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식탁 부럽지 않은 제철먹거리
춥지도 덥지도 않은 화창한 날씨이다. 4월 28일 오전 늦게 안양중앙시장에 갔다. 일없이 걸어 갔다. 버스로 네 정거장 되는 거리이다. 종종 기분도 전환할 겸 운동삼아 걷는다.
도중에 들르는 데가 있다. ‘굿윌스토어’와 ‘그린스토어’이다. 두 곳 모두 재활용점이다. 잡다한 생활용품이 대부분이다. 옷이 가장 많지만 건질 만한 것도 있다. 그런 것 중에 다기(茶器)가 있다. 하나 둘 모으다 보니 이제 셋트가 되었다.
거리에는 마스크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예외 없다. 이제 마스크가 생활화된 것 같다. 마스크를 착용을 하지 않으면 입장이 되지 않는 곳도 있다. 코로나철에 마스크착용은 기본예의가 되었다.
시장에는 볼거리가 많다. 특히 재래시장이 그렇다. 노점에는 먹거리로 가득하다. 대부분 제철에 나는 것들이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것이 있다. 가죽순이다. 두릅순이나 엄나무순처럼 새로 나온 것이다.
가죽순에 대한 추억이 있다. 유년시절 기억이다. 시골 큰집 뒤에는 가죽나무가 있었다. 그때 당시 ‘쭉나무’라고 했다. 큰아버지는 낫을 막대기에 달아서 쭉잎을 채취했다. 말려서 음식으로 먹은 것이다. 시골에서는 무궁화잎도 음식이 된다. 무궁화 잎을 따서 된장국을 끓여 먹었기 때문이다. 보리순이 나오면 베어서 국을 끓여 먹는다. 모두 제철에 나는 것들이다.
중앙시장에 가면 제철에 나는 것들로 가득하다. 지난 2월달에는 보리순을 발견했다. 시골에서 먹던 먹거리를 발견했을 때 주저하지 않았다. 제철에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시기를 놓치면 일년 기다려야 한다. 보리순은 대형마트에서 볼 수 없는 것이다. 재래시장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흔하지 않다.
지금은 순이 나오는 철이다. 노점마다 두릅순, 엄나무순, 가죽순이 가득 쌓여 있다. 철 지나면 먹고 싶어도 못먹는다. 가죽순 반근에 7,000원이다. 비싼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제철음식이기 때문에 그만한 가치는 있을 것이다.
노점 할머니에게 재난기본소득 카드가 되는지 물어보았다. 당연히 안된다고 했다. 안되는 줄 알면서도 물어본 것은 ‘혹시나’해서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노점은 재난기본소득과 관련된 소비에 있어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소비는 카드단말기가 있는 곳에서나 가능하다. 그것도 연매출 제한이 있는 곳이다. 소비가 소매점에는 유리하지만 절실히 도움을 필요로 하는 노점에는 가능하지 않다. 현금을 내고 가죽순 반근을 샀다.
가죽순을 어떻게 조리해야 할까? 요즘은 유튜브 전성시대이다. 왠만한 것은 유튜에서 검색하면 된다. 가죽순을 키워드로 검색하니 가죽나물 또는 가죽장아찌 담그는 방법이 여려 채널에 소개되어 있다. 아내가 가죽장아찌를 담구었다. 가죽나무잎 특유의 향과 쌉사름한 맛이 있다.
이 세상에서 최상의 음식은 어떤 것일까? 어떤 이는 왕이나 먹을 수 있는 수라상을 말할지 모른다. 중국요리에서 볼 수 있는 기름진 음식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재벌밥상 부럽지 않은 음식이 있다. 그것은 제철에 나는 먹거리이다.
이 세상에서 최상의 먹거리는 제철에 나는 음식이다. 그래서일까 제사 지낼 때에는 제철에 나는 음식을 올려 놓는다. 이는 경전적 근거가 있다. 쿳다까니까야 ‘담장밖의 경’을 보면, “연민에 가득 차서 가신 친지들에게 제 철의 정갈하고 훌륭하고 알맞은 음식과 음료를 헌공하오니,”(Khp.7)라는 구절이 있다. 이처럼 제철에 나오는 음식이 최상의 먹거리이다.
제철음식은 철 지나면 먹고 싶어도 못 먹는다. 가죽순도 그 중의 하나이고, 보리순도 그 중의 하나이다. 재래시장에 가면 제철에 나오는 먹거리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먹거리를 팔아 주어서 좋다. 서로서로 좋은 것이다. 다음에는 어떤 먹거리에 도전해 볼까나?
2020-04-30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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