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상대방을 타자화(他者化) 하면

담마다사 이병욱 2020. 1. 14. 11:20


상대방을 타자화(他者化) 하면

 

 

언젠가부터 타자(他者)”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주로 식자층에서 쓰는 말이다. 우리말로 다른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굳이 타자라는 말을 쓰는 것을 보았을 때 거부감이 들었다. 문자를 쓰는 것 같고 유식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한자어를 쓰면 같은 말이라도 고상하게 들린다.

 

타자는 단순하게 말하면 다른 사람이다. 타인이라고 말 할 수 있다. 그러나 유튜브에서 인문학 노마드의 흉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타자의 의미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유식한 자들이 말하는 타자는 다른 사람이기 보다는 틀린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블로그 초창기때의 일이다. 글을 써 본 적도 없었고 배운 적도 없었기 때문에 오류가 많았다. 그 중의 하나가 다르다틀리다라는 말을 구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람은 나와 틀리다.’라는 식으로 썼다. 그랬더니 어느 분이 댓글을 달아 주었다. 차이점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해 준 것이다. 이후 부터는 구분하여 사용하였고 특히 틀리다라는 말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다르다는 말과 틀리다는 말은 완전히 다른 말이다. 누군가에 대하여 나와 틀리다.’라고 했을 때 이는 상대방을 타자화 한 것이다. 나와 틀리기 때문에 상대해서는 안될 사람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은 나와 다를 뿐이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다름을 인정해 줄 수 있다. 다양성이 존중되는 것이다.

 

틀린 사람이 되면 악마화 된다. 배척하는 것을 넘어서 쳐부수어야 할 대상이 된다. 그래서 담을 쌓는 것이다. 만리장성이 대표적이다. 한족들은 북방 오랑캐들의 침략을 막기위해 만리나 되는 긴 성을 쌓았다. 흉노족을 막기 위해 진시황이 장성을 쌓은 것이 시초이다.

 

흉노(匈奴)라는 말은 사람들에게 무시무시한 이미지로 남아 있다. 이름 자체에서 풍기는 야만성이 연상된다. 말갈이나 돌궐도 마찬가지이다. 농경민들에게 있어서 유목민은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는 서양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흉노적의 일파인 훈족(Hun)에 대한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역사를 남방 농경민족과 북방유목민족의 대립사라고 말한다. 한나라 때는 11시 방향에 있었던 흉노와 같은 유목민으로부터 침략을 받았고, 송나라 이후 부터는 2시 방향에 있었던 여진족으로부터 지배를 받았다. 한족사람들은 북방 오랑캐들을 막기 위해 장성을 쌓았는데 이 장성은 나와 너를 가르는 장벽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다름아닌 타자화이다. 장성 이북사람들은 틀린 사람들이 된 것이다.

 

흉노와 훈족은 악마로서의 이미지가 강하다. 이는 침략을 당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본 것이다. 그래서 장성을 쌓고 소통하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성은 넘을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담을 쌓아 놓았다고 해서 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담을 쌓으면 쌓을수록 넘으려 하기 때문이다. 담은 넘으라고 있는 것이고 무너지기 위해 있는 것인지 모른다.

 

타자화는 오늘날 한반도에서도 볼 수 있다. 한반도를 둘러 싸고 있는 강대국은 서로가 서로를 타자화 하고 있다. 한반도 내에서는 남과 북이 만리장성과 같은 담을 쌓고 있다. 남쪽에서는 동서로 갈렸다. 서로 억양이 다르다는 이유로 타자화 하고 있다. 조국과 관련된 검란사태로 인하여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갈렸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서로 틀렸다고 말하는 것이다.

 




만리장성을 쌓으면 밖에 있는 타자는 반드시 타고 넘어 온다.” 이 말은 유튜브에서 인문학 노마드에서 한 말이다. 이분법적 세계에 갇혀 지내다 보면 장성을 쌓게 되는데 안전한 것이 아님을 말한다. 누군가를 타자로 세우면 그 타자들은 언젠가 올무가 되어 나를 옥죌 것이라고 한다.

 

타자화 하는 것은 악마화 하는 것이 된다. 상대방을 악마화 하면 언젠가 타고 넘어와 나를 공격하고 나를 해칠 것이다. 그래서 지나친 타자화 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 상대방은 틀린 사람이 아니라 나와 다른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2020-01-14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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