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잡담은 불선업을 짓는 것

담마다사 이병욱 2020. 1. 31. 22:28

 

잡담은 불선업을 짓는 것

 

 

끊임없이 자극받는다. 대상이 있어서 자극받는다. 어느 기관에 가니 A종편채널 소리를 들었다. 집에서는  그채널을 지운지 오래 되었다. 사람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 거슬렸다. 하루종일 저런 방송만 들으면 쇄뇌될 것이다. 로비에는 몇 사람이 멍하니 듣고 있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 있는 것은 사람에 대하여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다른 말로 뒷담화라고도 한다. 종편채널에서든지 유튜브에서든지 사람에 대하여 이러쿵저러쿵 말하고 있다. 그런데 들어서 남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야기하고 나면 허무한 것이다. 그 사람에게 전달될 것도 아닌데 추측으로 말하는 것이다. 이를 요즘말로 뇌피셜이라고 한다.

 

뇌피셜에 대하여 검색해 보았다. 뇌와 오피셜의 합성어라고 한다. 오피셜(official)이라는 말은 공식적인 것을 뜻한다. 확실한 근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뇌피셜이 되면 객관적인 근거없이 자신의 생각만을 근거로 추측을 하거나 주장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인터넷에서 볼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을 진짜인 것처럼 말한다면 정확하지 않은 것이다. 일종의 가짜뉴스라고 볼 수 있다. 그럴듯한 추측을 하면 동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합리적으로 판단되면 사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뇌피셜이기 쉽다.

 

선거철이다. 선거는 총성없는 전쟁과도 같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편이 갈린다.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칭찬보다는 비판이 압도적이다. 어느 한편이 몰락해야만 끝이 나는 싸움이다. 이런 싸움판에 끼여들 필요가 있을까?

 

공개토론장의 외도들

 

종편채널과 유튜브에서는 매일 토론을 하고 매일 잡담을 한다. 부처님 당시에도 공개토론장이 있었다. 디가니까야 뽓따빠다의 경’(D9)을 보면 공개토론장에서 외도들이 열띤 논쟁을 했다. 이에 대하여 시끄럽게 왁자지껄 큰 소리로 떠들며 여러가지 잡담”(D9.3)을 했다고 한다.

 

부처님 당시의 공개토론장을 보면 오늘날과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때 당시에는 어떤 잡담을 했을까? 놀랍게도 경에서는 매우 상세하게 알려 주고 있다. 다음과 같은 잡담이다.

 

 

그 무렵 유행자 뽓따빠다는 많은 유행자의 무리와 함께 앉아서 시끄럽게 왁자지껄 큰 소리로 떠들면서 여러 가지 잡담, 예를 들어 왕에 대한 이야기, 도적에 대한 이야기, 대신들에 대한 이야기, 군사에 대한 이야기, 공포에 대한 이야기, 전쟁에 대한 이야기, 음식에 대한 이야기, 음료에 대한 이야기, 의복에 대한 이야기, 침대에 대한 이야기, 꽃다발에 대한 이야기, 향료에 대한 이야기, 친척에 대한 이야기, 수레에 대한 이야기, 마을에 대한 이야기, 부락에 대한 이야기, 도시에 대한 이야기, 지방에 대한 이야기, 여자에 대한 이야기, 영웅에 대한 이야기, 도로에 대한 이야기, 목욕장에서의 이야기, 망령에 대한 이야기, 사소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시시비비 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D9.3)

 

 

잡담을 하면 왁자지껄하기 마련이다. 견해가 충돌하면 싸우기도 한다. 외도들은 공개토론장에서 왕에 대한 이야기 등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부처님은 이를 잡담이라고 했다. 정신적 성장에 하등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말한다.

 

종편채널을 보면 편을 나누어 패널들이 논쟁한다. 유튜브에서는 일방적으로 비난하고 매도한다. 부처님 당시 외도들이 공개토론장에서 잡담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잡담은 축생의 이야기

 

공개토론장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자들은 외도들이다. 그러나 부처님 제자들은 왁자지껄하며 잡담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외도들이 부처님에게 이 존자는 고요함을 좋아하고 고요함에 길들여져 있고, 고요함을 칭찬한다.”(D9.4)라고 칭찬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경에서는 29가지 잡담이 소개되어 있다. 그런데 잡담을 뜻하는 빠알리어가 ‘tiracchānakatha’이다. 이 말을 직역하면 축생의 이야기가 된다. 왜 잡담을 축생의 이야기라고 했을까? 주석에 따르면 “천상이나 해탈의 길로 이끌지 않는 동물적 이야기이다(Srp.III.294)”라 설명되어 있다.

 

주석을 보면 잡담은 매우 저속한 것이다. 잡담은 정신적 향상이나 성장에 도움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잡담을 하면 할수록 축생과 가까워질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

 

TV와 유튜브를 보면 대부분 잡담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잡담하는 것을 보고 즐긴다는 사실이다. 마치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즐기듯이 남이 잡담하는 것을 즐긴다는 것이다. 마치 먹방을 보고 즐기는 것과도 같다. 남이 먹는 모습을 보고 즐기는 것과 같다.

 

잡담은 주로 정치인이나 연예인의 뒷담화에 대한 것이 많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나 이런 이야기를 즐기는 사람이나 어리석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잡담하는 것에 대하여 축생의 이야기라고 했을 것이다.

 

왜 정어(正語)해야 하는가

 

부처님 제자들은 잡담하지 않았다. 항상 고요함을 유지했다. 이는 외도들도 인정한 것이다. 어느정도였을까? 이는 “세존께서 수백 명의 대중에게 가르침을 설하면, 세존의 제자들은 소란을 피우지 않고 기침소리도 내지 않습니다.(M89)라고 한것에서도 알 수 있다.

 

부처님은 팔정도에서 바른 언어의 사용을 강조했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지 않고, 이간질을 하지 않고, 욕지거리를 하지 않고, 꾸며대는 말을 하지 않으면 수행승들이여, 이것을 올바른 언어라고 한다.”(S45.8)라고 했다. 그러나 요즘 유튜브를 보면 정어가 상실된 듯하다. 대부분 잡담을 한다. 특히 정치권에 대한 이야기가 그렇다.

 

유튜브채널을 보면 거짓말도 하고, 이간잘도 하고, 욕지거리도 하고, 꾸며대는 말을 한다. 팔정도에서 금하는 네 가지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럼에도 인기를 타면 조회수가 수만, 또는 수십만에 달한다. 그러나 잡담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설령 그것이 뇌피셜일지라도 즐기는 것이다.

 

잡담은 축생의 이야기와 같다고 했다. 축생의 형성조건을 보면 어리석음을 기반으로 한다. 잡담은 어리석은 자의 이야기와 같은 것이다. 잡담을 하다 보면 결국 험담하게 되어 있다. 또 잡담하다 보면 거짓말도 하고 이간질, 욕지거리도 하고 꾸며대는 이야기도 하게 되어 있다. 잡담을 하면 구업을 짓는 것이다.

 

앉은지 나흘째 되는 날에

 

자신의 마음을 닦고자 하는 사람은 세상사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치에 대한 관심은 불가원불가근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치에 무관심해도 안되고 너무 빠져도 곤란하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제3자적 입장에서 조망해 보아야 한다. 최근 그렇게 시도해 보고 있다.

 

어느 것 하나 내뜻대로 되는 것이 없다. 그럼에도 지나치게 관심을 보이면 내 뜻대로 되지 않아서 번뇌만 야기한다. 그럴경우 감각기관으로 들어오는 대상을 차단해야 한다. 조용한 곳에서 눈을 감고 정신의 문만 열어 두고 앉아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다.

 

사무실을 수행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앉은지 나흘째 되는 날이다. 오늘은 세 번 앉았다. 길게도 앉았고 짧게도 앉았다. 한번 앉게 되자 자주 앉게 되는 것 같다. 앞으로 틈만 나면 앉게 될 것 같다.

 




앉아서 눈을 감으면 번뇌가 확실시 줄어든다. 책상에 앉아서 유튜브만 보는 것과 확실히 다르다. 호흡과 관련된 배의 움직임을 따라 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집중이 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깊은 집중은 아니다. 자주 하다 보면 더 집중이 잘 될 것이다.

 

사무실에 명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앉아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다. 마치 심산유곡에 있는 것 같다. 잘한 선택인 것 같다.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일 하다가도 잠시 앉아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무엇이든지 처음이 중요하다. 일단 시동을 걸었으니 죽 그 길로 가면 될 것 같다.

 

 

2020-01-31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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