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평화불교연대

흘러가는 시간을 아쉬워하며

담마다사 이병욱 2019. 12. 22. 22:42


흘러가는 시간을 아쉬워하며

 

 

사람들은 세월이 참 빠르게 흐른다고 말한다. 특히 나이 든 사람들이 세월타령한다. 어떤 이가 엇그제 제대한 것 같은데 내 나이가 칠십이야! 이게 말이 돼?”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마음은 항상 이십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데 닥친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빈부귀천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시간은 가차없이 흘러간다. 어느 면에 있어서는 시간만큼 공평한 것이 없다. 잘난 자나 못난 자나, 현명한 자나 어리석은 자나 할 것없이 누구나 시간 앞에서는 평등한 것이다.

 

사람들은 흘러가는 시간을 아쉬워하다. 시간을 붙들어 매 놓으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그럼에도 시간은 인정사정없이 흘러서 올해도 끝자락으로 거의 이르렀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송년회라는 이름으로 모임을 갖는다. 정평불도 예외가 아니다.

 




고품격 한식집 다담에뜰

 

정평불 송년회가 20191221다담에뜰에서 열렸다. 장충단공원내에 있는 한식집이다. 다담에뜰은 무슨 뜻일까?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다담(茶啖)은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내놓은 차와 과자 따위의 음식을 말한다. 또 다른 뜻은 차를 마시며 나누는 이야기라 하여 다담(茶談)이라고 한다. 차와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바깥 마당에서는 한옥웨딩으로도 사용되고 있어서 고품격의 한식집이라고 볼 수 있다.

 




송년회에는 30명이 참석하기로 되어 있었다. 실제로 참석한 사람은 27명이다. 정평법회가 끝나고 전원이 이동하여 참석한 것이다. 송년회만 참석한 사람도 있다. 사정이 있어서 늦은 사람도 있다. 그러나 늘 문제되는 것은 얼굴을 내비치지 않는 것이다. 이른바 노쇼(No Show)’를 말한다. 식당을 예약해 놓고 나타나지 않으면 노쇼가 되는 것이다. 준비된 음식이 있기 때문에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다담에뜰에는 중앙에 너른 홀이 있다. 사방에는 차기와 도자기, 갖가지 소품등이 가득 진열되어 있다. 천정에는 서까래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서 옛날 시골집을 연상케 한다. 천정 가운데에는 커다란 대들보가 있어서 궁궐에 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무엇보다 조용해서 좋다. 오로지 한팀 밖에 없어서 방해받지 않아서 좋은 것이다.

 




메뉴는 연잎밥 정식으로 했다. 연과 관련된 연근이 나오는 등 채식위주의 식단이다. 불로 데워 먹는 메뉴는 없다. 그러다 보니 손이 갈 일이 별로 없다. 자연스럽게 대화 위주로 갈 수밖에 없다. 고기집에 가면 고기를 구워먹기 때문에 정신이 팔리고, 부페집에 가면 들락날락 하며 먹기에 바쁘다. 그러나 준비된 음식을 먹으면 일식집에서 먹는 것처럼 대화의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다. 각자 자리에 미리 차려진 준비된 음식을 먹었다. 고기구울 일도 없고 자리를 뜰 일도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면서 먹었다. 큰 소리로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아니다. 집에서 밥 먹듯이, 찻집에서 차 마시듯이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먹었다. 환경이 분위기를 만든 것이다.

 

자기소개시간을 가졌는데

 

자기소개시간을 가졌다. 각자 2분 이내로 짤막하게 이름과 하는 일, 그리고 올 한해의 소감, 또는 내년의 계획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대부분 아는 사이지만 잘 모르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참여를 목적으로 한다. 소속감내지 자존을 높이는 방법인 것이다.

 

백인백색이라고 한다. 모두 나름대로 색깔이 있는 것 같다. 이를 냄새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 사람만이 가지는 고유하고 독특한 분위기를 말한다.

 

모두 다 기억나지 않는다. J선생은 중국에서 살고 있다. 휴가를 맞이하여 귀국했는데 이번 송년회 때문에 출국일정을 늦추었다고 했다. L선생은 카톡을 하지 않는다. 지난 8월 눈부처학교 개근을 한 바 있는데 문자로 송년회를 알렸다. 답신이 없어서 안 오는 줄 알았는데 정평법회와 송년회에 참석했다. L선생은 법회에서 언급된 소욕지족의 삶에 대하여 다른 견해를 제시했다. 가난하게 사는 것 보다는 부자가 되어서 베풀고 나누고 보시하는 삶이 더 낫다고 말했다.

 




대중 앞에 서는 것이 두렵다. 한번도 교단에 서 본적이 없기 때문에 다들 쳐다 보는 앞에서 말하기가 몹시 부담스러운 것이다. 그럼에도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N선생은 자신을 소개할 때 국악인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자신의 직업이나 하는 일을 드러내며 말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이는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소개할 때 블로거라고 했다. 실제로 블로거로서 십년이상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 누군가 옆에서 파워블로거라고 했다.

 

한번도 파워블로거라고 소개한 적이 없다. 블로그 조회수가 많고 인터넷에 깔린 글이 많다보니 교계신문에서 파워블로거라고 소개한 것이 시초라고 본다.

 

정평불에서 사무총장 소임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정평불의 정체성에 대하여 끊임없이 고민했다. 결론적으로 자리이타행(自利利他行)’임을 확인했다. 수행을 하여 자신을 이익되게 하고, 동시에 공동체에 참여하여 사회를 이익되게 하는 것이다.

 

이타(利他)에 대해서는 사회에 참여하는 것으로 실천할 수 있다. 자리(自利)에 대해서는 수행을 해야 한다. 글쓰기도 일종의 수행일 것이다. 그러나 수행은 내면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변하지 않으면 수행의 효과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일년에 한번은 집중수행을 하기로 했다. 실제로 올 한해는 두 번 집중수행에 참여했다. 미얀마에서 1월달에 보름 집중수행했었고, 7월에는 직지사에서 6일동안 집중수행했었다. 이런 취지로 말했다.

 

일년에 한번은 성지순례가기로 했다. 해외성지순례를 가는 것이다. 이번 크리스마스날에 스리랑카로 성지순례를 떠난다. 그렇다고 여유 있어서 가는 것은 아니다. 시간도 돈도 안되지만 시간은 내면 되는 것이고 돈은 만들면 되는 것이다. 시간이 문제이지 돈이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해외성지순례를 말하는 것은 실례가 될지 모른다. 또는 자랑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 다음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순례기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무반주 생음악으로

 

약 한시간에 걸쳐서 자기소개가 끝났다. 최원녕선생이 진행한 것이다. 일부가 있다면 이부가 있을 것이다. 이부행사는 조현덕선생이 진행했다. 노래면 노래, 악기면 악기, 사회면 사호 등 다루지 못하는 것이 없는 팔방미인형이다. 조현덕 선생은 레크레이션 강사처럼 퀴즈놀이와 낱말이어가기 놀이를 하게 했다.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즐거운 시간에 노래가 빠질 수 없다. 그렇다고 노래방기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노래 잘 부르는 사람 위주로 불렀다. 무반주 생음악이다. 놀랍게도 수준급의 가수들이 많았다. L선생은 성악가처럼 음량이 풍부했다. K선생은 준비된 노래를 불렀는데 쩌렁쩌렁 울릴정도로 파워가 있었다. S선생은 고음처리가 잘 되어서 수준급이었다. 그러나 무어니무어니 해도 국악인 N선생 노래만한 것이 없다. N선생이 아리랑을 부르자 모두 따라 불렀다.

 







사회자가 도중에 나이를 파악했다. 사십대 있으면 손들어 보라고 하자 두 명이 들었다. 나머지는 오십대와 육십대가 각각 절반 정도 되었다. 칠십대는 보이지 않았다. 이로 알 수 있는 것은 구성원들 대부분이 5060인 것을 알 수 있다. 이십대 시절로 따진다면 7080이 된다. 그래서일까 7080이면 누구나 아는 노래 고래사냥을 함께 불렀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우리사회는 고령화사회로 진입했다. 앞으로 고령화는 가속될 것이다. 불교모임에서도 고령화는 예외가 아니다. 스님들도 주류가 대부분 5060이다. 재가불자들 모임 역시 5060이 대세이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청년과 장년과 노년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나이는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자리이타행을 실천하는 마음이 더 중요한 것이다.

 

앞으로 백세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어떤 이는 백이십세를 말하기도 한다. 주변에서 구십대 노인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본다면 5060은 젊은 것이다. 그래서일까 어떤 이는 중년을 75세까지 보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자신의 나이에서 이십을 뺀 것이 요즘의 나이라고 말한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요즘 나이는 옛날의 나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하여 지금 이 나이에라든가, “내가 십년만 젊었다면이라고 나이타령한다면 백세시대의 그의 인생은 아득한 것이다.

 




누우면 죽는다고 했다.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집에만 있다면 눕게 되어 있다. 백세 시대에 5060은 나이가 많은 것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어떤 이는 나이 50에서부터 75세까지 25년간에 대하여 봉사의 시기라고 했다. 이는 25세까지를 학습의 시기’, 25세부터 50세까지를 일하는 시기로 나눈 것에 따른다. 이렇게 본다면 5060은 황금의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그것은 다름 아닌 움직임을 말할 것이다. 누군가 나 죽지 않았어!”라며 활동을 재개한다면 그는 살아 있음을 선포하는 것과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움직임도 없다면 죽은 목숨이다. 그러나 나이와 관계없이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산 사람이다. 지금은 5060전성시대이다. 활동하는 자에게 있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2019-12-2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