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절제

마늘을 팔아주자

담마다사 이병욱 2020. 6. 4. 15:38

 

마늘을 팔아주자

 

 

마늘철인가 보다. 아파트 입구 슈퍼마켓에 마늘 무더기가 가득하다. 어디를 가든지 흙에서 막 퍼 온 듯한 마늘무더기가 쌓여 있다. 아마도 마늘 풍년인 것 같다. 그러나 판로는 좋지 않은 것 같다. 일손이 많을 뿐만 아니라 제값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TV에서는 마늘밭을 갈아 엎는 농민을 보여주었다.

 

현재 한동네에서만 15년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것이 익숙하다. 온통 아파트천지 이지만 그래도 오래살다 보니 정겹다. 아파트 입구에 유일한 슈퍼가 하나 있다. 이름하여 ‘싱싱마트’라고 한다. 주로 청과물과 야채를 취급한다. 이름 만큼이나 싱싱해 보인다. 이름 하나는 잘 지은 것 같다. 비산사거리에는 ‘이마트’도 있고, 최근 관악대로 건너편 레미안상가 지하에는 ‘진로식자재마트’라는 중형 마트가 생겼다. 이들 틈바구니에서 싱싱마트가 어떻게 생존해 가는지 불가사의할 정도이다.

 

 

사람들 대부분은 이마트나 할인마트로 간다. 한번 가면 카트에 물건을 잔뜩 사서 차로 실어 나른다. 이에 비하여 동네슈퍼는 구멍가게 수준이다. 아무도 사줄 것 같지 않음에도 제철에 나는 것들을 진열해 놓는다.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으로서 사 주어야할 의무감 비슷한 감정이 일었다. 무엇보다 젊은 부부가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마침 마늘이 잔뜩 쌓여 있길래 팔아 주기로 했다.

 

 

마늘 반접에 12,000원 했다. 한망에 50개 들어간 것이다. 재래시장인 중앙시장에서는 10,000원 한다. 팔아 주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가격은 문제되지 않는다. 아저씨에게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밭마늘’이라고 했다. 논마늘이 아님을 말하는 것 같다. 품질을 보증한다는 말로 들렸다. 또 맛도 좋다고 했다. 흔쾌히 구매했다. 구매자는 팔아 주어서 기쁘고, 판매자는 팔아서 좋은 것이다. 서로서로 좋은 것이다.

 

 

마늘 한쪽을 갈라 보았다. 제철에 나는 싱싱한 마늘이다. 맛을 보았다. 마늘 특유의 냄새와 함께 입속을 자극한다. 어떤 것은 입이 아릴 정도였다. 그러나 먹을만 했다. 몇 개 먹었더니 없던 힘이 나는 듯했다. 마늘은 강장제이기도 하고 감기에 좋다고 한다. 아마도 강력한 매운 맛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안심인 것은 토종마늘이라는 사실이다. 시중에서 깐마늘을 사면 중국산이기 쉽다는 말이 있다.

 

 

마늘이 마트에 수북히 쌓여 있는 것을 보니 제철 음식임에 틀림없다. 어떤 음식이든지 제철에 나는 것이 최상이다. 가공식품의 경우 아무리 맛 있어도 방부제 등으로 처리했기 때문에 때로 독극물과 같다. 대표적으로 믹스커피가 있다. 설탕과 프림이 범벅이 된 믹스커피를 마시면 배탈이 난다. 그러나 제철 음식은 어떤 음식이든지 탈이 없다. 그래서일까 부처님 주치의였던 의사 지바까는 “약에 사용되지 못한 푸성귀는 하나도 없다.”(Vin.I.275)라고 했다. 제철에 나는 것들은 모두 약과 같은 것이다.

 

마늘은 오신채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한국불교에서는 수행자들에게 금하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대승보살계의 원형인 범망경에서는 고기와 더불어 오신채를 먹지말라고 했다. 특히 오신채와 관련하여 “불자들아, 너희는 다섯 가지 맵고, 나쁜 채소를 먹지 말아야 한다. 마늘, 부추, 파, 달래, 홍거, 이 다섯 가지는 어떠한 음식에도 넣어 먹지 말지니, 만약 짐짓 넣어서 먹으면 가벼운 죄가 된다.”라고 했다.

 

동아시아 불교에서는 오신채를 금하고 있다. 자극적이고 음욕을 일으킨다 하여 수행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대승경전인 능엄경에 따르면 “모든 중생이 삼매를 닦을 때는 마땅히 세간의 다섯 가지 매운 채소를 끊어야 하나니 이 다섯 가지 채소를 익혀서 먹으면 음란한 마음이 일어나고, 날 것으로 성내는 마음을 더하게 하기 때문이니라. 또 이 오신채를 먹는 사람은 삼매를 닦더라도 보살·하늘·신선 및 시방의 선신들이 와서 수호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런 이유로 동아시아불교에서는 수행자가 오신채를 먹는 것을 엄격히 금지시켜 왔다.

 

한국불교에서는 오신채를 먹으면 악작죄가 된다. 그렇다면 율장에서는 오신채에 대해 어떤 내용이 있을까? 율장소품에 마늘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부처님이 설법하였을 때 한 수행승이 저만큼 떨어져 혼자 앉아 있었다. 이에 부처님이 “수행승들이여, 왜 저 수행승은 한쪽 구석에 앉아 있는가?”라며 물어 보았다. 이에 수행승들은 “세존이시여, 그 수행승은 마늘을 먹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수행승은 설법중에 왜 한쪽 구석에서 홀로 앉아 있었을까? 율장에서는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지 앉지만 ‘마늘냄새’때문이라 볼 수 있다. 이는 부처님이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이 법문을 듣는 것에서 소외되면서까지 그것을 먹어야 하는가?”라며 묻는 것에서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부처님은 마늘을 먹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수행승들이여, 마늘을 먹어서는 안된다. 먹는다면 악작죄가 된다.”(Vin.II.140)라고 했다. 마늘을 먹으면 잘못이라는 것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불자들이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정력을 증강시키기 때문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냄새 때문이다. 수행승들 중에는 마늘냄새를 역겨워하고 싫어 하는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예외 없는 법은 없다. 율장에도 예외가 있다. 부처님이 마늘 먹는 것을 금했지만 허용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는 사리뿟따 이야기로 알 수 있다.

 

사리뿟따존자에게 심한 복통이 일어났다. 이런 사실을 둘도 없이 절친한 친구 목갈라나존자가 알게 되었다. 목갈라나는 “벗이여, 싸리뿟따여, 예전에 복통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안정을 찾았습니까?”라며 물어보았다. 이에 사리뿟따는 “벗이여, 나에게는 마늘입니다.”라 했다. 이런 사실을 부처님에게 알리자 부처님은 “수행승들이여, 질병이 들었다면 마늘을 먹는 것을 허용한다.” (Vin.II.140)라고 말씀하셨다.

 

율장은 수범수제(隨犯隨制)로 이루어져 있다. 죄를 범하면 율이 생겨나는 것을 말한다. 그러다 보니 방대해졌다. 그러나 모두 다 규정한 한 것은 아니다. 아직 죄가 발생되지 않은 것도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이 지금 계신다면 새로운 율을 계속 만들어 냈을 것이다. 수행승이 담배피우는 것이 대상이 될 것이다. 또 화투나 카드, 게임하는 것도 금했을 것이다. 그런데 율장에는 때에 따라 허용되는 조항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범개차(持犯開遮)’로 설명된다.

 

지범개차는 계율을 지키고(持), 범계를 참회하고(犯), 예외규정(開)과 금지규정(遮)을 이해하는 것이다. 마늘을 먹어서는 안된다고 했지만 약으로 먹는 것은 허용하는 식이다. 이렇게 율장을 보면 예외조항으로 가득하다.

 

성자의 흐름에 들려면 세 가지 조건이 있다. 유신견, 가르침에 대한 의심, 그리고 규범과 금계에 대한 집착을 부수어야 한다. 여기서 세 번째 ‘규범과 ‘금계에 대한 집착(sīlabbata-parāmāsa)’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전재성 선생에 따르면, 엄격한 계율만을 고집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스스로 계율이라는 족쇄에 갇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계율을 무시하라는 것은 아니다. 계율을 지키되 예외조항도 있음을 알라는 것이다.

 

데바닷따는 다섯 가지 엄격한 사항을 실천하고자 했다. 두타행과 관련된 것이다. 그 중에는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어류와 육류를 먹지말아야 합니다. 어류와 육류를 먹으면 죄가 됩니다.”(Vin.II.197)라는 사항도 있다. 이는 지키기 힘든 것이다. 탁발하다 보면 주는 대로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데바닷따가 다섯 가지 지키기 힘든 사항을 말한 것은 승단을 분열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부처님을 압박하고자 한 것이었고 궁극적으로는 부처님을 살해하여 자신이 부처가 되고자 한 것이다.

 

지금은 마늘철이다. 어디를 가나 마늘이 수북히 쌓여 있다. 마늘대가 있고 흙까지 묻어 있어서 한국산임에 틀림없다. 또 마늘은 제철음식이다. 지금 이때가 가장 싱싱하고 맛 있을 때이다. 제철음식은 재벌밥상이 부럽지 않다고 했다.

 

마늘을 팔아주자. 재난지원금으로 마늘을 팔아 주는 것이다. 이왕이면 작은 동네슈퍼에서 팔아주자. 소상공인도 도와주고 농촌살리기도 된다. 제철에 나는 싱싱한 마늘로 국도 끓여 먹고 고기도 구어 먹으면 좋을 것이다. 반접 또는 한접을 사서 마늘장아찌를 담군다면 훌륭한 밑반찬이 된다. 마늘을 먹으면 코로나19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마늘을 팔아주자.

 

 

2020-06-04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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