고귀하고 가르침에 따라 살고

마음을 통일하고 새김을 확립합니다.

그 때문에 저는 그들이 사랑스럽습니다.(Thig.278)

 

멀리 여의고 새김을 확립하고

지혜로운 말을 하고 들뜨지 않고

괴로움의 종식을 분명히 압니다.

그 때문에 저는 그들이 사랑스럽습니다.(Thig.279)

 

마을에서 떠날 때에

아무것도 살펴보지 않고,

미련 없이 떠납니다.

그 때문에 저는 그들이 사랑스럽습니다.(Thig.280)

 

창고에도 항아리에도 바구니에도

자신의 소유를 저장하지 않고,

줄 준비된 것만을 구합니다.

그 때문에 저는 그들이 사랑스럽습니다.(Thig.281)

 

금화도 받지 않고

금도 은도 받지 않습니다.

생겨나는 것으로 생활합니다.

그 때문에 저는 그들이 사랑스럽습니다.(Thig.282)

 

여러 가문에서 출가했고

여러 나라에서 출가했으나

서로에게 서로가 사랑스럽습니다.

그 때문에 저는 그들이 사랑스럽습니다.(Thig.283)

 

 

2019-01-29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