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을 외롭게 보내지 않으려거든
“우리는 잘 적응하고 잘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질병본부에서 한 말이다. 노랑점퍼를 입은 고위관계자는 방송에서 우리 국민들이 코로나에 잘 적응하고 있을 뿐만아니라 진화하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 여름 8.15때 폭증했던 감염자가 하향세로 돌아섰을 때 한 말이다.
현재 3차 대유행기를 맞고 있다. 확산세가 계속될지 꺽일지 알 수 없다. 현시점에서 우리는 계속 잘 적응하고 진화해 갈 수 있을까? 코로나 시기에 나는 잘 적응하고 있는 것일까?
정평불 12월 정기법회와 총회가 비대면 줌으로 진행되었다. 올해 중반부터 시작 된 것이지만 여전히 적응이 되고 있지 않다. 한달에 한번 이어서 그럴 것이다. 매일 줌으로 한다면 실시간 소통의 대명사 카톡과 다름없을 것이다.
줌은 영상과 음성으로 다자 대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럼에도 많이 해 보지 않아서 미숙하다. 조작도 서툴고 기능도 잘 모른다. 들어가 있지만 여전히 혼자 있는 것 같다. 줌은 시각으로 청각으로만 접촉할 뿐이다. 현장에서 느끼는 생동감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이 방법 외에 달리 마땅한 것이 없다. 그저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상임대표를 새로 뽑았다. 김광수 공동대표가 상임대표가 되었다. 줌에 들어온 회원들의 추천과 재천, 그리고 찬반 투표로 정한 것이다. 비록 온라인 비대면으로 한 것이기는 하지만 하나의 가능상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것도 코로나시기에 적응이라면 적응이라 해야 할 것이다.
감사에는 박금재 선생과 내가 뽑혔다. 누군가 추천해서 된 것이다. 이런 경우 난감하다. 대부분 하지 않으려고 빼는 경향이 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맡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추천을 하면 맡지 않을 수 없다. 어쨋든 임기 2년의 감사역할을 맡게 되었다.
이번에 새로 선출된 집행부는 임기가 2년이다. 이전에는 이런 개념이 없어서 한사람이 계속했다. 한사람에게 계속 책임을 맡기는 것은 가혹하다. 순환을 시켜 주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김광수 선생이 상임대표직을 수락한 것은 순환의 신호탄이라 볼 수 있다. 공동대표가 네 명이니 한사람이 2년씩 하면 앞으로 8년은 돌아가면서 한번씩 하게 될 것이다. 사무총장과 재무팀장 등 집행부는 새로 구성하게 된다.
코로나팬데믹은 언제 종식될까? 내년 3월 백신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 끝나는 것일까? 전국민의 70-80프로가량 집단면역이 되면 끝날 것이라고 한다. 내년도 올해처럼 비대면 사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본다면 줌에 적응할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잘 적응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현실 공간에서와 똑같이 말하고 웃는 등 잘 적응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침묵한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비대면이지만 대면 못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한사람 한사람 얼굴을 보이며 말을 했을 때 반가웠다. 오프라인에서 본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익숙한 것은 정평법회, 눈부처학교, 정평포럼, 수련회 등 많은 모임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종단 적폐청산운동하면서 쌓은 유대감도 있다. 무엇보다 비공식적 활동이다. 저녁에 함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등 사적 대화의 광장을 가진 것도 큰 이유이다.
현재 정평불 카톡방은 새로 만들어졌다. 오픈채팅방 형식이다. 특징은 자발적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예전에는 누군가 초대하면 아무나 들어올 수 있었다. 또 한가지 특징은 퇴장시킬 수 있는 기능도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문제가 있는 사람을 회피하기 위해 방을 폭파하고 새방을 만드는 식이었다. 현재 55명 방이다. 사실상 회원방이라 볼 수 있다. 회원이 되려면 회비는 의무사항이다. 회비를 내야 소속감도 있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사람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소수라도 회비내는 진성회원이 더 가치가 있다.
노인이 되면 세 가지 리스크가 있다고 말한다. 빈곤, 자녀, 외로움을 말한다. 이 중에서도 아마 참을 수 없는 것은 외로움일 것이다. 나이 드는 것도 서러운데 친구가 없다면 강한 고립감을 갖게 될 것이다. 모든 관계가 단절되었을 때 더 이상 존재의 의미를 찾지 못할 것이다. 자살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관계단절로 인한 고립감이라고 한다.
아는 사람은 많아도 친구가 없는 사람이 있다. 지인과 친구는 다른 것이다. 어떻게 해야 친구를 만들 수 있을까? 방법은 밖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다. 집에만 있어서는 친구를 만들 수 없다. 집에만 있으면 모든 관계가 단절된다. 그러나 밖에 나가면 친구를 만날 수 있다. 모임에 나가야 한다. 모임에서 사람을 만나야 한다. 공부하는 모임이어야 한다.
친구 중에는 온라인 친구도 있다. 아마 페이스북친구가 대표적일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 모임을 갖지 않으면 가상공간의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모여서 밥을 먹고 커피나 차를 마시며 대화해야 친구가 된다. 이런 친구 몇명만 있어도 인생은 외롭지 않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정평불 사람들은 좋은 친구들이다.
코로나가 끝나면 우리는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 갈 수 있을까? 온라인 줌에 익숙해지면 오프라인 모임을 기피하게 될지 모른다. 오프라인 모임은 시간과 돈과 정력을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온라인 모임 백번 하는 것보다 오프라인 모임 한번 가지는 것만 못하다. 오프라인 모임에는 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우정(友情)이다.
왜 우정인가? 그것은 자애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자애를 뜻하는 멧따(metta)라는 말은 어원적으로 우정을 뜻한다. 자애를 닦으면 연민과 기쁨이 생겨난다. 연민할 줄 알고 기쁜 마음이 일어나는 것은 자애, 우정이 있기 때문이다. 노년을 외롭게 보내지 않으려거든 모임에 나가서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
2020-12-26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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