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장의 가르침

재물쌓기 보다는 공덕쌓기에 올인해야

담마다사 이병욱 2020. 2. 13. 09:45

 

재물쌓기 보다는 공덕쌓기에 올인해야

 

 

매일아침 하얀 여백을 접한다. 아무리 바빠도 이 시간만큼은 쓰는 시간이다. 일터로 오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자판을 두드린다. 새벽부터 생각한 것을 쓰기 위해서이다. 특히 세수할 때 생각이 잘 떠 오른다.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스마트폰 메모앱에 키워드를 입력해 놓는다.

 

오늘 써야 될 것은 재물쌓기와 공덕쌓기로 정해 보았다. 글을 쓸 때 제목을 정하지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목을 정해 놓고 쓰는 경우는 드물다. 경전에서 본 재물과 공덕에 대한 것이 생각나서 그렇게 제목을 붙여 본 것이다.

 

생각한 것이 달아날 수 있다. 주어진 시간은 두 시간 이내이다.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하지 않고 뉴스도 보지 않는다. 사무실에 들어오자 마자 달겨 드는 것이다. 지난 십여년을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나 아무리 급해도 커피는 마셔야 한다. 미리 원두를 갈아 놓은 가루가 있다. 세라믹필터에 걸러서 한잔 마셔야 한다. 그래야 피가 도는 것 같다.

 




세금이 거의 반에 육박한다고

 

학교친구가 찾아왔다. 백수가 된 친구는 다시는 돈 버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동안 벌은 돈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회사가 외국회사에 합병되었는데 부사장까지 했다고 한다. 영어가 짧아서 글로벌 화상미팅에 참석하는 것이 곤역이었다고 한다. 한계를 느껴 퇴직을 했는데 퇴직금이 상당한 것 같다. 억대의 세금을 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라에서 세금으로 38%를 가져 갔다는 것이다.

 

많이 벌면 벌수록 세금도 많이 낸다. 세금을 많이 내면 개인적으로 손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국가적으로는 이익이다. 세금을 거두어서 써야 될 곳이 많기 때문이다. 많이 가진 자로부터 세금을 많이 때려서 가난한 사람들에 나누어 주는 것도 좋을 듯하다. 기초노령연금이 좋은 예이다. 궁극적으로는 기본소득제로 가야 할 것이다.

 

재벌이 내는 상속세가 있다. 세금이 거의 반에 육박한다고 한다. 재벌2세에서 3세로 승계될 때 역시 반에 육박할 것이다. 이렇게 대를 이어 상속할 때 국가에서 세금을 많이 가져 가기 때문에 점점 세력은 약화될 것이라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재벌3세 체제로 이어져 가고 있다. 그런데 후대로 가면 갈수록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부자 삼대 못간다는 말이 있듯이, 재벌 역시 삼대를 넘기기 힘든 이유일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대를 거듭할수록 상속세로 인하여 지분율이 낮아져서 오너가 경영에 참여하는 비율은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흔히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다는 말이 있다. 재벌 2세와 3세들은 확실히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볼 수 있다. 상속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속과정에서 떼는 세금이 거의 절반에 가깝다는 것이다. 만일 상속자가 없을 경우 어떻게 될까? 아마도 국가에 귀속될 것이다. 부처님 당시에도 그랬던 것 같다.

 

승단추방죄법 제1조가 시설된 연유

 

맛지마니까야에 랏타빨라의 경’(M82)이 있다. 경에서 랏타빨라는 부모에게 출가하겠다고 선언한다. 랏타빨라는 하나 밖에 없는 외동아들이다. 결혼을 해서 부인이 여러 명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 아들이 없다.

 

랏탐빨라는 어느 날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서 출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부모는 충격을 받고 설득작업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랏타빨라의 부모는 왜 아들의 출가를 결사적으로 반대했을까? 그것은 재산을 빼앗기게 되기 때문이다. 상속자가 없으면 재산은 왕에게 귀속되는 것이다. 이런 류의 이야기는 율장비구계에서도 볼 수 있다.

 

율장비구계를 보면 승단추방죄법 제1조가 있다. 이는 다름 아닌 성접교섭에 대한 학습계율이다.

 

부처님 당시 베살리 부근 깔란다까 마을에 장자 깔란다까뿟따가 있었다. 어느날  장자의아들 쑤딘나는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출가하기로 했다. 그러나 부모님이 출가를 허용하지 않았다.

 

부모는 재산이 많은 장자였다. 깔란다까뿟따는 결혼하여 처가 있었지만 아들이 없었다. 이렇게 장자의 가문에서 처까지 있는데 출가하겠다고 하니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그럼에도 쑤딘나는 여기서 제가 죽든가 아니면 출가할 것입니다.”(Vin.III.13)라며 출가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했다. 마침내 부모는 자식의 출가를 허용했다. 쑤딘나는 부처님의 교단으로 출가하여 비구가 되었다. 어느날 탁발을 나갔는데 예전에 자신이 살던 집으로 가게 되었다. 차례로 탁발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부모는 쑤딘나를 발견하고 사랑하는 쑤딘나야, 네가 너 자신의 집으로 가면 안될까?”라며 설득했다. 그러나 넘어가지 않았다.

 

쑤딘나의 부모는 집요하게 환속을 강요했다. 나중에는 한가지 제안을 했다. 그것은 전처와 함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쑤딘나의 어머니는 사랑하는 아들아, 이 집안은 부유하고 대부호이고 대자산가이고 금은이 많고 재물이 많고 돈과 곡식이 많다. 사랑하는 아들아, 그렇다면 자식을 만들어 달라. 릿차비 왕이 후사가 없는 우리의 재산을 몰수하게 하지 말라.”라고 말했다.

 

쑤딘나의 부모가 출가를 그토록 반대한 이유가 있었다. 또 출가한 아들에게 전처와 함께 있어달라고 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재산을 지켜 내기 위한 것이다. 후사가 없으면 왕이 다 가져 갈 것이라고 했다. 옛날에는 왕이 곧 나라였던 시절이기 때문에 왕에게 빼앗기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비구가 된 아들에게 자식을 만들어 달라.”(Vin.III.13)라고 요청한 것이다.

 

쑤딘나는 어머니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전처와 함께 하기로 한 것이다. 어머니는 날을 받아 놓았다. 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얘야 며느리야, 월경때가 되어 월화가 있으면, 그때 내게 알려라.”(Vin.III.13)라고 말한 것이다.

 

쑤딘나는 어머니의 간곡한 요청에 못이겨  어머니, 저에게 그것은 가능한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전처와 함께 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성접교섭에 대한 학습계율이 없었던 시기이기 때문이다.

 

출가하면 청정한 삶을 살아야 한다. 당연히 성적교섭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할 것이다. 그런데 후사가 없으면 재산을 다 빼앗길 것 같아서 자식을 하나 만들기 위하여 성적교섭을 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에 대하여 율장비구계 인연담에서는 그는 예전의 아내를 팔을 붙잡고 마하바나 숲속으로 들어가서 아직 학습계율이 시설되지 않은 때라 그 위험을 보지 못하고 예전 아내와 합의하에 세 번 성적교섭을 행했다. 그녀는 그것으로 인해서 잉태를 했다.”(Vin.III.18)라고 되어 있다.

 

소문은 나게 되어 있다. 성적교섭을 행한 숲속에 있는 땅위의 신들이 먼저 알았다. 이들이 사대왕천에 알리고 차례로 삼십삼천 등 육욕천에 알려지게 되었고 범천에까지 알려지게 되었다. 신들이 이런 사실을 먼저 안 것이다.

 

전처는 마침내 아기를 낳게 되었다. 쑤딘나의 친구들은 아기에게 비자까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비자까는 씨를 계승한 자라는 뜻이다. 그런데 쑤딘나는 아들이 생기자 번뇌에 휩싸이게 되었다. 쑤딘나는 참으로 나에게 불익이다. 참으로 나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 참으로 나에게 유익하지 않고, 참으로 나에게 무익한 것이다. 이와 같이 잘 설해진 가르침과 계율에 출가했어도 평생 완전무결하고 청정무구한 거룩한 삶을 영위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Vin.III.19)라고 생각한 것이다.

 

쑤딘나는 회한과 번민에 싸인 나날을 보냈다. 이러한 사실은 다른 수행승들에게도 알려졌다. 수행승들은 벗이여, 세존께서는 여러 가지 방편으로 탐욕의 여읨을 위하여 가르침을 설하지 않았습니까? 교만을 부수기 위하여, 갈증을 제거하기 위하여, 경향을 제거하기 위하여, 윤회를 끊기 위하여, 갈애를 부수기 위하여, 사라지기 위해서, 지멸에 들기 위해서, 열반에 들기 위해서 가르침을 설하지 않았습니까?”(Vin.III.19)라며 비난했다.

 

쑤딘나의 소문은 부처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부처님은 쑤딘나를 불러서 쑤딘나야, 그대가 예전의 아내와 성적교섭을 한 것이 사실인가?”라며 물어보았다. 쑤딘나는 부처님의 물음에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부처님은 쑤딘나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어리석은 자여, 그대는 적절하지 않고, 자연스럽지 않고, 알맞지 않고, 수행자의 삶이 아니고, 부당하고, 해서는 안될 일을 행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부처님은 쑤딘나에게 어리석은 자라고 했다.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이 어리석은 자여(moghapurisa)”라고 말한 것은 최대의 욕이라고 볼 수 있다. 부처님은 쑤딘나에게 장문의 설법을 했다. 그 중의 하나가 어리석은 자여, 오히려 맹독을 지닌 독사뱀의 아가리에 그대의 성기를 집어넣을지언정, 결코 여인의 성기에 집어넣지 말라.”(Vin.III.20)라는 말이다. 부처님은 성적교섭을 하면 그것으로 인하여 죽음에 이르는 괴로움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또 죽은 뒤에 괴로운 곳, 나쁜 곳, 타락한 곳, 지옥에 태어날 것이라고 했다.

 

쑤딘나로 인하여 승단추방죄법 제1조가 시설되었다. 이에 대하여 부처님은 그대는 많은 악하고 불건전한 것들의 최초의 실천자이자 선구가 되었다.”고 말했다. 율장에서 말하는 음계 1호가 쑤딘나의 인연담에서 시작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부처님은 수행승이여, 수행승이 성적교섭을 행한다면, 승단추방죄법을 범하는 것이므로, 함께 살 수 없다.” (Vin.III.21)라고 하여 성접교섭에 따른 승단추방죄에대한 학습계율이 최초로 선포된 것이다.

 

결국 다 털리고 말것을

 

쑤딘나의 이야기로 알 수 있는 것은 부처님 당시에 후사가 없으면 재산은 왕에게 몰수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재산을 상속받을 사람이 없으면 국가에 귀속되는 것이다. 그래서 부자들은 아들을 만들려고 한다. 쑤딘나 어머니가 비구가 된 아들에게 제발 아들 하나만 낳아 달라는 식으로 애원한 것도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로 알 수 있는 것은 재산은 죽어서 가져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상윳따니까야에 아들 없음의 경’(S3.19)이 있다. 어떤 백만장자가 죽었을 때 아들이 없었다. 그 많은 재산은 어떻게 처분될까? 빠세나디왕은 부처님에게 상속받을 아들이 없으므로 내가 그의 유산을 몰수하여 왕궁으로 가져다 놓고 왔습니다.”(S3.19)라고 했다. 오늘날 국고로 환수조치하는 것과 같다.

 

살아 있을 때도 재산은 지켜 내기 힘들다. 이는 경에서 그러한 재산들이 올바로 사용되지 않으면 국왕에게 몰수되고, 도적에게 빼앗기고, 불에 타고, 물에 떠내려가고,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상속인에게 박탈당하게 됩니다.”(S3.19)라고 한 것에서 알 수 있다. 이런 사실은 부처님 당시나 오늘날이나 조금도 다름 없다. 그래서 재산을 올바로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재산을 올바로 사용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경에서는 자신을 위해서 쓰고, 부모를 위해서, 처자를 위해서 즐겁게 쓰라고 했다. 또 심부름꾼과 하인을 위해서도 즐겁게 쓰라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행자나 성직자에게도 기쁜 마음으로 보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아 재산을 잘 쓰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색하게 산다면 결국 왕에게, 도둑에게, , , 그리고 악의적인 상속자에게 다 빼앗기고 말 것이라고 했다.

 

재물쌓기 보다는 공덕쌓기에 올인해야

 

재산은 죽어서도 가져가지 못한다. 재산을 모으기만 하고 쓸 줄 모른다면 그는 공덕을 더 이상 짓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번만큼 올바르게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름 아닌 베풀 줄 아는 삶의 방식을 말한다. 이렇게 베푸는 삶을 살게 되면 국왕에게 몰수되지도 않고, 도둑에게 빼앗기지도 않고, 불에 타지도 않고, 물에 떠내려가지도 않고, 악의적인 상속자에게 빼앗기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베풂에 대한 과보를 말한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좋지만 올바로 잘 사용하는 과보가 훨씬 수승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물질적 재산을 갖고자 한평생 돈버는 선수로 살아 가는 것 같다. 그러나 벌어 놓은 돈은 죽어서 가져 갈 수 없다. 아니 죽기 전에 다 털리고 말 것이다. 세금으로 털리고, 도둑에게 털리고, 재난으로 털리고, 그리고 악의적 상속자에게 털릴 것이다.

 

재산이 있으면 올바로 쓸 줄 알아야 한다. 보시하는 삶이다. 베풀고 나누는 삶을 살았을 때 그 과보는 재물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빼앗길 수 없는 일곱 가지 재물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믿음의 재물, 계행의 재물,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아는 재물, 배움의 재물, 보시의 재물, 지혜의 재물을 말한다. 이를 일곱 가지 고귀한 재물이라 하여 칠성재(七聖財)라 한다. 누구도 가져갈 수 없는 자신만의 든든한 재산이다. 그래서 재물쌓기 보다는 공덕쌓기에 올인해야 한다.

 

 

곡물도 재산도 금과 은도

또한 어떠한 소유도

노예, 하인, 일꾼 또는 그의 친인척도

모두 놓고 가야 하네.

 

신체적으로 행하는 것

언어적으로 행하는 것

정신적으로 행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자신의 것,

그는 그것을 가지고 가네.

그림자가 몸에 붙어 다니듯

그것이 그를 따라 다니네.”(S3.20)

 

 

2020-02-13

담마다사 이병욱