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아파트값만 생각하면 밥맛이

담마다사 이병욱 2020. 1. 15. 13:03


아파트값만 생각하면 밥맛이

 

 

아파트값만 생각하면 밥맛이 없어요.” 이 말은 PD수첩에서 들은 말이다. 유튜브에서 PD수첩 신년특집 2- 집있는 사람들의 나라에서 본 것이다. 1부에서는 평당 1억원하는 아파트를 소개했다. 서울 강남에 있는 재건축으로 지정된 20평 아파트 가격이 20억원 한다는 것이다.

 

집없는 서민이나 청년들에 아파트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 없다. 사실상 포기상태라고 볼 수 있다. 아파트가격만 생각하면 밥맛이 없기 때문에 나와 무관한 일로서 포기하고 사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다.

 

아파트나 주식 등 투기에 대하여 신경 끄고 산지 십년이 넘었다. 노무현시절 부동산광풍이 불 때 무주택자였기 때문에 그때부터 신경 끄고 산 것이다. 아파트가격만 생각하면 밥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오르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산 것이다.

 

현재 주어진 조건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 작은 평수에 살며 작은 차를 타고 살지만 큰 평수와 큰 차를 부러워하지 않는 것이다. 큰 집에서 살며 큰 차를 타면 죄스럽게 생각한다.

 

티벳스님들이 임종을 앞두고 하는 말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거지로 살아도 좋으니 인간으로만 태어나기를 바란다 것이다. 인간으로 태어나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기 보다는 비구가 되어 가난하게 살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래야 공덕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부자가 되어 부귀영화를 누리면 공덕을 까 먹는 것으로 생각하는 이유도 있다.

 

아파트투기로 인하여 억단위의 시세차익을 남겼을 때 이는 불로소득에 해당된다. 돈을 잘 버는 것도 능력이고 실력이라고 하지만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은 두려운 것이다. 돈이라는 것은 언젠가는 사라지고 마는 것인데, 불로소득으로 억단위의 돈을 챙겼다면 이전에 쌓은 공덕을 찾아 먹은 것이나 다름없다.

 

공덕은 쌓아 두어야 한다. 마치 은행에 정기예금을 하면 복리로 증가하듯이, 공덕을 찾아 먹지 않고 쌓아 두면 공덕은 더욱 더 커진다. 그런데 공덕을 이 생에서 모두 찾아 먹어 버린다면 다음 생에서는 빈털터리가 될 것이다. 인생은 원타임이라 하여 오로지 즐기는 삶만 사는 사람들은 공덕을 쌓는 삶이 아니라 공덕을 까먹는 삶을 산다는 것이다.

 

청정도론에서는 윤회에서 두려움을 보는 자를 비구라고 했다. 출가여부를 떠나서 윤회에서 두려움을 보는 자는 모두 비구라고 볼 수 있다. 윤회의 두려움은 다름 아닌 행위의 두려움일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행위를 말하는가? 이는 사소한 잘못에서 두려움을 보고”(D2.40)라는 말에서 드러난다. 그래서 부처님은대왕이여, 여기 수행승이 옷은 몸을 보호하는 것으로 족하게 살고, 식사는 배를 유지하는 것으로 족하게 하고, 어디에 가든지 오로지 이것들만 가지고 갑니다.”(D2.63)라고 했다.

 

재가불자가 출가수행승처럼 살 수 없다. 그러나 정신만큼은 함께 할 수 있다. 그것은 소욕지족의 삶이다. 일본 료안지(龍眼寺)에 가면 약수터가 하나 있다. 방장건물 뒤에 있다. 대나무 대롱과 물받침 바위가 있다. 그런데 바위에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한자로 오유지족(吾唯知足)이다. 이 말은 “그대여, 단지 족함을 알라(われ、ただるを)”라는 뜻이다.

 




단지 족함을 아는 것이 수행자의 자세이다. 이와 같은 소욕지족에 대하여 청정도론에서는 식사에 알맞은 분량을 알고, 깨어 있음에 전념하고, 새김을 확립하고 올바로 알아차리고, 욕망을 여의고, 만족하고, 용맹정진하고, 올바른 원만행을 행하는 자들을 섬기고 공경하면, 그것이 올바른 행실이다.”(Vism.1.48)라고 했다. 소욕지족은 한마디로 만족하는 삶이다. 아무리 누추한 곳이라도 만족하면 행복한 것이다.

 

부동산 투기로 억단위의 불로소득이 생겼을 때 필연적으로 감각적 욕망에 지배를 받게 되어 있다. 맛 있는 음식을 찾아 맛집을 찾아 다니고 하는 일 없이 감각적 욕망을 즐긴다면 공덕을 까먹는 것이 된다. 마치 통장에 잔고가 점점 줄어드는 것과 같다.

 

지금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그것이 내 것이라고 본다면 이는 자만이다. 재산은 언제 어떻게 사라질지 모른다. 도둑이 훔쳐 갈 수 있고, 불이 나서 모두 타 버릴 수 있고, 바람이 불어 쓸어 가 버릴 수 있다. 나라에서 빼앗아 갈 수 있고 악의적인 상속자가 가져 갈 수 있다. 그럼에도 내것이라고 굳게 믿고 만족하고 있다면 공덕을 까먹는 삶을 사는 것이 된다.

 

불로소득으로 형성된 억소리 나는 재산은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재산을 믿고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손실일 것이다. 자녀들에게 많은 재산을 물려준다면 자녀를 망치게 될 것이다. 마치 로또 맞은 사람이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즐기는 삶을 사는 것처럼 자녀들도 즐기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자녀들에게는 재산보다 지혜를 물려주라고 했다. 소욕지족으로 사는 것이 자녀들에게 분발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말한다. 이마의 땀으로, 팔의 힘으로 형성된 재산이 떳떳한 것이다. 불로소득으로 향성된 억소리 나는 재산을 가진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하는 일 없이 즐기기만 하는 희고 고운손을 부끄러워 해야 한다.

 

불로소득의 억소리 나는 삶은 천상의 삶과 같은 것이다. 오로지 즐기기만 할 뿐 새로운 공덕을 쌓지 않기 때문에 죽어서는 악처에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노무현정부시절 무주택자가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억소리 나는 불로소득 의지하여 살아 간다면 무기력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지금도 아파트 값만 생각하면 밥맛이 나지 않는다. 그런 한편으로 억단위의 불로소득자가 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매일매일 억억하다 보면 억하고 죽었을 때 남는 것이 없을 것이다.

 

PD수첩에서 본 평당 1억원 하는 아파트 가격을 생각하면 밥맛이 나지 않지만 그대 단지 족함을 알라.”라는 말이 있듯이, 소욕지족의 삶을 살고자 한다. 그대신에 무형의 재산을 축적하고자 한다. 그것은 믿음의 재물, 계행의 재물,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아는 재물, 배움의 재물, 보시의 재물, 지혜의 재물이다. 이와 같은 일곱 가지 재물은 누가 빼앗아 가지 않는다. 그래서 “불이나 물이나 왕이나 도둑이나 원하지 않는 상속자에 의해 약탈될 수 없는 것입니다.(A7.7)라고 했다.

 

 

2020-01-15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