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김밥과 절구커피
이른 아침 6시가 되기 전에 집을 나섰다. 사람들이 잠자고 있을 때이다. 사람들은 일요일 아침에는 늦잠 자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사무실로 부리나케 달려 가는 것은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의무적 글쓰기를 말한다. 쉬는날이라고 하여 쓰지 않거나 기분 나쁘다고 쓰지 않는다면 의무적 글쓰기가 아니다.
집에서 식사하게 되면 한시간이 늦을 수 있다. 신속히 빠져나와야 한다. 가는 곳은 편의점이다. 만안구청 옆에 있는 곳이다. 인연 맺은지 10년은 넘은 것 같다. 부부가 운영하고 있는데 10년 동안 얼굴은 변한것 같지 않다. 매번 보기 때문일 것이다.
아침에 먹는 것은 삼각김밥이다. 700원시절부터 시작하여 천원을 거쳐 이제 1,400원 시대가 되었다. 김밥 하나로 아침을 때우는 것이다. 여러 김밥 중에서 참치마요를 가장 선호한다. 먹다보니 발견한 것이다. 오늘은 색다른 메뉴를 골랐다. 김치볶음밥이다.
삼각김밥 하나 먹으면 점심때까지 버틸수 있다. 무엇보다 시간이 단축된다. 편의점 전자렌지에다 20초 데우면 끝이다. 마실 것은 원두커피를 내려 마신다. 절구로 갈아 마신다. 자칭 '절구커피'라고 부른다. 그라인더로 갈아 마시기를 오랫동안 지속했으나 원시인처럼 절구질하여 커피를 만드는 것이다. 놀랍게도 원두맛이 살아 있다. 한번 절구맛에 길들이면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삼각김밥과 절구커피로 아침을 때웠다. 의무적 글쓰기를 해야 한다. 2006년부터 해 오던 일이다. 하루라도 쓰지 않으면 찜찜해서 견딜 수 없을 정도이다. 오늘은 무엇을 쓸까?
금요니까야강독모임에서 합송한 경을 써야 겠다. 경전을 근거로한 글쓰기이다. 글쓰기 중에서도 가장 쉬운 것이 경전을 근거로한 글쓰기이다. 그저 자판을 두드리면 된다. 이렇게 14년을 하루같이 쓰다보니 엄청난 구업을 짓게 되었다.
남자는 갈 곳이 있어야 한다. 여자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갈 곳은 사무실이다. 사무실은 아지트와 같은 곳이다. 하루 일과 대부분을 보내는 곳이기도 하다. 일요일 집에 있는 것보다 사무실에 있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내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임대 시무실이긴 하지만 내것같아서 집과 같이 편안하다. 느긋하게 앉아서 글도 쓰고 밀린 일도 한다. 요즘은 행선과 좌선하는 공간으로도 활용한다. 11시까지 일을 마치고 사무실을 나서야 한다.
남자이건 여자이건 자신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 특히 정년퇴임한 사람은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다. 여성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여성작가가 적은 이유는 자신만의 공간이 없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집 바깥에 자신만의 방을 마련해 놓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아지트를 만든 것은 직장에서 퇴출되었기 때문이다. 홀로서기를 할수밖에 없게 되었을 때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더 일찍 퇴출되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만큼 자신만의 시간을 더 갖기 때문이다.
사람이 갈 곳이 있다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오늘 일요일 아침 삼각김밥과 절구커피로 하루일과를 시작한다.
2020-06-14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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