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절제

중생을 윤회하게 하는 네 가지 식사

담마다사 이병욱 2020. 1. 21. 08:33

 

 

중생을 윤회하게 하는 네 가지 식사

 

 

 

 

 

점심값 오천원이하 원칙을 고수하고자 한다. 그러나 접대할 때는 예외이다. 손님이나 고객이 찾아왔을 때 맛집으로 모셔야 한다. 평소에는 가지 않는 곳이다.

 

 

 

일인사업자로 살다보니 홀로 일하고 홀로 식사한다. 점심시간에 일반식당에 가지 않는다. 홀로 가면 테이블만 차지하기 때문이다.

 

 

 

요즘 식당은 일년이 멀다하고 간판이 자주 바뀌는 것 같다. 치열한 생존경쟁의 현장이다. 점심시간이 대목이라 볼 수 있는데 홀로 식사하고 있으면 영업방해가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점심은 주로 카페테리아에서 먹는다. 부페식 대중식당을 말한다. 합석해도 부담 갖지 않는 곳이다.

 

 

 

맛집에 가면 포스팅 하고픈 강한 욕구를 느낀다. 근사하게 한상 차려진 것을 보면 올리고 싶은 것이다. 설령 싸구려 정크푸드라도 마찬가지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누구나 먹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먹방시대이다. 어느 채널을 돌려 보아도 먹는 장면이 나온다. 남이 먹는 것을 즐기는 것이다. 마치 야동을 즐기는 것과 같다. 한상 푸짐하게 차려 놓고 한입 가득 먹고 있는 사람을 보면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처럼 보인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느낌이다. “나도 한번 먹어 보았으면하는 마음이 들 정도이다.

 

 

 

식당에 가면 사진을 찍어 둔다. 어떤 용도로든지 사용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먹거리 관련 글을 올릴 때 유용하다. 며칠전 신림동 고시촌에서 식사가 그랬다.

 

 

 

메뉴판을 보니 홍어회덮밥이 보였다. 가격표를 보니 만원이다. 오천원 이하 식사 원칙에서 한참 벗어나는 금액이다. 회덮밥처럼 삭힌 홍어를 이용한 것이다. 이런 메뉴는 처음 보았다. 주인에게 물어보니 자신이 개발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초고추장과 함께 비벼 주었다.

 

 

 

 

 

 



 

 

 

맛에 대한 갈애는 거역하기 힘들다. 한상 거하게 먹지만 반나절을 넘기기 힘들다. 황제식을 해도 때 되면 거지가 되는 것 같다. 하루 세 끼를 먹어야 한다. 끼니 때마다 무엇을 먹을까?’라며 고민한다. 행복한 고민이다. 먹고 나면 불과 몇시간 지나지 않아서 또 먹는다. 먹는 재미로 사는 것 같다.

 

 

 

초원의 동물들은 끊임없이 먹는다. 자연다큐 동물의 왕국을 보면 초식동물들은 하루 종일 먹는다. 덩치가 큰 동물은 엄청난 양을 먹어 치운다. 동물들이 이동하는 것은 먹이 때문이다. 영양가 있는 신선한 먹거리를 찾아 목숨을 걸고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이다. 세렝게티 평원에서 누떼가 마라강을 건너는 장면을 보면 목숨을 거는 것을 알 수 있다. 동물은 이동중에도 번식을 한다. 본래 자리로 되돌아왔을 때 새끼와 함께 있다.

 

 

 

축생의 삶은 딱 두 가지로 요약된다. 먹는 것과 번식하는 것으로 사는 것이다. 사람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시도 때도 없이 먹기 때문이다. 하루 세 끼라 하지만 네 끼, 다섯 끼 먹기도 한다. 간식도 먹고 야식도 먹는다.

 

 

 

요즘은 유튜브가 대세이다. 유튜브 먹방채널을 보면 세상의 끝을 보는 것 같다. 수십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가 한상 가득 차려 놓고 오늘도 야물딱지게 먹어 보겠습니다.”라며 입이 찟어질 정도로 한입 가득 문다. 조회수가 수십만명인 것을 보니 먹방채널의 인기를 짐작케 한다.

 

 

 

흔히 인생삼락을 얘기한다. 공자가 말 하기를 배우고 때로 익히니 기쁘지 아니한가, 벗이 멀리서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니 군자가 아니겠는가?”라 했다. 그러나 현대인들에게는 여기에 먹는 즐거움 하나를 더하여 인생사락(人生四樂)이라 해야 할 것이다.

 

 

 

남녀노소와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먹는 즐거움에 빠져 있다. 맛에 대한 갈애는 윤회의 원인이 된다. 그런데 식사에는 반드시 물질적 식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정신적 식사도 있다. 물질적 식사와 더불어 촉식(觸食), 의사식(意思食), 식식(識食)이 있다. 이를 네 가지 식사(四食)라고 한다.

 

 

 

사식은 갈애를 원인으로 하고 갈애를 근거로 하고 갈애를 원천으로 한다고 했다. 왜 그런가? 주석에 따르면 다시 태어남의 순간에 개인적인 존재안에 포함된 이러한 자양분의 존재들은 이전의 갈애에 기원하는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되는가? 먼저 다시 태어남의 순간에 발생된 신체안에 발생된 자양분의 정수(oja)가 존재하는데, 이것이 이전의 갈애에 기원하는 업력으로 거칠거나 미세한 자양분이다. 그리고 재생의식과 연결된 접촉과 의도와 그 의식자체가 이전에 갈애에 기원하는 각각 업력으로 얻어진 접촉의 자양분, 의도의 자양분, 의식의 자양분이다. 그래서 다시 태어남에서 자양분은 이전의 갈애에 기원하는 것이다.”(Srp.II.28)라고 설명되어 있다.

 

 

 

불교에서는 음식절제를 강조한다. 적당량을 먹으라는 것이다. 갈애로 먹지 말라는 말과 같다. 그래서 음식절제는 감각기관의 단속과 함께 깨달음으로 가는 주요한 조건이 된다. 이는 다름 아닌 욕망을 줄이는 삶을 말한다. 먹는 것 하나만 보아도 그 사람이 얼마나 탐욕스러운지 알 수 있다.

 

 

 

음식절제와 관련하여 청정도론에서는 아들고기의 비유를 예로 들고 있다. 상윳따니까야에도 실려 있는 아들고기의 경’(S12.63)을 말한다. 사막을 건너가고 있는 부부가 죽은 아들고기를 먹고 연명했다는 끔찍한 내용이다. 그래서 음식을 대할 때는 항상 아들고기를 연상하라고 했다.

 

 

 

음식은 단지 몸에 기름칠할 정도로 먹으라고 했다. 기름칠한 기계가 돌아가듯이, 몸을 유지할 정도로 적당량만 먹으라는 것이다. 음식을 즐기며 먹지 말라는 것이다. 먹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먹으라는 말과 같다.

 

 

 

먹는 재미로 산다면 동물의 삶과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때가 되면 배가 고프다.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나?”라며 먹거리를 찾아 헤맨다. 그러나 오천원 이하 점심을 발견하기 힘들다.

 

 

 

지하 셀프식당에서 매일 먹다 보니 식상했다. 5만원을 내면 식권을 11장 주기 때문에 4,600원가량 하는 식당이다. 마침 길 건너에 한식부페집이 새로 생겼다. 한끼에 5,500원이다. 500원이 초과되었지만 만족한다. 무엇보다 셀프라면과 셀프토스트, 셀프계란프라이가 된다는 것이다. 먹고 싶은 것을 스스로 만들어 먹는 신개념 식당이다.

 

 

 

 

 

 



 



 

 

 

매일 세 끼 먹는다. 두 끼 먹고도 살 수 있다. 선원에서는 한끼 먹는다. 팔계를 지키는 선원에서는 오후에 식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두 끼 먹는다. 아침에는 죽을 먹고 점심 한끼 제대로 먹기 때문이다. 저녁이 되면 출출하지만 주스타임이라 하여 마실 것을 취하면 견딜 만하다. 그럼에도 맛에 대한 갈애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 밥시간이다.

 

 

 

오늘도 내일도 먹는다. 하루 세 끼가 아니라 네 끼, 다섯 끼도 먹는다. 그래서 음식, 촉식, 의사식, 식식 이렇게 네 가지 식사가 중생을 윤회케 하는 요인이 된다고 했나보다.

 

 

 

 

 

2020-01-21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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