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최초 미나리무침을
요즘 농사철이다. 농사를 직접 짓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있다. 페이스북에는 텃밭에 파종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고추, 상추, 감자 등 모종을 옮겨 심은 것이다. 일단 심어 놓으면 자연이 자라게 할 것이라고 한다. 주말마다 풀을 뽑는 등 정성을 들이면 수확의 기쁨을 맛볼 것이다.
아직까지 한번도 텃밭을 일구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지나가면서 유심히 관찰한다. 몇 평 안되는 밭에서 일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뿌린 대로 걷고 노력한 만큼 수확한다. 이 세상에서 농부의 마음처럼 순수한 마음은 없을 것이다.
지난주 일요일 산행을 했다. 오전에 사무실에서 일보고 오후에 관악산 산림욕장에 간 것이다. 관악대로 건너편 반야선원 뒷길이 산행코스이다. 내비산 산림욕장까지 연결되어 있다.
오월도 중순에 들어 가는 초입이다. 쪽동백, 이팝나무꽃, 불두화 등 나무에서 피는 순백의 흰꽃에 마음이 간다. 텃밭에는 부지런한 농부들이 바삐 일한다. 한번도 허리 굽혀 일해 본 적이 없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흐믓하다.
내비산 산림욕장에 이르렀다. 목적지까지 온 것이다. 약 한시간 반의 산행을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기승전결이라는 말이 있듯이, 산행을 끝낼 때는 농산물을 사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텃밭을 일구고 사는 사람들의 산출품을 사는 것이다. 취미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아니라 거의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다.
산림욕장 입구 바로 안쪽에는 갖가지 먹거리가 있는 텃밭이 있다. 일종의 전문 농사꾼이 짓는 터전을 말한다. 그러나 영세하기 그지없다. 그래서인지 지나가는 등산객이 대상이다. 농산물을 사기 위해 먼 길을 왔다.
관악산에 가면 늘 팔아 준다. 산물은 철마다 바뀐다. 이번에는 시금치와 미나리를 팔아 주었다. 각각 한단에 2천원씩이다. 4천원을 내니 커다란 봉지로 가득했다.
이 세상에 재벌식탁 부럽지 않은 것은 제철음식이다. 제철에 나는 음식이야말로 최상이다. 철이 지나면 맛볼 수 없기 때문이다. 왕의 식탁이라 하더라도 오래 된 것들이다. 유통과정에서 변질된 것도 있을 것이다. 부패하지 말라고 방부제 처리한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산지에서 파는 제철먹거리야말로 무공해 청정식품으로 최상중의 최상이다. 내비산산림욕장 입구 노지에서 파는 먹거리도 그렇다. 바로 옆 텃밭에서 수확한 것들이다. 특히 미나리가 그렇다.
요즘 미나리철이다. 마트에서도 살 수 있다. 그러나 산간노지에서 생산되는 것은 드물다. 오늘 수확한 것을 오늘 팔기 때문에 싱싱하기 그지없다. 이런 보물을 놓쳐서는 안된다. 한봉다리 가득 2천원이다. 두 말없이 에누리 하지 않고 샀다. 아니 팔아 주었다. 마트에서는 사는 것이지만 노지 특산품은 팔아 주는 것이다.
미나리는 무쳐야 제맛이다. 요즘은 유튜브시대이다. 왠만한 조리방법은 다 나와 있다. 미나리무침 만들기도 당연히 있었다. 유튜브에서 본 대로 따라 해 보았다.
먼저 데쳐야 한다. 소금 한스푼을 넣은 끓인 물에 살짝 데치는 것이다. 다음으로 양념장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할 수밖에 없다. 매실 반스푼, 마늘 반스푼, 고추가루 한스푼, 식초 두 스푼, 고추장 세 스푼 등 유튜브에서 하라는 대로 해 보았다.
음식은 손맛이라고 한다. 맨손으로 무쳤다. 하나를 먹어 보니 익숙한 맛이다. 생애 최초로 미나리무침을 만들었다. 아내로부터 모처럼 칭찬을 들었다.
2020-05-12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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