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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자유를 얻었다는데

담마다사 이병욱 2019. 3. 14. 09:42

 

감옥에서 자유를 얻었다는데

 

 

영화를 보았다. 플라이트(Flight, 2012)’라는 제목의 영화이다. 케이블채널에서 본 것이다.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걸린 것이다. 케이블로 영화를 보면 처음부터 보기 힘들다. 중간에서도 볼 수 있고 끝부분이 걸릴 수도 있다. 채널을 랜덤하게 돌렸으므로 아무 것이나 걸렸다. 영화가 거의 끝날 즈음에 보았다. 그러나 처음부터 보지 않아도 될만큼 건질만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마지막 부분에 대사 한마디에 있다. 감옥에 간 조종사는 감옥에서 자유를 얻었습니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조종사는 만취상태에서 비행기를 몰았다. 비행기는 이륙한지 10여분만에 추락할 위기에 놓여 있었다. 조종사는 자신의 비행능력을 마음껏 발휘하여 승객 대다수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조종사는 영웅이 되었다. 그러나 청문회에서 발목이 잡혔다. 기내에서 보드카 두 병이 발견 되었기 때문이다.

 

조종사는 거짓말을 했다. 한가지 거짓말을 하려면 열 가지 거짓말을 준비해야 된다는 말이 있다. 조종사는 계속 거짓말을 했다. 죽은 승무원에게 떠 넘기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차마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조종사는 알코올중독자임을 고백했다. 만취상태에서 탑승하여 조종간을 잡았다고 했다.

 

조종사는 감옥에 갔다. 만취상태에서 비행기를 조종했기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 사람들의 목숨을 구한 영웅조정사이긴 했지만 음주조정은 용납 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조종사는 감옥이 더 편안하다고 했다. 그것은 알코올 중독에서 해방 되었기 때문이다.

 

살아 가면서 지켜야 할 것이 많다. 가장 먼저 법을 지켜야 한다. 법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 받는다. 그러나 법을 잘 지키면 법으로부터 보호 받는다. 다음으로 지켜야 할 것은 도덕적 덕목이다. 도덕적으로 금하는 것을 행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종교에서 말하는 계목일 수 있다. 불교에서는 오계라 하여 평생 배우고 익혀야 할 학습계율로 간주하고 있다.

 

오계 중에 불음주계가 있다. 초기경전에서는 곡주나 과일주 등의 취기있는 것에 취하는 것을 삼가는 학습계율을 지키겠습니다.”라는 정형구로 되어 있다. 불음주라 하여 반드시 술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취기가 있는 모든 것이 해당된다. 사람의 정신을 흐리게 만드는 것들이다. 또한 습관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 마약 등 약물도 이에 해당될 것이다.

 

법은 기본적으로 옭아매는 것이다. 대개 하지말라는 식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법을 어기면 처벌 받는다는 식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사람의 심리는 하지말라고 하는 것은 더 하고 싶은 법이다. 하다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걸려도 힘있고 돈있으면 풀려 나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법을 어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양심까지 속일 수 없다. 아무리 거짓말을 해도 자신만은 속일 수 없는 것이다.

 

오계는 사회법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살인을 하면 처벌 받고, 도둑질 하다 걸리면 역시 처벌받는다. 음주운전하다 걸려도 처벌 받는다. 요즘은 성매수를 해도 처벌 받는다. 살생, 도둑질, 음행, 거짓말, 음주 이렇게 다섯 가지는 사회법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 대부분 신체적 행위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불교에서는 신체적 행위에 따른 죄악뿐만 아니라 언어적 행위에 따른 죄악과 심지어 정신적 행에 따른 죄악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 열 가지 악하고 불건전한 행위라 하여 십악(十惡)이라 한다.

 

십악을 보면 탐욕과 성냄과 사견도 들어가 있다. 이는 정신적 행위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정신적 행위도 죄악에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살생하면 악업이 되듯이, 욕심 부리고 화를 내고 삿된 견해를 갖는 것도 악업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당장 과보를 받는 것이 아니다. 이와 같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이 언어적 행위로 신체적 행위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장자들이여, 이와 같이 가르침이 아닌 것을 따르고 바른 길이 아닌 것을 실천하는 것을 원인으로 어떤 뭇 삶들은 몸이 파괴되고 죽은 뒤에 괴로운 곳, 나쁜 곳, 타락한 곳, 지옥에 태어납니다.”(M41)라 한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신체적인 악행 세 가지, 언어적 악행 네 가지, 그리고 정신적 악행 세 가지 과보가 동일함을 알 수 있다.

 

지난 1월 초에 미얀마 담마마마까 명상수행센터에 있었다. 12일 간 집중수행한 것이다. 그때 매일 아침 구계(九戒)를 받아 지녔다. 포살계라 불리우는 팔계에다 자비계를 합한 것이다. 계를 받으면 지켜야 한다. 구계 중에는 오후불식도 있다. 12시부터 다음날 날이 새기 전까지는 먹지 않는 것이다. 다만 음료수는 제외된다. 그런데 수행센터에서 하루 종일 살다 보니 마음이 무척 편했다는 사실이다.

 


 

 

수행처에서는 특별히 하는 일이 없다. 밥만 먹고 명상만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매일 구계를 받아 지니게 되기 때문에 계행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 당연 살생, 도둑질, 음행, 거짓말, 음주 하지 않는다. 수행처에 있으면 오계는 자연스럽게 지켜 지게 되는 것이다. 또 수행처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팔정도를 닦게 된다. 매시간 좌선과 행선을 번갈아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오계를 지키며 팔정도를 닦는 수행처야말로 가장 편한 안식처였다.

 

수행처가 때로 감옥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수행처가 담으로 둘러 쌓여 있기는 하지만 출입은 자유롭다. 그렇다고 나가서 음주행위를 하고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너른 수행처 안에서 자유롭게 살아 간다. 창살 없는 감옥처럼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있지만 마음이 편안한 것은 세상을 떠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스스로 고립되어서 자신의 내면을 바라 보는 여행을 할 때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조종사는 조종실력이 훌륭했다. 그러나 하루 종일 술에 절어 살았다. 사고가 난 당일에도 술을 마셨다. 만취상태에서 조정간을 잡은 것이다. 기체결함으로 추락위기에 내몰렸을 때 비상한 조정실력을 발휘하여 수 많은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 그 결과 영웅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늘어 놓았다. 술이 문제였던 것이다. 알코올중독자는 단 하루도 술에서 해방될 수 없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감옥에 가게 되자 술에서 해방된 것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탐, , 치로 살아간다. 마치 알코올 중독자처럼 매일 욕망과 분노와 미혹으로 살아가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살생이나 도둑질을 하면 처벌받는 것은 알고 있지만, 욕망과 분노를 일으키면 악업이 된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치료가 필요하다. 마치 알콜중독자가 감옥에 가면 더 이상 술을 마실 수 없듯이, 욕망과 분노로 사는 사람들에게는 때로 수행처에서 살아 보는 것도 필요할 듯 하다.

 

오계를 지키며 살기 힘들다. 그래서 평생 학습하며 살아야 한다. 어기면 참회하고 다시 받아 지니면 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절이나 수행처에 가야 한다. 그것도 매번 오계를 받아 지닐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일요일 하루 만큼은 절이나 수행처에 가서 수행자처럼 살아 보는 것이다. 일년에 한 두번은 집중수행하러 가는 것이다. 마치 감옥에 가는 것처럼 철저하게 고립되고 차단 된 곳에서 내면을 보는 것이다. 그러면 해방될 것이다. 불교에서는 이런 것이 가능하다.

 

 

2019-03-1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