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성지순례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동짓날 성원정사에서

담마다사 이병욱 2019. 12. 22. 15:17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동짓날 성원정사에서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법회가 끝나자 불자들은 사방을 향하여 합장을 하며 덕담을 나누었다. 20191222일 성원정사에서의 동짓날풍경이다.

 

바닥을 확인하듯이

 

법사는 왜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했을까? 그것은 동아시아불교에서 동짓날이 제2의 설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설날 세배한 후에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말 하듯이, 2의 설날에도 복 많이 받기를 비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정신적인 면이 더 크다고 본다. 그것은 해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바뀌었는가? 낮의 길이가 더 길어지는 시점이 되기 때문이다.

 

글을 쓰면서 주욱 관찰한 바에 따르면 해마다 1120일을 전후하여 낙엽이 진다. 단풍이 절정일 때 비바람이 불면 그야말로 추풍낙엽이 된다. 그로부터 한달 후가 되면 거리의 나뭇가지는 앙상해져서 보기에도 추워 보인다. 또한 본격적으로 겨울로 접어 들기 때문에 영하의 날씨가 지속되어서 더욱 더 춥게 느껴진다. 이런 때에 눈이라도 오면 약간 보상이 된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눈꽃이 피면 헛헛한 마음은 조금은 누그러진다.

 

매서운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거리의 가로수는 나목이 되어 벌벌 떨고 있는 듯이 보인다. 사람들은 두터운 외투를 입고 목도리를 하고 단단히 준비한 모습이 전장에 나가는 장수가 무장을 한 것처럼 보인다. 이럴 때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은 더욱 더 추위를 탄다. 밖의 날씨도 추울뿐만 아니라 마음의 날씨도 추운 것이다.

 

최악의 날씨에서 기다려지는 것이 있다. 아직은 한참 멀었지만 따스한 봄을 기다리는 것이다. 두 달 있어야 봄이 온다. 새싹이 나려면 네 달을 기다려야 한다. 그때 까지는 앙상한 가로수를 바라보며 추위에 떨어야 한다. 이럴 때 반가운 소식이 하나 있다. 그것은 동짓날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되지만 동짓날이 되면 봄이 머지 않은 것 같다. 해가 길어지기 때문이다.

 

밤이 깊으면 새벽은 머지 않다. 죽을 것 같은 괴로움을 겪는 자도 괴로움이 절정에 이르면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다. 슬픔의 끝에 이르면 더 이상 슬퍼지지 않는다. 알 수 없는 심연에서 바닥을 확인하면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다. 이제는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일만 남은 것이다. 동짓날이 그렇다.

 

동짓날 성원정사로

 

밤이 절정에 이르렀다. 절정에 이르면 내려 올 일만 남아 있다. 어두움이 절정에 이른 날 성원정사로 향했다. 신림동 고시촌에 위치한 성원정사는 이제 익숙하다. 지난 10월 초 이전법회에 참석한 이후 두 번째이다. 성원정사 창건주 송위지선생으로 부터 문자를 받은 것이 방문한 계기가 되었다. 송선생은 동지기도를 일요일 오전 1030분에 봉행합니다. 새기운 받으셔서 밝고 희망찬 새해를 맞으시기 바랍니다. 성원정사!”라고 보냈다. 물론 다수에게 동시에 발송한 메시지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꼭 가보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성원정사에서는 매달 셋째주 일요일날 오전법회에서 합동천도재를 봉행한다. 이번 동지법회는 천도재날과 겹쳐 있기 때문에 동지기도로 대신한다고 했다. 

 

동짓날 동지법회에 약 20명 가령 모였다. 성원정사와 인연있는 불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고시촌에 있어서인지 수험생들도 있다는 것이다. 요즘 한국불교에서 젊은 불자들을 찾아보기 힘든데 이곳 성원정사에서는 이삼십대 젊은 불자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십대로 보이는 젊은이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어떤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지 묻자 소방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 젊은이는 성원정사에서 봉사를 하고 있다. 방석을 깔고 법회준비를 하는 것이다. 점심시간에는 상을 펴고 반찬을 나른다. 공부도 하면서 법당에 나와 봉사도 하고 또한 기도도 하는 것이다. 고시촌에 있는 성원정사는 고시생들에게 있어서 일종의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동지기도는 어떻게 하는가?

 

법회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모두 모인 11시에 법회가 시작되었다. 특이하게도 테라와다법회와 한국법회를 혼합시켜 놓은 듯하다. 법당의 불단도 이와 다르지 않다. 불상은 스리랑카양식이다. 상호가 스리랑카사람들 모습을 닮은 것이다.

 

불상은 오로지 하나 밖에 없다. 그러나 마치 협시불을 연상케 하는 팻말이 있다.  불상 좌우에 자대비관세음보살대지문수사리보살이라는 한자어가 쓰여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불교에서는 협시불로서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곳 성원정사에서는 지장보살 대신에 문수보살이 그 자리를 차지 하고 있다. 이는 고시생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시험공부하는 수험생에게 문수보살의 지혜를 주기 위함이라고 본다.

 




성원정사에서 동지기도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 법요집에 따라 예경문과 삼귀의, 오계 순으로 진행되었다. 예경문은 빠알리어로 나모 땃사 바가와또…”라 시작된다. 삼귀의는 빠알리삼귀의을 낭송했다. 다만 오계는 한글로 번역된 것을 낭송했다. 불살생계에 대한 것을 보면 살아 있는 목숨을 해친 죄 제 스스로 참회하옵니다.”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참회라는 말이 눈에 띈다. 이는 학습계율로서 참회를 말하기 때문일 것이다.

 

오계를 어겼다면 다시 오계를 받아지니면 된다. 만일 다시 계를 받지 않는다면 그는 계를 파한 상태로 있게 된다. 그래서 불자라면 반드시 오계를 다시 받아지님으로써 복귀해야 한다. 이렇게 복귀하기 때문에 참회하는 것이다. 어기면 참회하고 다시 받아지녀서 계율에 복귀하기 때문에 학습계율이라고 한다.

 

법회는 빠알리어를 낭송하는 것 위주로 진행되었다. 한글로 된 오계낭송이 끝난 후에는 다시 빠알리어로 된 삼보예찬을 했다. 붓다와 담마와 상가의 공덕에 대한 것이다. 이후에는 근본경전 독송을 했다. 테라와다불교에서 예불문이자 수호경으로 잘 알려져 있는 자야망갈라가타(吉祥勝利偈), 까라니야멧따숫따(慈愛經: Sn1.8), 라따나숫따(寶石經: Sn2.1), 망갈라숫따(祝福經: Sn2.4)) 이렇게 네 개의 경을 빠알리어로 독송했다. 이렇게 빠알리어로 진행하는 것은 송위지선생이 스리랑카에서 유학생활을 한 것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독송할 때에는 원문으로

 

경전을 독송할 때에는 원문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대승불교전통에서는 한문으로 된 경전이 좋을 것이다. 반야심경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을 독송하는 것도 좋지만 더 좋은 것은 한문 그대로 독송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빠알리경전도 빠알리원문으로 독송하는 것이 좋다. 왜 그럴까?

 




현재 한국에서 스리랑카 이주민노동자들을 위한 쉼터 마하위하라사원 주지로 있는 스리랑카 비구 담마끼띠스님이 있다. 스님에 따르면 빠알리경전을 빠알리원문 그대로 독송하는 것에 대하여 을 받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부처님당시부터 원음 그대로 독송해 왔기 때문이다.

 

자국으로 번역된 것을 독송할 수 있다. 그럼에도 빠알리원문을 독송하는 것은 보호의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성원정사에서는 네 가지 경에 대하여 빠알리원문으로 독송했다. 읽기도 어려운 빠알리어를 사람들은 천천히 또박또박 함께 낭송했다. 이렇게 독송된 네 가지는 예불문이자 동시에 수호경이다. 원문 그대로 독송하는 것은 수호경으로서의 의미도 매우 큼을 말한다.

 

공무원시험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성원정사에서의 예불의식은 혼합형이다. 예불문을 빠알리어로 독송하지만 절 할 때는 한국식으로 오체투지를 한다. 또한 천도재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절에서와 같은 천도재는 아니다. 반드시 일곱번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돈이 없으면 무료로도 해 준다. 천도재 역시 빠알리예불문과 한국방식 예불문이 혼합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죽은 자나 산자에게나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이다.

 




성원정사와 인연맺은지 삼년 되었다. 공무원시험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찾아 간 것이 시작이 되었다. 이런 인연이 있어서일까 시험준비를 한지 일년이 되었을 때 수도권 백만에 육박하는 도시의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올해 여름에는 서울시 공무원 시험을 보아서 합격했다. 어쩌면 이런 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절에 갈 때는 빈손으로 갈 수 없다. 신도들의 보시로 유지되는 곳이 사원이다. 보시는 능력껏 해야 한다. 작은 액수라도 능력껏 하면 큰 보시의 과보와 맞먹는다. 발원문에는 네 명에 대하여 건강, 건강, 성실, 지혜라고 작성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법회가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동짓날이기 때문에 팥죽을 먹었다. 송위지선생의 사모님이 정성스럽게 팥죽과 반찬을 준비해 온 것이다. 식사를 하고 떠날 때에는 팥으로 된 떡과 과일을 모두에게 챙겨 주었다.

 







새해가 시작되었다. 달력상으로는 십일 남았지만 해가 길어지는 출발점이기 때문에 새해나 다름없다. 거리에는 가로수가 앙상하지만 더 이상 춥지 않게 느껴진다. 마치 바닥을 친 것처럼 새해를 맞는 기분이다. 그래서일까 법회가 끝났을 때 사람들은 사방을 향하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말했나 보다.


 

 

2019-12-2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