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자격증이 필요해
정평법회날이다. 코로나시대임에도 법회가 열렸다. 야외에서 열린법회가 열렸다. 장소는 우면산이다. 우면산 정상 소망탑에서 열리게 되었다.
야외 열린법회를 위하여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다. 그것은 얼굴가림막이다. 영어로 ‘페이스쉴드(Face Shield)’라고 한다. 당연히 마스크는 썼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추어진 상태에서 2020년 10월 정평불 정기법회가 열린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법회가 한동안 열리지 못했다. 이렇게 모임이 열리지 못한 것은 대한민국은 물론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럼에도 정평불의 정체성이나 다름 없는 정평법회를 포기할 수 없다. 비대면으로 열리다가 이번에 다시 대면으로 열리게 된 것이다.
“그래요. 그래.”
이번 10월 정평법회 법사는 최원녕선생이다. 최원녕선생은 정평불회원이자 스타강사이기도 하다. 공중파방송에서도 종종 볼 수 있고 유튜브에도 ‘내 아이와 행복한 대화’(https://www.youtube.com/watch?v=yDj-OGEvtn0 ) 시리즈도 있다. 전국을 무대로 강연도 하고 있는데 주로 부모교육을 하고 있다. 현재 평창동 주민자치위원장직도 맡고 있다.
최원녕선생은 준비된 유인물을 중심으로 강연했다. 이날 야외 열린법회에 참석한 13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강연제목은 ‘[야단법석]-말과 개념으로 세상을 짓다’라는 타이틀로 되어 있다. 정평불에서 추진하고 있는 ‘불교사회교리’를 만들기 위한 일부에 해당된다.
야외법회의 한계로 인하여 심도 있게 강연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핵심은 알 수 있다. 부모의 자녀 교육 기법에 대한 것이다. 그 중에 하나를 보면 “그래요. 그래.”라는 말이다.
최원녕선생은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그래요. 그래.”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이 말은 어떤 사람이든지 대화할 때 써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 “그랬구나”라는 말도 있다고 했다. 이를 ‘구나’대화법이라고 한다.
최원녕선생에 따르면, “그래요.” “그래.” “그랬구나.”라는 말을 사용하여 대화하며 결국 웃게 된다고 말한다. 서로 소통이 되는 것이다.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일종의 비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래요. 그래.”라는 말을 이메일 아이디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라고 했다.
부모도 자격증이 필요해
요즘은 자격증시대이다. 최원녕선생에 따르면 부모도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담임선생이 학생을 돌보듯이 자녀교육에 있어서 부모가 교사역할을 해야 함을 말한다. 최원녕선생은 부모자격증이 필요한 이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는 보통 부모의 책임과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결혼하고 아이 낳고 어느 사이 부모가 되어 자녀를 키운다. 보일러기사도 보일러기사 자격증이 있어야 보일러를 놓고, 운전을 하는데도 운전면허가 필요한데 하물며 소중한 생명을 낳아 기르는데 우리는 그냥 부모가 되었다.
이제는 부모도 자격증이 필요하다. 다양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지고 태어난 한 아이의 부모가 된다는 것은 옷깃을 여미게 하는 엄숙한 일임이 분명하다. 부모로서 역할과 책임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자녀를 키우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그 결과에서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자녀교육에 성공하고자하는 모든 부모는 진정한 삶의 의미를 생각해봐야 하고, 올바른 자녀 교육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깊이 사색해 봐야 한다.”
TV프 오락프로 중에 ‘어쩌다 어른’가 있었다. 제목이 말해 주듯이 어쩌다 어른이 된 것을 말한다. 이렇게 본다면 ‘어쩌다 부모’라는 말이 없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부모가 되어 있을 때 어쩌다 부모라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쩌다 어른이 된 사람이 어쩌다 부모가 되었을 때 과연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최원년선생에 따르면 아이를 키우는 것도 요령이 있다고 했다. 아이를 잘 키우는 법을 배워야 함을 말한다. 그래서 부모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원녕선생이 전국을 무대로 부모교육을 강조하는 이유이다. 그래서 아이를 잘 키우려면 부모도 자격이 필요함을 말했다. 부모도 자격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최원녕선생은 준비된 프린트물에서 부모역할에 대하여 몇 가지 사례를 제시했다. 그 중에 한가지를 보면 소통에 대한 것이다. 말을 하려고 하기 보다는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소통에 대한 대화를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대화를 잘 할 수 있을까?
대화를 잘 하려면 먼저 전제조건이 있다. 최원녕선생은 이를 네 가지로 요약했다. 즉 1) 상대방을 인격체로 인정하기, 2) 성실한 마음으로 대하기, 3)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 4) 공감하는 마음가짐 갖기를 말한다.
최원녕선생이 말하는 대화의 네 가지 기본조건을 보니 ‘눈높이’라는 말이 떠 올랐다.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추면 이는 다름 아닌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된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부처님도 강조했다는 사실이다. 앙굿따라니까야 ‘핫타까 알바바까와 섭수의 기초에 대한 경’(A8.24)이 그것이다. 관련 부분을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 대중을 세존께서 가르쳐주신 네 가지 섭수의 토대로 이 대중을 섭수합니다. 1) 저는 ‘이 사람은 보시를 베풀어 섭수해야 한다.’라고 알면, 그 사람을 보시를 베풀어 섭수합니다. 2) 저는 ‘이 사람은 사랑스런 말로 섭수해야 한다.’ 라고 알면, 그 사람을 사랑스런 말로 섭수합니다. 3) 저는 ‘이 사람은 도움을 주는 일로 섭수해야 한다.’ 라고 알면, 그 사람을 도움을 주는 일로 섭수합니다. 4) 저는 ‘이 사람은 동등한 배려로 섭수해야 한다.’ 라고 알면, 그 사람을 동등한 배려로 섭수합니다.”(A8.24)
부처님은 네 가지 섭수의 기초, 한자어로 사섭법(四攝法)을 설했다. 대승불교의 실천적 가르침이라고 잘 알려져 있는 보시(布施), 애어(愛語), 이행(利行), 동사(同事)를 말한다.
사섭법은 초기경전에도 실려 있다. 부처님은 재가신자 핫타까 알라바까가 오백명을 거느리고 있는 것에 대하여 네 가지 섭수로 설명했다. 보시를 베풀고, 사랑스런 말로 대하고, 도움을 주고, 그리고 동동한 배려를 하면 대중이 따를 것이라고 했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본을 보면 동사(同事)를 뜻하는 빠알리어 ‘사마낫따(samānattā)’에 대하여 ‘동등한 배려’로 번역했다. 이는 원어에 충실한 번역이고 전후 문맥에 맞는 번역이다.
사섭법에서 동사를 뜻하는 동등한 배려는 어떤 뜻일까? 한마디로 ‘눈높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동등한 배려는 아이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말한다면 아이의 인격을 배려하는 것이 된다. 거친 말이나 윽박지르는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아이 메시지(I Message)
최원녕선생은 부모의 자녀 교육에 있어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부모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것 중의 하나가 ‘아이 메시지(I Message)’라고 했다. 이를 우리말로 ‘나 전달법’이라고 한다.
아이 메시지는 아이에 대한 일방적 전달이 아니다. 아이를 배려하여 말하는 기법이다. 예로 들어 “너 가서 숙제못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네 숙제가 안 된 걸 보니 엄마가 걱정이야”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이다. 이는 나를 주어로 하는 것이다. 아이의 행동에 대하여 말할 때 아이를 주어로 하면 ‘너 전달법’이 되지만, 나를 주어로 하면 ‘나 전달법’이 된다는 것이다.
아이가 방을 어지렵혔을 때 “너 방좀 치워”하면 너 전달법이 된다. 나 전달법으로 한다면 “방이 정리되지 않은 걸 보면 엄마가 심란해”가 된다. 이렇게 아이 메시지로 하면 아이의 눈높이로 동등하게 배려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부모교육이 필요하다
아이를 주눅들게 해서는 안된다. 아이와 싸워서 이기려고 해서는 안된다. 아이를 KO패 시켰을 때 아이는 무력감을 느끼며 아무런 욕구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여 명령하거나 지시, 교훈, 훈계, 설득, 경고, 비교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어쩌다 어른이 되어 어쩌다 부모가 되었을 때 아이의 교육을 망칠 수 있다. 그래서 부모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모도 자격이 있어야 부모가 될 수 있음을 말한다. 그래서 최원녕선생은 부모도 자격증을 필요로 하는 시대가 되었음을 말했다.
2020-09-27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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