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절제

편의점에서 군고구마를

담마다사 이병욱 2020. 2. 1. 07:58

 

 

 

편의점에서 군고구마를

 

 

 

 

 

월말이 되면 월말정리를 해야 한다. 매달 마지막날을 결재하는 날로 정해 놓고 있다. 좀더 일찍 할 수 있지만 미루고 미루다가 마지막날 한꺼번에 몰아 하는 것이다. 받을 돈은 일찍 받고 줄 돈은 천천히 주자는 심리도 작용한 것이다.

 

 

 

월말결재를 하고 나면 통장잔고가 푹 꺼진다. 그것도 마이너스통장이다. 줄 돈은 주어야 하고 나갈 돈은 나가야 한다. 익월결재를 원칙으로 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다음달에 결재한다. 신용과 관련되어 있다. 결재를 제때에 하지 못하면 신용없는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부가세도 납부했다. 해마다 1월과 7월은 부가세납부의 달이다. 사업자는 예외없이 세금을 내야한다. 정해진 날자 안에 내지 않으면 벌금폭탄을 맞는다. 한두번 겪고나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부가새를 내고 나면 성적표를 받는 느낌이다. 세액을 보면 6개월 동안 경제활동 한 것을 알 수 있다. 세금을 많이 내면 낼수록 돈을 많이 번 것이다. 성적표를 받아보니 중소기업 신입 연봉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도 이 나이에 일이 있다는 것은 축복일 것이다.  

 

 

 

오랜만에 일을 했다. 설연휴가 지나고 난 다음 일감이 없어서 글 쓰는 일이 주업이 되었다. 돈도 안되는 글쓰기이다. 그래도 멈출 수 없는 것은 정신적 향상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의미 있고 형식을 갖춘 글을 쓰고자 한다. 날자를 쓰고 서명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을 하니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하다. 십년 이상 해 오는 일이다. 일을 손에 잡으면 잡념이 없어진다. 일에 집중하면 번뇌가 사라지는 것이다. 일을 하면 수입도 생기지만 번뇌도 사라져서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일을 잡고 있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일을 준 고객에게 감사한다. 이 고객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딸 뻘 되는 담당자들과 주로 일한다. 메일과 문자, 전화로만 해도 되는 일이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실수하면 그대로 손실로 이어진다. 몇차례 겪고 나니 파일이 나갈 때는 늘 확인 또 확인이다. 실수하면 무엇보다 신용이 추락된다. 수많은 실수가 있었음에도 이렇게 계속 찾아 주니 고맙기 그지없다. 더 잘해 줄 수밖에 없다. 납기내에 해주고 합리적인 견적을 제시하는 것이다.

 

 

 

일이 생기면 밤낮이 따로 없고 주말이 따로 없다. 오로지 고객 하나 바라보고 가는 것이다. 고객은 왕을 넘어 신과 같은 존재이다. 그래서 고객제일이라는 말이 나오고 고객감동을 말하는 것이라 본다.

 

 

 

야간작업을 했다. 저녁밥을 먹어야 했다. 배가 고프기는 하지만 식사를 필요로할 정도는 아니다. 잠시 허기만 때우면 된다. 큰길 건너편 편의점에서 찐빵을 판다. 편의점이라고해서 다 파는 것은 아니다. 찐빵은 한개에 천원이다. 삼각김밥 가격과 같다. 그러나 찐빵이 없었다. 다 팔린 것이다. 고소한 냄새가 나서 보니 군고구마를 팔고 있었다. 구수한 냄새에 자극받아 군고구마를 하나 샀다. 한개에 1,700원이다.

 

 

 

 

 

 

 

찐빵 사러 갔다가 군고구마를 샀다.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이 되었다. 편의점 주인 말대로 달달하고 고소했다. 고구마는 찐 것도 맛 있지만 구운 것이 더 맛 있다. 무엇보다 첨가제가 들어가지 않은 웰빙식품이다. 먹는 것 자체만으로 힐링이 되는 것 같다. 간단히 때울 수 있는 빵이나 라면과 비할 바가 아니다. 그 편의점에서만 판다. 올겨울 자주 찾을 것 같은 강한 예감이 든다.

 

 

 

 

 

 

 

무엇이든지 많이 먹어서 문제가 된다. 최근 TV에서 공복에 대한 프로를 보았다. 저녁에는 먹지 말자는 것이다. 해지고 난 다음 먹지 말라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깨어 있는 시간에 끊임없이 먹어 대는데 몸도 생각해야 된다는 것이다. 몸에도 휴식이 필요함을 말한다. 특히 저녁에는 식사량을 줄이고 가능하면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선원에서는 이미 실천하고 있는 것들이다.

 

 

 

선원에서는 팔계를 지키기 때문에 오후에는 먹지 않는다. 12시 이후에는 일체 먹지 않는 것이다. 하루에 두 끼만 먹고도 살 수 있다. 하루 세 끼를 반드시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루 세 끼는 습관에 지나지 않는다. 약간 공복이 되면 몸이 편하다. 몸에 잔뜩 집어넣고 있으면 부담이 된다. 모든 병은 과식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음식 먹는 것 하나만 보아도 그 사람이 얼마나 욕심이 많은지 알 수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탐욕으로 먹는다. 때로 분노로 먹는다. 먹는 것으로 욕망을 충족시키고 분풀이하는 것이다. 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탐욕으로 분노로 식사하는 것은 어리석음으로 먹는 것과 같다. 필연적으로 괴로운 결과를 가져온다. 그래서 나는 예전의 불편했던 경험을 제거하고 새로운 고통을 초래하지 않겠다.”(S35.239)라고 한 것이다. 부처님은 음식을 대할 때 수레바퀴에 기름칠하듯 적당량만 먹으라고 했다.

 

 

 

음식을 절제하는 것은 수행방법 중의 하나에 속한다. 감각기관의 문을 단속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선원에서는 음식을 먹을 때 계율로 먹고, 사마타로 먹고, 위빠사나로 먹으라고 했다. 음식을 몸에 기름칠하는 정도로 아는 것이 계율로 먹는 것이고, 이 음식이 오기까지 모든 사람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자애의 마음을 내는 것이 사마타로 먹는 것이다. 음식을 먹을 때 전과정을 알아차림 하는 것이 위빠사나로 먹는 것이다.

 

 

 

군고구마 하나를 먹고 야간작업을 했다. 더구나 글도 하나 썼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밤 늦은 시간에 귀가하니 출출했다. 습관은 무서운 것이다. 저녁밥은 꼭 먹어야 하는 것으로 아는 것이다. 결국 늦게 식사를 하고 말았다.

 

 

 

일 하는 사람은 하루 세 끼를 먹어야 한다. 먹어야 힘을 쓰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행자에게는 두 끼로 충분하다. 저녁을 먹지 않는 것이다. 먹는 것에 대한 유혹을 느끼지만 속을 비워 두면 편안하다. 많이 먹어서 문제가 된다. 저녁에 거하게 한상차려 꼭 먹어야 되는 것은 아니다. 간단히 때울 수 있다. 밥은 꼭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2020-02-01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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